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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다의 굴레 

ZERO 맹구 

01 

 

 

며칠 전 내 후배놈을 만났다. 키는 멀대 같이 크고 인상은 한 없이 서글서글하며 다정다감함의 끝을 보여주는 성격까지. 빠지는 것 없던 그 놈은 예쁜 여자 후배들에게나 그러는게 아니라 누구에게나 그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놈을 보고 내가 살면서 세번쯤 들을까 말까한 호평만 늘어 놓았지만 나는 그 점이 마음에 안들어 불평했었다. 그 놈은 늘상 인상을 찌푸리며 등을 돌리고 서 있는 내게도 역시 다정했는데 그 도가 좀 심했다. 예를 들자면 아무 생각 없이 벽을 보고 있을 때 어깨를 주무른다거나 지갑에 돈이 없을 때 귀신같이 나타나 대신 계산을 하는 등과 같았다. 다음 사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될 즈음 고맙다는 사례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꾸벅 인사를 하고 유유히 사라졌다. 심지어는 어딘가 모르게 건방져보이던 그 때의 표정까지 생생했다. 그리고 며칠 전 그 놈을 만났을 때에도 나는 내 안의 찌질함을 부정하며 돈 이만원 생각에 눈을 피했더랬다. 그 놈의 시야에 내가 들어오지 않을 리 없었고 알아보지 못할 리 없었다. 한껏 롤업한 바지단이 초라했다. 놈은 나를 불러 세우고 못 들은 척 하는 나를 위해 뛰어왔다. 바쁜거냐고 안부를 묻기도 전에 다급히 얘기하는 놈에게 무조건적으로 그렇다고 대답한 후 다시 고개를 돌렸다. 갈세라 얼른 휴대폰을 들이미는 놈에게 하는 수 없이 번호를 눌렀다. 연락한다는 말이 거슬렸지만, 정말 별 수 없었다. 서른 하나의 찌질한 나는 결국 질긴 인연에 굴복했고 놈은 그냥 재수가 없었다. 연락이야 씹으면 그만이라고 하던 친구 알베르토 생각이 났다. 사실 그 놈도 재수있지는 않았다. 늘 유랑자마냥 이 여자 저 여자 떠돌아 다니던 나쁜 놈. 참고로 나는 여자라는 존재와 엮인 적 없는 내게는 아깝다고 소개 한 번 시켜준적 없는 나쁜 놈. 나쁜 놈 가득한 세상. 나는 이를 부득부득 갈며 일요일 밤을 보냈다. 내일은 아침 일찍 가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물론 회사에 말이다. 

 

 

깃 세운 와이셔츠에 신상 넥타이를 매니 좀 달라보였다. 새벽같이 일어나 광 낸 5년지기 구두도 새 것 같았다. 기분 좋게 출근한 회사엔 아무도 없었고 나는 달짝지근한 믹스 커피를 홀짝이는 여유마저 있었다. 이 아침이 좋았고 이 회사가 좋았고.. 하지만 이 달콤함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정적을 깨우는 노크 소리는 잠들어 있던 신경 마저 깨웠다. 

 

문을 두드린 손은 질긴 인연의 끝판왕, 그냥 재수 없는 나쁜 놈. 그러니까 테라다 타쿠야였다. 지방시, 닥스, 구찌, 틈에 보이는 저 키는 아마 포르쉐의 것이었다. 은연 중에 내뱉은 탄성은 테라다의 귀에도 들렸는지 계속 웃기만 했다. 

 

선배 나 기억 안 나는 거 아니죠? 

..어. 

말을 안 하시길래 기억 못 하시는 줄 알고 서운할 뻔 했어요 

 

그래, 저 여유있는 웃음이 싫었다. 테라다는 미움을 받고 있다는 생각 조차 하지 못하는 것 같았고 의도치 않게 그 장단에 맞추고 있다는 생각이 슬며시 들기 시작했다. 아침을 잘 먹지 않는 내 습관을 어떻게 안 것인지 샌드위치를 건네었고 급기야 울리는 뱃고동 소리는 주체할 수 없이 요동쳤고 결국 나는 그 샌드위치를 먹었다. 입가에 묻힌 샐러드는 비참했고 테라다는 내 입을 닦아 주었다. 아아 테라다의 굴레란 영원한 것인가. 

 

테라다의 굴레 

 

나는 테라다가 어떻게 이 회사에 오게 되었으며 왜 하필 이 부서로 오게 되었는지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지만 말을 걸면 옛날 얘기가 더해질 것 같다는 생각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처음 취직한 것 처럼 보이지는 않았고 아주 능숙했다. 업무용 컴퓨터의 전원을 켜 무언가를 프린트해 받아간다거나. 테라다의 움직임은 참 경쾌하고 또 여유로웠다. 내가 신입 시절 하지 못했던 것들을 참 잘했다. 까마득한 승진의 길을 걸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의식하고 있었어. 

 

시간은 8시 30분에 가까워졌고 하나둘씩 출근을 시작했다. 익숙한 얼굴들이 왜 오늘은 이리도 새로워 보이는지 피로했다. 뭐 그들의 경로가 새로워지기는 했다. 신입 사원 테라다는 직원들 사이에 둘러싸여 그 재수없는 면모를 하나둘씩 내보이고 있었다. 깔깔 거리며 웃는 여사원의 허리는 부러질듯이 휘어 테라다와 눈을 맞추려 애쓰고 있었고 사랑스러운 척 온 힘을 다해 웃고 있었다. 땅이 꺼져라 뱉는 한숨만 늘어갔다. 시간은 흐르고 있었고 오늘 하루가 유쾌하게 흘러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으나 평소보다 더 지루했다.  

 

선배 

... 

선배? 

아, 어. 

밥 먹으러 안 가요? 아까 점심도 안 먹던데. 

 

돈 없어서 못 먹었다고는 죽어도 못하겠다. 지금 같이 밥을 먹으러 나가면 분명 테라다가 살 것이다. 계산 하겠냐는 물음도 없을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보니 사람은 테라다와 나 둘 뿐이었다. 저녁 같이 먹자고 했을 사람 많았을 텐데 하고 밀려 오는 고마움도 표현은 못하겠다. 지속적인 고마움이었고 나는 늘 의기소침해졌고 그렇게 느끼게 하는 테라다가 싫었다. 아니 싫다기 보다는 재수 없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뻔하다. 내게 저녁을 사는 테라다와 그걸 곧잘 받아먹는 나. 이 광경을 다른 사원 특히 여사원들에게 들키지 않았으면 하는 바이다. 

 

알베르토형이 소개 시켜준 회사가 여기에요. 그리고 여기 선배가 있었던 거고. 

형? 

알베르토형이랑은 사실 친한지 좀 오래 됬어요. 아 선배는 워낙에 술도 잘 안드시기도 하고. 

... 

나를 딱히 마음에 들어 하지는 않잖아요? 

 

글쎄 나는 쉽사리 대답할 수 없었다. 나는 선배이지만 알베르토는 형이라는 것에 반응을 했고 친한지 오래 됬다는 말에 또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는 말에 움찔했다. 알고 있었냐고 되묻고 싶었지만 때마침 나온 파스타와 그 대사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불리할 때나 쓰는 묵비권을 행사하고 말았고 테라다의 눈을 보지 못했다. 

 

네가 마음에 안 든다기 보단 

내가 마음에 안 드는 걸..거야 

 

손에 쥐고 있던 포크를 놓았다. 감정에 이끌려 나왔을 때 곧이어 접시가 깨진듯한 쨍그랑 소리가 났고 그럼에도 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파스타 먹기 싫었어요? 

싫었음 말을 하지 

내일 봐요 선배 

- 테라다 타쿠야 

 

집에 도착해 휴대폰을 켜보니 문자가 와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것 같은 말투이기도 했고 조금 화가 난 것 같기도 했다. 어느새 나는 테라다의 기분과 같은 것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생각, 태도, 행동, 그 모든 것을 다. 생각이 많아졌다. 테라다에게 꺼지라고 하지 못했다. 어쩌면 앞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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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ㅠㅜㅡㅠㅜㅜㅜㅜㅜ 와 겁나 재밌다!!!!!!!!!!!!!!!!!!!!!!!!!또 언제 써줄꺼니!!!!!!!!!!!!
9년 전
글쓴이
공동 집필이라 나 다음은 또 내 친구가 쓸 거야ㅋㄱ 아마 홀수편은 나 친구는 짝수편! 읽어줘서 고마워ㅠㅠ 재밌다니 다행이얌
9년 전
글쓴이
http://instiz.net/name_gs/214773

이번 편도 그냥 와타시가 썼다눙! 읽어줘서 너무너무 고마워ㅠㅠ

9년 전
독자2
장위안 왜츤츤대니 어서 마음도 몸도 타쿠야한테 넘겨버려
9년 전
글쓴이
장위안 츤츤ㄱㅓ림은 최고 매력이졍 읽어줘서 고마워!
9년 전
글쓴이
http://instiz.net/name_gs/214773

이번 편도 그냥 와타시가 썼다눙! 읽어줘서 너무너무 고마워ㅠㅠ!

9년 전
독자12
노력하고있다눙.....ㅎ...밤에 보여주겠다능
9년 전
독자3
아무리 장위안이 츤츤거린다해도 테라다의굴레에서 벗어날순 음ㅋ슴ㅋ 하... 매우 재밌.. 쓰니여... 담편이 시급하다는것을 알아줬으면 좋겠엏ㅎㅎㅎ
9년 전
글쓴이
http://instiz.net/name_gs/214773

이번 편도 그냥 와타시가 썼다눙! 재밋다니~~ 너무 고마워ㅠㅠ 장위안 츤츤거림은 매력뽀인트죵

9년 전
독자4
좋다..... 취향저격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츤츤 장저씨 귀욥
9년 전
글쓴이
http://instiz.net/name_gs/214773

이번 편도 그냥 와타시가 썼다눙! 읽어줘서 고맙슙다 취향저격이라니 기뻐욤

9년 전
독자5
우왓 너정 친구정 포에버우정.소취
9년 전
글쓴이
http://instiz.net/name_gs/214773

이번 편도 그냥 와타시가 썼다눙! 예아! 포!에!버!

9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9년 전
글쓴이
http://instiz.net/name_gs/214773

이번 편도 그냥 와타시가 썼다눙! 취향저격이라니 와타시 기뻐서 울 것 같아욤

9년 전
독자7
ㅜㅜㅜㅜㅜㅜㅜㅜ종ㅎ아좋아 겁나귀야워ㅜㅜㅠ
9년 전
글쓴이
후후 고마웡!
9년 전
독자8
완전 취저닷!!사랑한다 쓰니정!!!
9년 전
글쓴이
취적이라니 기쁘다 (눈물)
9년 전
독자9
헐짱이다ㅜㅜㅜㅜㅜㅜ다음편나오면댓달아주겠니..♥
9년 전
글쓴이
http://instiz.net/name_gs/214773
호우! 고마워!

9년 전
독자10
헐 ㅠㅠ 취향 저격 당했어ㅠㅠㅠㅠㅠㅠ 세상에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글쓴이
옴뫄 고마워ㅠㅠ 감동~
9년 전
독자13
헐대박 취향저격인데요완저뉴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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