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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샤이니 온앤오프
위피 전체글ll조회 803l

"타쿠야!"

"내가 안 그랬어."

 

위안이 단지 부르기만 했을 뿐인데 타쿠야는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고 자연스럽게 내뱉었다. 사실 오랜만에 집에서 게으름뱅이처럼 뒹굴면서 저질러 놓은 일이 너무 많아서, 그 중에 하나는 걸릴 거라는 것을 예상하고 '과연 형이 일어나고 몇 분 뒤에 걸릴까' 따위의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굉장히 자연스럽게 자신의 혐의를 부인할 수 있었다.

 

"이 플랫에 욕조에 피를 가득 담은 다음 온도계를 꽂아두는 짓을 하는 인간은 너밖에 없어!"

 

위안이 일어난지 10분도 안되어 타쿠야를 불러재낀 것으로 보아, 위안이 발견한 것은 어제 타쿠야가 플랫이나 위안과 연관된 것에 저지른 23가지 잘못들 중 돼지피의 온도 변화와 그에 따른 응고 정도의 측정 실험이 분명했다. 그리고 불행히도 이 플랫에, 아니 베이커가 전체를 샅샅이 뒤진다고 해도 타쿠야 말고 이런 해괴한 짓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얼마 전 사건이 피와 관련된 사건이라 진절나게 피냄새를 맡아서 그런지, 남들은 피비린내 때문에라도 질려서 하지 못했을 다량의 피를 이용한 실험을 타쿠야는 정확한 결과를 얻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저질렀다. 불행히도 욕실에 샤워를 하러 갔다가 그 피를 마주하게 된 아주 일반적인 사람 위안에게는 피로 가득 찬 욕조가 끔찍한 일이었다. 하지만 남이 어떤 일에 쇼크를 먹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타쿠야에게 위안이 느끼는 끔찍함에 대한 공감을 바라는 건 사치스러운 일이었다.

 

"그래서 그거 어쨌어?"

"그 빌어먹을 피? 욕조 마개를 뽑아서 다 흘려보내려다가, 이 피가 하수구로 떠내려가면 내가 마실 런던의 맑은 지하수까지 물들일까봐 안했어! 젠장, 정말 지긋지긋하게 많은 피라고!"

", ! 오랜만에 형이 너무 똑똑하게 굴어서 울 뻔 했네요."

"?"

"그 핏덩어리들을 하수구로 내려 보냈다면 똑같은 실험을 다시 해야 해서 골치 아팠을 거야."

"타쿠야!"

 

위안에게는 안 된 일이지만, 타쿠야는 평소처럼 자신의 플랫메이트이자 연인인 위안이 그 실험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중요한 문제로 여기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일은 한 두 번이 아니었지만, 오늘은 정도가 좀 심했다.

 

"그리고 형이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인데 이 하수구로 내려간 물이 곧장 지하수로 들어가지는 않..."

"타쿠야! 이런 상황에서 니가 나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정말 그 딴 것들뿐이야?"

 

하지만 타쿠야는 언제나처럼 그 것이 큰 문제임을 인지하지 못했고, 위안은 타쿠야가 범죄자 심리를 그렇게 잘 꿰뚫어 보면서 자신의 마음은 전혀 알지 못한다는 점에 너무 화가 나있었다. 장위안이라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 돈 때문에, 아니면 어떤 개인적 흥미 때문에 스쳐가듯 만나는 범죄자에게 쏟는 관심보다 적다는 것이 이럴 때마다 위안의 뼛속 깊숙한 곳까지 느껴졌기 때문이다.

 

"타쿠야, 니가 이렇게 구는 것도 정말 지긋지긋하다! 정말 너랑은 이제 끝이-!"

'쿠당탕탕!!!!!'

 

머릿속까지 차가워진 위안이 타쿠야에게 막 이별을 고하려고 할 때, 갑자기 플랫의 지붕이 요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꺼지면서 검정색 무언가가 플랫 바닥 위로 떨어졌다.

  

"! , 오랜만에 흥미로운 일이 생기겠는데요."

 

타쿠야는 그 와중에도 부족한 공감능력을 여실히 드러냈다.

 

 

***

  

 

지붕이 꺼지면서 난 요란한 소리에 허드슨 부인이 호들갑을 떨며 뛰어 올라왔다.

 

", 타쿠야! 또 무슨 짓을 해서 내 집을 부순거예요?"

"미세스 허드슨, 이번엔 제가 한 일은 아니네요. 뭐랄까,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죠."

"지붕이 부서졌잖아요!"

 

허드슨 부인은 지붕과 함께 떨어진 검은 물체보다는 부서진 지붕에 더 큰 관심을 쏟았다. 자연스레 옆에 있던 위안의 관심도 지붕으로 돌려졌는데, 이 때 타쿠야가 위안을 불렀다.

  

", 이 사람 이마가 찢어졌어. 물론 형이 지나친 흥분으로 인해 멀쩡한 정신 상태는 아니라는 건 알지만 형이 꿰매야 할 것 같은데. 내가 해도 잘할 수야 있겠지만, 어쨌든 의사는 형이니까."

"?"

"하늘에서 우리 플랫을 멸망시키기 위해 운석 대신 떨어뜨린 것 말이야. 사람인데? 그 것도 이마가 꽤 찢어진. 14바늘은 꿰매야겠어."

  

정말 지붕을 부술 정도로 강하게 플랫에 떨어진 건 사람이었다. 그것도 괴기스럽게 얼굴에 흐르고 있는 피가 아니라면 꽤나 잘생긴 편의 남자였다. 문제는 일반적인 사람은 그런 강한 충격을 견딜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정말 저 지붕이 남자가 떨어지면서 부서진 것이라면, 남자의 뼈와 내장이 으스러지지 않고 멀쩡하다고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위안이 창백해진 얼굴로 남자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남자에게 얼굴을 가까이 했을 때,

 

번쩍

 

남자가 눈을 떴다.

깜짝 놀란 위안은 으얽!”이라는 이상한 단발마와 함께 앉은 그 상태로 급히 몸을 뺐지만, 자신을 내려다보는 타쿠야의 입가에 감도는 비웃음에 자신이 흉하게 보였음을 깨닫고 그런 적 없다는 듯 바로 섰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당신이 떨어지면서 지붕이 부서졌는데, 당신은 괜찮습니까?”

당신? 지붕? 괜찮아?”

  

문제는 남자가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남자의 말투와 눈빛, 그리고 풍기는 분위기까지. 남자는 온 몸으로 나는 영어를 못해요!’라고 말하고 있었다. 사실 영국에서, 그것도 런던에 살면서 영어를 못하는 사람을 본 것은 위안에게 낯선 경험이었다. 본인이 못했던 적은 있어도 남이 못하는 것을 본 적은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타쿠야조차 자신과 같은 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꼭 자신이 영국 귀족인 것처럼 고급스러운 영어를 사용했다. 하지만 남자의 영어실력에 대한 걱정은 기우에 불구했다.

  

다시 한 번 말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실례일까요, 아벨라?”

  

주머니를 뒤적거려서 작은 도마뱀 모양의 이어커프를 찾아 귀에 단 남자는 타쿠야만큼이나 귀족적인 영어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물론 끝에 붙은 아벨로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말이다. 사실 타쿠야보다도 완벽한 영어였기에, 뭔가 저 이어커프에 장치가 달렸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 떨어지실 때 지붕이 부서졌는데, 몸이 성하신가해서요.”

  

남자는 호쾌하게 웃더니 괜찮아요. 하나도 안 다쳤는걸요!”이라고 답했다. 웃으니 인상도 부드러운데다 호남 같은 느낌이 평소라면 꽤나 매력적인 남자처럼 보였겠지만, 이마에서 흐른 피가 채 마르지도 않은 채로 그렇게 말하는 것은 별로 정상적으로 보이진 않았다.

  

하나도는 아니고, 이마는 좀 많이 찢어지셨네요. 제가 꿰매드릴테니 잠시만 기다리세요.”

! 아벨로, 의사인가요?”

의사는 맞고, 아벨로가 아니라 장위안이라고 부르세요.”

장위안! 성은요?”

장이 성입니다. 그냥 위안이라고 부르시면 되요.”

"위안."

  

남자는 뭔가 중국어도 잘할 듯한 억양으로 위안의 이름을 되읊었다. 장위안이라는 이름에서 성을 구별하지 못한다는 건 중국어를 전혀 알지 못한다는 걸텐데, 억양만큼은 이름을 지어주신 할아버지보다 정확한 남자는 아무래도 의뭉스러웠다.

 

"저는 알베르토 몬디입니다."

"이탈리아인입니까? 아벨로, 아벨로거리는 말투와 이름에서 풍겨오는 느글거림이 꼭 이탈리아인 같은데."

  

한참 가만히 있던 타쿠야가 갑자기 끼어들었다. 물론 말투는 평소와 같이 예의라곤 1%도 가미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를 날것으로 내놓은 투여서 굉장한 시비조였다. 남자, 아니 알베르토가 타쿠야가 갑자기 말을 건 데다가 인사도 없이 처음 건넨 말이 싸우자는 것인지 구별할 수 없는 말투여서 불쾌할 것 같아 걱정되어 위안이 타쿠야를 한 번 째린 후 알베르토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알베르토는 신경도 안쓴다는 듯 아까와 다를 바 없는 목소리로 답했다.

  

"이탈리아? EU인데, 지금이라면 이탈리아겠죠."

  

뭔가 이상한 답변이었다. 이탈리아면 이탈리아지, 이탈리아겠죠라니? 그리고 지금이라면이라니. 꼭 지금 사람이 아니라는 것 같이 들렸다. 타쿠야 역시 그 것을 이상하게 여긴 것이 분명했다.

  

"지금?"

", 지금이요. 저는 2317년에서 왔습니다. 제가 사는 시기의 유럽은 EU와 기타 소국으로 이루어졌거든요. 저는 EU사람입니다."

  

미래에서 왔단다. 꽤 긴 정적이 흘렀다. 장위안은 도대체 이건 무슨 신종 헛소리일까라는 생각을 했다. 혹시 모른다. 서양인은 보기보다 어리니, 알베르토가 사실은 꿈 많은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이여서 판타지 소설에 동화됬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미쳤다고 보긴 아직 이르다는 희망을 품은 채 장위안이 입을 뗐다.

 

"혹시 알베르토. 당신 몇 살인가요?"

"31살입니다, 아벨로. 처음 만나서 나이를 묻다니. 혹시 아벨로 나에게 관심있어요?"

  

이탈리아 특유의 작업 느낌이 넘치는 말투로 알베르토는 믿을 수 없는 사실을 위안에게 전했다. 31살이라니. 위안 저와 같은 나이였다. 그리고 꿈과 희망을 가지면 미쳤다는 소리를 듣기 십상인 나이였다. 결국 위안은 제 플랫에 타쿠야와는 다른 종의 비정상인이 상륙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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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오 이거 ㅎㅎㅎ 저번에 앞부분만 살짝 보여주신 거네요 타쿠안에 알베위안 ㅠㅠㅠ내가 얼마나 좋아하는데ㅠㅠㅠㅠ 셜록도ㅠㅠㅠㅠ 작가님 화이팅!♡
9년 전
위피
감사해요ㅠㅠ내일까지 꼭 2편 들고 오도록 노력할게요!
9년 전
독자2
으아ㅠㅠㅠㅠㅠㅠㅠㅜㅠㅠ매우 바람직하다 타쿠안에 알베위안이라니!!!!!♡♡♡ 나 이거 기다릴게ㅠㅠㅠㅠㅠ
9년 전
위피
기다린다니 완전 힘나요!! 재밌게 읽어줘서 감사해요:-)
9년 전
독자3
셜록좋습니다아 ㅠㅠㅠ
9년 전
위피
저도 좋아요ㅠㅠ뭐만 덕질하면 같이 엮고 싶은게 항상 셜록ㅠㅠㅠ
9년 전
독자4
헐우와ㅠㅜ다음편기다릴게ㅜㅜ
9년 전
위피
고마워요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5
이야ㅋㅋ 보는내내 셜록오이조완순생각나서 재밌었어 ㅋㅋ신일신하고가용
9년 전
위피
뭔가 매치가 잘 됐을까 걱정됐는데 생각났다니 다행이예요:) 빨리 다음편 들고 오도록 노력할게요!
9년 전
독자6
와 ㅋㅋㅋㅋㅋㅋ 다시 올거죠? ㅋㅋㅋㅋㅋ 갠적으로 타쿠안 잘 안 보는데 보길 잘 했네요 ㅋㅋㅋㅋ 재밌어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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