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쯤, 그렇게 멍하니 서 있었다.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주인으로 보이는 할아버지와 크게 웃으며 가게에서 나온 그는 내게 흰 종이 봉투를 건넸다. 빵냄새. 달큰하게 올라오는 갓 구운 빵냄새에 목도리에 파묻었던 코를 빼꼼 내밀고 냄새를 맡다 조심스레 건네받으며 그를 흘끔 올려다 봤다.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독일 사람 맞죱?" 내 얼굴 어딘가에 써 있는 건가. 흠칫 놀라 멍하니 올려다보자 눈이 휘어져라 웃으며 대뜸 어깨동무를 한다. 그냥 그럴 것 같았어요. 꽤 단단한 팔이 어깨위로 걸쳐지자 그 무게가 조금 거슬려 눈치를 봤지만 관두었다. 빵도 사주셨으니까. 선뜻 빵을먹진 못 하고 그가 이끄는대로 걸었다. "알베르토 몬디에욥. 베네치아에서 가장 소시지가 큰?" "....네?" 으하하, 독일유머에요! 호탕한 웃음소리에 귀가 쩌렁쩌렁 울리고 독일인인 본인도 모르는 독일 유머를 뱉는 이 남자가 딱히 싫지 않았다. 재밌는 사람이네. 알베르토의 얘기가 끝도 없이 이어지자 선뜻 빵을 집어 먹을 타이밍을 찾지 못 해 안절부절 할 때 쯤 광장 분수대로 온 그는 분수대 위로 걸터 앉았다. "앉아욥, 로웬 아저씨빵은 분수대에 앉아서 먹을 때 제일 맛있으니까" 로웬아저씨는 분명 그 빵집 주인일테다. 말 없이 그 옆에 앉아 빵봉투 안 작은 빵을 하나 꺼냈다. 여기요. 덥석 빵을 받아들고 상체를 조금 뒤로 젓힌 채 싱글벙글 웃는 그를 본 뒤 나도 빵을 꺼냈다. 한 입 베어물자 바삭한 겉과는 달리 커스타드 크림이 가득한 촉촉한 속에 작게 감탄사를 뱉었다. 맛있네 "...다니엘 린데만이에요. 빵 맛있네요" "그쵸? 아 크림 묻었다" 크림? 작은 크기의 빵이라 딱히 입가에 묻힐 가능성은 없을텐데라고 생각하며 입가에 손을 가져가려고 할 때, 알베르토의 손이 더 빨랐다. 입가를 슥 훑는 그의 손길에 당황해 그대로 얼어 당황하자 얼른 먹으라고 재촉하는 알베르토. 어쩐지 그의 손에 묻어야할 크림이 없어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빵을 우물거렸다. "여행 온 거죱, 얼마정도 있다가욥?" "글쎄요. 마음정리 할려고 온 거라 기간은 생각 안 해봤어요" 손에 묻은 빵 부스러기를 털어내며 말했다. 대답없는 그에 대화가 끊기고 발을 까딱 거리며 어색하지 않는 침묵을 지키고 있는 그 순간, 빵 부스러기 탓에 여기저기서 몰려온 새들에 놀라 몸을 뒤로 빼는 그 순간. "다니엘!" 젠장. 이탈리아에 오고 처음으로 욕을 뱉었다. 댓글써주는 익인이들 너무너무 고맙고 고마워..(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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