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남자의 상관관계
9.
오스트리아의 아침이 밝았다.햇살은 여전히 따사로웠고 아침에 먹는 민박집 아주머니표 샐러드는 샐러드를 잘 좋아하진 않는 나조차 먹게 만들었다.
같은방을 쓴 여자친구들은 자기들끼리 먹었는데 뭔가 낄수가 없어서 나는 그와 스눅스와 먹었다.
"아 나 순욱이라고 불러줘!"
"뭐래,밥먹다 말고."
"아 호수눅!"
스눅스랑은 어제 동안 나름 꽤 친해져서 말도 트고 편해졌다. 근데 얘가 순욱이라는 이름을 맘에 들어해서 자꾸 순욱이라고 불러달라고 찡찡거림이 잦았다.
다니엘은 샐러드를 먹다가 안쓰는 포크로 스눅스의 머리를 때리고는 다시 샐러드를 먹었다.
"나 한국 가기만 해봐!"
"오던지.안무섭거든?"
"아 OOO진짜 짜증나!"
뭐,제일좋은건 스눅스는 놀리는 맛이 쏠쏠하다. 한국 간다고 협박을 해대도 애 같은면이 묻어나서 놀려댔더니 되려 지가 더 짜증을 내는데 생긴건 문신투성이면서 꽤 귀엽다.
혼자 웃고 있자 다니엘도 같이 웃어버린다. 스눅스는 입을 내밀고는 샐러드를 우걱우걱 씹는다.
"호순욱,삐졌어?"
그렇게 원하던 호순욱이라는 이름으로 불러주자 입꼬리가 움찔 거린다. 단순한 스눅스.그와나는 정말 스눅스가 너무 귀여워서 티가 안나게 소리없이 웃었다.
한번더 호순욱 하고 부르자 또 입꼬리가 움찔 한다.
"호순욱,진짜 삐졌어?"
"아 안삐졌어!"
역시,스눅스는 단순하다.
아침을 먹고 방에들어와 짐을 챙기고 방과 방사이 복도로 나가서 그를 기다렸다. 이제 체코와 마지막 여행지 밖에 여행이 남질 않았다.
그가 유럽사람이라 딱딱 가볼곳만 가서 솔직히 편하고 좋았다. 그리고 그닥 길게 할 생각도 없었기에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지금 그와 연애를하고 인연이 생기니 빨리 끝나는게 아쉬웠다. 여행의 끝이 다가올수록 그와의 관계에대한 고민이 생겨났다.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면 그는 독일로 가는것인지, 내 욕심이지만 그와 한국에 가고싶은데 하는 생각들.
이제 여행의 끝이 얼마 남지않은 지금. 그 고민은 날이 갈수록 자리를 넓혀가고있었다.
이런 저런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져갈때쯤 그가 나왔다. 후드티에 추리닝차림인 스눅스도 배웅한다며 까치집 차림으로 따라나섰다.
"호순욱,머리 안감아?"
"나 오늘 오후에 나가.괜찮아 괜찮아."
다니엘은 문앞까지 우리를 배웅해주곤 카톡하겠다며 손에 핸드폰을 흔들었다. 다니엘과 그의 배웅을 받으며 민박집을 나섰다.
이제 우린 체코로 간다. 체코 프라하로 가서 구경할 예정인데 이야기의 땅이라는 체코가 꽤나 기대가 된다.
"다니엘,어제 몇시에 잤길래 그렇게 피곤해해요?"
"아 스눅스가 찡찡거려서 같이 게임하다가 새벽에 겨우 잤어요.질긴놈."
"그냥 무시하고 자지 그랬어요."
"안그러면 OO부른다잖아요."
정말 그가 한국으로 같이 가줬으면 하는 욕심이 배가 되고있다.왜,어떤 프로에서 외국인남자가 한국인 와이프를 처음봤을때 '아 이여자다' 하는 생각밖에 안들었다고 하지않던가.
지금 그 남자 마음이 된거같았다.그의 눈에는 졸음이 가득 찼는데 자꾸 안자려고 하길래 그냥 자라고 하고 나도 잠에 들었다.
잠이라면 민박집에서 실컷 잤지만 잠이라도 안자면 복잡한 마음을 그에게 말해버릴것만 같았다.
그도 같은 생각을 하고있을지 모르지만 내가 얘기하면 괜히 그는 더 복잡해지지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에서 였다.
한숨 자고 일어나니 체코였다.프라하는 볼것이 무궁무진한 도시여서 그와 나는 고민에 휩싸였다. 그도 체코에 관해서는 잘 몰라서 어딜가야 알짜배기로 갈지 헷갈린 모양이었다.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니 모두가 프라하성을가는데 프라하성 밑에 발트슈타인궁전은 잘 가지 않는다고한다. 하지만 성의 아름다움은 뛰어났고, 조용하기도해서 산책에는 딱이라고한다.
일단 발트슈타인 궁전을 가보고 그 다음 여행지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아마 프라하거리를 걷지 않을까 싶다.그리고 저녁엔 또 민박집을 찾아가겠지.
프라하의 야경이 장난 없다는데. 그와 보는 야경은 어떨지 기대가 벌써부터 흘러 넘쳤다.
발트슈타인궁전은 생각했던대로 조용했다.그와 산책을 하는데 문득 우리가 프라하성을갔다면 지금같이 옛날느낌을 느낄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들었을정도로.
"진짜 조용하다.그쵸."
"엄청요. 그래도 좋잖아요."
"사실 조용해서 더 좋아요."
그는 내손을 잡으며 얘기했다. 하늘은 꽤나 높고 푸르렀다. 영화속한장면의 주인공이 된거같아 기분이 좋았다.
뭐,남자주인공은 내옆에서 손을 잡은 다니엘이라고 해두자.
궁전을 모두 둘러보고 살짝 쌀쌀해진듯한 날씨에 머플러를 꺼내 목과 얼굴을 싸맸다. 그는 입고있던 맨투맨 위에 털이 복실복실한 후드집업을 걸쳤다.
"많이 추워요?"
"그렇게 많이 춥진 않은데 추위를 잘타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내손을 잡곤 자신의 후드집업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곤 웃으며 이러면 따뜻하지않냐고 물어왔다.
저건 또 어디서나온 오글거리는 발상인진 몰라도 괜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영화에서 저런장면 볼때는 이해가 안갔는데,직접 겪어보니 이렇게 좋을수가.
그와 걸어서 프라하거리로 나갔다. 프라하거리에는 이곳저곳에 소를 형상화한 조형물이 굉장히 많았다. 빨간소도있고 파란소도있고.
나른하지만 시끌시끌한 프라하거리는 우리같은 여행객도,그곳에 사는 주민들도 많았다.
굳이 따지자면 나는 그냥 인사동같은 느낌이었다. 인사동보다 더 내맘에 들긴했지만.
그도 싫은건 아닌지 이리저리 데리고 다니며 구경했다.
"다니엘,빵먹을래요?"
"배고파요?"
"조금요.많이 걸어다녔잖아요."
그는 근처에 보이는 빵집으로 들어가더니 척척 주문하고는 테이블에서 기다리던 나에게로 왔다.
"뭐 산거에요?"
"아,단거 좋아하잖아요.초코번이요."
언제 내취향을 파악한건지 제일 좋아하는 빵을 시켰다고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외국 나오고 나서는 잘 못사먹었다. 초코번이 그리 흔한게 아니라서 한국돌아가자마자 먹어야지 하고있었는데.
빵이 금방 뜨끈뜨끈하게 나와서 그가 가지고 왔다. 그는 바게트샌드위치였는데 딱딱한데도 잘 먹었다.
중간중간 묻히고 먹는 입가를 그가 닦아주기도하고 배도 차올랐을즈음, 우리는 마리오네트 가게로 갔다.
목각인형들의 얼굴표정은 우스운것도 있었고,귀여운것도 많았다. 그와 둘러보다가 귀엽게 생긴 여자인형과,남자인형을 사들고 나왔다.
"이거 OO 닮았는데."
"안 닮았어요. 내 표정이 이래요?"
"음,아무리 봐도 닮았어요."
우스운 표정을 짓고있는 남자인형과 나를 비교해보더니 닮았다고 웃는다. 프라하거리를 더 구경하고있는데, 해가 슬슬 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찰스다리로 갔다. 사람은 많았지만 야경보기에는 여기가 딱이라길래.
"OO."
해는 다 졌고, 점점 불이 켜지는 거리를 보고있는데 그가 나를 불렀다.
얼굴에 물음표를 달아놓고 그를 봤다.
"우리,아직 마지막 여행장소 못정했잖아요."
"그거 그냥 내일 아침에 정하면 안되요?"
"응,지금 정해요.내일 표 예약하고 하려면 번거롭잖아요."
갑자기 왜 마지막 여행장소를 얘기하는걸까.마지막 여행장소라는 말을들으니 머리가 아팠다.
"다니엘은,어디가고싶은데요?"
그는 살짝 고민하더니 얘기했다.
달이 떠올랐고,바람은 잔잔해서 물향기가 올라왔다. 도시는 불빛으로 가득한 그순간 그는 나를 바라봤다.
"나는,한국이요."
그의 대답에 할말을 잃고 있자 그가 내손을 잡아끌며 야경을 다봤으니 민박집을 찾자고한다.
벙쪄서 이리저리 끌려다니는데 민박집을 찾은 모양인지 그가 나를 데리고 한 집으로 들어갔다.
인사를 하고 우리가 묵을 방으로 갔다. 그가 한 한국을가고싶다는 말이 뭐그리 충격이었는지 아직까지 벙쪄있었다.
"OO,나는 그래요. 내고향에서 OO을 처음 봤잖아요.나는, OO의 나라도 가보고 싶어요."
한국이 뭐가 좋다고 자꾸 가고싶다는건지 모르겠다. 나는 한국에 지쳐서 이곳으로 떠나온것이다. 물론 언젠간 돌아가야 하겠지.
지금 그와의 관계에 관해 심란한 나에게 그가 내뱉은 한국이라는 단어는 그냥 멘붕상태에 빠지게 해줬다.
그래,그가 얘기한 한국이란 단어보다 그곳에 돌아가야한다는 사실이 싫었다. 꿈을꾸게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게해준 유럽이좋았다.
적어도 한국보다는.
"다니엘,나는 한국에 지쳐서 유럽에왔고, 여기서 다니엘을 만났고 여기가 좋아요. 한국에 아직은,아직 가기싫어요."
"나랑 가면 되잖아요."
"다니엘은 평생 나랑 못있어주잖아요."
"왜 그렇게 생각해요."
"우린 만난지 몇주 되지도 않았어요.사귄지는 더더욱 몇일도 안됬어요."
"OO,만난 시간, 사귄시간이 왜 중요해요?그냥 우리둘마음만 있으면 되는거잖아요. OO은 한국여자고 나는 한국이OO같아서 좋아요."
그의 한국은 나같다는 말에 그만 넉다운해버렸다. 그래,어쩔수없는 사실이었다. 나는 한국을 닮았다.
그리고 그는 유럽을 닮은 남자였다. 가치관부터 식성까지 뭐 어느하나 같은게 없긴했다.
"그리고"
"?"
"아,이건 진짜 마지막 여행지에서 주려고 했는데."
하더니 그가 가방에서 주섬주섬 뭔가를 꺼낸다.
조그만 상자였는데 그상자뚜껑을 열더니 내게로 가까이와서 앉는다.
"이게 뭐에요?"
"위시본목걸이라는건데, 소원을 이루어준데요. 내목에도 이렇게 똑같은거 있어요. 나는 OO이랑 더 오래 만나서 같이 결혼하고 살고싶어요."
그는 목걸이를 꺼내 내목에 걸어줬다.목걸이는 굉장히 차가웠지만 그만큼 그의 큰 손은 따뜻했다.
당황스러워서 아무말도 못하고있자 그가 이마에 쪽 하고 뽀뽀를 해준다.
"당황스럽겠지만, 난 그래요. OO,같이 한국가요."
아,글쎄. 이남자를 어쩌면 좋아.
나도모르게 웃어버리자 그는 안도했는지 씨익 웃었다.
뭐,그다음에 그는 내일 한국행 비행기를 예약했다.
그래,만난지 몇일 안됬으면 어떻고 몇달 안됬으면 어떤가. 서로 좋으면 됬지.
*
내일이면 돌아갈 한국에서의 삶을 상상하며 티켓을 예약하는 그의 뒷태는 참 남자다웠다.
뜬금없이 연애했고,뜬금없이 그가 나에게 프로포즈했다. 사귄시간은 짧아도 그의 말대로 가서 연애를 더 오래하면 된다.
우리는 서로의 눈에 끌렸고 같이 여행했으며 체코프라하에서 서로를 서로에게 묶었다.
낮에 샀던 마리오네트가 웃는 모습이 예쁘다. 밖으로 잔잔히 들리는 자동차소리도 듣기좋다.
제일좋은건, 지금 내옆에 앉아서 나와 초코번을 먹는 이남자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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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갑작스러우시져..?
저두에여.. 오늘따라 글이 안써져서 이걸 어떡할까 하다가
사실 생각해둔 결말은 결혼이었어요. 그리고 그과정에서 지친 여자의 마음같은걸 표현하구 싶었어요.
막 절벽끝에 있는거같은 기분같은거요. 그래서 더 치닫게 하려고했는데
역시..ㅎ 전 글을 잘쓰지못하나봐요.
이글을 마무리하고 얼른 또 쪄야하는 글도있고 해서 급하게 마무리지은 감이 있다만,
이글은 아직 끝이아니에요!
아마 번외가 더 길지 않을까 싶어요.
원래가 10화내외로 끝날 글이었고
번외로 이들의 연애생활,결혼생활을 그릴예정입니다.
번외 제목은 아직 안정했고 아직 한국 여행얘기가 안나왔죠?
한국여행얘기는 장난아닐거에요 ㅎㅅㅎ 구글로 안찾아봐도 다 쓸수있어서 금방올지도..ㅎ
살짝 한국도시에대한 힌트를 드리자면 제고향이자 제가좋아하는 도시와 제꿈의 도시가 나올거에요.
기대 많이 해주세여..ㅎ 너무 빠른전개 역시나 죄송합니다
장편이아니라 중편계획이었고 첫작이어서 많이 미흡합니다ㅠㅠㅠ
(소곤소곤)다음작은 커플링인데 그다음작은 사극이에요(소곤소곤)
그럼 자커버스는 이만 물러갈게요!
10화 올라올때까지 기다려주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화 올라오면 본격적인 번외 공지와 차기글 공지로 뵐게요!
(아 암호닉 받습니당.차기글과 그다음 사극,그리고 유남상 번외에도 모두 사용하실수있는 암호닉으로 받아요 ㅎㅅ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