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닉
사진들이 보인다. 깔끔하게 세공되어 나무 특유의 무늬가 잘 살아난 탁자 위에, 꽤 오랜 전 것인지 흑백에 빛바랜 모양이 어딘가 고풍스러운 면모도 보여주고 있었다. 액자는 손바닥 두 개를 합쳐놓은 듯 적절한 탁자용 그기도 있었고, 한 손으로 들고 다닐 수 있을 만한 작은 크기의 것도 있었다. 사진 속 인물은 한 명 일 때도 있고 두 명, 세명 일 때도 있었지만 중복되는 인물은 변하지 않았다. 머리를 깔끔하게 넘긴 정장을 곱게 차려입은 사진과, 수수하게 내려 단체로 찍은 가족사진 등. 흑색이라 얼굴은 자세히 나오지 않았지만 사진 속 주인공이 꽤나 잘생겼다는 사람 이란 건 알았다.
살짝 웨이브 진 금발을-어머니가 금발이었다.- 길게 늘어뜨린 젊은 여성이 접시 두 개를 들고 사지이 가득 세워져 있는 탁자 바로 옆 식탁에 올려놓았다. 작게 자른 버터와 메이플 시럽이 올려진 핫케이크였다. 달큰한 냄새에 이끌린 애완 강이지는 혹시나 제게도 뭔가 줄까 그녀의 발 앞을 계속해서 알짱 거리고 있었다.
그 뒤로 넘어가자 베란다에 머리가 하얗게 물들었지만, 젊었을 때의 미모를 잃지 않은 듯 한 늙은 노인이 주름지고 굳은살이 가득 박힌 손으로 열심히 도자기를 빚고 있었다. 노인은 남성이었다. 손에 물을 묻혀 가며 도자기를 빚는 그의 손길은 세심했고, 흙덩어리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살아있었다. 그렇게 점점 모양을 잡아가는 흙덩이를 바라보던 그의 손놀림이 일순간 뚝- 하고 멈추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작은 탁자 위에 놓은 작은 TV로 시선이 꽂혔다.
TV에서는 한창 세상을 뜨겁게 달군 한 보물 탐험가의 이야기로 들썩이고 있었다. 노인이 지팡이를 집고 힘겹게 일어나 TV 앞으로 다가갔다. 뉴스의 주제는 1912년 모두의 관심이 쏠렸던 '타이타닉' 이었다. 뉴스를 바라보는 노인의 검은 눈동자가 크게 일렁였다. 일순간 멍하니 멈춰 뉴스를 바라보는 그의 모습에 부엌에서 주스를 꺼내던 여인이 그에게 물었다.
"왜 그러세요?"
"소, 소리 좀 켜 봐."
여인이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더니 소파 위에 올려진 리모컨으로 볼륨을 높였다. 배위에 있는 남자와 뉴스 앵커가 한 화면에 나오더니, 이내 깊고 깊은 바닷속 부서진 배가 화면에 잡혔다. 이번 목표가 그 유명한 떠오르는 태양이란 반지 라면서요? 네, 그렇습니다. 오늘에서야 침몰한 타이타닉의 내부를 볼 수 있었는데요, 보시죠! 84년 동안 저 깊은 바닷속에 묻혀 있던 그림입니다. 저 그림 속 남성이 낀 반지가 저희가 열중해서 찾는 떠오르는 태양…! 그림 속 남성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노인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중얼거렸다. 그리곤 제 옆에 서 있던 여인에게 전화기를 가져다 달라 부탁하곤 곧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누군가 받았고, 그는 말했다.
"혹시, 떠오르는 태양을 찾으셨나 해서 연락했다오."
* * *
저 멀리서 헬기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거의 가까워진 헬기에 바라보던 안경을 낀 남자가 어이없다는 듯 보물 탐험가를 바라보았다. 저 배가 언제 가라앉을 줄 알아? 1912년이라고! 1912년! 로빈 데이아나는 17살 때 그곳에서 죽었다고! 저 그림 한 장을 남긴 채로! 듣고 있어? 짐 키스!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저절로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에 가만히 듣고 있던 짐은 묵묵히 헬기 착륙장으로 걸어갈 뿐이었다. 만일 살아 있는다면 100살은 가뿐히 넘어야겠지! 그래 맞아. 저 할아버지 다음 달이면 101세야. 하하- 웃기지 마! 저 할아버지 뒷조사를 해봤더니 1920년대부터 배우를 했더군! 배우는 거짓말이 생명이지! 성도 완전히 틀리다고! 로빈 퀸타르트? 웃기지 말라 그래!
안경을 쓴 남자는 점점 더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더 알려줘? 그리곤 세레나 라는 여자와 결혼했고 자식을 낳았는데! 아내가 죽자 시더래피즈로 이사를 갔어! 마을도 형편없더군! 그 남자의 말을 계속 듣던 짐이 발걸음을 멈추더니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뭐가 됐든 반지를 아는 할아버지이고 침몰한 배에서 살아남은 분이야."
헬기가 착륙했다. 강한 바람 사이로 그의 짐들이 하나 둘씩 나왔다. 아주 휴가를 즐기러 오셨구만! 안경을 쓴 남자가 불순하게 중얼거렸다. 그에 개의치 않다는 듯 짐은 휠체어를 타고 여럿 인부들이 잡아 내려주는 그에게 다가갔다. 짐 이라고 합니다. 짧게 손을 잡으며 인사 한 짐이 그를 안으로 모시라는 말을 남긴 채 뒤따라 내리는 손녀 캘디쉬에게 악수를 건넸다. 특별실로 안내 해드리죠!
*
특별실 탁자에 사진을 나열하던 노인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방이 마음에 드시나요? 짐의 물음에 밝은 미소로 화답해 주었다. 그러곤, 제 손녀 리지를 보셨나요? 나를 아주 잘 돌봐 준다오. 손녀에 대한 자랑을 하려 꺼낸 말이었지만, 아까 갑판에서 봤잖아요, 할아버지. 라는 리지의 답에, 아아. 내가 요즘 자주 깜빡하는구나. 하며 익살스럽게 웃었다. 그러자 짐을 따라온 안경을 쓴 남자가 인상을 쓰며 잘게 고개를 흔들었다.
"혹시 더 필요한 건 없으신가요?"
짐이 물었다.
"네, 있어요."
내 그림이 보고 싶군요.
* * *
그의 눈이 빛났다. 물속에서 영롱한 빛을 발산하는 듯 아름다운 그림을 보는 그의 표정은 살짝 미소 지은 게 기분이 좋아 보였다. 편하게 와이셔츠 하나로 아래를 아슬하게 가린 남성의 손에는 크고 굵은 보석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저 반지가 바로 떠오르는 태양입니다. 루이 16세의 왕관 중앙에 박혀 있던 푸른 보석인데, 왕이 교수형 당한 시기인 1792년도에 사라졌고 다시 세공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아시는 게 있습니까? 안경을 쓴 남자가 자료를 뒤적거리며 말했다.
"아아, 알다마다. 보석이 무거워서 이때 딱 한번 끼웠다오. 이걸 결혼반지로 쓰려 하다니… 내 손가락이 남아나질 않았을 게야."
"정말 할아버지 맞아요?"
"그야 물론이지! 나도 젊었을 땐 잘생겼는데…."
그림을 살펴보는 그의 모습에 짐이 살짝 웃고는 말했다. 저 반지는 타이타닉과 함께 침몰했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할아버지가 나타나셨죠. 할아버지는 저희에게 아주아주 중요한 사람입니다. 말을 마친 짐이 휠체어를 다른 곳으로 끌더니 터이블 위에 덮여 있던 천을 끌어내렸다. 일등실 할아버지 방에 있던 물건이에요. 아시겠어요? 테이블 위에 정렬된 물건들을 훑던 그의 손이 떨렸다. 그러곤 힘겨이 떨리는 손으로 가장 가까이에 있던 회중시계를 들어보았다. 도금된 금이 벗겨졌지만 시계 바깥 문양은 그대로였고, 시계를 열자 금이 간 유리와 한쪽 면에 박힌 거울이 눈에 들어왔다. 아아, 그때 봤던 그대로야. 이건 16살 생일 때 아버님께 받은거라우. 거울에 모습을 비춰보던 그가 말했다.
"그런데 거울 속 모습은 변했군."
"여전히 멋지신데요."
"하하, 그것참 고맙군."
그렇게 말 한 그가 주위를 둘러보더니 여러 화면들로 시선이 꽂혔다. 수많은 화면이 타이타닉 내부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기계가 파고든 일등실 내부. 그가 휠체어에서 힘겹게 일어나 화면을 쭉 훑어보더니 해탈한 웃음을 한 번 흘리고 다시 앉았다. 너무 아름답지 않소? 타이타닉은 정말 꿈에 배였다오. 그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 그를 바라보던 짐이 힘겨이 입을 열었다. 타이타닉의 거의 유일한 생존자 일 수도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그때의 일을 알려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가 골똘히 생각하더니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짐은 제 옆에 조수에게 녹음기를 가져와라 시키더니 이내 말씀하세요, 라는 정중한 부탁을 하였다.
"아아- 벌써 84년 전 예기인데…."
"괜찮습니다. 기억나시는 것만 알려 주세요."
"타이타닉."
타이타닉은 그 당시 모두가 생각한 꿈에 배라우. 한 번 타보고 싶어 안달 났던 그런 배였어. 그라나 나에겐….
"노예선과 다름없었지."
그가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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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타이타닉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써!!!!!!!!!!! 비슷한듯 안비슷한 비슷한듯한글입니다!!
줄로만세!!!!!!00화라서 짧아요ㅠㅠㅠㅠㅠ
모니터머더라 같이 동시연재 될것같은데 하...둘다장편이네,.....?(나가죽자)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중간에 미약하게나마 베드씬나옴.....미침.....어케써야대....?
와 나 내가 남자랑 해본적이 없으니(?????) 어케써야할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음화부터 포인트설정하고싶은데...포인트설정하면안봐줄까봐ㅠㅠㅠㅠ
댓쓴다면 돌려준다는게 사실인가요,....모리겠다......
만일한다면얼마가좋을까..아예안하는게 나으려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