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안!!" 너는 나를 향해 돌아보며 환하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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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너를 봤을 땐 참, 하얗다고 생각했다 두번째 봤을 땐 너의 눈웃음 때문에 특이하다고 생각했고 그다음으로 봤을 땐 넌 유난히 덜렁거려서 보는 사람들까지 조마조마하게 만들었었다 우리는 중학교, 고등학교를 같이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 왔다 너는 우연이 신기하게 반복된다며 아이처럼 웃었다 사실, 그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제야 너를 안지 몇 년이 다 되어서야 나는 어렴풋이 느끼고 있나 보다 너는 일상을 부유하는 먼지처럼 흩날리는 벚꽃처럼 아무도 모르게 내 안에 겹겹이 내려앉았다 나는 너에게 이것이 무엇인지 설명할 수 없다 그것은 차마 그 어떤 단어로 치환해서 말하기엔 버겁고도 환희에 찬 감정이다 좌절스럽고 슬프지만 동시에 놀라운 감정이다 그것을 입 밖에 내는 순간 꿈처럼 깨어질 것 같기에 말하기조차 두려운 감정이다 보통 친구에게 이런 감정을 품진 않으니까. ..사랑하진 않으니까. 네가 내게 다가오는 순간순간에 나는얼었던 풀꽃이 봄바람에게 느끼는 따스함을 느꼈다 항상 좋아한다면 좋아한다고 말하는 편이었고 나는 내 자신에 자신감이 있었다 그리고 상대도 날 좋아하게 할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네 앞에 서면, 내가 아닌 것 같은 내가, 온통 사랑 세포로 이루어진 것 같은 내가 있다 너의 한마디 한마디는 내게 너무나 큰 무엇으로 다가와 내 마음에 기둥을 세운다 네가 지나가는 농담으로, 넌 나 좋아하잖아라고 한 마디 한 것 때문에 내 온 세상이 순간 떨렸던 것을 너는 알까 너는 알고 있을까 내가 너를 이런 시선으로 본다는 것을 나와 어울리지 않는 감정에 이렇게나 취해 있다는 것을 내가 너에게 고백하기로 마음먹은 다음날 네가 연인이 생겼다며 설레임 가득한 모습으로 내게 축하를 부탁했을 때 나는 널 담아두었던 마음이 와르르, 쏟아지는 것을 느꼈다 사랑 조각들은 상자에서 쏟아져 내 마음 바닥으로 아프게 떨어진다 아프다, 생각보다 정말 아프다 그러나 너를 내 인생에서 영원히 잃는 것보다는 덜 아플 것이기에 나는 고백 대신 울컥하는 눈물을 애써 주워담고 눈에 뭐가 들어간 것 같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내일, 너는 나의 축하를 받았던 그 사람과 결혼을 한다 나는 들러리를 해달라고 부탁하는 너에게 고갤 끄덕였다 너의 신부는 아름답지만 너보다 아름답지 않다 흰 웨딩드레스는 찬란하지만 역시 너보다는 찬란하지 않다 그리고 오늘 나는 한국을 떠난다 너에게는 여행을 간다고 둘러대는 짧은 문자를 남겨 놓았다 캐리어 하나를 끌고 공항에 들어서며 나는 생각한다 내가 너를 사랑하지 않았었던 그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 너의 쌍커풀 진 예쁜 눈과 웃을 때 생기는 사랑스러운 표정들과 맑은 생각들을, 내가 한때 그런 아이를 사랑했었지, 하고 잊고 살 수 있을까 로빈을, 잊고 살 수 있을까
Lovelorn[형용사] - 사랑에 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