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느 날 아침에 이를 닦다 문득 알게된 사실인데
나, 지원이 형을 좋아하나봐.
2.
여성스러움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고, 그렇게 예쁜 얼굴도(심지어 나보다 키도 크다!) 아닌데 어쩌다 좋아하게 된걸까.
귀에 들어오지 않는 수업내용을 흘러보내며 곰곰히 생각해도 좀처럼 답이 나오질 않아. 도리어 떠오르는 형의 얼굴에 볼이 홧홧해져가는 것만 같고, 이게 뭐람.
이유모를 억울함에 속이 답답해지는 것 같아. 형 보고싶다. 아, 수업 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3.
의자를 뒤로 죽 뺐지만, 엎드린 뒷통수는 잠잠하다. 흔들거리는 의자에 기대 그대로 얼굴을 비죽 내밀었다. 그제서야 구준회는 고개를 쳐들며 불만스레 중얼거렸다.
"돌았냐? 얌전히 자는 사람을 왜 건드리고 지랄이야."
개식겁했네. 미칠거면 곱게 미쳐라. 쨍- 울리듯이 쏟아져나온 말을 끝으로 다시금 머리통을 푹 수그리려는 모습에 다급하게 입을 뗐다.
"아, 자지마. 야, 구준회! 할 말 있단 말이야."
"아! 뭔데!"
버럭 짜증을 내며 찌푸려진 미간을 보니 새삼스레 쟤 얼굴이 험악하다는 것이 와닿는다. 깡패같아….
언듯 측은한 마음이 스쳐지나갔지만 나와는 상관없고, 그리 별 문제가 된 것도 아니니 넘어가기로 했다. 지금 중요한 건 저게 아니니까.
꿀꺽, 직접 입 밖으로 내뱉자니 새삼스레 치미는 부끄러움에 목이 탔다. 재촉하듯 바라보는 시선에 겨우 말을 할 수 있었다.
"나 좋아하는 사람 생겼어."
나름 용기를 가지고 내뱉은 말이건만 무참히 구겨지는 구준회의 인상에 멘탈이 부서져내렸다. 이야, 이건 또 탈탈 털린 기분인걸.
"아, 예. 그래서 뭐 어쩌라고."
"아니 그냥, 뭐 연애상담이랄지……,"
"덥쳐."
구준회는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 미처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툭하니 내뱉었다. 성의고 뭐고. 감동도 재미도 없는 답변이잖아.
"그런 거 말고."
눈썹이 축 내려진 기분이다. 하나라고 있는 친구가 연애상담도 안해줘요. 찡찡
"그럼 자빠뜨려. 병신아. "
"미친놈이……."
표현만 바뀐 똑같은 멘트에 비속어가 튀어나왔다. 좀 진지하게 대답해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