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각!엄마 나 지각이야!!!" "쯧쯧... 잘 한다 잘해. 식탁에 두유랑 팥빵 있으니까 갖고 가서 먹어." "고마워,엄마!" 이런, 오늘도 또 지각이다. 어제 틴탑 토크쇼 영상을 보다가 깜빡 잠든 것 같은데... 일어나보니 시계는 야속하게도 8: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30분까지 가야 하는데. 어쩔 수 없다. 전속력으로 뛰어봐야지. 나 이래뵈도 초등학교 때 육상 조금 했었다구! 머리를 똥머리로 틀어올리고, 신발끈을 꽉 조여매고. 3,2,1... Run! 그렇게 5분 쯤 달리는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몸이 앞으로 쏠리는 느낌이 들었다. 말하자면, 아스팔트와 키스할 것 같은 기분, 그런 기분이었다. 그런데... 누군가 내 손목을 잡아왔다. 명찰을 힐끔 보니... 봉준우? 봉준우? "헐 오리, 너도 지각이냐?" "지금 말할 시간 아니거든? 빨리 일어나! 안 일어나면 지금 선생님한테 뭐라 듣는 줄 알아? 선생님이...#@#!!#~!" "으... 입 좀 다물라! 다물라 제발!" 나는 오리 새끼가 내 생명의(정확히 말하자면 내 얼굴의) 은인임에도 불구하고... 저 오리 새끼의 요망하고 간사스런 입놀림까지는 차마 용서를 할 수가 없어서, 결국 오리 새끼의 입을 찰싹찰싹 때릴 수 밖에 없었다. "아파 아파 아프다구!!!" "그러게 맞을 말을 왜 하냐? 왜 해!" 그렇게 아침부터 한바탕 소동을 일으키고 난 이후에야 학교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물론 학교는? 당연히 지각이었다. "어휴, 우리 준우랑 ㅇㅇ이는 어쩜 이렇게 출석태도가 예쁘실까?(웃음)" 선생님의 반어법에 아이들은 뒤로 넘어갈 듯 웃었고, 그리고 맨 뒷자리의 오철희. 아니 커피콩은 정말 세상에서 가장 얄밉게 입을 놀리기 시작했다. "선생님, 준우랑 ㅇㅇ는 연애질을 하는 것 같습니다아~!" 그 말에 아이들은 각자 다르긴 하지만 따라서 얄미운 말들을 골라 하고 있었다. "올~" "러브러브!" "사겨라(짝)!사겨라(짝)!" 아니, 공짜로 줘도 안 가질 봉준우랑 나랑 뭐? 사겨? 러브러브? 이게 뭔 만수르 포인트 쓰는 소리야? 결국 나는 오철희를 째려보며 이렇게 말했다. "입 다물어라 커피콩. 그리고 한 번만 더 요망한 입으로 오리 새끼랑 연애 뭐 이딴 이야기하면 확 로스팅 해버린다!" 그 말에 오리 새끼는 날 어이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면 지가 뭐 어쩔건데? 나는 오리 새끼를 바라보며 최대한 얄밉게 혀를 내밀었다. "에베베베...메롱메롱메롱~" "이게!" 이런 우리를 담임 선생님은 기가 찬다는 듯이 썩소를 지으며 바라보다가, 바로 우리의 두 귀를 잡아올렸다. "아악!" "아아앍아아앍!!!아파요 쌤!@~#!~!!!" "지각생들 둘이서 참 쿵짝이 잘 맞지? 엉? 근데 두 번만 쿵짝 잘 맞았다간 출석부가 지각 기록부 되겠다 이것들아!!" 그렇게 나는 왼쪽 귀, 내 베프인 오리 새끼는 오른쪽 귀가 빨개질 때까지 벌을 받다가, 결국 뒤에 가서 벌 받을 때의 가장 고전적인 자세인 '손 들고 무릎 꿇기' 자세로 또 벌을 서야만 했다. 그 때, 우리를 벌 세우던 담임 선생님이 갑자기 복도로 나가 전화를 받기 시작했다. 그것도 아주 나긋나긋,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머리칼을 귀 뒤로 넘기기까지 하면서. "네, 어머님. 아. 도착하셨어요? 네네~ 아 제가 얼마나 아이들을 사랑하는데요. 네~ 그럼요." 그리고, 담임 선생님은 나와 오리를 향해 자리로 들어가라는 손짓을 보냈다. 예쓰! 오늘은 신이 도우는구만! 근데, 정말 우웩인것은, 어떻게 저렇게 눈 깜빡하지 않고 연기를 잘 할 수가 있냐는 것이었다. 우리 담임선생님의 연기력을 평하자면, 정말... 연민정급이라는 말 밖에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저렇게 담임 선생님이 연민정급 신들린 연기를 보일 정도라면, 진짜 우리 반에 누가 오기는 오는 모양인 것 같았다. 교육청 사람인가? 대체 누구지? 때마침 통화를 끊은 담임 선생님은 우리를 향해 말했다. "애들아, 전학생 올 거야." 그리고, 몇 분 뒤, 굳게 닫힌 앞문에서 경쾌한 노크 소리가 세 번 들려오기 시작했다. "똑.똑.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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