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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 전체글ll조회 628l

에네스 카야 X 다니엘 스눅스

 

학원물 03

 

 

 


울컥, 속에서 무언가가 치밀어 올랐다. 선생님이 한마디 한마디 할때마다 그 입을 당장 틀어막고 싶었다. 걱정해주는 척, 챙겨주는 척 온갖 척이란 척은 다해대면서 정작 제일 나에 대해 무관심한 사람. 나의 학교 생활은 어떻냐고? 그 질문의 답은 나를 조금만 주의깊게 보았다면 충분히 알 수 있는 답이었다. 있는 듯 없는 듯 죽은 듯이 살고 존재감이 드러날 때는 아이들에게 둘러쌓여 모욕을 당하거나 어른들 앞에선 친하게 지내는 척하며 알랑방구를 뀌다가 어른들이 사라지고 나면 이리저리 맞고 밟히고 걷어차이는 등의 행위를 당하는 나에게 괜찮은 것 같아 다행이라고? 속에서 분노가 차올라 선생님은 보이지 않게 주먹이 꽉 쥐어졌다. 눈 앞에 보이는 모든 물건들로 당장 선생님의 입에 쑤셔넣어 말을 더 이상 꺼낼 수 없게 하고 싶었다.

 

 


"힘든 것 있으면 얘기하고, 선생님이 그러라고 있는거니까-"

"...네."

"그래 그럼 이제 가봐도 되겠다."

"...."

 

 

이제 가보라는 말에 인사도 하지 않고 돌아서서 교무실을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선생님과 얘기를 할 때 흘끔거리던 나를 향한 다른 선생님들의 시선과 싸구려 동정으로 쌓여진 그 위선이 다시금 생각나자 금방이라도 토할 것만 같이 토기가 치밀어 올랐다. 역겨워. 급하게 화장실로 뛰들어가 맨 앞칸의 변기에 대고 헛구역질을 했지만 나오는 것은 없었다. 그럼에도 무언가 답답하게 금방이라도 역류할 것만 같은 이 기분이 찝찝해서 입을 계속 헹구며 거울 속의 나를 보았다.

 


"...."

 


세상 어둠이라는 어둠은 모두 내가 집어삼킨 것 같은 모습이 담기자 얼굴이 더욱 찡그려졌다. 인생에 있어 몇년동안 나누어 먹어야 할 슬픔과 암울을 한번에 밀어넣어서 이렇게 속이 더부룩한 것일까. 그렇다면 나는 과연 몇년치의 불행을 먹은 걸까. 내가 먹은 만큼의 불행을 일찍 겪고나면 그만큼의 미래에는 확실한 행복이 보장되있는 것일까. 끊임없이 던지는 해답이 없을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잇고 늘어졌고 그 끝에는 단 하나의 질문만이 나를 메웠다.

 

 

이 답답한 속을 게워내 줄 나의 빛, 나의 행복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

 

 

 

"누구냐?"

 


혼자서 우울하게 거울 속의 나를 바라보고 있을 때 뒤에서 어제 나를 구해준 에네스라는 사람이 화장실 저 깊숙한 곳에서 걸어나왔다.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조금 당황한채 그를 바라보자 입가의 물려진 담배가 보였다. 내가 어렸을 적에 엄마가 담배를 피우는걸 자주 보았던지라 담배가 낯선 것은 아니지만 특유의 매케한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나는 담배를 꺼달라고 하면 해꼬지를 당할까하는 생각을 하며 말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나를 발견하더니 아, 하는 약간 바보같이 벙찐 외단마디의 소리를 내고는 담배를 입에서 빼내어 발로 지져 꺼주었다. 아직도 이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제의 일과 지금 이런 모습을 보니 양아치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를 괴롭히는 쓰레기들보다는 훨씬 나은, 최소한의 매너는 있는 사람인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니가 여기 왜있어?"

"...그러는 그 쪽은요."

"나야 뭐. 늘 있던 데니까."

"아 예..."

"너. 나랑 매점가자."

"네?"

 


왜 여기 있냐는 질문에 당황해서 입만 작게 벙긋이다 굳이 대답해줘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 똑같이 반문하자 작게 어깨를 으쓱이며 대수롭지 않게 늘 있던 곳이니까. 라고 말한 그는 바닥에 지져꺼버린 담배를 보며 조금 아까운 듯 내려다보며 입맛만 쩝쩝 다시다 뜬금없이 매점타령을 하였다. 매점을 가든 말든 내 알바는 아니었지만 문제는 다짜고짜 내 손목을 덥썩 잡고 앞장서는 그 때문이었다. 때마침 울리기 시작하는 수업 종소리 덕에 더욱 당황하며 지,지금 종치고 있는데요? 라고 다급하게 말하자 째. 그렇게 단호하게 내 말을 끊어버리며 성큼성큼 걸어가는 그 기세에 포기하고 보폭을 맞추기 위해 발을 빨리했다.

 

-

 


"맛있냐?"

"우에-"

"뭐라는거야."

 


걸어오는 내내 남고에 쓸데없이 왜 그렇게 거울과 유리창이 많은지 안보려해도 계속 비춰지는 그와 나의 객관적인 키차이를 보자 신체적인 조건의 한계로 인한 패배감에 매점에 도착한 후로도 거울을 보며 입을 뚱하고 튀어나온 나를 본 남자는 입막음용인지 크림빵과 우유을 사주었다. 음료들이 놓여있는 곳에서 한치의 고민도 없이 우유를 집어드는 모습에 입가에 설마 나더러 키크라고 이렇게 돌려서 엿먹이는 건가 싶어 비틀린 미소가 지어지기는 했지만 괜히 호의를 삐딱하게 받아드리는 것 같아서 (어차피 우유를 싫어하는 것도 아니니까) 꾸벅 인사를 하고 빵과 우유를 받아들고는 입으로 바로 가져갔다. 옆에서 캔 음료수만 홀짝홀짝 마시며 나를 빤히 보는 그의 시선이 조금 부담스러웠으나 괜히 눈이 마주치면 어색해질거 같아서 눈은 내리깔고 오로지 빵만 쳐다보면서 묻는 말에 대답했다. 입에 든게 많아서 웅얼거리는 소리로만 들리기는 했을테지만 남자도 그것에 대해 딱히 지적하지 않았다. 원래라면 시장통 뺨치게 시끄러운 매점이지만 수업이 시작되서 그런건지 아니면 이 남자가 들어와서 그런건지 슬금슬금 나가는 몇몇 아이들 덕분에 둘 중 어느 누구 하나가 먼저 입을 열기 전까지는 정적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평화롭고 조용했다.

 


"근데 너 수업째고도 당당하다?

"이으이애어으어-"

"입에 있는거 다먹고 말해."

"...이미 짼거 어떻게 하겠어요."

"생각보다 쿨하네?"

"...."

"흠... 그런데 말야, 어제는 무슨 일이었어?"

 


남자는 이미 짼거 어떻게 하겠냐는 내 말에 피식.하고 김빠진 소리로 작게 웃으면서 막대사탕을 까 입 안에 넣고는 어제의 이야기를 꺼냈다. 어제, 라는 단어에 얼굴이 묘하게 일그러진 것을 눈치챈건지 말하기 곤란하면 하지말고- 하며 한발 물러나 주는 모습에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아니에요, 뭐 상관은 없는데... 그다지 듣기 좋은 얘기는 아니라서. 그렇게 말하자 사탕만 도록도록 이리저리 굴리다 어깨를 한번 으쓱해보였다. 그냥 네가 싫으면 말란 말이었어. 굳이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안해도 되고. 그 말에 피식 웃었다. 나한테 선택권이라는게 있는 일이 근래엔 과연 몇이나 되었을런지, 늘 은근한 협박 아니면 노골적인 압박 뿐이었는데.

 


"...콩가루 집안에서 태어난 것도 죈가봐요."

"...."

"아빠는 성실하고 바른 사람이었대요, 할머니 말로는. 그런데 절친한 친구한테 사기를 당하고 큰 빚더미에 오르면서 마약이랑 도박으로 빠진거죠. 그러다가 갚을 길이 없어서 장기매매 당하셨고."

"...."

"엄마는... 엄마는,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 다른 남자랑 눈이 맞아서 할머니랑 나랑 버리고 간거고... 사실 그 때 걔네가 한말 중에 틀린 말. 없어요."

"아니야."

 


갑자기 들려오는 남자의 단호한 목소리에 아래로 내리깔고 있던 시선을 위로 해 눈을 마주보았다. 화가 나 보이기도 하고 단호해보이는 눈을 마주하자 어딘지 모르게 움츠러 드는 것 같았다. 넌 창놈 아니잖아, 그건 왜 아니라고 안하는거야. 그 말에 갑자기 눈가에 홧홧하게 열이 오르는 듯 했다. 아빠는 마약에 도박쟁이, 엄마는 유부남이랑 눈 맞고 도망친 여자, 그리고 나는 창놈. 모두가 나를 향해 그게 사실이라고, 인정하라고. 그렇게 손가락질만 했었는데 내 앞의 이 남자가 지금 나에 대한 소문에 화를 내주고 있는 것이 기쁘기도 하고 너무 놀라서 안믿기기도 하고. 솔직히 조금 싱숭생숭했다. 너 아니잖아, 너 그런 애 아니잖아. 단 한명이라도 그런 말을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루만 지나면 생길거야, 하루만 더 지나면 생길거야. 그게 지나고 지나 어느새 일년이 훌쩍 넘어있었고 나도 모르게 없을 거라 단정지으며 주위 사람들에게 굴복하며 살아갔었는데 내 편이라니.

 


"...맞아요. 나, 몸팔고.. 그러는 놈 아니에요."

"...."

"고마워요."

 


조금만 긴장을 풀면 눈물이 흐를 것 같아 눈에만 신경을 쓰느라 뭐라고 말 했는지도 기억에 나질 않았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도 힘들만큼 발음이 많이 뭉게졌던 것과 묵묵히 듣고만 있던 남자, 아니 에네스가 했던 한마디만 기억에 남았다. 네 잘못이 아니야, 넌 잘못한 것 없어.

 

 

 

-

 

 

 

"다녀왔습니다."

"대니니?"

"네, 근데... 할머니."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다 한참만에야 겨우 집으로 발을 들였다. 조심스레 문을 닫고 다녀왔다는 인사를 하며 작은 방 한켠에 가방을 내려놓고 할머니가 계시는 방으로 얼굴을 빼꼼 들여다 보자 창 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계시다가 나를 돌아보는 할머니의 얼굴이 눈에 담겼다. 할머니에게 학교로 전화하셨냐고 물어보고 싶었으나 종례할 때 깜빡했다는 듯 할머니께서 너한테 말해주지 마라고 했으니 아는 체 하지 말아달라 하던 담임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라 물어볼 수도 없기도 했고 그 말을 꺼낸다해도 할머니 딴엔 걱정이 되어 한 말이었을테니 막상 내가 무어라 할 말은 없었을 것이라는 것도 한 몫했다. 어색한 웃음과 함께 그냥, 오늘따라 할머니가 너무 어려보여서. 라며 농담으로 넘겨버렸다. 할머니는 웬 팔자에도 없는 애교냐며 나무라긴 하셨지만 결코 적은 나이도 아닌 사춘기의 손자가 그런 말을 해주는 것이 좋은지 두어번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셨다.

 


"대니, 그런데 요즘 정말로 아무 일 없는거지?"

"...응. 나 진짜 아무 일 없어."

"할머니는 대니가 혹시 힘들진 않을지, 그게 너무 마음이 아파."

"할무니 왜그래... 나 완전 인기많아, 인기쟁이야. 몰랐지?"

 

 


친구들도 나 너무 좋아해서 맨날 같이 축구도 하고 가끔 놀러가기도 하고, 선생님도 날 너무 예뻐하셔서... 아무 일없어. 정말이야. 나 좋아하는 여자애들도 되게 많다? 며칠 전에도 어떤 애가 내가 좋다면서 초콜릿을 주고가는 거 있지? 그렇게 말할 적마다 가슴 한켠이 바늘로 찌르듯이 작게 따끔거렸다. 할머니는 물론이고 나 자신마저 속이고 있다는 죄책감에 찢어질 듯 마음이 아팠지만 차마 사실을 말할 용기가 없었다. 그리고 사실을 말 할 용기가 있다 해도 사실을 말한 그 후의 후폭풍을 견뎌낼 자신은 없었다. 아니, 나는 그 후폭풍을 견딘다해도 할머니는, 우리 할머니는 후폭풍은 커녕 진실과 마주하는 그 자체로만으로도 쓰러져 버릴지도 몰랐다. 쓰러진 할머니의 모습을 볼 바에야 할머니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늘어놓아야 할 거짓말에 가슴이 갈갈이 찢기고 하루하루를 죄책감에 시달리며 셀 수 없이 많은 그 거짓말들을 하는 것을 견뎌내는 것이 백배는, 천배는 나았다. 할머니를 위해서, 아니 나를 위해서는. 견뎌낼 수 없다 하더라도 그래야만 했다.

 

 


"친구는... 친구는 많이 있니?"

"응, 나 친구 진짜 많은 인기쟁이라니깐?"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실은 할머니는 대니의 친구를 한번도 본 적이 없는거 같아서 혹시 무슨 일이 있는건 아닐까 싶었어."

"...응?"

"대니가 할머니한테는 한번도 먼저 친구 얘기를 꺼내지 않아서... 대니 말을 들어보니 다 쓸데없는 걱정이었구나."

"어, 응.. 할머니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줄은 몰랐어. 내,내가 그럼 조만간 꼭 친구를 데려올게!"

"정말?"

"응! 꼭 할머니한테 소개시켜줄게요. 내친구..."

 

 

다행이라며 웃어보이는 할머니의 미소를 바라보며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어떻게든 좋게 생각하고 뭐라도 할 수 있는 것을 다하리라 마음 먹었지만.  그래도 이번엔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도통 모르겠다고.

 

 

 

 

=

 

 

모레가 시험인 저는 오늘도 비정상을 보며 시험을 포기하고 있네요..^^....ㅎ....

 

 

+) 지금 비정상보는 중인데... 다니엘..ㅠㅠㅠ 애기야ㅠㅠㅠㅠㅠㅠ

마음이 아프다ㅠㅠㅠㅠ 눈물 고이는거봐....ㅠㅠㅠㅠ 에네스ㅠㅠㅠ

네편이야ㅠㅠㅠㅠㅠㅠ 어휴ㅠㅠㅠ 뭔데 내 글이랑 비교되지ㅠㅠ

다니엘 편해주는 에네스는 저렇게 반짝바짝 해야하는데ㅠㅠㅠㅠ

저런 멋짐을 다 담아내지 못하는 내 필력의 한계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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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뜨자마자 출동!! 다니엘 말투 진짜 귀욤ㅠㅠ 매번 잘 보고있습니다!!♥
9년 전
독자2
잘 보고 있어요. 느낌은 다르지만 역시 에네스는 다니엘 편이네요 ㅎㅎ 애기 키 크라고 우유 먹이는 에네스 ㅋㅋㅋㅋㅋ
9년 전
독자3
하ㅜㅜㅜㅜㅜ오늘따라 방송에서의 에네스랑 호다가 많이 겹쳐보여서 가슴이 먹먹하고 우리 호다가 저런말하는것도 안타깝고 안쓰럽고ㅠㅜ다음편도 기다릴게요 잘보고있습니다!!!!
9년 전
독자4
작가님 ㅠㅠㅠ기다렸어요ㅠㅠㅠㅠ다음편도기대할께요ㅋㅋㅋㅋ★아이시테루요★
9년 전
독자5
할머니 걱정 안시켜드리려고 일부러 거짓말하는게 왜이리 마음아픈지 거기다가 네잘못 아니라고 말해주는 에네스 진짜 멋있네요ㅜㅜㅠㅠ잘읽었어요
9년 전
독자6
이제본 내가한심하다ㅠㅠㅠㅠㅠ 작가님 신알신해놓을게요 다음편도 꼭 올려주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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