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어제 그 여자가 오늘도 편의점에 왔다. 저 멀리서 비장한 눈빛으로 뚜벅뚜벅 걸어오는데 귀여워 죽는줄 알았다.
딸랑- 소리와 함께 그 여자가 카운터로 다가와 인사를 건넨다.
"어? 준회 안녕?"
"네 안녕하세요 ㅇㅇ누나"
그 한마디에 굳어있던 얼굴에 웃음이 번지며 하루동안 있었던 일을 재잘재잘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오물조물 웃었다 찡그렸다 하는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볼을 꼬집어 버릴 뻔 했다. 더 듣다간 내 이성을 주체하지 못할 것 같아 그 여자가 말하는데 끊어버렸다.
뭐 안살거냐는 내 물음에 즉석식품 코너로 쪼르르 달려가 이것저것 막 집어와 계산을 하고는 뛰쳐나가는 모습에 괜시리 미안해졌다.
근데 왜 어제부터 즉석식품만 저렇게 많이 사는건지, 건강에 안 좋을텐데.. 어제 보고 오늘 두번 본 여자인데 신경이 쓰이고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또 그 다음날 거의 일주일동안 그 여자는 편의점에 오지 않았다.
6시. 퇴근시간만 되면 괜히 편의점 밖을 쳐다보는데도 그 여자 그림자도 지나가지 않았다.
겨우 두 번 본 여자인데 왜 이렇게 신경이 쓰이는 건지 나도 내 자신이 이상했다.
그 날 저녁 알바가 거의 다 끝나가는 시간, 퉁퉁 부은 얼굴로 편의점에 그 여자가 들어왔다.
딸랑-
"어서.. 어? 누나!"
"어.. 준회야.. 오랜만이지~.."
라고 말하는 그 여자의 아니 누나의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그럼 일주일동안 아팠던거야? 아파서 밖에도 안 나왔던거야? 혼자 사는 것 같았던 그 누나의 아팠을 모습에 괜히 화가났다.
화를 억누르며 "누나 아팠어요?" 라고 겨우 물어봤는데 내 걱정에 또 베시시 웃어보이며
"아니야~ 그냥 좀 컨디션이 안 좋았어~" 라고 대답하는 누나의 모습에 속상함에 버럭 소리를 질러버렸다.
"아 누나!! 아프면 병원에 가야지, 바보같이 일주일동안 밖에도 안나오고 이게 지금 무슨 꼴이예요?"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지르는 내 모습에 놀랐는지 토끼눈을 하고서 나를 쳐다보는 누나의 모습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맨날 즉석식품 이런것만 먹고 얇게 입고 다니고 그러니까 이렇게 아픈거 아니예요 저 10분만 있으면 알바 끝나니까 잠깐만 기다려요"
누나는 나의 모습에 당황한 것 같으면서도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이며 편의점 구석에 있는 의자에 가만히 앉아 나를 기다렸다.
10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게 흘러가고 다음 타임 알바생이 오면서 내 시간은 끝이 났다.
"누나, 저 알바 끝났어요"
"어? 어.. 그래.."
여전히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하며 의자에서 일어나 편의점에서 나왔다.
"누나, 아까 화내서 죄송해요"
"아니야~ 걱정해줘서 고마워!"
"근데 누나 집에 먹을거 즉석식품 말고 없죠?"
"응.. 혼자 살아서 밥 해먹기 귀찮아서 그냥 즉석식품만 먹어. 왜?"
그 대답을 듣자마자 누나의 손을 이끌고 우리 집으로 곧장 향했다.
오늘 하루종일 내 돌발행동에 놀라기만 하는 누나는 이번에도 놀라며 뭐하는 짓이냐며 발버둥을 쳤지만
우리 집 앞에 도착하자 더 놀란 듯 가만히 서서 상황을 파악하는 것 같았다.
"자.. 잠깐만 준회야!"
"왜요?"
"여기 너희 집 아니야?"
"맞아요. 누나 아픈데 또 집 가면 아무것도 못먹을거 아니예요."
"그렇긴 한데.. 왜 너희 집으로 데려왔어?"
"몰라요. 그냥 얼른 들어와요."
그래, 나도 모르겠다. 이제 겨우 세 번째 보는 여자가 아픈게 나랑 무슨 상관이라고 이렇게 화가나고 복잡하고 심지어 우리집까지 데려온건지.
실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누나가 안 아팠으면 좋겠고, 내가 일하는 편의점에 매일 왔으면 좋겠고, 와서 수다 떨어주면 좋겠고. 그냥 그런 마음이다.
이게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누나같은 마음에서 그런건지. 누가 답을 내려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