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스로가 조용한 학생이었다고 생각한다. 교실에 존재함은 분명하나 알아차리기는 어려운. 나의 공기는 항상 내 책상 주변만을 감싸고 있었다. 교실의 한 가운데 앉아 있던 나는 반 친구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신을 감추려 했지만 이런 나를 비웃듯 그들의 공기는 무심히도 지나쳐 흘러갔다. 단 한사람 너를 제외하고는. 너와 어떻게 만났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같은 반이 되고 나서가 아닐까 어림짐작 할 뿐이다. 그러나 너에 대한 첫 느낌은 생생하게 떠오른다. 처음 스친 너의 온도는 뜨거웠다. 그래서 나는 너가 나와는 전혀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너를 피했다. 그러나 고맙게도 너는 내 주위를 맴돌았다. 나는 항상 종례 후 남들보다 천천히 가방을 챙겼다. 애들이 한바탕 지나가고 한적해진 복도의 울림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어느 날 부터 너는 수업이 다 끝난 교실을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새 네 발소리는 내 발소리의 끝을 쫓고있었다. 생각보다 가벼웠던 너의 운동화 소리에 내 공기는 조금씩 흔들렸다. 너를 멀리하고자 했던 나의 생각은 그 작은 움직임들에 의해 사라져버렸던 것 같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너가 뜨거웠던게 아니였다. 다만 그 때 내가 너무 차가웠던 것이었다. 그러나 너는 내가 알아차리기도 전에 나의 공기를 흔들었고 나에게 스며들었으며, 너의 따뜻함으로 나를 껴안았다. 당시의 나는 자신의 변화를 알아차리기에는 미숙한 아이였지만 어느 순간 나는 너에게서 나의 공기를 느꼈다. 너의 공기는 나의 공기가 되었고 너의 흐름에 맞춰 나는 흘러갔다. 너무 많이 떠내려갔음을 깨달았을 때는 나는 너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뒤를 돌아봤을 때 너는 없었다. 나에게서 너를 남겨둔 채 너는 없었다. 나는 나에게 남아 있던 너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너를 형용할 수 없었다. 너를 받아들이는 순간 너는 찰나의 기억으로 머무를 것만 같은 두려움에. 그냥 나는 너를 품에 안았다. 내가 이름없는 너를 부르지 못하자 너는 내게서 희미해져갔다. 몇년이 지난 지금, 나는 너를 다시 떠올려 본다. 너와 나를 감싸던 그 공기는 첫사랑이라고 부르기에는 미지근한, 풋사랑의 따스함이 아니였을까... 그래. 나는 이제 너를 풋사랑이라고 불러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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