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청명한 가을이라는 것을 증명해주듯 하늘은 내게서 더 멀리, 더 높게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인터넷이나 텔레비전이나 요즘은 죄다 연애하는 것들 이야기 뿐이고, 외롭다 못해 고립된 나는 그저 가을 하늘만을 탓하고 있었다. 하늘을 사랑하는 탓에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는 거창하고도 오글거리는 이유를 대는 것은, 사랑이라는 것이 매우 비참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느 작가의 글에서 보았던가, 결국 자신에게 없는 것을 충족하는 사람을 원하는 게 사랑이며, 의존하려 드는 것이 사랑이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논하는 것은 그것이 우리를 얼마나 감성적으로 만드는 것인가를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지 싶다. 이름만 들어도 얼마나 설레는지, 사랑 사랑 되뇌어 본다. 낙엽이 떨어진다. 퀴퀴한 은행 냄새가 코를 찌른다. 어쩐지 오늘, 사랑은 시큼한 맛일 것만 같다. 하지만 아직은 모른다. 껍질을 벗어내야 그 진면모를 아는 은행처럼, 시큼한 껍질을 한 꺼풀 벗겨내면 그것이 그제야 미친듯한 달콤함으로 몰려오거나. 아니라면 더욱 시큼한 내음에 혼절할 듯이 취해버리거나. 어찌되었든, 취하는 것은 술이고 사랑이고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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