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에서 묻지마 살인사건이 발생하였다. 용의자는 젊은 남자. 사건을 듣고 상황이 일어나고 있는 곳으로 서둘러 향하였으나, 우리가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네명의 사람이 피를 흘리며 길가에 쓰러져 있었고, 용의자는 그들을 찌른듯한 칼을 들고 실성한 듯이 웃고 있었다. "경찰이다. 순순히 꼼짝말고 칼을 버려." 주변에 있던 시민들의 눈은 두려움에 사로잡혀 굉장히 떨고 있었다. 분명 이 주변에는 우리가 도착하기 전의 헤프닝을 본 시민도 있겠지. 우리가 도착함과 동시에 범인을 체포하고 시민의 두려움을 덜어주려 하였으나 그런 우리의 마음과는 달리 범인의 행동에 상황이 더 극적으로 심각해졌다. 범인이 인근에 있던 여자아이를 인질로 삼은 것이다. 범인에 의해 인질로 끌려가게 되자 아이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살려달라며 울어 재꼈고, 그 아이와 함께 있던 그 아이의 어머니로 보이는 분은 내 부하 중 한명의 옷깃을 부여잡고 자신의 아이를 제발 살려줄 것을 요청하였다. 하지만 우리는 이 상황에 쉽게 대처할 수 없었다. 범인이 아이를 인질로 삼으며 내뱉은 말은 듣기만 해도 가히 끔찍했으며, 두 눈을 시퍼렇게 뜬 채 피를 흘리며 죽어있는 시체를 보자면 그 말은 결코 범인의 헛소리만은 아닐테니까. "순순히 칼을 버리고 꼼짝말아야 할 것은 네녀석들일 것 같다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이 아이의 두 눈을 도려내고 여린 살결을 갈라내어 내장을 너희들이 똑똑히 볼 수 있도록 꺼내어주겠어." 그리고 그는 아이를 인질로 삼은 채 우리의 눈 앞에서 사라졌다. 우리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긴급히 논의하기 시작하였다. 평상시 어떠한 상황을 해결할 때에도 작전을 여러번 재검토 해야할 필요성이 있었으나, 이번 사건의 상대는 이미 사람을 여러명 죽이고 아이를 인질로 삼은 남성이다. 조금만 작전수행을 잘못 하더라도 인질의 목숨이 위험할 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번 작전를 여러번 검토와 검토를 통하여 신중히 결정하였고, 그런 가운데 꽤 많은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었다. 신중히 작전을 짜고 임무를 수행한 끝에 우리는 다시 아이와 그 아이를 인질로 잡은 범인을 만날 수 있었다. "꼼짝마라. 경찰이다." 하지만 우리가 작전을 짜는 동안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범인에게 인질로 잡히는 순간 에도 시내가 떠나가도록 울어대던 아이가 우리를 보자 반가워하긴 커녕 범인의 바지자락을 꼬옥 부여잡았다. "이 아저씨 나쁜 사람 아니예요. 그러니까 잡아가지 말아요. 나쁜 것은 이 아저씨가 아니라 이 아저씨가 이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든 세상이잖아요. 이 아저씨한테는 잘못 없어요." 아이의 이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는 범인이 이 아이에게 시킨 이야기이자, 아이가 자기가 살기 위해서 선택한 발버둥인가 싶었다. 하지만 현재의 아이의 상태와 모습을 보자면 이 아이가 경계를 하고 있는 대상은 범인이 아니라 바로 우리였다. 그리고 세상이었다. 인질이 된 아이와 범인은 이 상황에서 어떠한 정신적 교감을 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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