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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잘 지내고 계시나요.  

그동안 삶이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오랜만에 이렇게 글을 쓰는데 전 또 죄송하다는 말부터 올리네요. 

사실 그동안 여러 번 편지를 쓰려 펜을 잡았지만 괜히 걱정을 끼치는 건 아닌가 싶어 그만두었습니다. 

오늘은 여쭤볼 것이 생각나 무거운 맘으로 적어봅니다. 

생각하는 걸 잊은 채 바쁘게 살아온 요즘 문득 꿈에서 누군가 "죽은 채로 있어도 살아남아야 한다"라고 말하곤 사라졌습니다. 

그것의 형체도 향기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그저 낮은 목소리만 듣고 기억날뿐이었죠. 

그 꿈이 있고 난 후 자주 같은 꿈이 반복되곤 했습니다. 

전 늘 낮은 목소리밖에 들을 수 없었고요. 

꿈에서 깬 뒤로 목소리만이 제 뇌리에 남은 이 답답하고 어찌 보면 낯선 기분을 전 하루빨리 씻어내고 싶었고 계속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다 생각해냈죠. 

그것이 선생님의 음성이라는걸요. 

2009년의 일을 기억하고 계실지 모르겠네요. 어쩌면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더 이상한 걸까요. 

저는 아직 그날의 일이 찍어 낸 필름처럼 선명합니다. 

쉬는 시간을 마치는 음악소리가 흘러나오고 저는 자리에 앉아 바로 옆에 있는 창을 바라보고 있었죠. 

산을 깎아 만든 학교이기에 건물 하나 없이 나무들만 가득한 창밖을 보며 저는 그 전날의 일들을 잊으려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남들이 보기엔 평온하게 앉아있는 것처럼 보였을 수도 있겠지만 제 머릿속은 수많은 것들이 지나가고 지우고를 반복하며 어지러웠습니다. 

그때 선생님이 제게 말씀하셨죠. 

"다 죽은 사람처럼 있네. 죽은 채로 있어도 살아남아야 한다"라고 말하며 아무렇지 않게 책을 펴고 수업을 시작하셨어요. 

저는 갑자기 시작된 수업에 그 말은 생각해 볼 틈도 없이 잊어버렸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제 꿈으로 인해 갑자기 떠오른 거죠. 

시시때때로 떠오르는 저 문장에 꽤 많은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선생님. 

왜 그때 제게 그런 말을 하셨나요? 

저는 과연 살아남아야 할까요? 죽은 채로 있는 것에 너무나 익숙해진 지금의 제가 말이죠. 

살아남은 뒤엔 무엇이 있나요? 

선생님께서 그 문장조차 잊으셨을 게 모르지만 여쭙고 싶은 것이 수도 없이 많아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서편으로 답을 주셔도 좋고 시간을 내주신다면 더욱 감사히 받겠습니다. 

부디 멀지 않게 답을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럼 전 이만 여기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항상 평온하시길 제자의 맘으로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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