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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하기 그지 없구나.”

 

한 사내가 고개를 떨군 다른 사내의 앞에서 흙바람을 날리며 멈추어 섰다.그의 말투는 나름 연습이나 한 듯 애틋했지만 표정만은 그렇지 못했다. 그의 입꼬리는 주저앉은 누군가와는 반대로 한쪽이 삐딱하게 하늘을 향했고 눈동자는 치밀하게 빛나며 장난스럽게 사내의 흐트러진 상투를 노려다보고 있었다. 마치 심심풀이로 사냥감을 눈 앞에 굴복시킨 지상의 포식자 같았다. 엎드린사내의 그림자에 깔린 흙바닥이 방울 방울로 어둡게 물기가 지는데도 지켜보는 오만한 얼굴은 한치도 변하지 않았다.

 

네 꼴을 보아라. 이렇게될 줄 모르지 않았을텐데. 어때 이제서야 후회가 솟구치지는 않더냐?”

 

 

그 잔인한 말투에 사내가 고개를 들었다. 눈물을 떨군 두 눈이제법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앙다문 입술은 슬픔을 가득 머금은 눈빛과는 다르게 어떤 고고한 결의라도목구멍에 감추어둔 것처럼 꿋꿋했다. 머리는 나풀나풀 날려 단정치 못해도 그의 자태만은 여전히 황무지속 어렵게 피어난 풀한포기처럼 올곧은 면이 있었다. 애초에 밟히지도 못할 만큼 척박한 땅에서 태어난비운의 생명처럼. 그걸 내려다보는 사내는 좀처럼 꺾이지 않는 그 올곧음을 짓밟고 싶은 욕구가 치밀었다.

 

후회라는 건 애초에 없었소.그러니 더 이상 내 주변을 얼쩡거리지 말고 돌아가시오.”

 

 

하얗고 부드럽지만 진하고 굴곡 없는 선으로 예리하게 세공된 듯한 그의 신체에서는 이처럼 서늘한 목소리가나오기도 했다. 흙이 묻은 옷자락과 풀어진 머리도 그것을 앗아갈 수는 없었다. 그와 반대로 누가 보아도 값비싼 비단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옷을 걸치고 어디 하나 흠 잡을 수 없을 만큼 공을들인 신발에 더 없이 그가 누군지를 알려주는 이목구비로 낙심한 자를 내려다보는 사내는 거역하기 힘든 위압감을 풍겼다. 그의 그림자는 한층 더 짙고 커다랗게 땅을 집어삼켰다. 흙을 털고일어난 사내도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와 눈 한 번 맞추지 않고 등을 돌려 집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뒤에와 닿는 눈빛 만으로도 등어리가 미칠 듯이 뜨겁고 저렸다. 마치 맹수의 시야 속에 꼼짝 없이 갇힌 어린새끼 사슴처럼, 그는 무방비하게 내버려진 먹잇감이었다. 〈o:p>〈/o:p>

 

그럼에도 그 긴장감을 표내지 않고 이전처럼 고고한 몸짓으로 천천히 걷고 있는 그 사내 뒤로 지켜보던 사내역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발소리보다도 더욱 사납게 일렁거리는 그림자가 목을 죄어 들었다. 그는 발소리를 숨기려고도 들지 않고 여유롭게 뒤를 밟았다. 앞서섣는 사내는 아무렇지 않은 척 집안으로 들어섰지만 조금 조급해진 손놀림으로 신발을 벗고 실내로 들어갔다. 급하게닫힌 문이 잠시 덜컹거리더니 제자리를 찾는 듯 했다. 그러나 어느샌가 저 멀리서 덜컥 들이닥친 폭풍처럼한 번 닫혔던 문은 다시금 열리고 이번엔 거칠게 닫혔다. 바닥에 앉은 사내가 벌떡 일어났다.

 

 

무슨 짓이오! 돌아가라고했을 텐데…….”

나는 아직 말이 덜 끝났어.”

 

난 그대와 할 말이 조금도 남아있지 않소.”

그렇다면 듣기만 해.”

 

 

흰 옷을 입은 사내보다 머리크기만 큼 큰 키를 가진 붉은 옷의 사내는 망설임 없이 성큼 발을 앞으로 내딛었다. 그것에 흰 옷의 사내는 몸을 움찔 떨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한걸음, 또 다시 한 걸음. 마침내 발 끝이 마주 닿고 콧바람이 닿을 정도로가까이 다가갔을 때 사내는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얼굴을 내려다보는 그의 위압감에 잠겨 몸을 꿈쩍도 할 수 없었다.뚫어질 듯 얼굴을 훑는 눈빛도 뿌리칠 수 없었다. 천천히 올라와 자신의 어깨 위에 올라온길다란 손을 쳐 낼 수도 없었다. 다만 사슬에 걸린 먹잇감처럼 가만히 마음을 웅크렸을 뿐.

 

내가 그대를 살려줄 수도 있는데."

 

 

살짝 어깨에 올라왔던 손이 대담하게 팔을 쓸었다. 그리고 한발짝 더 다가오려고 하자 사내가 두 걸음 물러섰다. 낮은 목소리를 뱉었던 사내는 그 모습에 아주 작은미소를 지었지만 이내 사라졌다. 조그만 방 안에서 술래잡기라도 하는 양, 한 걸음 앞으로 한 걸음 뒤로. 그러는 와중에도 절대로 등을 보일수는 없어 애처롭게 뒷걸음질을 치는 고고한 선비. 마침내 등에 차가운 벽이 닿았을 때는 얼굴이며 몸짓에당황스러움이 퍼져 나갔다. 〈o:p>〈/o:p>

 

그런 건 필요 없소. 그런도움 같은 건……..”

 

 

말이 끝나기도 전 이미 궁지에 몰린 먹잇감을 향해서 아주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다시 아까와 같이 가까운 거리에들어선 사내가 잠시 제 울타리에 갇힌 사내의 얼굴을 빤히 보더니 입을 열었다.

 

착각하지마. 이건그대의 선택 사항이 아니야. 이제부터는 그럴 자격이 없지.”

 

그게 무슨 뜻이오?”

 

 

다시 한번 그 장난기 있는 입꼬리가 올라가더니 손이 어깨를 거쳐 얼굴로 올라갔다. 자신과 흐트러짐 없이 눈을 맞추며 마지막 보루를 치는 사내의 볼로 옮겨간 손가락이 그 보드라움을 즐기며 턱으로내려갔다. 사내의 눈동자가 약하게 흔들렸다.

 

이제부턴 거역할 위치로부터 한참 벗어났다는 거지. 도망칠 곳도, 의지할 곳도 없는 그대가 내 시야 밖으로 갈 곳은더 이상 없어.”

 

잠시 턱선을 쓸던 손으로 볼을 감싸자 사내의 눈동자에는 점차 두려움이 들어찼다. 애꿎은 입술을 물었다 놓으니 흙먼지라도 붙어있었던 듯 갑작스레 붉은 색이 맴돌았다. 그 색에 손은 저절로 입술을 향했다. 오랜 고생 탓에 거친 입술을살짝 누르자 그것의 주인이 몸을 떨었다. 미약한 반항의 의미로 너무 가까이 다가온 사내의 가슴팍을 밀어내려고했지만 이내 반대쪽 손으로 붙잡혔다. 점점 다가오는 얼굴, 숨결에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사내 말대로 도망칠 곳은 더 이상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자 달아날 수 없을 것같았다. 그 사이에 귓가에 간지러운 숨소리가 닿고 소름끼치도록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곧바로 와 닿았다.

 

 

내가 주는 것은 모두 받도록 해. 오직 그것 만이 그대의 숨을 조르지 않을 테니.”〈o:p>〈/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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