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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글 커밍아웃1 l BL
쫑쫑 전체글ll조회 3129l 5

내 인생에서 제일 힘들었던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았었던 일 중에 하나가 커밍아웃같아.


지금 남편과 연애를 시작한 지 1년정도 되었을 때 마냥 숨길수만은 없었어. 그래서 나 혼자도 꽤 오래 사실 어쩌면 남편과 첫 연애를 시작하고, 내 예전 글을 본 사람들이라면 알다시피 그 때는 내가 좋아하는 감정으로 시작한 게 아니라 이렇게 감정이 깊어지고 오래갈 지 몰라서 아무생각이 없었다가, 내가 정말 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걸 느끼자마자

어쩌면 제일 먼저 든 생각이 부모님께 말해야 하나. 말해야 한다면 뭐라고 말해야하지. 그래도 부모님은 날 아들로 봐줄까? 그래도 부모님은 날 사랑해줄까? 우리 누나는? 누나는 그대로 날 동생으로 봐줄까? 등등 이런 생각들이 많이 들었어.


하지만 이미 남편도 내 인생에서 중요한 사람이기에, 이미 내 가족같은 동반자같은 사람이기에 포기할 수 없었어.


그래서 나 혼자 고민하다가 남편은 원래 게이인 거 예전에 부모님께 커밍아웃했기 때문에 남편한테 상담하면서 조언도 받고 그랬지.


어느날과 같이 남편과 데이트를 하고 그 날은 저녁은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먹고 커밍아웃을 하려고 했기 때문에 일찍 헤어졌어.

사실 데이트에 정말 집중이 하나도 되지 않았어.

결국엔 그냥 남편 자취방에 가서 하루종일 안겨서 계속 머릿속엔 고민과 걱정들뿐이였고, 그 걱정들 중 하나는 커밍아웃때문에 얘랑 헤어지게 되면 어쩌지. 그냥 말하지 말까. 이것도 있었고.

남편이 계속 토닥여주면서 함께 걱정을 나눠가져가도 다시 생겨나고 생겨나고의 반복이였어.


그리고 결전의 시간이 다가왔고 저녁을 어찌 먹었는지 기억도 안나고 그저 내가 그날 저녁 소화가 안되서 토했다는 거 밖에 생각이 안나.


저녁을 다 먹고 거실에 앉아서 그냥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용기내서 말했어.


나 지금 연애하고 있다고 당연히 부모님과 누나는 뭐야뭐야 어디서 만났어~ 언제부터 사귄거야! 그여자가 아깝다!!막 이런식으로 장난을 쳤지.

그래서 '1년정도 되었고 남자야.' 라고 말해버렸어.


그리고 그 순간 우리집만 싸늘한 얼음으로 둘러쌓인 것처럼 공기가 차가워진 걸 느꼈어.


아빠는 먹던 커피를 내려놓고 눈을 감고 쇼파에 기대서 머리만 부여잡고 있었고

엄마는 많이 화내시고...

그리고 누나는 한숨을 쉬면서 방으로 돌아갔어. 그 와중에 내 어깨를 토닥이면서.


엄마의 화가 끝나고 엄마는 지쳤는지 쇼파에 그대로 쓰러지듯이 앉으셨고 그 다음으로는 아빠가 나에게 화를냈어.

너 니 인생 어쩔거냐고


그렇게 엄마아빠는 화를 내고 나는 매일 울면서 빌고 그랬지..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남자가 아니라 사람으로써 남편을 사랑한건데 왜 내가 빌었는지 이해안가.

근데 엄마아빠 심정은 이해 가.

나 자신조차도 내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고 나 스스로 부정하고 그랬는데, 부모님이라고 안그러겠어.

사실 처음부터 부모님이 이해를 해주겠지라는 생각으로 커밍아웃을 한 것도 아니였고.


그나마 그 시절에는 내 편은 누나였어.

부모님한테 누나가 말해본다고 했을 때 누나마저 부모님께 옆에서 부채질하면 안되니까 괜찮다고 말하지 말라고 했을때

와중에도 너 생각은 안하고 있지. 하면서 안아주면서 같이 울어주었던 누나였어.

평소에는 정말 라이벌처럼 매일매일 싸우던 누나였는데 그 순간만큼은 정말 내편이였어.


커밍아웃을 한 그 날도 부모님이 먼저 방으로 돌아갔고, 난 거실에서 멍하게 있다가 정말 그냥 시체처럼 내 방에 들어갔어.

그리고 침대 앉아서 카톡을 보는데 그 때 남편 카톡이 왔었어

그냥 아무말없이 '사랑해 그냥. 아주 많이' 이 한 마디 였는데 그냥 그게 너무 슬프고 막 벅차는거야.

차마 소리는 못내고 울기 시작했어.


그리고 그 날 저녁 먹은 것들이 올라올거 같아서 화장실로 달려가서 토해버렸지.

나름 숨죽이고 행동한다 했는데 누나 귀에 다 들렸나봐

어느새 내 등 두드려주고 있더라.

다 토해내고 소리 없이 울면서 앉아 있는 날 일으키고 입 주변을 물로 닦아주고 방으로 데려다주고 얼른 자라고 이불 덮어주고 불꺼주고.


그렇게 커밍아웃 한 날은 그렇게 지나가고 매일매일 우리집은 차가운 공기에 둘러쌓였어.



그러다가 나중에 아빠가 정말 술 취해서 집 오셔서 나 붙잡고 얘기하셨어.

'맨 처음 그 얘기를 들었을 때는 정말 화가나고 그랬는데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왜 너한테 화냈는지 생각해봤어. 생각해보면 아빠가 네 엄마를 여자라서 좋아한 게 아니라 네 엄마 그 자체를 좋아한거데 왜 너는 남자를 좋아한다고 내가 화를 냈을까. 그냥 계속 생각하고 생각하다보면 내 아들한테 손가락질할 사람들이 생각나서 속상하더라. 누구보다도 내 소중한 아들인데말이야. 너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때문에 이 나라가 너 인생에 태클을 걸까봐 그게 너무 걱정되더라. 남들이 다 손가락질하는데 가족마저도 등을 돌리면 안되는데 아빠가 화내서 미안해.....아빠가 너무 미안해'이러면서 미안해만 계속 반복하셨고, 나는 눈물만 계속 흘렸고. 

엄마도 나중에 비슷하게 말하셨고


그래도 지금은 그 남편만큼 나를 사랑해주고 남편역시나 아들처럼 아껴주시고, 그 어디에도 없는 내 편이되었어.


나중에는 엄마랑 누나랑 막 얘기하다가 장난으로 결혼 얘기도 나오고 그래서 난 맨날 '남편이랑 할거야~~~'이런식으로 대답도 했었고 지금은 정말 그대로 이루었어.


그 뒤로도 친구들한테도 한 명 한명씩 커밍아웃을 했고,

대부분의 친구들은 다들 고생했다며 어깨만 그저 툭툭 쳐주면서 왜 이제서야 말하냐고 1년이나 지나고 말하냐면서 벌주라면서 술 먹이고 내가 생각했던 그런 분위기와는 다르게 그냥 평소의 모습이였어. 미친새끼들아 하면서도 너무 고마워서 이런것들이 내 친구라서 웃으면서 벌주 다 마신거같아.


지금은 저게 내친구들인지 남편 친구들인지도 모를 정도로 다 잘지내고 있어.


그리고 친척들한테는 내가 직접 말하기 아직 너무 어려워서 친척형들 누나들 빼고 어른들한테는 부모님을 통해서 밝혔어.

물론 직접 그 주제에 대해 말한적은 없어서 다들 어찌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서로 모이거나 그러면 그냥 평소같이 똑같이 조카로 대해주고 계셔.


그래도 부모님이라도, 친구들이라도 날 이해해주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으면 된거다 하는 생각으로 커밍아웃을 했는데

생각보다 다들 날 그대로 그냥 똑같이 사람을 사랑하는 존재로 봐줘서 너무 고마웠어.

부모님도 처음에 화낸거 내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보다 그냥 내 미래가 나에게 욕할 사람들에게 받을 내 상처가 걱정되서 화내신것도 너무 잘 알았고.


그냥 내 주변에 이런사람들이 있는 것만으로도

그리고 지금 제일 가까이 있는 내 옆자리가 내 남편이라는 것만으로도 난 성공한 인생이라고 봐.


헣헣 마무리를 어찌 지어야 할 지 모르겠네.


다른때도 뭐 다를 게 없지만 그래도 다른 주제들보다 더더 지루했을 법한 내 커밍아웃 이야기 들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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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그 시절 쓰니 수고 많았어 지금이야 이랬었지~ 하고 말하는거지만 그 시절의 너는 누구보다 수고 많았고 힘들었을테니까 수고 많았어 울 쓰니💖💙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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