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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ken Social Scene - Anthems for a Seventeen-Year Old Girl






 ​

 /

 used to be one of the rotten ones and I liked you for that​​​

 썩어빠진 놈들 중 하나였었지, 나는 너의 그런 점을 좋아했어.

 /

열일곱.

열입곱은 적은 나이였는지 그는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


​​

 /

 침대에만 쳐박혀 있을 수 없는 갑갑함에 비 오는 날임에도 우산을 들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내리는 비에서는 진득한 도시의 냄새가 났다. 그 지겨움을 뚫고서도 사람들은 자신의 안식처로 바삐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오직 쿠로오만이 그 인파의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마치 할리우드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에서나 겪을 법한 흔치 않은 일에 쿠로오는 속으로 약간의 희열을 느꼈다. 동시에 자신이 틀린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섬짓함이 들었지만, 산책을 멈출 수 없었기에 계속해서 나아갔다. 그럼에도 군중을 거스르는 그 경험은 그의 마음을 조금 불편하게 만들었다.

 약간의 인파 속을 수영한 끝에 그는 드디어 비 오는 날에 걸맞는 드문 인적의 하천가에 도착했다. 라벨 비닐이 찢어진 찌그러지다 만 페트병 하나를 싣고 흘러가는 탁한 색의 강물은 쿠로오를 시각적으로 만족시켜주지는 못했지만, 그 수많은 구성원들이 저 먼 하늘에서부터 다시 제 어미 품으로 돌아오며 만들어 내는 소리는 그가 한참 작았을 적에 집 마룻바닥에 앉아 지붕의 낙숫물을 바라보던 평화로운 경험을 떠올리게 했다.

​ 벌써 십 년도 훌쩍 넘은 그날과 오늘도 다른 건 없었다. 사람 한 명이 뛰어내렸지만 크게 세상이 달라진 건 없었다. 그는 자꾸만 어디선가 괴리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도 자신이 정원 잔디로 차분하게 떨어져내리는 빗방울을 감상하고 있을 동안 누군가는 실제로 어디선가 떨어지고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무서울 정도로 정신이 바짝 들었다. 괴리감은 금방 해소되었지만 찝찝한 감정만 무더기로 쌓여갔다. 






 /






 Bleaching your teeth, smiling flash, talking trash, under your breath

 이를 하얗게 하고, 플래시를 향해 웃어주고, 쓰레기를 말해, 네 숨소리 밑에서

 

 Bleaching your teeth, smiling flash, talking trash, under my window

 이를 하얗게 하고, 플래시를 향해 웃어주고, 쓰레기를 말해, 네 창문 밑에서






 /




 시간이 흘러도 바뀌는 것은 딱히 없었다. 여기 이 하천가도 세제 거품들이 약간씩 끓기 시작했다는 점만 제외하면 그가 이 동네로 이사온 뒤로 별로 변한 것이 없었다. 이것은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쿠로오의 지론과 일치하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시간이 약이다'라는 역사 깊은 구절을 가슴에 새기고 사는 부류였다. 실제로 현재 그는 시간이 빚어내는 빛바램과 쌓아온 기억에 그의 현상황 모든 것을 의존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녀에게는 시간이 약이 되지 못했던 것일까? 하지만 쿠로오는 그녀를 알게 된 제일 첫 순간부터 그녀를 마지막으로 마주했던 순간까지 그렇게 달라진 것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를 알던 2년 동안의 매순간이 같았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지만, 적어도 그녀의 첫인상과 끝인상은 크게 다르지 않았었다. 


 그건 첫만남의 그녀가 그만큼 위태로웠다는 뜻일까? 아니면 끝만남의 그녀가 그만큼 침착했었다는 뜻일까? 지금의 그로서는 알수가 없었다. 그가 기억하는 그녀는 열일곱의 끝자락부터 열아홉의 그녀였다. 스물이 되고 나면 꼭 보자고 했지만 그런 날은 오지 않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던 것인지 쿠로오는 제대로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는 그녀를 막지 못했다는 결코 가볍지 않은 죄책감에 사로잡혀 이유를 찾아 헤메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켄마는 그의 죄책감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간단한 코멘트를 남겼다:



 왜?






 /






 Park that car, drop that phone, sleep on the floor, dream about me

 차는 주차해두고, 폰은 내려놓고, 바닥에서 자면서, 내 꿈을 꿔줘






 /






 안녕.

 안녕.

 뭐해?

 음악 들어.

 누구 노래 들어?

 알려줘도 모를걸. 이 가수 알아?

 오...전혀 모르겠어.

 그치? 사실 나도 잘 모르겠어. 겨우 어제 찾아냈거든.

 노래 좋아?

 응?

 그거 노래 좋아?

 응, 좋아.

 음악 좋아해?

 완전 좋아하지. 매일같이 듣는 걸.

 흐응.

 넌 배구 좋아하지?

 음?

 너 배구부 주장이잖아. 그만큼 배구 열심히 하고 좋아한다는 거 아냐?

 맞아. 타당한 추론이야.

 다행이네. 좋아하는 게 있어서.

 음, 뭐...그러게.

 좋아하는 게 있다는 건 참 다행인 일인 것 같아.






 /




 십칠 년.

 

 그가 알지 못하는 그녀의 십칠 년에는 무슨 일이 있던 것일까 그는 다시 고민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전에 그가 확실하게 아는 그녀의 일 년을 되짚어보기로 했다. 






 /





 used to be one of the rotten ones and I liked you for that

 썩어빠진 놈들 중 하나였었지, 나는 너의 그런 점을 좋아했어


 now you're all gone got your make-up on and you're not coming back

​ 이제 너는 완전히 사라져서 화장하기 시작하더니 돌아오지 않는구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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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하 센세........ 제가 왜 이 글을 이제야 봤을까요... 각 편마다 브금도 다 너무 어울리고 (엄청난 리스너 센세..) 뭐랄까.... 센세는 배경이나 인물들의 감정묘사를 정말 잘 쓰시는 거 같아요. 배경 전환도 그렇고.. 영화 인사이드르윈이나 러덜리스 본 후의 말랑말랑한 기분입니다ㅠㅠㅠㅠㅠ센세 언제든 괜찮으니 다음 편 기다릴게요
3년 전
독자2
센세 최고에요...ㅠㅠ추천받아서 왔는데 너무 좋아요..
3년 전
독자3
소설책 한 편을 읽는 느낌이에요ㅠㅠ
3년 전
독자4
쿠로오와 얘기하는 장면... 왜 자꾸 신경쓰이는지ㅠㅠㅠㅠ
노래가사해석도 그렇고 진짜 전에 댓글로 독후감쓸수있을거같다고했는데 취소할래요.. 정말 센세글읽고 난 기분을 글로 표현못할거같아요ㅠㅠㅠㅠ 되게 잔잔한 호수에 작은돌을 하나 던진느낌..? 현생 살다가도 문뜩 이 글의 쿠로오가 생각나요...( ・ᴗ・̥̥̥ ) 센세 좋은글 정말 고마워요.

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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