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 : https://instiz.net/name/30827672 이나리자키 신입생 닝은 입학식날 대강당에서 동아리 소개하는 배구부를 보고 아츠무에게 한 눈에 반했으면 좋겠다. 앞에서 설명하던 건 키타였고 아츠무는 뒤에서 멋있는 척만 하다가 오사무랑 투닥거리기만 했으니까 친구들은 어떤 점에 반한 건지 이해를 못했지만 말이야. 닝이 아츠무한테 반한 이유는 아주 순간이었지만 아츠무가 보여줬던 미소 때문일 거야. 오사무랑 투닥거리다가 혼났지만 잠시 뒤에 기운 차리고 씨익 웃었던 찰나를 닝이 목격했으면 좋겠다. 아주 해사한 미소였겠지? 내 봄은 여기 있었구나 하고 깨달을 정도로 말이야. 닝은 아츠무랑 사귀는 상상까지 했어. 입학식 때 눈이 여러 번 마주친 거 같았거든.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만만치는 않겠지. 배구부 연습에도 찾아가봤지만 싸우기 시작한 아츠무랑 오사무 때문에 여긴 위험하다고 쫓겨나고, 연습시합 때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입장도 못하고, 마지막 수단으로 배구부 매니저 입부 신청서도 작성했지만 매니저 일을 할 부원은 많다고 키타한테 거절 당하겠지... 하지만 겨우 이정도로 굴하지 않는 닝은 고백을 결심하고 고백하기 적당한 장소를 찾아다녔어. 마침내 닝은 적당히 으슥하고 적당히 운치 있는 학교 뒤뜰을 찾아냈지만 거기에는 불청객이 있었어. 바로 아츠무랑 다른 여자 선배였어. "미야 군... 나 너 좋아해... 너도 그렇지? 우리 여러 번 눈 마주쳤잖아?" 거기서 닝은 혐오스럽다는 아츠무 표정을 봤으면 좋겠다. 아츠무는 배구로도 벅차다고 거절했지만 정말... 그 이유 뿐일까? 닝은 가망이 없다고 생각한 순간 꽃을 토했어. 금잔화였지. 얼마 전 계절에 맞지 않게 떨어져 있던 꽃잎을 만졌던 게 화근이었나 봐. 하나하키 꽃을 만지면 감염이 되니까... 닝은 아츠무가 보일 때마다 금잔화를 토하게 되었어. 보이지 않을 때도 문득 생각이 날 때도 금잔화를 토했지. 어디서 금잔화 향이 난다면 그곳은 닝이 지나간 자리가 아닐까? 닝은 꽃을 토하는 건 지긋지긋했어. 처음 꽃을 뱉었을 때는 로맨틱하다고 생각했지만 금잔화 꽃말을 알게 되었을 때는 세상이 닝의 사랑을 부정하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어. 자신의 사랑은 일말의 가능성도 없다고 꽃조차도 비난하고 있는 거 같았지. 그래서 아츠무를 눈에 담지도, 생각하지도 않으려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학급 활동도 열심히 했어. 바쁘게 지낼 때는 생각이 나지 않았지만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잠시 휴식을 가질 때 문득문득 생각이 났어. 닝은 정말로 지치고 말았어. 집에서 쉬어도 여전히 피곤했으니까, 금잔화의 노란색을 보는 것만 해도 지긋지긋할 지경이었지... 그래서 정말로 짝사랑을 끝맺음하기로 마음 먹었어. 길고 길었던 짝사랑의 종지부를 금잔화가 필 시기인 여름에서야 끝내게 되었지. 고전적인 방법으로 아츠무 사물함에 러브레터를 넣었어. 아츠무는 안 가려고 했지만 키타한테 들켜서 제대로 대답을 들려주고 오라는 잔소리에 결국 가게 됐어. 사실 편지지에 살짝 묻어난 금잔화 향에 어떤 아이인지 궁금하기도 했고 말이야. 편지에 적혀진 장소에는 손에 말린 금잔화가 담긴 향주머니를 든 닝이 있었어. 닝은 고백을 했고 아츠무는 배구로도 벅차다는 형식적인 거절을 했어. 하지만 그 대답에도 닝은 너무 기뻤어. 드디어 길고 길었던 짝사랑을 끝낼 수 있었으니까. 닝은 기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활짝 웃었어. 그 모습에 아츠무는 내가 방금 고백을 받아준 건가...? 착각까지 했어. 하지만 닝은 아츠무가 착각하든 말든 향주머니를 아츠무한테 건네고 유유히 떠났겠지. 그렇게 아츠무는 떠나는 닝의 뒷모습을 벙쪄서 쳐다만 볼 거야. 뭐 저런 애가 다있지? 하면서. 아츠무에게 고백을 거절 당한 사람들은 울거나 화내거나 둘 중 하나였으니까. 오히려 닝의 신선한 반응에 아츠무는 끌렸을지도 모르겠다. 멀어지는 닝을 뒤늦게 쫓아갔지만 길 한 구석에 은색 백합만 놓여있고 닝은 보이지 않았어. 아츠무는 바닥에 떨어진 백합을 손에 들고 생각하겠지. 이상한 아이라고. 아츠무가 닝을 천천히 생각해봤을 때, 가슴이 시큰거렸어. 그 순간이었지. 아츠무의 입에서 뭔가 붉은 게 나왔어. 피인가? 당황했지만 꽃이더라. 천일홍이었어. *금잔화: 비탄, 실망, 비애 천일홍: 변치않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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