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여름이 막 시작하는 6월의 초였어. 퇴근 후 닝은 친구들과 만나기 위해 서둘러 이자카야로 향했지.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에 닝은 부어라 마셔라 하며 술을 들이키기 시작했어. 정신없이 먹고 마시다 보니 시간은 발써 12시에 가까워졌고 술기운에 어지러운 닝은 잠시 화장실에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지.
비틀거리며 화장실로 향하던 닝은 맞은편에서 걸어나오는 누군가와 부딪치고 말아. 중심을 잃고 쓰러지는 걸 상대방이 팔을 뻗어 붙잡아주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추하게 넘어졌을거야.
닝은 아이고. 하며 민망한 탄성을 흘리고는 상대방에게 사과하기 위해 고개를 들었어. 그런데......
"...어?"
반가운 얼굴이 보이는게 아니겠어.
"린...앗. 스나 선수!"
펜스 너머에서 '린타로!' 하며 응원하던게 습관이 되었는지 닝은 저도 모르게 그를 친근하게 이름으로 부를 뻔 했어. 간신히 호칭을 바로 잡고 알은체를 하니 스나가 빙긋 웃으며 인사를 받아주었지.
"술 너무 많이 마신거 아니예요?"
"네? 아, 괜찮아요 이 정도는. 근데...저 기억하세요...?"
"못할리가. 내 팬이잖아요."
스나 말마따나 그가 닝을 기억 못할 리 없었어. 경기도 자주 보러오고 매 사인회마다 자신에게 선물을 한가득 안겨주기까지 했으니. 뭐 그런 이유들은 구실에 불과했고 실은 자신의 '사심' 때문이었어.
"아...저 기억하시는구나. 와...저 집에 갈때 복권 사야겠어요."
술기운에 평소라면 절대 하지 못할 민망한 속마음들이 막 터져나왔어. 스나는 그런 닝이 귀여워서 소리죽여 웃고 말았지.
"음, 저, 사진 한장만 찍어주시면 안될까요?"
닝이 눈치를 보며 묻자 스나는 흔쾌히 닝 쪽으로 가까이 붙어섰어.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 난 후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 닝에게 스나는 그녀의 휴대폰에 제 번호를 입력하며 말했어.
"사진 저한테도 보내줘요."
"네...?"
"그리고 린타로라고 불러도 괜찮아요."
'스나 선수'는 너무 정없어 보이잖아. 덧붙이며 스나가 작게 웃어보였어. 닝이 얼떨떨한 얼굴로 멍하니 스나를 바라보았고 스나는 닝에게 '술 많이 마시지 말아요.' 라고 당부하고는 동료들의 부름에 자리를 벗어났어.
닝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화면에 나열된 번호를 응시하다가
"와...나 정말 복권 사야겠다......"
라고 나지막히 중얼거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