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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찬 전체글ll조회 315l 3


여름, 나의 이름은 여름이다.

무더위가 시작될 때 비로소 나타나 온 세상을 달구어 버리는 그런 여름이 내 이름이라 한다.


창가에는 추운 바람들이 앉았다 가던 자리에 무더운 여름의 바람이 놀다 가고,

바쁘게 혹은 힘겹게 살아내는 사람들에게 찌는 듯한 더위를 줘 화까지 돋아버리게 하는 그런 애증의 여름.


처음에 나는 내 존재가 얼마나 좋았는지 몰랐다.

한 계절만이라도 태양처럼 늘 떠 있어 세상을 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님에도 태양과 똑같아 사람들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듯한 느낌과

더 깊숙하게 들어가 사람들의 얼어붙은 마음들을 녹여줄 것 같다는 과한 자신감에 하루도 빠짐없이 세상을 다녔으니.


그러다 그런 쓸데없는 나의 마음들이 평소의 여름보다 더 강한 여름으로 세상을 비추었을 때,

어느 사람들이 겨울을 찾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의 마음은 이해갔다 겨울이 왔을 때에는 어서 겨울이 물러갔으면 좋겠다.라며, 얘기하곤 하니까.

그러나 어째서인지 나는 그날부터 밤에도 약하게나마 더위를 내뿜는 것을 그만두고 그들을 줄곧 생각하며 곱씹기 시작했다.

갑자기 발생하는 상황에 바로 생각을 시작하고, 그 생각을 끝내는 존재가 있는가 하면, 목표만 보며 달리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멈춰서 생각하는 존재.

내가 그런 존재였기에 나의 마음은 이때다 싶어 그들의 생각에 빠져들기 시작했고, 그것이 나의 끝나지 않는 괴로움의 시작이었다.


분명 나는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는 존재인 것은 틀림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누군가가 날 괴로움에서 꺼내주기엔 턱없이 적었다는 게 버틸 수가 없었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건 맞나, 저기 겨울이란 계절은 나처럼 똑같이 싫어하는 사람이 있으나 적었으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그 반대였다.

어느 순간엔 똑같은 상황이 독이 되어 돌아오곤 한다, 그 사소함에 섞여 멀리서 봤을 땐 모를 똑같음이 독이 되어서.


날 뜻하는 계절이 물러가고 가을이 왔다. 그리고 가을이 물러가고 겨울이 왔다.

겨울이 되자 사람들은 많이 신난 듯 보였다. 거리에는 캐롤과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아이와 어른 상관없이 손 맞잡고선 그 겨울의 추위를 즐긴다.

지친 기색 하나 없는 겨울의 세상 속에서 웃음소리는 켜켜이 쌓아져 나에게까지 올라오고

나는 그런 웃음소리를 슬픈 캐롤의 노래인 마냥, 웃지 못하고 멍하니 듣는다.


겨울에는 비가 오지 않고, 여름엔 비가 자주 내린다.

내 세상은 온통 축축하고 짜증이 가득하며, 그런 것을 달랠 때 따뜻한 것이 아닌 차가운 것으로 달래야만 하는 세상이었고

겨울의 세상은 환한 조명들이 가득하고 난로처럼 따뜻한 것들만이 가득한 세상.


차라리 난로로 태어났다면 세상의 중심에 서서 따뜻함을 내뿜다 밤이면 괜히 지쳐

힘없이 스러질 일 없이 겨울만을 따뜻하게 채워주다 사라질 수 있을 텐데.

내가 난로였다면 좀 더 내가 생각한 이상향과 같았을 텐데.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문득 그렇게 예뻐보인 내 세상이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여름인 내가, 여름이라는 그 이름이 이젠 버거워진 것이다.


차라리 여름이 계절이 아닌 난로였다면, 겨울이란 계절 뒤에 가려져 있다 하더라도

가을이라는 계절에 나 대신 그들의 얼굴에 화색이 돋게 해 줘.가 아닌 내가 직접 그들의 얼굴에 화색을 돋게 해 줄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오늘도 나의 밤을 어지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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