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아마 지금쯤
다른 년이랑 붙어먹고 있겠지.
멍하니 소파에 앉아 캔 맥주를 깠다.
도대체 언제부터였지.
나 없으면 못 산다던 그 사람이
불륜을 저지르기 시작한 건.
목구멍을 넘어가는
액체가 차가웠다. 반쯤 눈을 감고,
소파에 걸터앉아 고개 꺾어가며 술을 들이부었다.
꼴깍, 꼴깍, 꼴깍.
그렇게 얼마나 마셔댔을까.
필름이 끊긴 나는 어느 순간 자고 있었고,
문득 목을 감싸오는 차가운 감각에 잠에서 깨어났다.
“아.”
하얗고 곧게 뻗은 길쭉한 손가락들.
내 목을 감싼 손가락은 남편의 것이었다.
소파 등받이로 고개를 젖힌 내가 눈을 찌푸렸다.
어두워. 아무것도 안 보여.
“언제 왔어?”
“……”
“오늘 집에 못 들어온다며.”
묵묵부답. 틱, 틱, 틱, 벽에 걸린 시계에서
초침이 일정한 박자로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그 기막힌 정적 속.
남편이 내 목을 감싸쥔 채로 입을 맞춰왔다.
*심심해서 열었음
*미스터리 노모럴
*아침이면 사라질지도 모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