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 도화
ㅣ새 봄, 복숭아 꽃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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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영원히 당신의 것 입니다 '















BGM. 아이유 - 바람꽃


















*


토닥토닥 일정한 간격으로 다정하게 어깨를 두드려주는 경수에게 안겨 여주가 서럽게 울음을 터뜨리자 그 모습을 지켜보던 카이가 슬쩍 백현이 있는 곳을 응시했다. 그와 동시에 밖으로 나오던 백현의 걸음이 멈추더니 둘을 응시했다.




















자신이 덮어준 도포자락을 걸치고서 어떤이에게 안겨있는 여주를.

































*틀어진 운명















여주는 입술을 짓씹으면서 생각에 잠기었다. 2년 전 자신이 만났던 이는 황제가 되어있었다니. 그때의 기억이 왈칵 쏟아져 나오면서 이질감없이 자리한 문양이 따갑게 느껴졌다. 한가지 다행인것은, 황제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이였다. 겁탈 하려무슨 말을 했는 지 몰라도 경수와 저가 궁으로 간다는 말을 들었을 때 여주는 후드득 몸을 떨었다. 지금 이 순간은 어떻게 모면하였지만...궁이라니....궁이라니...여주는 자신의 부모님이 절대 저를 궁으로 보내지 않으려 했던 기억이 떠올라서 한참이나 굳어있었다. 하지만 저에겐 선택권이 없었다. 싫은 것과 더 싫은 것 중에 택해야 하는 건데.....



여주는 경수의 눈을 피하며 자신을 빤히 보고 있는 백현을 피하듯 뒤로 뒷걸음질 쳤고 백현은 그런 여주의 모습에 화가 났다. 저와의 약속을 깨고 겨우 도망쳐 온 곳이 여기라니. 자신이 저 늙은 인간보다 싫다는 말인가. 게다가 여주의 옆에 있는 경수도 무척이나 거슬렸다. 도망 간 마을에서 만난 것 같은 데 둘의 사이는 무척 살가워보였기 때문이다 . 또 다시 백현의 눈썹 끝이 삐죽 올라갔다.










" 이름이 무엇입니까? "









백현은 지난 시간동안 단 한번도 그 이름을 잊은 적이 없었다. 이 얼굴도, 그 능력도. 저에게 당돌하게 제 의견을 피력하던 당찬 목소리도. 차라리 지금에라도 자신의 이름을 솔직히 밝히고 저를 기억해낸다면,


백현의 눈동자가 아까 몸싸움의 흔적으로 조금 내려간 옷깃사이의 문양에 닿았다. 자신을 상징하는 빛 문양을 보면서 대답을 기다리는 데....









" 도하...입니다. "







여주는 백현의 바램과는 다른 말을 꺼내고야 말았다.














***


백현은 더이상 말하지 않고 조용히 말 위에 올라탔다. 결국 저의 꽃은 저에게 또 다시 실망을 안겨주었다. 화는 나지만 대승상의 집에서 더는 이렇게 있기 싫어 말에 올라탄 뒤 여주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다가 여주가 저의 손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자 그는 낮게 숨을 쉬며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는....





꺄으악ㄱ!!!






여주의 허리쪽에 손을 넣어 그대로 감싸 올렸다.



나오다만 소리와 함께 여주가 말에 털썩 앉자 백현은 여주를 뒤에서 끌어 안듯 손을 뻗어 고삐를 움켜쥐었다. 종인에게는 경수를 눈짓하고 그는 궁으로 향했다.








궁에 도착한 뒤 백현은 자신의 침전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자그마한 신춘궁에 여주를 보냈다. 떨떠름한 얼굴로 궁인들의 손에 이끌려 자신의 궁으로 가는 여주를 보던 백현은 그제서야 눈을 돌려 종인이 데리고 온 경수를 보았다.








" 저 자를 데리고 가서 훈련을 시켜. "








피곤한 눈을 문지르면서 경수를 보던 백현은 종인에게 그 말을 남기고 자신의 침전으로 향했다. 오늘 하루만으로도 충분히 놀란 여주에게 당장이라도 몰아붙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그 여린 심성으로 받았을 충격을 감안 해 백현은 천천히 기다려주기로 했다. 그냥 하루빨리 여주가 자신을 기억해내고 자신의 약속을 떠올려서 잘 처신하기를. 백현은 그 생각을 하며 잠이 들었다. 잠깐 신의에 몸에 닿았다고 그 날카로운 신경들이 잠잠해졌다. 픽, 웃으면서 눈을 감은 백현은 자기 직전까지도 내일을 그리느라 바빴다.








여주는 어떤 정식절차도 없이 귀인 자리에 올랐다. 성년이 되면 데려오기로 했던 기집애, 뭐 그런말 따위가 여주가 지나다니는 곳마다 들려왔지만 여주는 애써 모르는 척하면서 꿋꿋히 도하라는 이름만을 내세웠다. 김여주는 황제의 말을 어기고 도망간 그날부터 죽었다. 반드시 궁을 나갈꺼라는 마음으로 제 앞에 전달되어 온 직위가 적힌 종이를 구기었다.







그에 백현은 보란듯이 여주를 정귀인의 동무로 보냈다. 자신의 목숨이 바람앞에 등불인데도 불구하고 백호를 치료해주었다. 자신의 정체가 탄로나더라도 여주는 정귀인의 손을 보면 고쳐주지 않을까. 백현은 양 어머니의 손을 볼 때마다 마음이 쓰려 늘 그 손을 어떻게든 고쳐보려 했다. 그토록 찾던 여주도 찾아냈으니 이제 괜찮아질거란 기대가 그의 메마른 감정 어딘가에 움텄다.



백현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정귀인은 너무나도 인자한 사람이였고 여주는 정귀인을 처음봤을 때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나 울기까지 했다. 그런 여주를 어떻게든 따스하게 안아주려 축 늘어진 팔을 드는 그녀에게 어찌 마음이 안쓰일까. 하지만 여주는 끝끝내 눈에 확띄는 치료를 하지 않았다. 담소를 나누다가 정귀인의 움직이지 않는 손을 잠깐 따스하게 감싸주어 잔인하기 짝이 없는 흉터만을 조금 희미하게만 할 뿐 끊어진 신경을 치료해주진 못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무엇때문에 도망을 치셨는 데...정귀인을 볼때마다 어느 한부분이 아파왔지만 눈앞에서 죽어가던 부모님의 잔상이 진해 여주는 꾸역꾸역 그것을 모른 채 했다.










그리고...



어느덧 여주가 궁에 들어온지 한달이 지나서야 백현이 첫 날 이후로 여주가 머무는 신춘궁을 찾았다.







" 어떻게. 귀인께서는 잘 지내고 계신겁니까 "






가끔 다른 귀인들과 황제가 함께 하는 자리를 멀리서 오며가며 보기만 할 뿐 가까이 마주한 적이 없는 여주가 백현의 다정한 목소리에 겨우 소릴 내어 대답을 했다.






" 네. 폐하의 배려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 "

" 어머니와는 어떤가요? "

" 참으로 따뜻하신 분입니다. 궁에서 가장 많이 위로를 주신분이시지요. "


" 가장 많이 위로를 주었다라? "

" ...... "







흥미로운 듯 반짝이는 백현의 눈동자 뒤에 서늘함을 읽지 못한 여주가 차분히 되물어오는 듯한 백현에게 답하였다.








" 제가 잃은 어미의 자리를 채워주시겠다 하셨습니다. 제게 과분할 정도로 따뜻한 사랑을 주시는 분이에요. "







여주의 말에 보름달처럼 휘어있던 백현의 눈매가 한순간 한일자가 되었다. 백현의 그런 표정을 숙이고 있느라 미처 보지 못한 여주가 정귀인의 말을 읊으며 살짝 미소 짓고 있는 데








" ...그래서 그대는 언제까지 나를 속일 작정인가. "







서릿발처럼 차가운 백현의 말에 입에 대지도 않던 찻잔의 입구를 돌리고 있던 여주의 손이 굳었다. 흔들리는 눈동자로 백현의 눈을 마주했다 황급히 피한 여주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핑계를 꺼내기도 전에 백현이 거칠게 일어섰다.










콰당.

방금까지 미적지근해진 차를 담고 있던 사기들이 넘어가며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요란하였다. 황제의 심기를 건드릴까 들어오지 못하는 궁인들의 목소리가 모기소리만큼 희미하게 들려올 때 백현이 한번 더 싸늘하게 되물었다.







" 그래서 그대는 그대에게 그리 무한정의 사랑을 주는 분에게 거짓을 말하고 뻔뻔히 좋아하고 있는 것인가? "

" 그래서 그대는 아직! 내게 제대로 된 이름을 말하지 않는 것이냐 물었다! "







깨진 사기위로 주먹을 내리 친 백현이 입을 꾹 다문 여주를 노려보다가 밖에 있던 근위대장을 불렀다.








" 당장 들어와서 이 년을 끌어내!!!"





















***



정신이 흐릿해지면 참던 신음이 새어나왔다. 여주는 더더 입술을 깨물고 다리에 닿아오는 따갑고 아린 매를 견뎠다. 백현은 벼락같이 화를 낸 뒤 여주를 끌어내어 태형을 선고했다. 30번째가 넘어가면서 장형 10대라 해도 무관할 만큼 많이 맞은 여주가 처음과 다르게 자세가 흐트러지자 백현은 그제서야 멈추라 명한뒤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여주를 끌어다가 정귀인이 있는 도화전에 들이닥쳤다.








" 황상! 이게 무슨 일이에요? "

"도하야..너는 또 어찌.. "







놀라서 말문이 막힌 정귀인이 순식간에 늘어진 팔을 뻗자 백현이 차갑게 말했다.








" 팔을 치료해드려. "








백현의 말에 여주의 정신이 휙 돌아왔다. 자신에게 이 능력이 이젠 어떤의미인지도 모르면서. 이 능력을 쓰라니.







" 그렇게는 못합니다. "

" 치료하라 하였다!!!"

" 못합니다!!안합니다!!"
"어찌 합니까어찌!! 이 능력때문에 살릴 수 있었던 어머니와 아버지를 두고 도망가야했습니다!또한 멀쩡하게 잘 살던 고향을 버리고 숨어살아야만 했습니다! 저는 못합니다 아니 앞으로도 이 능력을 쓰지 않을 것입니다!!"









여주의 마지막 발악에 백현의 얼굴엔 전과는 비교 할 수 없는 분노가 차올랐다.

백현은 다시 여주를 거칠게 끌어내 이번에는 직접 매를 들었고 거침없이 가는 다리를 때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백현에게 맞으면서도 이를 꾹 깨물고 버티는 여주와 치료하겠다고 할때까지 때리겠다는 백현의 말에 그 모습을 보던 이들은 사색이 되어 발만 동동 굴렀다. 정귀인은 치맛지락을 잡지 못해서 늘어지는 치맛자락에 흙이 묻든 말든 서둘러 둘의 앞을 막았다.








" 그만..그만!현아 어찌 그러느냐. 이 아이가 무슨 질못을 했다고 도대체..."









정귀인은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여주의 앞에 주저앉듯 앉았다.








" 도하야.. 왜그러느냐. 응? 폐하께 이리 무례하게 굴 아이가 아닌데 어찌, "








어떻게든 백현으로부터 자신을 감싸주려 하는 정귀인의 모습에 결국 여주의 눈에서 참고 있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백현은 요령없이 매질을 가하느라 거친 매에 쓸린 손에서 피가 나든 말든 여주의 앞으로 다가가 여주의 손을 끌어다가 정귀인의 앞에다 두고 말했다.







" 어마마마께선 하나도 모르고 계셨습니다. 이 계집이 자신의 이름까지 감추고 신분을 숨겨왔다는 것을. 치료해라. 빨리 어마마마를 치료해!!!! "






핏발 선 두눈과 목 메인 고함에도 여주의 손은 힘없이 팔랑거릴 뿐, 여주는 끝끝내 백현의 말을 거부했다. 화가 난 백현이 다시한번 여주에게 소리치려는 그때였다.








" 그럴만한 사정이 있을것이야. 어미와 아비를 잃었다했습니다. 황상. 이 아이에게 죄가 있다면 눈 앞에서 죽어가는 어미와 아비를 두고 도망친 것 이겠지요. "







여주가 들려준 여주의 이야기를 정귀인은 다 기억하고 있었다. 어미에게 버림 받은 벡현과 어미를 버려야 했던 여주, 눈 앞의 두 사람은 각각 다른 상처를 안고 있었어도 그 깊이와 고통은 같았을것이다. 정귀인은 백현을 막아서면서 여주의 여린 몸을 안아주려고 가까이 다가왔다. 괜찮아. 괜찮다 여주야.


처음부터 멈출 수 없었던 눈물이 이제는 완전히 시야를 가려버려서 달래주는 정귀인의 얼굴이 보이지 않자 여주의 울음이 더 커져갔다. 엉금엉금. 움직이기 힘든 다리를 이끌어 정귀인에게 가까이 다가간 여주가 손을 뻗어 정귀인의 두 손목을 각각 감싸쥐듯 잡았다.







" 마마의 손을 늘 치료해주고 싶었습니다.흐으... 마마의 손을 보면 늘 마음이 아팠습니다..흐......."
" ....어머니와 아버지를 죽인 이 능력을 쓰고 싶었지만 너무 쓰기 싫었습니다..흐윽..죄송합니다..마마 더 일찍 이렇게 잡아주지 못해서..더 일찍 이리 해드리지 못해서..."








여주의 말과 동시에 하얀 빛이 주위에 일렁이며 퍼져나갔다. 따뜻한 감각들이 돌아오고 느껴지지 않던 것들이 하나하나 세세히 느껴지기 시작하자 정귀인의 얼굴에 놀라움이 스며들었다. 한참을 하얀빛으로 감싸였던 정귀인의 손목이 빛이 사라지고 나니 그 흉측했던 흉터가 희미하게 남아있는 것만 빼면 두 손이 원래의 모습을 찾았다.







" 팔이... "







놀라움에 말을 잇지 못하며 손목을 움직여보던 정귀인의 고운 두볼에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백현의 눈에서도, 궁인들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다.



감축드리옵니다. 마마.



울음섞인 궁인들의 목소리가 방금까지 악이 난무하던 곳에 들어차면서 메아리쳤다. 정귀인은 멀쩡한 팔로 지친 여주를 꽉 안아주었다. 얼마나 이리 해주고 싶었는 지 몰라. 이리 꼭 안아주고 싶었다고.. 정귀인은 눈물을 흘리면서 여주를 안고 가늘게 들썩거리는 등을 토닥여주었다.











백현이 마지막으로 본 것은 정귀인의 품에 안겨 서럽게 울던 여주가 거센 물살에 휩쓸리듯 옆으로 쓰러지는 모습이였다.
























***


저를 속이고, 양어머니를 농락한 것에 화가나서 미처 몰랐었다. 여주의 부모님이 여주의 능력때문에 돌아가셨다니. 그래. 그 고집세고 맑은 아이가 대승상의 집에 있는 것부터가 이상하다 싶었지만 이제야 그 의문이 한조각씩 진실을 찾아 끼워 맞춰지고 있는 듯 했다. 놀란 정귀인의 말에 따라 여주는 즉시 자신의 궁으로 옮겨지고 내의를 불러들였다.






피에 눌러붙은 옷을 걷어내고 상처를 치료해주는 모습까지 본 백현은 그 이후 밖을 서성이며 아까 자신의 모습과 여주의 원망 어린 시선을 떠올렸다.


미울것이다. 한낱 치기로 자신에게 낙인을 새긴 날부터 자신에게서 도망치고 싶어서 한평생 살아온 고향을 등진 채 도망갔다. 그리고 그 곳에서 부모를 잃고 화를 당할 뻔 하다가 자신에 의해 빠져나왔지만 궁에 있는 것이 싫었을테지. 그간 근위대장으로부터 여주가 여러번 밖으로 나가려는 기색을 보였다는 보고를 받았지만 적응단계라고 넘겼는 데...어쩌면 그녀는 진짜 궁을 나가고 싶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여주와 같이 데려온 남자는 자신의 명도 거역한 채, 여주만을 찾는다고 들었다. 여주에게 남은 사람은 그 사람 뿐인가. 그런 생각까지 미치자 갑자기 입안이 껄끄러워지고 쓰디 쓴 약을 삼킨 듯 온 입안이 다 씁쓸 했다.











한참을 밖을 서성이면서 가는 입김을 뿜어내던 백현은 결심한 듯 발길을 돌려 신춘궁으로 향했다. 빠르게 걷던 걸음은 어느새 달리기가 되었고 숨차다고 느낄 겨를도 없이 도착해 문을 열고 들어갔다.



커다란 침상위에 한껏 몸을 웅크리고 자는 여주의 옆모습이 괴로워보여 거침없이 들어서던 백현의 발걸음이 굳었다. 백현은 조금 흔들리는 눈으로 여주를 가만히 응시하다가 한참이 지난 후에야 이불 끝자락에 살며시 앉았다. 미련스레 제가 때리는 매를 다 맞은 여주가 한심하기도 하고 이런 상태가 되리란 걸 알면서도 여주를 이지경까지 몰아간 자신이 한심해서 견딜 수 없었다.




백현은 내의가 두고 간 물수건을 꾹 짜낸 뒤 그것으로 땀이 흥건한 여주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꼼꼼하고 세심한 손길에 여주의 눈에서 눈물이 또르륵 흐르자 백현은 당황했다.




또 다시 망부석처럼 여주에게 가지도 못하고 또 거둬들이지 못하고 있던 백현은 크게 마음 먹고서 여주의 다리를 보았다. 희고 고운 다리에는 상처들이 심각했다. 왜 남은 다 고쳐주면서 스스로는 고치지 못하는 것인지. 애꿎은 여주를 탓하던 백현은 물수건을 새로 적셔 짜낸 뒤 함께 있던 연고를 들고 다리 가까이에 앉았다. 물수건으로 조심조심 상처를 닦아내고 자신의 손가락에 연고를 듬뿍 짜내어 조심스레 발라주었다. 그러면서 잠에 흠뻑 젖어 들리지 않을 여주에게 하나하나, 사과를 건네었다.





미안하다.
너에게 그런 상처가 있는 줄 알았다면 그리 화내지 않았을텐데..

미안하다.
애꿎은 너에게 화풀이를 했다. 애초에 어머니를 지켜내지 못한 것도 나인데..

미안하다..
또 다시 너에게 지울 수 없는 낙인을 주어서..

미안하다..
그 어린날부터 지금까지...나는 너에게 못된 사람이라서.




























***



다리에 흉이 지긴 했지만 상처는 생각보다 금방 아물었다. 약을 꼬박꼬박 바른 것 처럼 효과가 매우 좋아서 살짝 의아하기도 했지만 궁의 약이니 그 효험이 더 좋은 거라고 생각하면서 여주응 걷어내고 있던 치마를 내렸다.



그 날 이후, 사과는 커녕 얼굴도 인비치는 황제가 미웠지만 정귀인과 함께 있는 건 좋아서 여주는 매일 같이 도화전을 찾았다. 고운 손으로 여주를 당겨 안아주고 여주의 머릴 매만져서 예쁘게 묶어주고, 여주는 정귀인이 없었더라면 이 곳에 적응하지 못해 매일 울었을거라 생각했다.




황제가 경수 오라버니와의 만남을 허락해주었다고 전해왔다. 나는 당장에 오라버니가 있다는 근위병들이 머무는 곳을 찾았고 거기서 황제를 보필하는 호위무사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경수를 보았다.




오라버니-!!!





반가운 마음에 냅다 달려가서 안겼더니 경수의 두 눈이 커지면서 자신의 품에 있는 여주가 알딸딸한지 한참을 보다가 꿈이 아니란 걸 확인 하듯 꽉 끌어안았다.




츳츳. 유독 말이 없는 종인의 목소리에 여주는 그제서야 슬그머니 눈치를 채고 밥을 뜨는 걸로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경수를 나무랐다.






어째서 밥을 안드시는 겁니까!






여주의 째림과 동시에 시작된 말에 경수는 황급히 큰 눈을 부릅 떠 옆에서 티나게 한숨을 내쉰 종인을 노려보았다. 저 인간이.


자신과 비슷한 나이대의 사내임에도 불구하고 경수가 한없이 점잖은데다가 여주 앞에서는 산골소년 같이 구는 걸 놀려 먹는 재미가 쏠쏠해서 인지 종인의 장난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였다.



그렇게 여주를 보는 건 좋은 데 여주에게 장장 두시진에 걸쳐 잔소리를 듣지 경수의 얼굴이 허옇게 질려갔다. 저도 모르게 이제 그만하면되지 않았을까 그리 물을 뻔 한순간이였다.











황제가 보낸 궁인이 급이 달려와서 여주에게 말했다.








폐하께서 보자고 하셨습니다. 마마.









여주는 입을 부루퉁하게 내밀고는 하던 말을 이만 자르고 일어났다.























***





그 날의 저가 이성을 잃고 대든 것도 있었기에 여주는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하고 그냥 고갤 푹 쳐박고 있었다.


그런 여주를 뚫어져라 응시하던 백현이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물론 , 여주는 고갤 숙이고 있느라 그걸 보지 못했지만.









" 그 날은 미안했다. "







제멋대로의 표본인 황제가 먼저 사과를 건네자 여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예의를 차려야 한다는 것도 잊고 황급히 고갤 쳐들고 백현과 눈을 맞춘 여주가 황급히 눈을 굴렸다.


그런 여주의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눈을 반짝인 백현이 차가운, 그런 말투 말고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 궁을 나가고 싶으냐? "










그 말에 여주는 멍하니 백현과 눈을 맞추었다. 자신을 어떻게든 궁에 데려가려던 황제였다. 이 궁에 와서 자신은 황제가 보내주지 않는 한 나갈수 없을것만 같았는 데...여주는 차마 대답을 못하고 고갤 끄덕였다. 솔직히 지금 이순간도 저 말이 환청이 아닌가 긴가민가 했다.










" 그럼 한번 나가보거라. 이 궁을.
스스로 탈출하게 된다면 내 너를 잡지 않겠다. "










백현의 마지막 말에 여주는 그가 장난을 치는 게 아니라, 그냥 던지는 말이 아니라 진심이란 걸 알았다. 저는 자신있다는 듯 한번 나가볼수 있으면 나가보라는 황제의 말에 여주는 속으로 대꾸했다. 보란듯이 이곳을 나가주지요. 라고.












































***





" 크큭...."






여주는 시뻘겋게 달아오르는 볼을 감추려고 부러 고갤 더 팍 숙였다. 다섯번째 였다. 저 간신히 참는듯한 웃음을 들은 게.






" 또 너냐? "






다섯번째였다. 그의 저 말을 들은 게.
놀리는 것도 아니지만 이제는 웃음을 참기 힘들다는 듯 건네오는 말에 여주는 소매 자락안으로 감춘 주먹을 꽉 쥐었다.








백현의 제안 이후 저는 다섯번이나 탈출을 시도 했지만 번번히 이렇게 잡혀들어와서 백현을 마주해야 했다.



첫번째 탈출은 담벼락을 겨우겨우 넘었건만 하필이면 그 아래를 지나가던 근위병을 덮쳐버렸고, 두번째 탈출은 자신이 없어졌다는 신춘궁 궁인들의 요란한 비명덕에 들켜버렸다. 세번째는 겨우겨우 문이 앞에 다다랐건만 때마침 문과 가까이 있던 도화전에 다녀 온 종인을 만나 질질 끌려왔다. 네번째는 어찌저찌하여 신춘궁을 벗어나긴 했는 데 저를 찾으러 나선 궁인들과 근위병들을 피해 도망다니다가 백현이 목욕하고 있는 탕 안으로 도망가서 들켰다.


...참 엉성하기 그지 없는 탈출은 경수에게서 옷을 빌려입고 근위병인척 밖으로 나가려다 들킴으로서 종지부를 찍었다.







이제는 숨넘어갈듯 웃고 있는 백현과 종인, 웃고 있진 않지만 멀찍이서 얼굴이 벌게진 채 자신을 보고 있는 정귀인과 경수, 그리고 자신의 궁인인 나리의 모습에 여주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아주 톡톡히 놀림아닌 놀림을 당하는 덕에 여주는 슬쩍 백현을 흘겨봤다.


이쯤되니, 자신의 탈출능력이 엉성한 건 생각도 못하고,

백현은 여주가 이렇게 탈출 못할 걸 알고 있어서 그리 말한것이 틀림없다. 그리 생각하는 여주였다.



그래서 거기까지 생각하자 분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해 여주는 킁 하고 콧김을 뿜었다.

















































쁘리의 말






- 여주 다리가 빨리 아문 이유는 읽다보면 짐작하시겠지만 백현이는 매일 매일 밤에 찾아가서 사과하고 약 바르고..ㅠ

- 사실 되게 외로운 사람,,혼자 크는 걸 배워서 남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그거 변백현,,ㅠ

다정한 황제를 원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차츰 나옵미다.왕 다정+ 여주 한정 바부ㅠ 백현 황제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