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0대 중반 남성 김 씨와 시비가 붙어 폭행사건에 연루됐다가 벌금형을 트렁크 살인사건’ 피의자 김일곤(48)이 숨진 피해자 주모(35ㆍ여) 씨를 납치했던 이유가 평소 원한관계에 있던 남성을 유인할 목적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사건처럼 상대에 대한 분노를 이기지 못해 보복 폭행에, 살인까지 저지르는 이들이 늘며 제2, 제3의 김일곤이 나올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1일 성동경찰서에 따르면 김일곤은 선고받자 분노를 참지 못하고 김 씨에게 복수를 결심했다.
[사진=헤럴드경제DB]김일곤은 경찰에서 “김 씨가 운영하는 노래방에 주 씨를 보내 ‘노래방 도우미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는 식으로 김 씨를 유인한 뒤 살해할 계획이었다”고 진술했다.
결국 주 씨는 보복범죄의 ‘희생양’이었던 셈이다.
이같은 보복범죄는 비단 김일곤의 사례 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10일에는 자신을 경찰에 신고한 것에 앙심을 품은 50대 남성이 술집 여성업주의 머리를 흉기로 때려 살해하려 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에 앞서 지난 5월에는 장애인 여성을 ‘묻지마’ 폭행한 혐의로 재판받던 40대 남성이 합의서를 써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장애인에게 살해 협박을 일삼았다가 구속되기도 했다.
도로 위의 보복운전, 층간 소음 등으로 인한 이웃간의 보복 폭행ㆍ살해도 보복범죄의 일종이다.
보복범죄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0년 124건이었던 보복범죄는 2011년 122건, 2012년 235건, 2013년 237건, 2014년 255건등으로 집계됐다. 최근 5년간 2배 가량 늘었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기준, 협박이 83건으로 압도적이었고, 실제 폭행과 상해 등으로 이어진 경우도 각각 60건, 39건이었다. 감금(2건), 살인(1건)을 불사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보복범죄 자체가 공권력에 대한 도전”이라고 설명하며, “보복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한편, 피해자에 대한 보호 장치를 제대로 마련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교수는 “김일곤의 경우엔 여러차례 강도행각까지 벌인 상습범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법적 처벌이 관대했던 것도 문제”라면서, “상습범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범죄를 미연에 방지 할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보복범죄로 인해 주 씨와 같은 애꿎은 피해자들까지 생겨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김일곤도 처음엔 주 씨를 죽일 마음이 없었을 수 있지만, 주 씨가 도망가는 순간 ‘저 여자도 날 (김 씨처럼) 우습게 봤다’는 분노가 치밀어 살해했을 것”이라면서, “이성을 잃고 분노를 하게 되면 불특정 다수에게 흉기를 들이미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 씨에 대한 분노가 사회 전반에 대한 불신, 억울함 등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어 곽 교수는 “경제 발전과 더불어 상대적 박탈감이 심화되면 결핍을 참지 못하고 ‘묻지마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면서, 김일곤의 사례를 나와는 관련이 없지만 내 편이 아닌 사람들에게 이뤄졌다는 의미에서 일종의 ‘보복형 묻지마 범죄’로 정의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제가 악화될수록 증가하는 게 범죄인 만큼, 보복범죄 역시 단기 처방으로는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며, “고용문제 등 사회 전반적인 민생 문제를 해결해야 보복 범죄율도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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