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디에서도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 나는 높은 곳에 살았다/ 정다운

기다리는 시간도 봄이다
보내고 그리워하는 시간도 봄이겠지
당신을 기다리고 그리워한 시간까지
다 사랑이었던 것처럼
- 밤 열한시 中/ 황경신

밀려드는 그리움을
어찌할 수 없어
명치 끝이 아파 올 때면
가슴이 온통 그대로 가득차
감당할 수가 없다
아무것도 위로가 되지 않고
보고싶다는 생각에
온 몸이 눈물로 젖는다
사랑하지 말걸 그랬다
그대 나에게 올 때
외면할 걸 그랬다
그대 단 한번이라도
꼭 안으면
이 모든 아픔은 사라질 것만 같다
- 밀려드는 그리움/ 용혜원

오늘도 강물에
띄웠어요
쓰기는 했건만
부칠 곳 없어
흐르는 물 위에
던졌어요
- 편지/ 피천득

활짝 핀 꽃나무 아래서
우리는 만나서 웃었다
눈이 꽃잎이었고
이마가 꽃잎이었고
입술이 꽃잎이었다
우리는 술을 마셨다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사진을 찍고
그 날 그렇게 우리도
헤어졌다
돌아와 사진을 빼보니
꽃잎만 찍혀있었다
- 꽃잎/ 나태주

죽어서 헤어지는 것 보담
살아서 한 이별은
대수롭지 않아 라고 말하지 마오
살아서 한 이별 때문에
죽기도 하니
죽어야
진정으로 끝나는 이별도 있으니
- 어떤 이별/ 나해철

한사람을 알고부터
내 스스로가 선택한 가장 아름다운 고통이다
- 짝사랑/ 김병훈

하루 종일 나는 당신 생각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당신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이 길은 끝이 있습니까
죽음 속에 우리는 허리까지 잠겨 있습니다 나도 당신도 두렵기만 합니다
이 길은 끝이 있습니까 이 길이 아니라면 길은 어디에 있습니까
하루 종일 나는 당신 생각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거울처럼 당신은 나를 보고 계십니다
- 거울/ 이성복

널 만난 후로 나에게는
사계절 같은 건 없었어
내 속에 네가 들어와
뜨거운 꽃을 심었던
옅은 봄
그리고 그것이 만개해
꽃잎이 온몸을 흐르던
찐한 봄
내겐 어쨌든 봄뿐이었어
널 만난 후로는
- 널 만난 후, 봄/ 박치성

그대는 아는가, 만났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사랑했다는 것을
사랑했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그리워했다는 것을
그대와의 만남은 잠시였지만
그로 인한 아픔은 내 인생 전체를 덮었다
바람은 잠깐 잎새를 스치고 지나가지만
그 때문에 잎새는 내내 흔들린다는 것을
아는가 그대, 이별을 두려워했더라면
애초에 사랑하지도 않았다는 것을
이별을 예감했기에 더욱 그대에게
열중할 수 있었다는 것을
상처입지 않으면 아물 수 없듯
아파하지 않으면 사랑할 수 없네
만났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을, 그대여 진정 아는가
- 그대는 아는가/ 이정하

너와의 이별은 도무지 이 별의 일이 아닌 것 같다.
멸망을 기다리고 있다.
그다음에 이별하자.
어디쯤 왔는가, 멸망이여.
- 이 별의 일/ 심보선

대화란 항상 의외의 방향으로 나가버리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렇게 글로써 알리는 것입니다.
간단히 쓰겠습니다.
사랑하고 있습니다.
- 무진기행 中/ 김승옥

그때의 우리는 그게 어느 시간이든 서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보다 더 이른 시간이어도 그가 내게 올 수 없는 시간은 없었고
내가 그에게 갈 수 있는 시간이 따로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때의 우리는 언제든 서로를 향해 어서 와, 라고 대답했었다.
-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中/ 신경숙

우정이라 하기에는 너무 오래고
사랑이라 하기에는 너무 이릅니다
당신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다만
좋아한다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남남이란 단어가 맴돌곤 합니다
어처구니 없이
난 아직 당신을 사랑하고 있지는 않지만
당신을 좋아한다고는 하겠습니다
외롭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외로운 것입니다
누구나 사랑할 때면
고독이 말없이 다가옵니다
당신은 아십니까
사랑할수록 더욱 외로와진다는 것을
- 사랑/ 이해인

술잔에
별이 떨어지고
그 속에는
당신의 얼굴이 담겨져 있다
나는
목마른 나무
물기마져 가셔버린
목마른 나무
술잔을 가득 채워가며
그리운 당신의 얼굴을 보며
나는 자꾸 마신다
별은 계속
술잔에 떨어지고
그 속에 담겨진 당신의 얼굴은
눈물로 흘러들어와
내 가슴에 고인다
술잔에는
별이 가득 담겨져 있고
당신의 눈물로
나의 목을 적신다
- 술잔에 떨어진 별/ 김미선

내가 만약 달이 된다면
지금 그 사람의 창가에도
아마 몇줄기는 내려지겠지
- 첫사랑 中/ 김소월
언젠가의 그 시간을 되돌아볼 때 내가 그에게 후회는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깊어 빠져 죽기에 충분했다
아마도 잠 못 이룰 날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이제 다시는 만날 수 없음을 느낍니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부재는 존재를 증명한다
그리움을 모아 태우면 어떤 냄새가 날까
그대와 다시 한번 그 길을 꼭 걸어보고 싶다
처음 만났을 때보다 더 아름다운 미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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