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집에는 백수같은 남자 한명이 살고있다.
내가 집에 오면 항상

"김여시 왔다 온몸으로 환영!"
이러거나

"여시 왔어?"
우리 오빠의 친구,몇년이더라 14년지기랬나
오빠가 24살때 전역하고 매일같이 집에 왔으니까.
아니 그니까 군대에서 왜 친해져서
암튼 이분 하는 행동보면 최소 내 친오빠다
야근하고 집에 들어 왔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거실 한가운데에서 떡하니 날 반긴다.
"아 언제까지 올꺼야"
"에이 왜그러냐 섭섭하게"
"아니 일 안할거냐고! 맨날 빈둥댈꺼야?"

"나 일하고 있거든? 내가 왜 저녁에만 오는데!"
"퍽이나"
싸우기도 자주 싸운다.
궁시렁거리는 오빠를 등지고 내 방으로 들어와 방문을 닫았다.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하고 있는데 몇분후,
똑똑
"아 왜 또!!!"

"...나인거 어떻게 알았냐"
오빠가 머쓱한지 슬그머니 방문을 열고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왜왜왜"
"내일 시간 있으면 밖에서 저녁 먹을까?"
"매일같이 집에서 보는데 뭘 또 밖에서 봐!"
"고기 사줄게 고기.
암튼 문자하면 나와 회사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오빠가 헛기침을 하며 방문을 닫았다.
뭐야 갑자기 밥사준다 하고,닭살돋게
다음날,퇴근준비를 하며 5분후 도착이라는 문자를 받았다.
나는 짐을 챙기고 회사사람들에게 인사를 한 뒤 1층으로 내려갔다
근데 왜 머리카락 한털도 안보이냐 5분 지났는데?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데 검은색 차 한대가 내 앞에 서더니
누군가 문을 열고 나왔다,
"김여시씨"
"누구...오빠 미쳤어? 옷이 왜이래?"
말끔히 정장을 빼입은 오빠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

"김여시씨가 백수라고 생각하는 사람
도착했습니다"

"아 그렇다고 반하진 말고"
오빠가 어안이 벙벙한 나를 조수석에 태우고 문을 닫았다.
생각해보니까 이 사람을 밖에서 본적이 한번도 없었어
친오빠보다 더 편안한 오빠였는데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다.
"벨트 해야지"
"네. 아,어"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존댓말에 입을 다물고 눈치를 보는데
오빠는 그런 나를 보고 웃더니 핸들을 꺾으며 말했다.

"김여시 너 이제 큰일났다"
2.
-어 여시야
-어디야?
-나 잠깐 회사들어가는 중인데.왜?
-아...아니야 끊어
-왜그러는데
-아니 몸살걸린것 같아서
약좀 사와달라고 하려고 했지 괜찮아 끊어
-기다려 금방갈게

"김여시 괜찮아?"
"어?어...몰라..."
오빠가 집에 들어오더니
쇼파에 담요를 두르고 누워있는 내게 와 자기 손으로 이마에 열을 쟀다.
"야 진짜 아프네 너 거짓말인줄 알았더니"
권지용은 우리 오빠와 가장 절친한 사이이다.
내가 5살때부터 오빠를 알았으니까 이제 서로 알고 지낸지
20년쯤 됐다.가족처럼 붙어있어서 이제는 서로 막말도 하는 사이

"생긴건 장군감인데 왜이렇게 자주 아파?"
"야이씨"
나는 발을 들어 오빠의 허리를 밀었다.오빠는
아픈데 힘은 여전하네라며 부엌으로 가 봉지에 싸고 온 죽을 꺼내며 말했다.
"근데 왜 너 혼자야"
"엄마랑 아빠는 놀러갔고 오빠는 뭐 요즘 집에 안들어오던데?"
오빠가 고개를 끄덕이며 테이블에 죽과 숟가락을 놓고 와서 먹으라며 손짓을 했다.
나는 힘이 쭉 빠진 몸을 끌어 의자에 앉았다.
오빤 내 손에 숟가락을 쥐어주고 반대편 의자에 앉았다.

"아줌마한테 월급좀 달라고 해야겠다 맨날 너 간병인 노릇이야"
"적성에 맞잖아"
한숟갈 들어 무작정 입에 넣었다.아뜨거,식은줄 알았던 죽이 예상외로 뜨거웠다.
나는 허둥지둥 수저를 도로 꺼내 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시는데
오빠는 그런 나를 보며 배가 째지도록 웃어댔다.

"아 진짜 너가 뭐가 이쁘다고 챙겨주냐"
나는 눈을 흘긴뒤 남은 죽을 해치웠다.
다 먹고 빈 그릇을 옮기려는데 오빠가 내 손에 있던 그릇을 뺏으며 말했다.
"내가 치울테니까 저기 봉지에 있는 약 먹어"
"응"
나는 약을 먹고 쇼파에 앉아 다시 담요로 온몸을 칭칭 둘렀다.
몇분후,설거지를 마친 오빠가 젖은 손을 바지에 문지르며
내 옆에 앉아 채널을 돌리며 말했다.
"아 뭐볼까"
"....회사 안가냐?"

"너 잠들면 그때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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