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생각] 아이유와 제제의 잘못된 만남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file2/2015/11/07/4/8/0/480fcc3e1920f7594b8854043083dab7.jpg)
<1> '잘못된 만남'
어제, 오늘 종일 핫한 아이유의 '제제'에 대해 한 번 생각해봤습니다.
'제제'는 소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의 주인공으로 아동학대를 당하는 5세 소년입니다. 아이유는 인터뷰에서 소설 속의 어린 '제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고 전제했지만 ,'제제'의 양가적인 '성질'(순수함/짓궃음)을 '섹시'하게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제제' 가사를 보면, 아주 노골적이진 않지만 성적으로 해석 가능한 코드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앞서 소개했던 '스물셋'과 유사한 느낌을 주는 컨셉이죠. 물론 '스물셋'처럼 구체적이고 노골적인 자기 발언이 담겨있진 않습니다. 다만, 문제는 미스매칭이라는 점입니다
'제제'라는 곡에서 드러나는 양가적인 성격은 아이유라는 캐릭터와 닮아 있습니다. 순수한 소녀로서의 욕망과 응큼하고 발칙한 여자로서의 욕망이 공존하죠. 하지만 소설 제제와 노래 제제는 적합한 매칭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아이유는 소설 속 '제제'의 구체적인 인물을 염두하지 않고, 그냥 그 캐릭터의 양가적 속성을 따와서 곡을 만든 듯 보입니다(그래서 아이유가 이 소설을 심지어 읽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받고 있죠).
만약 이 곡이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의 '제제'가 아닌 다른 대상을 모티브로 썼다면 아이유라는 캐릭터를 잘 표현한 곡으로 여겨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된 것은 구체적인 문학적 인물을 무리하게 혹은 무심하게 따와서 전유했다는 점입니다. '제제'는 아이유라는 캐릭터는 잘 드러내는 곡이지만, 원작 소설의 '제제'는 무례하게 내치는 곡입니다.
<2> '그래도 제 갈길 가길'
앨범이 나오기까지 내부적으로 이런 문제제기가 없었다는 것이 신기하고, 만약 있었음에도 아이유가 강행한 것이라면 정말 대단하다(긍정적/부정적 여부를 떠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볼 때 '제제'는 명백한 미스매칭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이유는 제 갈길을 갔으면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 음반이 제게 좋았던 이유는, 자신의 양가적인 이미지를 잘 활용하면서도, 나름의 할말들을 하는 곡으로 채워졌기 때문입니다. 23살이라는 명시적인 나이를 드러내, 성공한 아이돌이자 아티스트적 욕망도 공존하는 지금의 아이유(인물/캐릭터)를 잘 담았죠. 그래서 음악이 환상적인 소스가 많이 들어갔음에도 막연하지 않고, 응큼하면서도, 솔찍한 심정이 잘 녹아났습니다.
우리 가요계에 이런 아이돌 하나 있는 건 귀한 자산이죠. 인정할 건 인정하고(그것이 공식적 사과든 음악적 제스처든 간에), 돌아볼 건 돌아보면서, 동시에 제 갈길 가는 그런 가수가 되길 기대합니다.
덧.
'제제'가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불러서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가 주목을 받고 또 오늘 하루 꽤 팔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제가 참 좋아하는 작품인데, 이참에 많은 분들이 이 소설도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설읽기가 힘드신 분들도 이 작품은 쉽고 감명깊게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소설이 어렵기만 하다고 생각하던 학창시절 때, 저에게 문학의 매력을 가르쳐 준, 그런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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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듯,
씩 올라가는 입꼬리 좀 봐
그 웃음만 봐도 알아 분명히 너는 짓궂어
아아, 이름이 아주 예쁘구나
계속 부르고 싶어
말하지 못하는 나쁜 상상이 사랑스러워
조그만 손가락으로 소리를 만지네
간지러운 그 목소리로 색과
풍경을 노래 부르네 yeah
제제, 어서 나무에 올라와
잎사귀에 입을 맞춰
장난치면 못써
나무를 아프게 하면 못써 못써
제제, 어서 나무에 올라와
여기서 제일 어린잎을 가져가
하나뿐인 꽃을 꺾어가
Climb up me
Climb up me
꽃을 피운 듯,
발그레해진 저 두 뺨을 봐
넌 아주 순진해 그러나 분명 교활하지
어린아이처럼 투명한 듯해도
어딘가는 더러워
그 안에 무엇이 살고 있는지,
알 길이 없어
당장에 머리 위엔 햇살을 띄우지만
어렴풋이 보이는 너의 속은
먹구름과 닿아있네 oh
제제, 어서 나무에 올라와
잎사귀에 입을 맞춰
장난치면 못써
나무를 아프게 하면 못써 못써
제제, 어서 나무에 올라와
여기서 제일 어린잎을 가져가
하나뿐인 꽃을 꺾어가
Climb up me
Climb up me
한 번 더 닿고 싶어
여기서 매일 너를 기다려
전부 가지러 오렴
다시 부르고 싶어
여기서 매일 너를 기다려
얄밉게 돌아가도
내일 밤에 또 보러 올 거지
제제, 어서 나무에 올라와
잎사귀에 입을 맞춰
장난치면 못써
나무를 아프게 하면 못써 못써
제제, 어서 나무에 올라와
여기서 제일 어린잎을 가져가
하나뿐인 꽃을 꺾어가
Climb up me
Climb up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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