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6월 19일. 신촌하숙이 문을 닫았다.
그렇게 우린 신촌하숙의 처음이자 마지막 하숙생이 되었다.
특별할 것도 없던 내 스무 살에 천만이 넘는 서울특별시에서 기적같이 만난 특별한 인연들.
촌놈들의 청춘을 북적대고 시끄럽게, 그리하여 기어코 특별하게 만들어준 그곳.
우린 신촌하숙에서 아주 특별한 시간들을 함께했다.
울고, 웃고, 만나고, 헤어지고, 가슴 아프고.
저마다 조금씩 다른 추억과 다른 만남과 다른 사랑을 했지만,
우린 같은 시간 속 같은 공간을 기적처럼 함께했다.
지금은 비록 세상의 눈치를 보는 가련한 월급쟁이지만,
이래 뵈도 우린 최초의 신인류 X세대였고
폭풍 잔소리를 쏟아내는 평범한 아줌마가 되었지만,
한땐 오빠들에 목숨 걸었던 피 끓는 청춘이었으며
인류 역사상 유일하게 아날로그와 디지털 그 모두를 경험한 축복받은 세대였다.
70년대 음악에 80년대 영화에 촌스럽다는 비웃음을 던졌던 나를 반성한다.
그 음악들이 영화들이 그저 음악과 영화가 아닌 당신들의 청춘이었고 시절이었음을
이제 더 이상 어리지 않은 나이가 되어서야 깨닫는다.
2013년 12월 28일. 이제 나흘 뒤 우린 마흔이 된다.
대한민국 모든 마흔 살 청춘들에게
그리고 90년대를 지나 식지 않은 시절들을 버텨 오늘까지 잘 살아남은 우리 모두에게 이 말을 바친다.
우리 참 멋진 시절을 살아냈으며
빛나는 청춘에 반짝였으며
미련한 사랑에 뜨거웠음을 기억하느냐고.
그렇게 우리 왕년에 잘 나갔었노라고.
그러니 어쩜 힘겨울지도 모를 또 다른 시절을 촌스럽도록 뜨겁게 사랑해보자고 말이다.
뜨겁고 순수했던 그래서 시리도록 그리운 그 시절.
들리는가, 들린다면 응답하라 나의 90년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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