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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opstory.tistory.com/581

김보은,김진관 사건 취재록

 

곽윤섭(한겨레신문 기자)

 

 

”나 때문에 진관이가… 난 누구에게서도 사랑받을 수 없는 여자인데….”


법정에 선 스물한 살 앳된 여대생의 통곡에 방청석은 눈물바다가 됐다.

전 국민을 경악하게 한 ‘김보은 사건’의 애절한 단면이었다.

 

 

이들은 유죄인가?

 

"누구든지 죄없는 자 이 여자에게 돌을 던지라"

김보은 양에 대한 법 판결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함께 여성으로서의 불이익을 당할 수 밖에 없는 현행 법구조를 여실히 드러냈다.


아침잠이 유난히 많은 내가 노곤한 봄날 아침 7시 전에 일어나 충주로 출발한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11시에 시작하니까 늦어도 한시간 전에는 도착해야 했다. 가까스로 10시 정각에 도착했지만 김보은,김진관씨는 이미 10분전에 입장해 버리고 없었다. 법정 안에서는 벌써 방청객들이 많이들 들어가 있고 대기실의 둘의 모습이 보였다.


옆에서 법원 직원들이 "법정 안은 찍으면 안됩니다."라며 나를 계속 감시한 탓도 있겠지만 아직 어린 두 피고인이 1시간 후에 내릴 선고 형량은 생각하기도 싫다는 듯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그들의 얼굴을 세상에 알리는 일이 오히려 그들의 인권을 침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물러 나오고 말았다.


마침 학생들이 몰려나오고 있었다. 4~5백명이나 될까 끝도 없이 밀려든 학생들은 좁은 충주지원 마당에 줄지어 앉아 노래도 부르고 구호를 외치며 일부는 법정에 들어가겠다고 몸싸움을 벌였다. 방청객 수가 제한돼 있다는 설명은 서서라도 보겠다는 주장에 설득력을 잃고 결국 빽빽이 채울 때까지 방청을 허용했다.


11시 15분. 기다린 시간에 비하면 재판은 일찍 끝이 났다.

 

김보은 씨 4년. 김진관 씨 7년

사나운 고함소리가 법정을 나가는 재판부의 뒤통수를 향했고 이제는 침울해진 두 피고인이 법정 뒷문으로 나왔다. 호송차가 시동을 걸고 있는데 마당에 있던 학생들과 방청을 마친 사람들이 호송차를 삥 둘러싸기 시작했다. 위협적인 시동 소리가 났지만 아무도 꼼짝하지 않고 아예 주저앉아 버렸다.

 


자세한 사건의 내막은 이렇다.

 

김보은의 어머니는 보은이가 7살때 김영오(전 충주지원 사무과장)와 재혼을 했고 김영오는 의붓딸인 보은이가 9살때부터 상습적인 성폭행을 시작했다.

12살이 된 이후로는 목욕중이거나 생리중에도 거의 매일 성폭행을 하다시피했으며 심지어 동생과 어머니가 보는 앞에서도 음란비디오를 틀어놓고 그대로 할 것을 강요하며 강간했고 각종 변태적이며 잔혹한 행위를 자행하였다.


김보은은 대학에 진학하면서 비로소 주중에나마 아버지와 떨어져 기숙사에 머물게 되었고, 학교행사에서 만나 어렵게 사귄 스물한 살 동갑내기 김진관 씨에게 겨우 사실을 털어놓을 수 있었다고 한다.


김보은은 의붓아버지에게 지속적으로 성폭력을 당하고 있는 자신의 상황을 괴로워하며 김진관에게 사실을 털어놓으며 헤어지자고 말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엄청난 사실을 알게된 김진관은 수없이 많은 날을 고민하다가 김영오를 찾아가 "이제 보은이를 놓아주라"고 간청했지만, 당시 충주검찰청에 총무과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던 김영오가 오히려 "다 잡아 넣겠다.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하며 당당하게 나오는데에 격분하여 가해자를 살해하기에 이르렀다

 

김진관 씨는 연인의 ‘과거’를 알고 분노했다. “보은이의 두 눈은 늘 슬픔에 젖어 있었어요.

괴로움에 몸을 떠는 보은이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1992년 8월 24일 항소심 공판)



생각해보자. 경찰에 알리면 모두 죽여버리겠다는 아버지에게 코흘리개 시절 9살 때부터 성폭행을 당해온 김보은씨의 마음을. 그 김보은씨를 알게되어 어려운 고백을 듣고 괴로워하며 의붓아버지를 찾아간 김진관씨의 마음을. 그래서 살인을 했다고 했다.

 

지난 3월28일 결심공판에서 12년씩을 구형 받았던 두 피고인이 4월4일, 이날 4년과 7년을 선고받은 것이다. 잠시 후 타협이 이루어져 학생들이 두 사람을 후송차 창문 너머로 보게 해주고는 차는 떠나기로 했다. 후송차 촘촘한 쇠창살 안으로 꽃을 전해주려는 친구들과 전국에서 김보은씨를 
보러온 학생들이 줄을 섰다. '보은아' '진관아'소리치며 버스에 기대어 울면서 나머지 학생들이 버스 뒤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 땅의 노동자로 태어나 자랑스런 딸로 태어나 고귀한 모성본능 모두 빼 앗겨 버리고...나가자 깨부수자 성차별 노동착취...딸들아 일어나라 깨어라."

 

마감을 위해 자리를 뜨다가 기자회견이 생각나 회견장인 충추 기독교 회관으로 향했다. 공동대책위에서 기자회견 말미를 마치고 있었다.



"사람들은 너무도 쉽게 말합니다. 경찰이나 관계기관에 호소해야 했다고. 그러나 우리 현실에서 그런 신고나 호소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요. 

법적으로 부녀지간이며 검찰의 직원인 그 의붓아버지는 신고가 됐더라도 당장 격리되거나 처벌받지 않습니다. 조서 정도나 꾸미고 귀가시킵니다. 외부의 시선이 끊긴 집안에서 바로 그날도 야수 같은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할 것을 알면서 게다가 '온 식구 몰살'의 위험까지 예상하면서 어떻게 신고를 할 수 있을까요. 

김보은씨의 경우는 그나마 살인이라는 극단적 조치를 취하고서야 세상에 알려질 수 있었습니다. 아직 신고도 못하고 혹 고소했다하더라도 성폭행에 대한 가부장적 편견에 묻혀 버리고만 많은 사례를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내일 아침 신문에 (<한겨레신문>까지 포함해서) 언론이 과연 얼마나 깊이 있게 이 사건을 다룰 것인지... 인간의 절반이 다른 절반에게 행하는 야수적이고 몰인격적인 폭행에 대한 문제가 적어도 집권당 누가 누구와 만나 골프를 치고 밥을 먹으며 정계 개편을 논했다는 뉴스(!)보다야 더 중요한 게 아닐까...

이래저래 서울로 돌아오는 길은 영 편치 않았다. 여성으로서, 인간으로서 마지막 남은 자존심마저 앗아가 버렸던 사건. 학생들의 울음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쟁쟁하다.

김보은,김진관씨는 5월말 현재 감방에 갇혀 있다. 이들은 유죄인가.

 



 



“저 아저씨, 아빠라고 불러도 돼?” 

“그럼. 이젠 네 아빠야. 저분이….” 

“와, 이젠 오빠도 동생도 생겼네.” 

“좋아?” 

“응.” 

7살짜리 보은은 신바람이 났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도 거의 없이 엄마, 언니와 함께 여자들 틈바구니에서 살아가던 보은에게 새 아버지와 그의 자녀인 오빠와 남동생은 바로 새로운 세상과도 같은 존재였다. 또한 보은에겐 자상하고 다정했지만 늘 얼굴에 어두운 그늘을 담고 살아가던 엄마가 새 아버지와 함께 살게 되면서 피어나는 꽃처럼 활짝 웃는 모습을 하고 있어서 그것을 보는 것도 너무 좋았다. 


또 한가지, 늘 궁색하던 집안에 따뜻한 햇살처럼 여유가 생겼다는 점이었다. 그 중에서도 입이 부르트도록 엄마를 졸라도 손에 넣기가 어려웠던 비싸고 멋진 장난감을 쉽게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제일 신나는 일이었다. 새 아버지는 검찰청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돈도 잘 벌었고 대인관계가 좋아서인지 고급 승용차를 탄 사람들이 자주 집으로 찾아오곤 했었다. 그럴 때 그들이 사 가지고 오는 선물 중에는 보은의 몫도 있어서 여간 신이 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새 아버지는 성격이 불같아서 걸핏하면 고함을 질러대고 화를 버럭 내곤 하여 보은은 난생 처음 사람을 무서워하게 되었던 것이다. 특히 새 아버지가 오빠와 남동생을 얼마나 모질고 난폭하게 다루는지 그럴 때마다 간이 콩알만해지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새 아버지가 보은에게는 친절하고 다정하게 대해 주었으므로 무서운 가운데서도 때론 어리광도 부리면서 성장을 하고 있었다. 


보은이 9살이 되던 해의 어느 날이었다. 평소 고분고분하던 엄마가 무슨 일인지 굉장히 화가 나서 새 아버지에게 대들며 말다툼을 하다가 폭행이 시작되자 언니만 데리고 외갓집으로 몸을 피해버렸다. 어떤 집이든 부모님이 싸움을 하면 아이들은 불안해하기 마련이었지만 특히 그런 날 오빠와 남동생은 밥을 잘 먹지 못할 만큼 겁을 내곤 했었다. 그런데 그 날은 방패막이를 하던 엄마도 없어서 두 사람의 상태는 더 심했던 것 같았다. 


밤이 되자 새 아버지는 오빠와 동생에게 별 다른 타박을 하지 않고 그들의 방으로 보냈다. 방을 나갈 때 짓던 두 사람의 표정은 물에 빠진 뒤 인공호흡으로 비로소 숨을 되돌린 그런 얼굴이었을 것이다. 


새 아버지는 이불을 편 뒤 보은을 곁에 눕게 했다. 난생 처음 새 아버지 곁에서 잠을 자는 것이 낯설긴 하지만 자신의 이불과는 달리, 크고 푹신한 감촉이 좋아 보은은 금방 서먹함을 잊어버리고 깔깔거리기조차 했다. 그런데 새 아버지는 보은의 옷을 모두 벗기더니 손으로 보은의 사타구니를 더듬는 것이 아닌가. 보은은 겁도 나고 잔뜩 긴장이 되어 울상이 되었다. 그는 손가락을 질 속에 집어넣으려 했지만 아직 어린 보은은 질문이 열리지 않아 배가 당기도록 아프기만 했다. 


그는 이번에는 보은의 젖꼭지를 만지작거리면서 말했다. 

“무슨 애가 젖도 없냐?” 

“아직 어리니깐 그렇지.” 

보은은 젖이 없는 것이 큰 죄인 듯하여 변명처럼 대답했다. 

“어리긴 뭐가 어리냐?” 

그러면서 새 아버지는 몸을 일으키더니 자신의 팬티를 벗었다. 


세상에. 

보은은 그때까지 남자와 여자의 생식기가 그토록 엄청나게 다른 것인 줄은 처음 알았다. 유치원에 다닐 때였을 것이다. 짓궂은 남자아이들이 운동장에서 고추를 내어놓고 오줌을 누는 광경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 아이들의 생식기가 뾰족하게 튀어나온 것이 이상하긴 했지만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새 아버지의 것은 엄청나고 무서웠다. 그런데 새 아버지는 그것을 보은의 입에다 집어넣는 것이었다. 보은은 그것이 목구멍으로 넘어갈 때마다 캑캑거리며 괴로워했지만 새 아버지는 징그럽게 웃으며 그 짓을 계속했다. 


다음 날, 엄마가 외할머니, 외삼촌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지만 새 아버지는 지난밤의 일을 이야기하면 죽인다고 위협을 해서 보은은 입도 벙긋하지 못했다. 그 무서운 경험을 한 뒤부터 보은의 가슴은 두려움과 낭패감으로 가득하였고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면 깜짝깜짝 놀라기부터 하는 정서불안의 아이로 변해갔다. 엄마가 집을 비우는 날에는 어김없이 그런 끔찍한 일이 벌어지곤 했지만 어린 보은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보은은 12살 때부터 초경을 시작했다. 친구들은 초경이 시작되면 부모님으로부터 축하선물도 받고 이제부터 정말 여자가 되는 것이니까 몸 간수를 잘해야된다는 교훈성 격려도 받곤 한다지만 보은은 이때부터 죽음과도 같은 고난을 감당해야만 했다. 이 사실을 안 새 아버지는 싱글벙글하며 보은을 잠자리로 이끌었던 것이다. 그는 그때까지 입에다 넣던 자신의 생식기를 질 속에다 집어넣는 것이었다. 새 아버지의 큰 몸통에 깔려 숨도 쉬지 못한 채 전신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고통을 당하면서도 보은은 누구에게도 이 상황을 말할 수가 없었다. 


보은은 다른 아이들도 자기처럼 아버지에게 그런 일을 당하는 줄 알았고 또 그런 일을 남에게 말해서는 안 되는 것쯤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고 보은은 습관처럼 새 아버지의 성 노리개가 되어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엄마의 눈을 속이며 벌어지던 그 일이 점차 공공연한 비밀로 되었지만 엄마는 눈물만 흘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 즈음 엄마는 아버지가 큰 소리만 지르면 새파랗게 질려 몸을 벌벌 떨곤 했었다. 당연히 이 일을 엄마가 아는 척 했다가는 대번에 무지막지한 폭력을 당하게 될 것이지만 보은은 그런 엄마가 너무 원망스러웠다. 이젠 언니가 왜 새 아버지에게 내쫓겨 외갓집으로 갔는지 알 것 같았다. 


새 아버지가 청주지검 영동지청으로 발령을 받게 되었을 무렵, 중학생이 된 보은은 몸도 제법 어른스럽게 자라고 있었다. 휴일이나 공휴일이 되면 보은은 의무적으로 새 아버지에게 내려가야 했다. 만일 조금이라도 이 일을 게을리하거나 기피하면 일 주일 내내 집 식구들이 불안에 떨어야 했다. 이때쯤 새 아버지는 보은에게 여러 가지 자세를 취하게 하며 전혀 다른 방법으로 성행위를 강요했다. 어떤 동작을 취하더라도 보은에게 고통스러운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새 아버지는 보은에게 희열을 느끼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서 섹스는 인간을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본능적인 행위라고 주절거렸다. 


그러던 어느 날, 보은은 어이없는 일을 당했다. 학교에서 좀 늦게 돌아와 씻는 둥 마는 둥 잠이 들었는데 잠결에 몸이 무거워 번쩍 눈을 떠보니 누군가 보은의 몸 위에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고등학생이 된 오빠였다. 

“이게 무슨 짓이야?” 

보은은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오빠를 방바닥으로 힘껏 밀쳐버렸다. 오빠는 얼굴도 들지 못하고 방을 나갔다. 도대체 이 집 남자들은 왜 그 짓을 못해 저 야단들일까. 보은은 속도 상하고 뭔가 자신의 인생이 모두 썩어 문드러지는 것 같은 불안감으로 밤새도록 울었다. 그 뿐 아니었다. 중학생이 된 동생도 몇 번이나 보은이 잠든 틈에 보은의 침대 위로 기어올랐다. 그들을 설득하기도 해보고 문을 잠그기도 해봤지만 조금만 허점만 보이면 달려드는 그들의 몸짓은 너무 성가신 것이었다. 보은은 하는 수없이 새 아버지에게 이 일을 말하게 되었다. 당연히 그는 노발대발했다. 두 형제에게 엄청난 체벌을 가한 뒤 새 아버지는 엄숙하게 선언했다. 

“보은이는 이 아버지 것이야. 앞으로 또 한 번만 건드렸다가는 죽을 줄 알아.” 




보은이 고등학교에 진학을 하자 새 아버지는 점차 행동의 제약을 가하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조금만 늦게 집으로 돌아와도 행적을 세세하게 캐어묻는가 하면 행위 하나하나를 모두 자신과 관련지으려고 했다. 학교를 가든지 학원을 가든지 반드시 데려다주고 데리러 왔으며 공부 외에는 생각마저도 자신과 관련 없으면 못하게 했다. 보은은 점차 그의 로봇이 되고 있었다. 목욕을 할 때에도 그는 보은을 목욕탕으로 불러들여 함께 몸을 씻으면서 섹스를 강요했다. 공공연한 비밀로 되었던 둘의 관계가 이젠 엄마 앞에서도 노골적으로 되었다. 가끔 그는 모녀를 한 방에다 불렀다. 그럴 때면 그는 보은을 침대에서, 엄마는 바닥에서 잠을 자게 해놓고 밤새도록 모녀와 번 갈아가며 섹스를 했다. 언젠가 광란과도 같은 밤을 지샌 후 그는 모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둘 다 내가 먹었으니 앞으로 보은이 넌 엄마한테 형님이라고 불러.” 




이러한 변태적인 행동은 보은이 대학에 들어가게 되자 점점 구체화되고 있었다. 남들이 다가는 신인생 오리엔테이션이나 대학 축제 같은 곳에는 일체 참석하지 못했고 그녀는 오직 섹스의 대상으로 새 아버지의 부근에서 맴돌아야 했다. 시도 때도 없이 음란 비디오를 구해와서 틀어놓고 보은에게 똑 같은 자세를 요구하기도 했고 어떤 땐 생식기를 항문에 집어넣는 바람에 이것이 모두 찢어져 몇 달 동안 대변을 볼 때마다 고통을 당해야 했다. 생리를 하는 도중 통증으로 몸을 가누기 어려워 우울해 있으면 어떤 놈이 생겼느냐고 다그쳤고 혼자 방에서 명상이라도 할라치면 어김없이 불러내어 자신의 주위에 앉혀놓고 시중을 들게 했다. 이럴 땐 목소리를 착 깔면서 말했다. 

“내 아이 하나 낳지 않으련?” 



서울로 복귀했던 그가 다시 충주지청으로 발령을 받은 것은 함께 근무하던 여직원을 건드렸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듯이 그는 보은 모녀와 섹스를 하면서도 정욕을 주체할 수 없었던 것 같았다. 심지어 창녀나 술집 여자와도 섹스를 하는 모양으로 그는 어떤 땐 성병에 걸려 비뇨기과에 치료를 받으러 다니기도 했다. 그는 치료를 받으면서 보은을 데리고 다녔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그 병원에는 가끔 보은의 나이또래인 젊은 남자들이 고개를 푹 숙이며 출입하고 있었는데 그 광경을 목격한 뒤부터 새 아버지가 치료를 받고 나올 때까지 태연히 대기실에 앉아 있었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 견딜 수 없었다. 그러나 새 아버지는 이런 부끄러움조차도 용납하지 않았다. 엄마는 이 병에 옮아 오랫동안 완치가 되지 않고 고생을 했다. 보은은 엄마가 내미는 콘돔을 쥐고 소리치며 울었다. 

“엄마 이혼해. 이깟 학교 안 다녀도 돼. 나도 직장을 가질래. 우리 따로 나가 살아.” 

“보은아. 우리 조금만 더 참아보자. 지금껏 잘 견뎠잖아?” 

엄마는 누가 들을 새라 아예 새파랗게 질려 보은을 달래며 통사정을 했다. 엄마. 엄마가 왜 이렇게 됐어? 




너무 섹스에 집착하는 그에게 시달리다 못해 어떤 주말에는 일부러 친구들을 데리고 충주로 내려가는 경우도 있었다. 이럴 때에는 잠자리를 호텔에 마련했는데 새 아버지는 방을 두 개 예약하여 하나는 친구들에게 주고 하나는 보은을 불러 함께 사용하곤 했다. 친구들은 딸을 한없이 사랑하는 아버지의 지나친 부정(父情)쯤으로 생각하는 모양이었지만 친구들에게 너무 낯뜨거운 일이었다. 


대학 2학년이 되자 보은에게 여러 모로 변화가 생기고 있었다. 첫째, 새 아버지와 자신과의 이런 관계가 결코 정상적이 아니라는 자각이 생기고 있었다. 어느 누구도 그런 식으로 섹스를 밥 먹 듯 하는 친구는 없었다. 


둘째, 남자 친구 김진관과 사랑의 감정을 싹틔우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진관은 참으로 좋은 남자였다. 그 동안 힘들고 어려운 자신의 처지와 집안 환경을 털어놓고 이야기 할 상대를 찾지 못했던 보은으로서는 겨우 동성 친구들에게 부분적인 괴로움을 호소하며 위로를 받는 것이 고작이었는데 그는 보은의 모든 것을 섭렵해주었다. 어릴 때의 그 엄청난 충격을, 고통뿐이었던 새 아버지의 강간행위를, 인간으로서의 끝없는 속박과 굴레의 고통을 그는 송두리째 녹이는 용광로의 역할을 약속해 주었다. 


셋째, 새 아버지가 채워놓은 족쇄를 푸는 것이 결코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자각이었다. 지금까지 그녀는 단 한 치도 새 아버지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다는 최면에 걸려 있었는지도 몰랐다. 그렇지만 진관과 만남으로 자신도 행복을 누릴 권리가 있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족쇄를 풀어야 한다는 필연성을 갖게 했던 것이다. 




런 한편으로 진관에 대한 보은의 갈등은 괴롭고 처절했다. 진관은 자신처럼 불행한 여자와 한 평생을 같이 하기에는 너무 순결하고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러면서도 주말마다 슬픈 눈으로 충주행 고속버스를 배웅하는 진관을 돌아보며 줄곧 울면서 충주로 향했고 늘 그를 생각하면서 지옥 같은 주말의 밤을 보내게 되는 것이었다. 


사실 새 아버지와의 그런 관계는 보은의 신체가 강압에 의해 어릴 때부터 길들여진 성적 노리개에 불과했을 뿐이므로 그 행위는 바로 강간이었다. 벗어나야 한다. 벗어나야 한다. 노이로제처럼 그녀를 압박하는 죄책감은 진관을 향한 간절한 염원과 뒤섞여 진눈깨비 내린 진흙바닥처럼 엉망이 되고 있었다. 새 아버지가 채워놓은 족쇄를 푸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자각에도 불구하고 무소불위와도 같은 그의 잔인하고 포악한 권위 앞에는 순종만 있을 뿐 어떤 대항도 할 수 없다는 것과 자신은 아무리 머리를 짜내 봐도 아무런 대책도 세울 수 없는 허깨비라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얼마나 자주 죽음을 생각했던가. 그러나 늘 생각에 그쳤고 한 번도 실행에 옮기질 못했다. 


그런데 일단 진관을 만나면 사정은 달랐다. 그는 바다와 같았다. 일시적으로 오염이 된 강물의 적화현상 쯤은 거뜬히 정화시켜줄 수 있는 넓은 아량을 가진 넉넉한 사람이었다. 새 주일이 시작되어 다시 만나면 그는 사흘동안 망가져 절망하고 있는 보은의 육신과 영혼을 다독거려 주면서 함께 슬퍼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갈등은 눈 녹 듯 사라져버리고 다시금 살아갈 의미를 찾게 되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진관은 새 아버지가 걸어놓은 최면의 영역에서 허우적거리던 보은을 구체적인 현실세계로 끌어내어 끊임없이 인간답게 사는 방법을 제시했던 셈이었다. 자연 두 사람은 모반을 꿈꿀 수밖에 없었다. 새 아버지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 외에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있던 보은은 구체적으로 제시되는 진관의 방법론에 귀를 기울이고 기대를 걸었다. 


“멀리 도망치면 안될까?” 


하긴 처음 진관이 불쑥 꺼낸 제안은 그렇게 유치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어림도 없는 일이란 걸 보은이 더 잘 알고 있었다. 언젠가 죽으려고 유서를 썼다가 그럴 용기가 없어 통곡으로 밤을 지샌 후 다음 날 무작정 집을 도망쳐 나온 적이 있었다. 보은은 그때 대학 친구의 배려로 그녀의 집에 은신하고 있었다. 그런데 새 아버지는 정말 귀신같은 사람이었다. 어떻게 찾아냈는지 정확히 은신처를 찾아내어 마치 집나간 애완견처럼 보은을 그렇게 끌고 갔다. 


“내게 조금이라도 해를 끼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보복을 하고 말지.” 


걸핏하면 호언장담처럼 늘어놓던 그 말이 결코 지어내거나 위협용이 아님을 보은은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그는 검찰청 내에서도 유능하다고 이름난 사람이었다. 검찰에서 하는 일이라면 죄 지은 사람 찾아내어 구속하고 벌주는 것이 아닌가. 그 일을 잘해 대통령표창까지 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그의 감시를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아마 이 나라 어느 구석에 처박혀 있어도, 아니 지구 끝에 가서 숨어있더라도 그는 반드시 찾아낼 것이다. 시집가지 마라. 나와 평생 함께 살다가 내가 죽으면 너도 같이 죽어야 해. 그의 음흉스러운 웃음을 떠올리면 전신에서 소름이 돋았고 등에는 칼바람이 휘익휘익 스치는 듯 했다. 


오죽했으면 오빠는 어릴 때 죽은 친누나가 참 잘 죽었다고 했을까. 살아있었으면 분명히 보은처럼 만들어 놨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오빠는 후일 결혼을 하더라도 결코 아버지와 함께 살지 않겠다면서 아버지는 틀림없이 며느리도 겁탈할 것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참으로 끔찍한 일이었다. 

“그럼 죽여 버리자.” 


진관의 단호한 말에 보은은 소스라쳤다. 죽인다? 그가 죽는다구? 그게 가능할까? 스스로 도리질을 하던 보은은 비로소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란 사실을 알았다. 어쩌면 실현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가 불사신이 아닌 다음에야…. 새삼 그를 죽이지 않고는 결코 그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가 없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왜 이런 사람에게는 교통사고도 나지 않는 것일까. 

“어떻게, 어떻게 그를 죽일 수 있을까?” 


보은의 생각은 한 치도 전진하지 못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조차 이루지 못했던 자신이 아닌가. 

“내게 맡겨 둬.” 

진관은 마치 프로나 된 것처럼 약간 과장되게 말했다. 그럼에도 보은은 그가 대단해 보였고 한없이 믿음직스러웠다. 자유에 대한, 아니 인간의 원초적 권리에 대한 간절한 염원일 것이다. 온 몸이 다 찢겨나가는 그 무지막지한 강간으로부터 벗어날 수만 있다면, 맘 내키는 대로 행동하고 가고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만 있다면…. 보은은 그 순간을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었고 황홀했다. 




1992년 1월 17일. 

충주경찰서는 새벽에 강도살인 사건이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았다. 피살자는 청주지방검찰청 충주지청의 관사에서 잠 자고 있던 검찰간부였다. 즉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곧바로 피해자의 딸인 김보은(金甫垠)과 그의 남자친구인 김진관(金鎭寬)을 범인으로 체포하고 범행일체를 자백 받았다. 


경찰이 발표한 내용을 재구성해보면 다음과 같았다. 


1월 16일 오후, 진관은 서울 창동시장을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세상에 그렇게 추악하고 나쁜 인간이 있을 수 있을까. 자신의 사고로는 아무리 이해를 하려고 해봐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은 여자친구인 보은에 대한 감정을 떠나 이 세상에서 함께 호흡하며 살아가고 있는 같은 남자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용납이 되지 않았다. 아무리 의붓딸이라도 그렇지, 그들은 엄연한 부녀간이 아닌가. 딸을 겁탈하고 성의 노리개로 삼는 그런 부도덕하고 쓰레기 같은 인간이 국가를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이것은 사회정의를 위해서도 방관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애당초 국가권력의 힘을 빌 수도 없을뿐더러 도움을 청할 방법이 없었다. 그 가련한 보은을 사악한 인간으로부터 구해내기 위해서는 단 한 가지 방법밖에 없었다. 그를, 그 인간의 가죽을 뒤집어쓴 짐승을 죽이는 것이다. 어디선가 시궁창 냄새가 역하게 풍겨왔다. 상계동의 마들벌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이후 중랑천의 오염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었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날이 갈수록 썩어 가는 이런 류 인간의 양심이 아닌가 싶었다. 


진관은 잔뜩 날이 벼린 식칼 하나를 구입했다. 순간 그는 눈물이 가득한 어머니의 슬픈 얼굴을 생각했다. 다음 순간, 누군가 자신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고 있는 듯한 착각도 들었다.   여자 하나 때문에 인생을 망치려하는가? 


그러나 진관은 머리를 좌우로 저었다. 보은으로부터 고뇌에 찬 고백을 들었을 때 받았던 충격만큼 시종 그를 강렬하게 사로잡았던 것은 이 여자를 자유롭게 해야한다는 사명감이었다. 그는 접착력이 강한 테이프와 면장갑을 구입했다. 처음 시장에 들어설 때만 해도 비장하기까지 했던 마음은 어느새 침착함과 담담함에 이르고 있었다. 그녀가 환히 웃는 모습을 생각하면 가슴 밑바닥에는 한 가닥 기쁨도 일었다. 


해질 무렵 진관은 충주행 고속버스에 올랐다.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새 아버지에게 불려 내려가 그곳에서 꼼짝 못하고 있는 보은을 생각하면 슬프다못해 가슴이 쓰라렸다. 어느새 개학일이 가까워 오고 있었다. 오늘 저녁에 회식이 있대. 약간 들떠 있는 것 같이 느껴졌던 수화기 속 보은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되살아나고 있었다. 하도 마음이 허전해 다이얼을 돌렸더니 그녀는 그렇게 쓸쓸하게 말했다. 다른 식구들은 모두 서울로 가고 혼자 있어. 순간 진관은 폭음을 하는 그의 습관을 퍼뜩 떠올렸다. 한번도 본 일이 없지만 그에 관하여 웬만한 것은 알고 있었다. 나 저녁에 내려가도 되지? 진관은 등줄기에 짜릿하게 퍼져나가는 전율을 느끼며 물었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동안 송수화기를 들고 있던 진관은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창동시장으로 갔던 것이다. 


충주 시가지는 짙은 어둠에 묻혀 있었다. 진관은 저녁식사를 끝낸 뒤 검찰청 관사 부근의 술집을 찾아들어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참으로 힘든 세월이었다. 온몸을 던져 사랑해도 주체할 수 없는 그 화려한 젊음을 그들은 좌절과 통곡으로 지새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 잿빛 세월은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다. 더딘 시간의 흐름을 술잔에 담아 마시며 진관은 잔잔한 흥분상태로 빠져들었다. 


보은의 새 아버지 김영오는 다음 날 새벽 한 시에 만취상태로 택시에서 내려 관사로 들어갔다. 진관은 품고 있던 식칼과 접착용 테이프를 다시 한 번 챙겼다. 10분, 20분, 30분. 시간은 공포처럼 흘러 허무처럼 사라져갔다. 진관은 면장갑을 끼고 관사의 대문을 밀었다. 쉽게 열렸다. 발자국을 죽여가며 출입문 쪽으로 다가가 귀를 대어 보았다.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 현관문도 열려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보은이 유령처럼 서서 진관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안방으로 걸어갔다. 김영오는 정신없이 곯아떨어져 있었다. 진관은 신속한 동작으로 접착용 테이프을 꺼내 김영오의 손목과 발목을 묶었다. 술기운이 싹 가시면서 온 몸에서 비 오듯 땀이 쏟아졌다. 끙끙. 그가 신음을 하며 몸을 움직였다. 진관은 무릎으로 그의 가슴을, 양팔로 어깨를 눌러 꼼짝 못하게 한 후 큰소리로 말했다. 

“눈 좀 떠보세요.” 

김영오는 졸리운 듯 몇 번 눈을 끔벅이다가 소스라치며 긴장했다. 

“누, 누구야.” 

“난 보은의 친구입니다.” 

“뭐라고?” 

김영오는 곁에 서있는 보은을 흘겨보았다. 

“저 년이, 저년이 바람이 났군 그래.” 

그는 순간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잊어버린 듯 입가에 잔인한 조소를 물며 말했다. 

“당신은 아버지잖아. 어떻게 아버지가 딸을 그럴 수 있어요? 이제 그만 보은이를 놓아주세요.” 

“이 개 같은 년. 너 죽을 줄 알아. 가만 두지 않겠어.” 

술 탓인지 그의 기세는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눈을 부라리고 침을 튀겨가며 보은에게 그렇게 악담을 퍼부었다. 진관은 품에서 식칼을 꺼내 들었다. 수없이 꿈꾸어오던 순간이었다. 진관은 그의 왼쪽 가슴을 향해 힘껏 칼을 꽂았다. 

“안 돼.” 



순간 보은의 가느다란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넌 이제 어떡할 거니? 넌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나 땜에, 나 땜에…. 보은의 흐느끼는 소리가 섬뜩하게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진관은 넋을 놓고 서서 김영오가 숨을 몰아쉬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가 상체 가득 흥건히 피를 쏟으며 온몸을 부르르 떨다가 고개를 떨구자 보은이 벌떡 일어섰다. 흡사 신 들린 듯 김영오의 지갑을 뒤져 돈을 모두 꺼내 진관의 호주머니에 집어넣었고 장롱과 서랍 등을 열어 그 내용물을 방안에 이리저리 흩어놓았다. 그러곤 접착용 테이프를 풀어 자신의 발목을 묶었다. 강도가 든 거야. 넌 이 일과 아무 상관이 없어. 충주에 내려온 사실도 없어 그냥 강도가 들어 죽인 거야. 넌 내 팔목만 묶어놓고 빨리 집으로 돌아가. 


이 말에 진관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 내가 기어코 사람을 죽였구나. 걷잡을 수 없이 두려움이 몰려왔다. 이미 술기운은 말끔히 가셨고 급속히 낭패감에 휩싸이고 있었다. 진관은 거의 반사적으로 보은이 시키는 대로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용의자들은 자신들의 범행을 순순히 자백하는 데다 사건 자체가 비교적 단순했기 때문에 수사는 금방 종결됐다. 다만 “김영오는 죽일 놈이었다. 정말 잘 죽였다.”며 회유하면서 이에 고무된 피고인들의 진술을 적절히 조합하여 이 사건이 오랫동안 치밀하게 공모된 범행인 듯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한편 그들을 살인죄로 기소했다. 


1심인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재판장 김능환(金能煥), 박동영(朴東英), 이헌섭(李憲燮) 판사>은 1992년 4월 4일, 김보은에게 징역 4년을, 김진관에게 징역 7년을 각각 선고했다. 검찰과 피고인들은 함께 이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했다. 


변론을 맡은 배금자(裵今子) 변호사는 이 사건을 연 전에 발생한 전북 남원의 김부남(金富男) 사건과 같은 성폭력 범죄로 단정하고 성폭행에 대항하는 피해자의 방어권과 인간의 천부적 권리에 중점을 두어 김영오에 대한 살인은 계속되는 강간을 피하기 위한 정당방위라고 주장했다. 또한 피고인 김보은이 9세 때부터 의붓아버지로부터 성추행을 당하고 12세 때 강간을 당한 이래 국․중․고․대2학년 때까지 철저한 통제․감시․구속과 지배를 받고 갇힌 상태에서 성장해온 그녀의 정신발육과정 상의 특징, 계속된 폭행과 강간․협박․통제로 인하여 이 사건이 발생했음을 들어 재판부에 사건 당시 김보은의 심신장애 여부에 대한 정신감정을 신청했다. 

항소심 법원인 서울고등법원<제3형사부: 재판장 이순영(李順英), 이주영(李柱榮), 심상철(沈相哲) 판사> 에는 첫 공판이 열리기 전부터 여성단체와 대학생들이 모여들어 성폭력 범죄로 인한 피해의 심각성을 부각시키며 이 사건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바람에 항소심 제1회 공판은 대법정에서 개정하였음에도 방청권을 발행하여 방청인원을 제한해야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리고 이 사건과 관련된 공동대책위원회가 결성되어 87,000여명에 이르는 사람들의 서명을 받아 피고인들의 석방을 탄원하고 나섰다. 변호인의 정신감정 신청은 기각되었지만 이런 영향 때문이었는지 원심판결은 파기되고 항소심에서 양형이 조정되어 김보은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김진관에게는 징역 5년이 각각 선고되었다. 대법원 제1부<재판장 최종영(崔鍾泳), 배만운(裵滿雲), 이회창(李會昌), 김석수(金碩洙) 대법관>는 피고인들의 상고를 기각하여 위 형을 확정시켰다. 

대법원 판결의 요지를 본다. 

「1. 정당방위가 성립하려면 침해행위에 의하여 침해되는 법익의 종류, 정도, 침해의 방법, 침해행위의 완급과 방위행위에 의하여 침해될 법익의 종류, 정도 등 일체의 구체적 사정들을 참작하여 방위행위가 사회적으로 상당한 것이어야 하고, 정당방위의 성립요건으로서의 방어행위에는 순수한 수비적 방어뿐 아니라 적극적 반격을 포함하는 반격방어의 형태도 포함되나, 그 방어행위는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로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2. 의붓아버지의 강간행위에 의하여 정조를 유린당한 후 계속적으로 성관계를 강요받아 온 피고인이 상피고인과 사전에 공모하여 범행을 준비하고 의붓아버지가 제대로 반항할 수 없는 상태에서 식칼로 심장을 찔러 살해한 행위는 사회통념상 상당성을 결여하여 정당방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3. 형법 제10조 소정의 심신장애의 유무 및 정도를 판단함에 있어서 반드시 전문인의 의견에 기속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범행의 경위, 수단, 범행전후 피고인의 행동 등 기록에 나타난 제반 자료와 공판정에서의 피고인의 태도 등을 종합하여 법원이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나 때문에 진관이가… 난 누구에게서도 사랑받을 수 없는 여자인데….”

   법정에 선 스물한 살 앳된 여대생의 통곡에 방청석은 눈물바다가 됐다. 전 국민을 경악하게 한 ‘김보은 사건’의 애절한 단면이었다.

   1992년 1월 19일, 무용학도인 김보은 씨와 그의 남자친구 김진관 씨가 살인 혐의로 구속됐다. 죽은 이는 김보은 씨의 의붓아버지. 그러나 진짜 피해자는 그가 아니었다.

   김 씨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의붓아버지로부터 첫 성폭행을 당했다. “일곱 살 때 재혼한 엄마를 따라 ‘그 인간’과 함께 살면서 새 아빠가 생겼다는 생각에 기뻤죠. 그런데 어느 날 엄마가 집을 비운 사이에….” (1992년 7월 6일 항소심 공판)

   검찰 직원인 의붓아버지는 그 후 13년간 김 씨의 몸을 유린했고 가족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김 씨는 “내가 반항하면 그가 온 가족을 죽일 것 같아 어쩔 수 없었다”고 증언했다.

   김진관 씨는 연인의 ‘과거’를 알고 분노했다. “보은이의 두 눈은 늘 슬픔에 젖어 있었어요. 괴로움에 몸을 떠는 보은이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1992년 8월 24일 항소심 공판)

   그들은 의붓아버지를 찾아가 식칼로 찔러 죽인다. 1심에서 칼을 휘두른 김진관 씨에게 징역 7년, 동행한 김보은 씨에게는 징역 4년이 선고됐다.

   여론은 들끓었다. 성폭행 가해자를 21년 만에 죽인 ‘김부남 사건’의 충격이 반년 전 일이었다.

  “이들의 인생을 망친 게 누군데 죗값을 묻다니….” 여성계는 목 놓아 울었다.

   결국 2심에서 김보은 씨는 집행유예, 김진관 씨는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비참한 생활을 강요당한 점이 인정되지만 사적인 복수를 함으로써 법질서를 무너뜨렸다”고 이유를 밝혔다.

   김부남, 김보은 사건은 이듬해 성폭력특별법 제정을 이끌어 냈다. 특별법은 친족 간 성폭행을 제3자가 고소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제2의 김보은’을 막고자 했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보면 ‘딸들의 고통’은 줄지 않고 있다.

  김보은씨의 마지막 한마디...

 “그 사람만 없으면 행복해질 줄 알았어요.”

< 김보은 사건 개요/ 한국 성폭력 상담소 제공>

근친성폭력피해자 김보은, 김진관 사건


1. 사건개요

* 1992년 1월 17일 : 사건발생 
1월 19일 : 구속
4월 4일 : 1심 선고 - 김진관 징역7년, 김보은 징역4년


9월 14일 : 항소심 선고 - 김진관 징역5년, 김보은 징역3년 집행유예5년


10월 2일 : 김보은 석방(판사직권 석방)


12월22일 : 상고심 선고 - 상고기각 

* 1993년 2월 : (김영삼 대통령취임시) 김보은 사면복권, 김진관 잔여형의 1/2감형
* 1995년 2월 17일 : 김진관 출소

* 1998년 2월 3일 : 김진관 복권신청(김대중대통령취임기념대사면복권시), 기각

7월 16일 : 김진관 복권신청(건국50주년기념 8.15대사면복권시), 기각



  < 1992년 김보은 사건을 바라보면 쓴 시/작자 미상>

1.

혼자 자보고 싶어
라디오를 작게 틀어놓고
책도 읽고 편지도 쓰고
아무도 없는 밤에 혼자 있는
그런 작은 행복 가지고 싶어
아버지와 함께하는 잠자리는 구역질이 나
이불에다 한바탕 오바이트라도 하면 시원하겠어
손가락 굵기만한 퍼런색 배추벌레가
밤이면 스멀스멀 온 몸을 기어다니고
물렁거리는 살덩이는
담배냄새, 땀에절은 숨소리를 내고
난 온몸이 오그라들어 전신에 소름이 돋아
잠자리가 두려워
또 아버지의 아이를 낳는 꿈을 꿀까봐
내속에서 구더기 같은게 나올까봐
하루에 몇번씩 샤워를 해도
그가 남긴 정액의 냄새는 지워지지 않고
머리에서 발끝까지
한번 냄새를 맡아봐
아버지의 그냄새가 아직도 나고 있잖아
진관아
사랑이 아름다운 것은
사람이 아름답기 때문이라지?
매일같이 발가벗기우고
아버지에게 강간당하는 내가
아름답니?
이름다워질 수 있겠니?
죽고싶어
아니 죽이고 싶어
푸줏간의 살덩이를 자르듯
칼로 토막토막 가루가 될 때까지
난도질하고 싶어
내 몸은 속으로부터 썩아가는데
이대로라면 미쳐버릴 것 같아
어떡할까 진관아
진관아 어떡할까


2.

믿고 싶지 않았다
너에게서 그 얘길 처음 들었을 때
차라리 거짓말이었으면 싶었다
너를 만난 첫 순간의 고운 감동이
칼날처럼 다시 떠올랐고
내 무릎에 떨군 너의 눈물에
몸을 베인 듯 떨어야 했다.
못마시는 술을 부어마시며
어째서 너일 수 밖에 없는지
어째서 이런 고통과 함께 너를 만나야 하는지
미친듯이 되물었다

그러고도 너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자신을 알고
스무살 넘어 처음으로
담벼락에 주저앉아 울어야했다
어김없이 짐승에게로 불리워가는
너의 손을 움켜잡고
너를 끌어안을 짐승의 붉은 혀를 떠올리며
치떨리는 증오를 만나야 했다
네가 겪었을 악몽의 밤
안돼! 안돼! 하며 깨어야만 하는
숱한 밤들이 내게로 이어지고
발가벗기운 너의 피로함이
목을 조이며 내게 엄습한다.


김보은 징역 4년 김진관 징역 7년
공판이 끝나고 차에 오르는 보은아, 진관아
인간을 그토록 처절하게 만드는 것이
목숨만큼 절실한 사랑이라면
벗들아, 너흰 부끄럽지 않다
손목을 옥죄는 수갑이
죽은 김영오의 썩은 눈빛보다는
얼마나 순결한 구속인지를
벗들아 정말 부끄럽지 않다

검사는 살인을 묻고
사전 계획 여부를 묻고
그리고 너희의 아픈 상처들만
다시 헤집어 놓는다
극악한 짐승으로 죽여진 그는
고위급 검찰 간부로 다시 살아나
철저히 호위받고 있다
성.폭.력
보호받지 못하는 너희의 사지를
걸어닫힌 법조항 어디에 널부러뜨려야 한단 말이냐

보은아 힘내 진관아 사랑한다
가슴 시리도록 파고드는 학우들의 울부짖음
눈부시게 흰 꽃 한송이가
너희를 가둔 저들의 철망을 뚫고
한 여학우의 눈물훔친 손끝을 따라
마치 인간답고자 했던 너희의 몸부림처럼
서럽게 떨리는 걸 본다

그래, 이 싸움을 이겨야 한다
순결한 조국땅이 식민지가 되면서부터
결국 한 사람의 육신조차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던
바로 그 때부터
수많은 김영오와 더 커다란 김영오를 통해
우리의 몸은 더럽혀지고 짓밟혀 왔던게다
동지여, 이땅에서 하루를 산다는 건
바로 숨가쁘고 처절한 싸움이었다
이제는 한 사람의 하루하루까지도
온전히 지켜내야 하는 투쟁이다
더 질긴 사랑이다
더 굳센 단결이다








 

내가 학창시절에, 

당시 이 사건의 변호인으로 활동한 

민변의 배금자 변호사의 자서전('이의있습니다')을 통해

접하고 완전 충격먹었던 사건이야

당사자 김보은씨가 처음 자백하게 된것도

아버지 + 딸이 함께 잤다던 방안에 이불,요가 한채만 펴져있는 점으로 봐서 

뭔가 수상함을 느낀 수사관이

김보은씨한테 김영오가 죽지 않았다고 말하자

갑자기 김영오 죽이러 가야된다고 안그러면 자기가 죽는다고 미친듯이 호소해서

전말이 밝혀진거...


게다가 당시 김보은씨는 대학생이었는데도

단지 검찰 직원일 뿐인 김영오가 검사보다 높은 사람이라고 인지하고 있었다고 해

김영오가 자식들을 그렇게 세뇌시켜 감히 신고하지 못하게 하려고

일부러 혐의 있는 사람 집에다 불러서

온갖 구타를 하는 모습을 가족들에게 보여주기도 했다고 써져있어..

이 사건으로 인해 93년에 성폭력 특별법이 제정되었다고 해 ㅜㅜ

이 사건에 대해 궁금한 언니들은 배금자 변호사의 '이의있습니다'를 읽어보면 될거야

가장 자세한 이야기가 거기 실려 있어


ㅜㅜㅜㅜ

슬픈 현실임..




++++

김보은씨 엄마에 대한 댓글이 많은데

거기 책에 보니 나오더라

엄마가 굉장히 김영오에게 많이 폭력을 당했는데

그렇게 오랫동안 심하게 학대당한 사람들은 

자기 의지를 잃게 된다고..


그러고 싶어서 딸을 방치한게 아니라

그럴 수 밖에 없는 정신상태가 된다고 

정신과 의사가 진단 후 그렇게 판단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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