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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국가정보원을 해부해버린 남자
[인터뷰] ‘시크릿파일 국정원’으로 돌아온 20년 국가정보원 취재 김당 기자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김당 기자를 처음 본 건 TV브라운관에서였다. 2003년 참여정부 출범 100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대북송금 특검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까닭을 날카롭게 물으며 특검 이후 ‘남북 관계 훼손’을 우려했던 기자로 기억하고 있었다.
이 기자회견 영상은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각본설’에 휩싸일 때마다 SNS에서 회자되곤 한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불법적이고 부정적인 것은 청산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오마이뉴스 청와대 출입기자로서 그가 왜 대북송금 특검에 의문을 제기했는지 한참 뒤에 알게 됐다. 그가 1995년부터 20년 동안 국가정보원을 취재해온 전문가였고 2003년 현대그룹이 국정원의 환전 및 편의 제공하에 5억 달러를 불법 대북송금한 사실을 특종한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안 것이다.
그가 지난달 30일 탐사보도 결정판인 ‘시크릿파일 국정원’이라는 책을 냈다. “한국 실정에 맞는 국가정보론 연구서의 공백을 메우는 아주 중요한 저작”이라는 문정인 연세대학교 명예특임교수의 평가대로 역대 국정원장과 요원들의 증언이 빼곡한 ‘국정원 실록’에 가까운 저술이다.
국정원 5급 이상 간부들의 고교·대학·출신지, 북한과 남북정상회담에 제공된 행사 비용, 탈북자와 관련된 대외비 등은 이 책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는 고급 자료다.
그는 이 책에서 “국가정보기관에 대한 불신과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불신의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사용자에게 ‘제대로 된 정보기관 사용설명서’를 제공해야 한다”며 출간 이유를 밝혔다.
지난해 오마이뉴스에서 정년퇴직한 김 기자를 지난 3일 오전 일산 교보문고에서 만났다. ‘간첩조작 사건’과 ‘대선 개입’의 주범으로 각인된 국정원의 바른 사용법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 김당 전 오마이뉴스 편집주간이 지난 3일 오전 일산 교보문고점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책을 출간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대외비와 비밀의 장막 뒤에 숨은 정보기관의 실상을 알리고, 국민에게 제대로 된 사용법을 제시하는 것이 이 책의 집필 의도이자 목표다.”
-서문을 보면 “현존하는 출판물 가운데 국정원 간부들의 실명과 사진, 그리고 ‘대외비’가 가장 많이 포함된 책”이라고 밝혔다.
“국정원 비밀의 금기와 터부를 깨는 것은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이지, 비밀이나 공작활동의 무차별 폭로가 목표는 아니다. 취재와 인터뷰에 응한 50여 명의 전현직 국정원 간부들과 직원들에게 신세를 진 책이다.”
-새롭게 공개된 사실이 있나?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들이 피랍됐을 때, 한국 정부가 지불한 몸값이 2000만 달러라는 사실을 많이들 주목하는 것 같다. 국정원이 주도한 협상이었다.”
2007년 예비비 중 국정원 사용예산결산 내역을 보면, 국가안전보장활동경비로 900억 원의 예비비를 전액 사용해 불용액이 0원으로 기록되어 있다.
여기에 의문을 가졌던 그는 복수의 정보위원을 통해 국정원이 2008년 정보위 결산보고 당시 2007년 아프간 인질 석방 비용으로 2000만 달러를 사용했다고 보고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당시 정부가) 대테러 전쟁의 일반 원칙과 자국민 보호 사이에서 후자를 택했다”며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 김대중 정부의 대북송금을 최초 보도한 기자로 유명하다. 이와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의 대북송금 특검 수용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관련 내용의 소제목 가운데 하나는 “정보기관공작을 법으로 심판한 노무현의 오판”이다.)이다.
“국정원이 하는 일의 태반은 큰 의미의 ‘공작’이다. 정상회담은 가장 큰 공작 가운데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당연히 국정원이 기획하고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노무현 정부는 집권 초 과반인 한나라당과의 관계를 고려, 협치를 기대하고 특검을 받아들였지만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했다. 특검을 수용하면서 남북관계가 3년 동안 단절됐다. 임기 말 정상회담을 추진하며 10·4 선언이라는 성과를 냈지만 정권이 교체된 뒤 도루묵이 됐다. 전략에서 아쉬울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참여정부 출범 직후 다수당인 한나라당은 2000년 김대중 정부의 6·15 남북정상회담 당시 거액의 대북 송금이 있었고 이를 현대가 부담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나라당의 대북송금 특검안을 수용했는데, 이로 인해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조사 대상이 됐다. 김 전 대통령의 측근들도 형사처벌을 받았다. 대북송금 특검은 지금도 호남과 친노 세력간 아물지 않은 상처로 남아있다.
김당 기자는 이번 저작에서 “남북 대치 상황에서 남북 정상회담은 최고 수준의 국가 비밀공작의 결과였다. 5억 달러 대북송금 과정에서의 2억 달러 환전 편의 제공은 현대라는 기업을 매개로 당시 현대의 ‘7대 경협 사업’과 거의 동시에 병행 추진된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기소한 것은 1972년 남북한 당국이 분단 이후 최초로 합의 발표한 7·4 남북공동성명을 이끌어낸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이 비밀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실정법을 어겼다고 기소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 노무현 정부의 국정원 과거사위 활동에 대한 평가도 의외였다. 삼성 X파일 등 국정원이 자체 불법 감청 사례를 조사해 사법 처리한 것에 대해 비판적이다.
“도청이 범죄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다만 X파일 사건을 수사하다보니 감청 사례까지 걸러냈다. 감청을 하지 않는 정보기관은 없다. 그러나 들키면 안 된다.(웃음) 내부 고발자를 통해 밝혀진 게 아니라 국가기관이 자체 조사를 통해 사법처리를 했는데 다른 나라에서 이러는 경우는 없다. 많은 간첩 조작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과거사위를 통해 진실을 밝혀내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감청이라는 기술적인 문제까지 국가기관이 개입해 처리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현장 도청 미림팀을 운용한 안기부 수뇌부는 기소되지 않았다. 김대중 정부 시절의 임동원, 신건 국정원장만 기소됐다. 끼어넣기식으로 진행되는 감청은 실제 원장이 알 수 없다.”

▲ 김당 기자가 지난달 30일 펴낸 저서 ‘시크릿파일 국정원’(출판사=메디치)
- 노무현 정부는 국정원 개혁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반면, MB정부 이후의 국정원은 민주 정권 이전으로 회귀했다는 평가다. 이를 증명해주는 인물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 아닌가?
“YS정부의 권영해 안기부장과 MB정부의 원세훈 국정원장은 참 많이 닮았다. 권영해 안기부장(1994.12~1998.3)은 재직 중에 북풍, 총풍, 세풍 등 ‘3풍 사건’에 모두 관여한 유일한 공직자다. 원세훈 원장은 대선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은 개인 비리로 재직 중에 구속된 인사들이다. 정권에 충성하는 역대 원장들은 많았지만 이처럼 돈을 받아 사법처리된 사람들은 없었다.”
-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과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은 어떤 차이가 있나?
“원장들의 성향이 다르다. 박근혜 정부 이병호 원장의 경우 국정원이 안보전문기관인 모사드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소신대로 조직을 운영하는지 의문이다. 국정원에서 국정원장은 신과 같은 존재다. 국정원장이 국정원장실에 있으면 주변에 개미 한 마리 얼씬거리지 않을 정도로 수직적이고 위계적이다. 원장님 지시말씀은 사실상 어명에 가깝다. 모든 인사를 틀어쥐고 있기 때문에 내부에서 꼼짝할 수 없는 거다. 원세훈의 국정원은 이를 악용했다.”
- 국정원하면 ‘간첩조작’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최승호 전 MBC PD는 국정원의 간첩조작 사건을 다룬 ‘자백’이라는 영화를 만들었다. 혹시 봤나?
“보진 못했다. 오마이뉴스에 있을 때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을 파헤치지 못해서 아쉬움이 컸다. 최승호 PD를 보면서 내가 ‘전문가의 함정’에 빠진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설마 간첩을 조작할까’라는 안이한 생각. 국정원 조직을 잘 안다는 생각에 의심이 없었다. 최 PD가 취재에서 한발 더 나아가 다큐멘터리까지 제작한 데 대해 존경과 부러움의 박수 보낸다. (김 기자는 이번 책 제4장에서 탈북자와 관련한 대외비 자료를 공개했다.)”

▲ 영화 '자백'의 한 장면.
- 국정원 개혁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기관이다. 결국 좋은 개혁은 정권 교체다. 국가 안보가 아닌 정권 안보에만 심혈을 기울이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줘야 한다. 이를 위해 주기적인 정권 교체가 필요하다. 1960년부터 1998년까지 한 정권에만 충성했던 게 한국의 정보기관이었다. 김대중 정부 들어와 TK·PK 지역 편중이 다소 완화되고 권영해 등은 선거법 및 안기부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분명 변화가 있었다.”
- 현 야당이 집권한다면 국정원 개혁이 이뤄질 것이라고 보는가? 이뤄진다면 어떤 방식이 돼야 할까?“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완성은 못했지만 노무현 정부에서 국정원 개혁을 추진한 경험이 있다. 첩보 위성을 확보하는 등 한국의 과학기술 수준에 걸맞은 첩보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백화점식 정보수집 방식은 지양하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아울러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도 정보기관이 역할을 해야 한다. 앞으로는 국정원이 수집할 경제 정보도 매우 중요해질 것이다. 아날로그 방식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여전히 정치개입, 선거개입에 머물고 있다. 모사드나 CIA는 1970년대에 이런 소모적 정쟁을 졸업했다.”
- 국내 언론은 의심없이 국정원발 소스를 받아쓰고 있는데, 국정원 전문 기자로 조언을 한다면?
“공영방송 KBS나 연합뉴스에서 쏟아내는 북한 보도와 관련해 국정원발로 의심되는 스트레이트가 는 것 같다. 과거 국정원은 산케이 등 일본 외신이 국정원 소스를 보도하게 만들고 이를 국내 언론이 인용하는 식으로 언론을 활용하곤 했다. 결국 기자들이 경계하면서 기사를 쓸 수밖에 없다. 물론 중요한 이슈라면 받아쓰기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최대한 사실을 확인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는 수밖에 없다.”
김당 기자는 누구?김당 기자는 1995년부터 20년 동안 정보기관을 취재해왔다. 그는 1987년 월간 ‘샘이깊은물’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시사저널 창간해인 1989년 시사저널로 자리를 옮겨 10년 동안 재직했다.
1997년 15대 대통령선거를 전후해 ‘안기부 북풍공작 추적 보도’, ‘최초 공개 안기부 조직표’ 등의 특종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이듬해인 1998년 시사주간지 기자로는 처음으로 한국기자협회의 ‘한국기자상’을 수상했다. 이후 동아일보 ‘신동아’ 팀을 거친 그는 2002년부터 ‘오마이뉴스’ 정치데스크를 맡아 대선 취재를 지휘했다.
2003년에는 현대그룹이 국정원의 환전 및 편의 제공하에 5억 달러를 불법 대북송금한 사실을 특종했고 박지원 전 문광부 장관(현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의 현대 비자금 150억 원 수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탐사보도했다.
오마이뉴스 편집국장, 편집주간 겸 부사장 등을 역임한 그는 지난해 정년퇴임했다. 현재는 ‘시크릿파일 국정원’ 후속편을 고민 중이다.
[민중의소리]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 김의성 “영화제의 독립을”

정지영 감독이 6일 오후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서 영화제 외압 논란에 대한 스티커를 붙인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21번째 축제의 막을 올리고 이달 15일까지 여정을 걷는다. 6일 오후 부산 해운데 우동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배우 한효주와 설경구의 사회로 진행됐다.
이번 21번째 부산국제영화제는 세월호 문제를 다룬 ‘다이빙벨’ 상영 문제로 2년 동안 몸살을 겪으며 영화계의 보이콧에 몸살을 앓았다. 또 태풍 차바의 영향권에 들어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 주변 일대가 쑥대밭이 되고, 해운대 해수욕장에 설치된 BIFF 빌리지가 태풍으로 파손돼 일정이 옮겨지거나 취소되는 등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으나 큰 차질은 없었다.
개막식에 앞서 진행된 레드카펫 행사에는 강신성일·조민수·김의성·김보성·서준영·배종욱·박소담·기주봉·고원희·오지호·이엘 등의 배우가 참석했다. 또 임권택·정지영·김기덕·허진호·곽경택 감독이 레드카펫을 밟았고, 뉴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장인 슐레이만 시세 감독 등 250여 명이 참석해 영화제를 빛냈다.
특히 부산국제영화제 보이콧을 선언한 일부 영화 단체의 불참과 많은 매니지먼트 소속 배우등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건너뛰기로 해 예년 같은 축제분위기는 없었다.
개막작 ‘춘몽’에 주연배우로 열연한 양익준 감독은 개막작 기자회견 장에서 영화제측에 쓴소리를 던지기도 했다. 양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참석 여부를 놓고 심한 갈등을 겪었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고백한 바 있다. 그는 자신이 속한 감독조합이 영화제 보이콧을 철회하지 않았지만, 영화적 고향인 부산국제영화제인 만큼 고심 끝에 참석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양 감독은 또 “앞으로 부산국제영화제가 30~40년 정도 되면 안 건드리지 않겠나.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표현이 중요한데 선택에 대해 관여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왜 (영화를)만드는 사람들이 술자리에서 정치 얘기를 하고 잘 때도 대통령 꿈을 꿔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배우 김의성이 영화제의 독립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레드카펫에 입장했다.ⓒ민중의소리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MBC 드라마 ‘W’에서 열연을 펼쳤던 배우 김의성씨는 레드카펫 자리에서 ‘INDEPENDENT FILM FESTIVAL for BUSAN!’(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을)이라는 피켓을 들고 입장했으며, 정지영 감독 역시 영화제 외압 논란에 대한 스티커를 붙인채 입장해 눈길을 끌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달 15일까지 영화의 전당, CGV센텀시티, 롯데시네마센텀시티, 메가박스 해운대 등 5개 극장 34개 스크린을 통해 세계 69개국 301편의 영화를 선보인다.
개막작은 장률 감독, 한예리 주연의 ‘춘몽’(A Quiet Dream)으로 2011년 ‘오직 그대만’ 이후 한국작품이 5년만에 개막작품으로 선정됐다.
폐막작은 이라크 후세인 하산 감독의 ‘검은 바람’(The Dark Wind)이 선정됐다. ‘검은 바람’은 지고지순한 사랑과 전통적 가치관, 종교관 사이의 갈등과 충돌을 그린 영화다. 폐막식 사회는 배우 김민종과 최여진이 맡는다.
신작이나 화제작을 만날 수 있는 갈라 프리젠테이션은 미국 벤 영거의 ‘블리드 포 디스’를 비롯해 4개국 4명의 거장 작품이 선보인다.
한국영화 ‘오늘 파노라마’ 부문에는 김기덕 감독의 ‘그물’,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를 비롯한 17편이 상영되고, 비전 부문에는 장우진 감독의 ‘춘천 춘천’ 외 11편이 상영된다.
[시대의 창]대통령의 서재

민주주의 시대의 권위는 세습혈통이 아니라 ‘앎’에서 나온다. 국민 대중의 삶에 대한 ‘앎’, 세계사의 추이와 국제관계의 변동에 대한 ‘앎’, 공동체 앞에 산적한 과제들의 우선순위와 그 해결 방도에 대한 ‘앎’ 등. 민주국가의 지도자라면 자기 나라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 깊고 넓게 알아야 한다. 기자회견장에서 사전 각본 없이 질문에 즉답하는 능력을 민주국가 지도자의 기본 소양으로 보는 것은 이 때문이다.
권력이 ‘앎’과 굳게 결합해 있기에 미국 전직 대통령들의 안락한 생활과 정치적 영향력을 뒷받침하는 것도 ‘말’이다. 그들은 현직에 있을 때보다 퇴임 후에 더 많은 돈을 번다. 연봉은 각료급으로 격하되지만, 시간당 10만달러 이상의 강연료를 받는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 평생에 걸쳐 쌓아온 ‘앎’에 대통령직에 있으면서 얻은 ‘특별한 앎’이 더해져, 전직 대통령의 ‘앎’은 특별한 권위를 갖는다. 그들이 받는 고액 강연료는 그의 전직(前職)에 대한 예우인 것만이 아니다. 그의 특별한 ‘앎’에 지급되는 보수의 의미가 더 크다. ‘앎’과 ‘말’이 곧 재산이자 영향력인 사회에서는 대통령이 퇴임 후를 대비해 무슨 재단이나 사조직을 만들 이유가 없다.
권위의 원천이 세습혈통이던 왕조국가에서도 왕의 ‘앎과 말’은 매우 중요했다. ‘왕의 말이 곧 법’이 되기 위해서는 법조문과 똑같이 명확하고 구체적이어야 했다. 왕의 말에 조리가 없으면 법도가 무너지고 세상이 어지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문제를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답을 제시할 수는 없다. 사극에서 묘사되는 것과는 달리, 조선시대 왕들의 하루 일과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점한 것이 경연(經筵)이었다. 경연이란 왕이 학식 높은 신하들에게 배우는 것을 말한다. 배워야 알 수 있고, 알아야 다스릴 수 있다. 유교의 치국론에서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를 하려는 자에게 수신제가(修身齊家)보다 먼저 요구한 것이 ‘격물치지 성의정심(格物致知 誠意正心)’이었다. 사물을 탐구해 앎을 얻으며, 그 앎으로 뜻을 가다듬고 마음을 바로잡는다는 뜻이다.
정치, 경제, 외교, 안보로부터 윤리, 도덕에 이르기까지 총체적 난국이라고들 한다. 이렇게 된 이유의 상당 부분은 대통령의 앎과 말이 총체적 난국인 데에 있다. 출제자조차 설명하지 못하는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통치자의 앎이 모호하면 옳고 그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통치자의 말이 꼬이면 일의 선후가 꼬이는 법이다. 말은 그저 솜씨나 재주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사람은 말로써 생각하며, 말로써 세상을 이해하고 분석한다. 말의 수준이, 앎의 수준이다.
아무리 많은 강연료를 받아도 좋으니, 퇴임 후 여기저기 강연하고 다니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그럴 능력과 자질을 갖춘 사람이라면, 퇴임 후를 걱정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는 모든 언론사들이 저마다 후보 자격을 검증한다며 온갖 과거사를 다 들추지만, 정작 후보의 서재를 검증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주권자라면, 후보가 무슨 책들을 읽었으며 책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는 했는지, 그 책들이 그의 식견과 통찰력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에 대해서 알 권리가 있는 게 아닐까? 그의 ‘앎’이 어떤 수준이며, 어떤 것들로 구성되었는지도 모르면서 몇 년 동안 자기와 나라의 운명을 맡기는 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물론 그러려면 먼저 주권자 스스로가 후보의 ‘앎과 말’을 평가할 지적 수준을 갖추어야 한다. 지식은 무식을 알아보나, 무식은 지식을 분간하지 못한다. “모든 국민은 자기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는 토크빌의 말은, 대중 선거로 정부를 구성하는 나라에서는 진실에 가깝다. 가을이다. 책 좀 읽자. 그래서 세상 보는 안목도 키우고 사람 보는 안목도 높이자. 이게 총체적 난국에서 벗어나는 가장 바른 길이다.
<전우용 | 역사학자>
[편집국에서] 소소한 저항도 소중하다 / 김보협
[한겨레] 욕부터 튀어나왔다. “병사? 미친 거 아냐? 어떤 ××가 쓴 거야?” 의학 지식이 없어도 우선 상식과 거리가 멀었다. 선명한 사인을 흐릿하게 만들려는 자가 누군지 궁금했다. 서울대병원 전공의(레지던트) 권아무개씨라고 했다. 누구의 지시로, 누구와 공모해 백남기 농민의 부검 근거를 지어냈느냐고 묻고 싶었다. 그런데 유족 등을 통해 전해진 그의 ‘활약상’을 들은 뒤엔 달라졌다. 권씨의 ‘소소한 저항’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문제의 사망진단서를 작성하면서부터 흔적을 남기기 시작했다. 병사로 기록하라는 지시를 받는 전화를 유족들 앞에서 한다. 통화 건너편 당사자에게 “병사라고요?”를, 다짐받듯 두세 번 되물었다. 그리고 유족 백도라지씨에게 “내 이름으로 나가기는 하지만 내 권한이 없다”고 못박는다. 권씨는 더 분명한 흔적을 진료기록에 남겼다. 사망진단서는 지시받은 대로 병사로 기록하면서도, 다른 서류인 진료기록에 ‘신찬수(서울대 병원) 부원장과 백선하 신경외과 교수와 협의’했다고 적어놓는다. 환자의 상태, 어떤 치료와 처방을 했는지를 남기는 진료기록에 누구와 협의해 사망진단서를 작성했다는 기록을 남기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고 한다. 사망진단서와 부검 영장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진 뒤 잠적한 권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영화 <매트릭스>의 한 장면을 인용해 메시지를 남긴다. 진실을 좇으라고(Only try to realize the truth).

의료인의 전문지식과 양심을 걸고 부당한 지시에 저항했어야 했다고, 혹은 자신만 책임을 면하려고 소극적인 방법을 택한 것 아니냐고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권씨가 남긴 흔적은, 당장 모든 전모를 밝힐 정도는 아니어도 언젠가 기록을 바탕으로 진실을 추적할 소중한 단서가 됐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유가족과의 협의라는 ‘제한’이 달린 부검영장을 발부한 서울중앙지법 성아무개 영장전담 부장판사도 마냥 비난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기각이라는 명징한 결정을 통해 부검을 둘러싼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할 지위에 있었던 만큼 오히려 분쟁을 조장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압수수색검증의 방법과 절차에 관한 제한’이라는 이례적인 방식의 영장으로 여러 해석의 여지를 남겼고, 10월5일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특정한 제한 범위 내에서 인용하고 그 밖의 경우 기각한다는 취지”(강형주 서울중앙지법원장), 즉 영장의 제한사항은 권고가 아닌 의무규정이라고 밝히게 함으로써 잔인한 정권의 거침없는 폭주에 제동을 거는 데에 일조했다. 거스르기 힘든 정권의 압력에 정면으로 맞서지 못한다면, 저들이 제 맘대로 하지는 못하도록 한걸음 비켜서 딴죽을 거는 소소한 저항도, 소심한 저항도 지금은 소중하다. 경찰에 쫓기는 흉기를 든 강도를 정면에서 막아설 수 없다면 살짝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모든 것을 걸고 맞서 싸우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순간의 결정이 자신의 미래뿐 아니라 가족의 생계까지 위태롭게 만들 땐 더욱 그럴 것이다. 말로만 목숨을 걸고 곡기를 며칠 끊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불의에 맞섰던 내부고발자들,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해직돼 지금도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 언론인들의 고된 삶을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지난 주말부터 우리나라 최고 실세라는 최순실을 기억하자는 놀이가 페이스북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해시태그(#)를 달아 그를 꼭꼭 숨기려는 자들에게 보란 듯이 저항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백남기도, 세월호도 잊지 말자며 태그가 늘어나고 있다. 잊지 않는 것, 기억하는 것도 가치를 매길 수 없을 만큼 소중한 저항이다.
김보협 한겨레 디지털 에디터 bhkim@hani.co.kr
[2030 잠금해제]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 / 이준행
[한겨레]수많은 해킹 사건에서 침해사고를 일으킨 가해자가 지목되는 순간 침해사고의 원인을 유발한 책임자는 책임을 상당수 면하게 된다. 문지기가 문을 열어둔 것을 질책받기 전에, 열린 문으로 들어온 도둑을 잡는 데에 모두의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그런데 그 가해자가 하필 ‘북한 해커부대'라면 한국군이 북한에 쳐들어가기 전까진 가해자를 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 해킹 사고에 책임을 져야 할 모두가 되레 북한 덕분에 만족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사실 보안전문가의 이름으로 ‘북한 소행'부터 외치는 것은 개발자들 사이에서 이제 ‘뻔히 보이는 거짓말'의 상징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그 거짓말을 진지하게 주도적으로 하는 이들에게는 늘 보상이 주어져왔고, 침묵하는 이들에게는 안전이 약속되어왔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것이 현실인지라, ‘전문가'의 이름으로 진실을 덮어 보상을 받을 것인지, 아니면 진실을 이야기하고 스스로의 존엄을 찾을 것인지, 지금도 둘 사이에서 갈등하는 분들이 주변에 꽤나 많이 있다.

2013년 3월20일 국내 주요 방송사의 컴퓨터가 일제히 종료되고 데이터가 파괴되는 일이 있었다. 일명 ‘3·20 사이버테러’로 불리는 사건이다. 방송사 컴퓨터가 일제히 꺼졌기 때문에 가장 요란하게 움직였던 것은 역시 방송사였다. 저마다 테러를 당했다며 속보 방송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전문가라는 사람을 데려와서 분석을 해달라며 마이크를 넘겼는데, 예상대로 대다수 출연진이 북한 소행이라며 범인부터 지목하기 시작했다. 여러 대의 컴퓨터가 한날한시에 일제히 꺼진 현상의 원리와 원인은 그 방면 전문가들이라면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또한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지도 정확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배경을 공개적으로 설명하는 이는 드물었다. 정보통신 보안 관련 업체나 관련 학계 모두 직간접적으로 정부와 관계를 맺고 의존하는 상황에서, 정권의 뜻을 거스르는 언급을 하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런 환경 덕분에 진실이 자리해야 할 자리에 ‘북한 소행'부터 외치는 이들이 들이닥치고 말았다. 전문가로서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임에도 큰 용기가 필요한 시기였고, 이는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백남기 농민의 사망진단서를 두고 ‘그렇게 쓰면 안 된다'고 성명을 내는 서울대의대 학생들, 동문 의사들, 대한의사협회 등을 보며, ‘놀랍고 부럽다'던 동료 개발자분이 있었다. 진실을 이야기할 수 있는 용기가 여전히 남아 있는 분야가 우리 사회 어딘가에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던 것이다. 놀라웠다는 그 사실이 새삼 놀라웠지만, 돌이켜보니 우리는 그럴 만한 시대를 살아왔다. 진실을 이야기하는 데에조차 용기가 필요하고, 거짓된 이야기를 하는 이에게 보상이 주어지며, 자신의 양심과 지식에 바탕을 둔 분석이 아닌 누군가가 원하는 이야기를 대신 해주는 것이 ‘전문가의 자질'로 여겨지는 사회가 되어 가는데도 이를 막지 못했다. 너무 많은 거짓말들을 그대로 덮어왔고, 넘겨왔으며, 그렇게 진실을 계속 놓쳐왔다. 그러던 와중에 진실을 이야기해야 하는 직업적 사명감을 꾸준히 지키고 있는 이들이 있음을 보여준 분들이 있었다. 거꾸로 가는 시대에 경종을 울리고, 진실을 언급해준 이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부디 용기 내어 나선 그분들이 지켜낸 진실이 승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준행 인디스트릿 개발자
[사설]최순실·차은택·우병우도 못 부르면 국감 뭐하러 하나
[경향신문] 새누리당이 국정감사 거부를 철회한 지 1주일이 흘렀다. 그러나 이후 행적을 살펴보면 새누리당은 ‘사실상의 국감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등 권력형 비리 의혹 관련자들의 증언을 원천봉쇄하는 데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 측근으로 미르재단 등의 설립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 현 정부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는 광고감독 차은택씨의 증인 채택을 저지했다. 최씨 딸의 이화여대 특혜 의혹 규명에 필요한 최경희 이대 총장의 증인 채택도 막아섰다. 새누리당의 국감 복귀는 국회 정상화가 아니라 ‘청와대 방탄’을 위해서였던 모양이다.
이제 관심은 21일 열릴 국회 운영위원회 대통령비서실 국감에 쏠리고 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출석 여부가 초점이다. 현재로선 출석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운영위원장인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당초 “민정수석의 불출석 관행을 양해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국감 파행 기간 중 “우 수석 출석은 꿈도 꾸지 말라”며 말을 바꿨다. 국회가 최순실도, 차은택도, 우병우도 부르지 못한다면 바쁜 공무원들 불러다놓고 국감을 할 까닭이 무엇인가.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국민적 의혹을 받고 있는 사안마다 막무가내식 방어로만 일관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스스로 주장하듯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의혹들이라면, 관련 당사자들이 국회에 나와 사실을 밝히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나.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유난스러운 대응은 의혹만 부풀릴 뿐이다.
박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인 29%(한국갤럽 7일 발표)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 조사에서 박 대통령 지지율이 29%까지 떨어진 것은 다섯 번째다. 앞서 연말정산 논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당시와 20대 총선 직후 등 조사에서 같은 수치를 기록한 바 있다. 이번에 더욱 주목되는 것은 청와대가 북핵 위기를 들어 ‘비상시국’임을 강조하는 가운데 나온 결과여서다. 안보위기 국면에서는 대체로 최고지도자의 지지도가 오르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건 권력의 도덕성과 투명성에 대한 시민의 불신이 심각함을 시사한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사전에 ‘레임덕(권력누수)’은 없다고 여길지 모른다. 과거 지도자들도 그러했으나 결국 착각으로 드러나곤 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이성을 되찾고 정상적 국감 진행에 협조해야 옳다. 야당도 국회선진화법만 탓할 일이 아니다. 국감 종료 시까지 진실 규명에 최선을 다하되, 성과가 없다면 특별검사 도입 등의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사설]해경 고속단정까지 침몰시키는 중국어선 가만둬선 안된다
[경향신문] 서해에서 불법조업하던 중국 어선이 단속 중이던 한국 해경 선박을 고의로 들이받아 침몰시킨 뒤 달아났다.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번 일은 결코 좌시할 수 없다.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양상은 갈수록 흉포해지고 있다. 단속을 피해 도주하는 것은 기본이고, 해경 대원이 승선하지 못하도록 뱃전에 쇠창살을 꽂기도 한다. 최근에는 단속 중인 해경에게 쇠파이프나 흉기를 휘둘러 부상을 입히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공권력을 무시하는 것을 넘어 공격하는 지경에까지 이른 행위는 바로잡지 않으면 안된다.
인천해양경비안전서 보고를 보면 지난 7일 인천 옹진군 소청도 남서방 76㎞ 해상에서 100t급 중국 어선이 불법조업을 단속하던 인천해경 3005함 경비정 소속 4.5t급 고속단정을 수차례 들이받아 침몰시킨 뒤 달아났다. 당시 단정에는 단정장 한 명만 타고 있었는데, 침몰 과정에서 탈출해 바다에 빠졌지만 다행히 구조됐다.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해경 대원이 탄 단정을 들이받은 중국 어선에 살인 의도가 있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 100t급 어선으로 4.5t급 소형 단정을 들이받으면 어떤 결과가 발생할지 불법행위를 자행한 중국 어민들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태극기를 단 단정을 침몰시킨 공권력 침해 행위는 엄중히 다스려야 한다. 해경 단정을 들이받은 중국 어선 주위에는 다른 중국 어선 수십척이 몰려들어 무력시위를 벌였다고 한다.
해경은 주한 중국대사관 부총영사를 불러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촉구했지만, 거기서 그칠 일이 아니다. 정부는 충돌 어선을 끝까지 추적해 관련자들을 엄벌에 처하도록 중국 정부에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당장 중국 어선 불법조업 근절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과 단속 시스템을 재검토해야 한다. 일본, 러시아 등과 공조해 중국의 불법조업을 국제 현안으로 부각시키는 방안도 강구해볼 만하다. 외교적 고려 운운하면서 어물쩍 넘어가려 해서는 안된다.
단정 침몰사건은 하루 반나절이 지나서야 공개돼 해경과 국민안전처가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해경의 한 관계자는 “국민안전처 고위층에서 ‘절대 외부에 나가면 안된다. 공개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전했다. 정부는 ‘국가가 힘이 없으니 중국 어선이 우리 바다에서 활개를 친다’는 비판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사설] ‘짐승만도 못한 막말’을 이용하는 세력은 누군가
[민중의소리]세월호 참사에 이어 백남기 선생 유족들에게 막말을 일삼는 정치인과 보수인사들이 행동을 개시했다. 이번에도 역시 ‘생계형 막말 정치인’이라 불리는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포문을 열었다. 김진태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물대포로는 얼굴뼈가 부러질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사망 당일 백남기 선생의 둘째 딸이 시댁 가족 행사로 인도네시아 발리에 있었던 것을 문제 삼고 나왔다.
MBC의 김세의 기자는 바톤을 이어받아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정한 딸”, “사실상 아버지를 안락사 시킨 셈”이라고 맹비난하며,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대사를 인용하여 “이념은 피보다 진하다”고 썼다. 대정부 투쟁을 위해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뜻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자유청년연합의 장기정 대표가 백남기 선생의 자녀들을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로 고발했다.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는 승객들을 버리고 도망친 세월호 선장에게 적용된 법률이었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 잠겨있는 유가족을 아버지의 살인범으로 몰아가는 지경에 이르면 한국 사회가 짐승들이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사회가 아닌 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어느 사회에나 제 정신이 아닌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그런 사람들의 무시할만한 언행이 아니다. 이것은 한국 사회 집권세력들의 통치 수법이다. 경찰, 검찰, 국정원, 보수우익단체, 청와대가 한통속이 되어 벌이는 잘 짜여진 각본이다. 멀쩡한 사람이 물대포에 맞고 쓰러져 사경을 헤매고 있는데 대통령이 나서서 집회 참가자들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한다. 물대포를 쏜 경찰과 지시한 상급자들은 승승장구한다. 사태를 방관하던 검찰은 희생자가 사망에 이르자 갑자기 부검을 하자고 한다.
유족들이 부검을 반대하고 추모 행렬이 이어지자 위기에 몰린 권력을 구할 자들이 등장한다. 대통령 ‘심기 경호’를 전담하는 국회의원이 앞장서고, 시민단체 행세를 하는 관변단체가 나서서 결국 유가족을 살인 혐의로 고발한다. 아마 권력은 이제 사회 여론이 분열되어 ‘정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뒤로 빠질 것이다.
지난 봄 어버이연합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관변단체의 집회와 시위 일정을 직접 관리하며, 조직동원에 필요한 자금을 해결해준 곳은 청와대였다. 세월호 참사에 이어 백남기 선생 죽음을 조롱하고 유족을 비난하는 행태의 뒤에 청와대가 있을 것이라는 의심은 그래서 합리적이다.
멀리는 친일매국노, 가까이는 군부독재 부역자들에 대한 청산을 철저히 하지 못한 결과 한국 사회 지배계층의 도덕성은 씨가 말라버렸다. 인간의 탈을 쓰고 도무지 할 수 없는 짐승 같은 언행이 버젓이 벌어지고, 이것을 ‘이념’과 ‘진영’이라는 잣대로 둔갑시키는 어리석은 행태가 언제까지 통용될 수 있을까? 민중을 개·돼지로 생각하며, 시간만 흐르면 모든 것을 덮을 수 있다는 망상이 언제까지 용납될 수 있을까? 제 정신이 아닌 자들의 막말로 정권의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 모든 사태의 중심에 청와대가 있음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 끗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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