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12월 16일 대선 후보 TV 3차 토론에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는 국정원 여직원 의혹을 놓고 공방을 벌였으며, 이날 박근혜 후보는 '(국정원) 여직원이 댓글 달았는지 증거 없는 걸로 나왔다'고 토론에서 주장하며 문재인 후보를 공격했습니다.
그러나 알다시피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대선과 국내 정치에 개입했다는 증거가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이제 국내 정치에 국가 정보기관이 개입한 사실이냐 아니냐는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그것은 이미 유죄이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후보가 국정원 사건을 사전에 알고 있었느냐 아니냐를 보려면 우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캠프가 이 사건을 어떻게 대했고, 활용했는지 알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① 수사 결과 발표 시기는 내 맘대로 정한다, 새누리당 총괄선대본부장 김무성
그 누구도 상상도 못할 시점인12월16일에수사 결과 발표 얘기를 꺼냈습니다.

② 영화 같은 선거 스토리, 새누리당 박선규 대변인
12월 16일 오후 9시 40분경 박선규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선거캠프 대변인은YTN의 '대선 3차 TV 토론 어떻게 보셨습니까’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여국정원 여직원 댓글 의혹 사건에 대해서 '아마 제 생각에는 국가적인 국민적인 관심이 있기 때문에 조사결과가 오늘 나올 겁니다'라는 발언을 합니다.
당시 대부분의 언론과 민주당에서는 아무리 경찰 수사가 빨라도 월요일 이후에나 나오리라 예상했지만, 새누리당 박선규 대변인은 12월 16일 밤10시가 넘은 시간에 경찰의 조사 결과가 오늘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오늘이라고 해봤자 불과 2시간이 남은 상황에서.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박선규 대변인이 말을 하자마자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③ 새누리당은 점쟁이? 아니면 영화감독?경찰의 11시 수사 결과 발표.
수서경찰서는 TV토론이 끝난 직후인 밤 11시에 갑자기 '국정원 김씨의 댓글 흔적은 없었다. 김씨는 무혐의'라는 수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일요일 저녁 그것도 밤 11시에 경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한 적은 과거 3년간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무슨 재난 사고나 연쇄 살인 사건도 아닌 데, 경찰은 밤 11시에 수사 결과를 발표했던 것입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김무성 선거본부장, 박선규 부대변인으로 이어지는 '증거 없음', '오늘 경찰 수사 발표'는 12월 16일 밤 11시경에 진행된 경찰의 수사 발표와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중요한 점은 박근혜 후보는 이미 TV 토론에 들어가기 전 경찰 수사 발표가 '댓글 증거 없음'이라는 사실을 알고 토론에 임했고, 새누리당 선거 캠프는 이미 경찰 수사 발표가 12월 16일을 넘기지 않으리라 알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④ 기자보다 더 빠른 속보 취재의 달인, 국정원
국정원은 정보기관입니다. 그런데 정보전에서는 매번 당하는 국정원이 12월 16일은 너무나 놀라운 신속성을 보여줍니다. 11시경 국정원 여직원 관련 경찰 수사 발표가 끝나자 곧바로11분 뒤에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입니다.
국정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민주당이 제기한 ‘국정원의 조직적 비방 댓글’ 주장은 사실 무근이 드러났고, 국가정보기관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국가 기관의 보도자료는 그 자체로 국가 기관의 책임 여부를 물을 수 있는 증거가 되기 때문에 단어, 숫자 하나하나 검증하고 문구를교정하고 검증을 받습니다. 그래서 보도자료는 쉽게 나오기 어렵습니다. 무슨 책보도 자료 하나 쓰려고 해도 몇시간씩 걸리는 데, 국정원은 11분 만에 보도자료를 작성하는 신기술을 선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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