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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라는 꼭두각시를 내세운 '최 씨 일가 정권'의 총체적 국정 농단이 얼마나 큰 충격을 주었는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관심 없다는 걸 '자랑'처럼 내세우다시피 하던 26살 먹은 내 여자친구조차 흥분하여 11월 5일 부산역에서 거행하는 '시민대회'에 참석하자는 말을 먼저 꺼낼 정도였다.
그 말을 듣고 "네가 그런 문제에도 관심이 있었냐?"며 슬쩍 비웃는 듯한 반응을 보이자, 곧바로 "이거 왜 이러셔, 이래봬도 내가 jtbc 열혈 시청자야" 하면서 발끈하던 내 여자친구의 모습이 적잖은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jtbc 열혈 시청자"라는 게 왜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되어야 하는지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가벼운 미소로 상황을 대충 수습한 뒤, 내 여자친구처럼 평소 사회 문제에 담을 쌓고 지내던 그 또래 여자애 3명과 함께 '시민대회'에 참석하기로 하였다.
2016년 11월 5일 오후 4시에 열기로 한 부산 시민대회는 주체 측에서 조금 미숙한 진행 모습을 보이더니, 결국 5분 정도 지난 뒤에야 비로소 공식 행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정확한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데 - '무슨 언니'라는 중창단이 부른 시인 박노해의 시를 바탕으로 한 노래 '민들레처럼'이 내 여자친구 일행에게 제법 인상 깊었는지, 인터넷 검색까지 하면서 자세한 정보를 찾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내 여자친구 일행과 떨어진 채 부산역 곳곳을 누비면서 현장 상황을 카메라에 담아보았다.
이 문구를 자랑스럽게 치켜든 사람은 이후 펼친 거리 대행진에서도 꿋꿋하게 이 '피켓 시위'를 계속 이어나가는 집념을 보였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깜찍한 외모의 아가씨가 앞뒤로 새긴 이 문구를 정장 차림의 어느 중년 신사가 양해를 구한 뒤 촬영할 때, 뒤에서 슬며시 끼어드는 얌체 짓으로 카메라에 담았다. ^^
이날 오후 5시 30분 무렵, 부산역 집회는 이것으로 마무리하고 이제부터 서면까지 거리 대행진을 펼치겠다고 주최 측에서 선언했다. 그 말을 듣자, 과연 저 행진까지 내 여자친구 일행이 동참할까 하는 의문이 들어 조심스럽게 그네들 의향을 떠보려고 했다. 그랬는데 그조차 필요 없을 만큼 "서면이 아니라 청와대까지 쳐들어가자"는 의지를 넷이 한꺼번에 거침없이 표출하여 나를 무척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러다 얘들이 무슨 사고라도 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마저 들 지경이었다. 너희들 왜 이러냐? ^^
그리하여 2016년 11월 5일 오후 5시 30분 무렵, 부산역에서 서면을 향하여 박근혜 정권 퇴진을 바라는 부산 시민들의 분노에 찬 거리 대행진이 시작했다.
이날 거리 대행진에서 내 여자친구 일행이 가장 좋아했던 건 이른바' 하야송'이라는 노래였다.
친숙한 멜로디에 '하야'라는 말을 붙여서 부르는 "하야, 하야 하야, 하야 하야 하야야"라는 노래가 다른 이들에게도 신선한 자극을 주었는지, 거리 대행진뿐 아니라 서면의 마무리 집회에서도 여러 차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만큼 제법 인기를 끌었다.
범일동에 위치한 부산진 남문시장 앞 육교에서 찍은 사진과 동영상이다.
처음엔 부산역 집회에 참가한 인원에서 더 줄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다. 부산역에서 출발하여 서면까지 행진하면서 일반 시민이 대거 참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박근혜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대열은 그 끝을 쉬이 찾기 어려울 만큼 아주 길게 이어졌다.
그 기나긴 행진 대열로 보건대 주최 측 추산이라는 만 명에 가까우면 가까웠지, 절대 그에 모자랄 수치가 아니었다.
이렇듯 만 단위에 육박할 정도로 많은 시민들의 행진 참여로 말미암아 교통 흐름에 큰 피해를 끼쳤을 법한데도 불만을 표출하는 광경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아니, 불만이 터져 나오긴커녕 범내골을 지나갈 무렵엔 인도에서 구경하던 시민 백여 명이 박수와 환호성으로 힘을 북돋아주는 장관이 펼쳐지기까지 했다.
부산역에서 출발하여 2시간여의 긴 행진 끝에 마침내 도착한 서면 풍경이다.
시민 대행진을 마친 직후 뭔가 이루어냈다는 성취감에 취하여, 거리를 가득 메운 시민들이 뿜어내는 열정 어린 함성과 구호 소리가 잠시 서면 한복판을 거대한 축제를 방불케 할 정도로 휩쓸고 지나갔다. 그 열정에 찬 분위기에 흠뻑 빠져들다 못해 숫제 울부짖던 내 여자친구 일행과 그 주위 사람들의 광기 어린 모습을 화면에 담지 못한 게 참으로 아쉽기만 하다. 하긴 나 역시 그 열기에 취한 나머지 한동안 카메라를 들 여유조차 없었지만 말이다....
오후 4시부터 시작한 집회가 어느 덧 밤까지 이르자 시장기를 느낀 사람들을 위한 배려인 듯, 주최 측에서 먹을거리를 제공했다.
그걸 보더니 "밤에 저런 거 먹으면 전부 살로 간다"면서 거부 반응을 보이던 것도 잠시뿐, 언제 그랬냐는 듯 음료수와 빵을 양손에 쥐더니 허겁지겁 먹어치우던 내 여자친구 일행의 모습 역시 이날 집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눈요깃거리의 하나였다.
이상, '2016년 11월 5일, 부산 시민 총궐기 및 서면까지 펼친 거리 대행진'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