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부터 줄기차게 내리는 비를 보며
오늘 서면에서 여는 촛불 집회는 사람이 무척 적겠다는 생각이
뇌리에서 씁쓸한 느낌으로 자리 잡은 채 쉬이 떠나질 않았다.
그래서 나라도 거기에 숫자 하나를 더 보태는 데
힘써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
다른 일정은 다 내팽개치고
퇴근하자마자 사무실 근처에 있는 서면 쥬디스 태화 거리로
무작정 발길을 옮겼다.

그렇게 도착한 7시 30분 쥬디스 태화 거리에선
예상한 대로 20여 명 안팎이라는 아주 적은 인원이 참여한 가운데
조촐한 형식으로 빗속에서 촛불 집회를 진행하고 있었다.

평일과 주말 집회에 거의 빠짐없이 참여한다는
어르신과 진행자가 인터뷰하는 장면이다.
"이번 기회에 새누리당은 반드시 해체해야 한다"는 당찬 외침이
무척 인상 깊었다.

평소엔 20대 젊은 층 비율이 꽤 많은 편이었는데
이날은 나를 포함한 '아재'와 '이모'가 절대 다수를 차지할 정도로
참가 연령층이 제법 높았다.
바로 앞에 있는 검은 바지의 주인공은
'닭장차'를 부르며 부산 주말 집회에서 '아이돌 댄싱 그룹'으로 떠올라
팬덤까지 형성하고 있는 멤버의 리드 보컬이다.


집회 주변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눈길을 끄는 낙서를 발견하여 카메라에 담아보았다.
'약주' 한잔 걸친 듯한 50대 아재가
욕설까지 곁들인 구수한 입담을
지나칠 정도로 장황하게 늘어놓아서
귀를 아프게 하기도 했지만
평일 집회에 거의 개근하다시피 하고 있다는
마른 체격에 아주 큰 키가 돋보이던 25살 청년의
수줍은 듯한 자기 고백과 선언은
이날 집회에 참석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그 청년의 이야기를 끝으로
2016년 12월 26일, 퍼붓는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거행한 부산 서면 촛불 집회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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