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참사 1000일을 맞이한 뜻깊은 날인지라
안산까지 못 가더라도 부산에서나마 추모식에 꼭 함께하고 싶어서
중요한 약속까지 뒤로 미룬 채 무작정 부산 서면 쥬디스 태화 거리로 향했다.


사무실에서 서면까지 아주 가까운 거리지만
워낙 퇴근이 늦은 탓에 발걸음을 재촉하며 갔지만
이미 추모식을 한창 진행하고 있었다.
세월호 관련 현수막과 포스터가
다급하게 달려오다시피 한 내 발길을 멈추게 하고
내 눈길을 잠시나마 사로잡았다.


세월호 관련 서명식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하자
그저 무관심하게 지나쳐가는 줄 알았던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서명에 참여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 깊었다.

주말 촛불집회에서 걸쭉한 입담으로 '아재 개그'를 선보였던 가수가
또다시 등장하여 노래하는 모습이다.

30여 년을 음악에만 미쳐 살았다는 이 중년 가수는
절정의 '팝페라' 노래 솜씨를 유감없이 펼쳐서
참가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연극 연출과 시나리오를 전공한다는 작가가
세월호 참사 추모시를 낭송하는 모습이다.
애끓는 듯한 표현으로 가득한 시구가
호소력 짙은 목소리를 통해 흘러나오자
한동안 참가자들을 슬픔에 빠져들게 만들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살풀이 공연에 이어
이 썩어 문드러진 박근혜 정권을 향하여 비수처럼 퍼붓던 소리 한마당을 지나서
이날이 첫 공연이라는 아마추어 풍물패의 꽤 흥겨운 '신명 놀이'로
추모 집회는 나름대로 뜨겁게 흘러갔다.

그리고 마지막 무대는 4인조 밴드의 공연이었다.
이들이 부르는 외계인을 빗댄 노래에서
"깐따삐야"라는 후렴구를 참가자들이 함께 외치며 즐거워하는 순간을
이날 집회 최고의 장면으로 꼽고 싶을 정도로
마지막 무대는 제법 흥겨운 시간이었다.
더 이상 추모식을 비탄과 분노와 눈물로만 채울 게 아니라
참사 원인을 낱낱이 파헤치고
책임자에게 응분의 죗값을 혹독하게 치르게 하는
'승리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때론 기쁨과 환희와 열정 어린 무대로 채워 넣으려는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던
2017년 1월 9일, 천 일을 맞은 부산 서면의 밤거리 풍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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