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티즈앱 Killing in the Name
대중음악 역사상 최고의 저항정신으로 뭉쳤던 밴드
세상을 잡고 흔드는 권력을 엿 먹일 궁리로 똘똘 뭉쳐있던 혁명가들
Rage Against The Machine (RATM)
대표 이미지에서도 볼 수 있듯 건전함과는 거리가 멀었던 이 혁명가들은
10년이 채 안 되는 기간을 짧게 활동하고 사라졌지만
활동중지 뒤에도 부조리에 꽉 막힌 대중들의 속을 뚫어주는 청량제 역할을 하고 있었다.
크리스마스를 빼앗겨 분노하던 한 영국인에게도 그랬다.
영국에서 크리스마스 차트는 연간차트의 하이라이트, 그리고 피날레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왔고,
실제로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자신들의 역작을 크리스마스에 맞춰 발매해 선의의 경쟁을 벌이곤 했는데,
그간 크리스마스의 영광을 가져갔던 곡들 또한 두 말 하면 입 아픈 명곡들 밖에 없었다.
'티파니에서 아침을' OST로서 남자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던 'Moon River'
비틀즈의 'I Want to Hold Your Hand', 'Day Tripper'
퀸의 'Bohemian Rhapsody'
휘트니 휴스턴의 'I Will Always Love You'
그 외에도 마이클 잭슨, 핑크 플로이드, 스파이스 걸스, 로비 윌리엄스 등, 설명하기도 입 아픈 명가수들만이 가져갈 수 있는 것이 크리스마스의 영광이었다.
크리스마스의 가치는 날이 갈수록 커졌고, 그 주의 1위곡이 곧 연간 판매량 1위가 되는 일도 비일비재 했다.
사람들이 매년 차트를 기대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는데, 그런 크리스마스 차트가
엑스팩터 (X Factor)의 등장으로 2005년부터 그 명성을 잃고 만 것이다.
영국의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인 엑스팩터가, 매년 크리스마스에 맞춰 우승자를 뽑는 동시에 우승 싱글을 발매하는 흉악한 술수를 부리기 시작한 뒤로
2005~08년의 크리스마스는 전부
셰인 워드 (엑스팩터 2 우승자)
레오나 루이스 (엑스팩터 3 우승자)
레온 잭슨 (엑스팩터 4 우승자)
알렉산드라 버크 (엑스팩터 5 우승자)
의 차지가 되었다.
물론 지금의 레오나 루이스 정도면 충분히 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당시의 위상은 넷 모두 정규앨범조차 내지 않은 생초짜들일 뿐이었다.
"이 때쯤 싱글을 맞춰 내면 우승의 가치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겠지"
1위는 우리가 차지할 거라능! 너흰 앉아서 가만히 보고만 있으삼!"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마다 얼굴을 비추며 독설을 날리기로 유명한
사이먼 코웰 (Simon Cowell)의 머릿속에서 나온 이 신박한 아이디어는 그렇게 영국인들의 크리스마스를 빼앗아 가고 있었다.
그렇게 열통이 터지다 못한 한 영국인에게, RATM은 건빵에 들어가는 오란씨 같은 존재였다.
평범한 DJ였던 그는 페이스북에 페이지를 만들어,
'우리들의 크리스마스를 되찾아 오자!'
'님들 언제까지 쟤네가 1위 날로 먹게 놔둘 거임?'
'RATM 노래를 1위로 올립시다. 이 놈들 정신 좀 차려야 돼요'
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Fuck you, I won't do what you tell me
(ㅈ까, 네가 말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을 거야)
라는 가사가 들어간 Killing in the Name은 엑스팩터를 향한 그의 분노를 표출하는데 안성맞춤이었다.
12월초에 개설 된 그 페이지는 순식간에 사람들의 반향을 이끌어내며 많은 동조를 받았다.
크리스마스를 빼앗긴 영국인들의 음악적 반란이었다.
그러나 이 소식을 접한 사이먼 코웰은, 12월 10일의 인터뷰에서,
"멍청한 짓거리들 하고 계시넼ㅋㅋㅋㅋ 여러분 제가 저 좋으라고 매년 크리스마스 차트 1위 시키는 거 아닙니다
이거슨 나를 향한 도발이자 이적 행위! 나대지 말고 저리 꺼지시길!"
이라고 오히려 그들을 역도발 했다.
그런 그의 도발은, 찻잔 속 태풍에 그치던 캠페인을 민중봉기로 만든 도화선이 되었다.
분연히 일어난 영국인의 힘이 더욱 커져갔고,
RATM 또한 이 소식을 접하고는,
"이번 캠페인으로 생기는 수익은 전부 기부하겠습니다.
1등하면 감사의 의미로 무료 콘서트 열겠습니다.
1등합시다. 부숴버리세여"
라며 영국국민들을 독려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2009년의 영국 크리스마스 차트는
엑스팩터를 차지하고 크리스마스를 당연시 여기던 우승자 조 맥엘더리 (Joe McElderry)와
민중봉기를 등에 업고 1992년에 나온 곡으로 1위를 노리는 미국밴드 RATM의 2파전이 되었는데,
당시의 BBC 뉴스가 그 시절 이 전쟁의 화제성을 대변한다.
시민들의 열정에 고무 된 RATM은,
그들을 돕고자 차트 발표를 하루 앞둔 19일 BBC 라디오에 출연한다.
그리고 그 곳에서
"Killing in the Name 부르셔도 되는데 욕만 짜르고 합시다."
"ㅇㅇ"
"제발요..."
"ㅇㅋ"
라던 합의를 하고
(라이브는 4분부터, 마지막은 8분 30초)
마지막 부분에 시원스레 법규를 날려주신다.
Fuck you, I won't do what you tell me!
라는 가사에 너무나도 걸맞게.
그렇게 마지막날까지 열도의 를 잔뜩 끌며
차트의 기대감을 높인 RATM이었다.
시민들과 RATM이 끝까지 권력에 항거한 결과물은
1위 탈환이었다.
캐롤로 물들어야 할 크리스마스가 법규로 채워졌고, 라디오 또한 크리스마스에 맞춰 그들의 노래를 틀어야 하는 고역과 마주했지만
시민들은 자신들이 일으킨 조그만 혁명을 축하하는데 바빴다.
그리고 사이먼 코웰은,
"1위를 당연하게 여겼던 게 사실"이라며 쓰라린 패배를 인정하고 말았다.
이 주의 크리스마스 차트는 영국 뿐만이 아닌 전세계 뉴스를 뜨겁게 달구었고,
그렇게 시민들 덕에 다시 한 번 중심에 서게 된 RATM은
무료 콘서트 약속을 지키며
6개월 뒤 관객들과 함께 전설의 라이브를 만들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