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다 이어지는 편>
w.니가모르게 감아
1.하정우-백작
그에게 무턱대고 한 어설픈 내 고백을 뒤로하고 그렇게 일주일 뒤 백작님과 아가씨는 결국 혼인을 했고,
나의 당돌했던 고백은 그렇게 그에게도 잊혀지는 듯 했다
매일밤을 눈물로 지새웠다
나는 왜 더 빨리 용기를 내지 못했을까,
나는 왜 그날밤 그에게 고백을 했을까,
나는 왜 하필 그를 사랑하게 되었을까
셀수없이 많은 질문들이 내 머릿속을 가득채웠고, 그 질문들은 눈물로 한 없이 새어나왔다
그럼에도 끝까지 새어나오지 않는 그는 이미 내 머리와 마음 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아직도 내가 좋은가?”
그는 아가씨와 모든 일을 함께했다 청소, 밥, 샤워까지
그러면서도 그는 항상 아가씨의 시중을 드는 나를 의식했고,
괜한 기대심에 부푼 나는 날이 갈수록 애가 탔고,
불순한 마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의 시선을 즐기는 나를 통제하지 못했다
“좋은걸 어떡해요”
그는 달라진 것이 없었다 이젠 나를 오히려 동정하는 듯이 보였다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파왔지만, 사랑해선 안될 사람을 사랑하는 죄인인 나는 어쩔 수가 없었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한걸음씩 나에게로 다가왔다
그리고 곧 내 손을 이끌고는 어두운 뒤뜰로 나를 몰았다
달빛도 비치지 않는 고요한 밤 속, 내 심장소리는 미칠 듯 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는 나를 그의 품속에 넣었다
“여기까지야”
쾌쾌한 담배향이 베어있는 그의 품,
그리고는 적당히 선을 그어내는 그의 말은 꽤나 단호했다
“이걸로 만족하란 말이야”
그는 한동안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나를 너무도 꽉 끌어안는 바람에 나는 숨쉬기조차 힘들었지만,
숨을 참고서라도 바보 같은 나는 그의 품에 조금 더 머무르고 싶었고,
이다지도 잔인한 그는 우리의 관계를 끝날 때 조차도 여지를 남기고 있었다
2.조승우
그렇게 한참을 울었을까.
그는 내 앞에서 그 한참을 나만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내 마음을 알고있었다.
그리고 내 마음을 동정하고 있었고, 증오하고 있는게 분명했다.
그의 표정과 눈빛에서 모든 걸 읽을 수 있었으니까.
"내가 검사님 좋아하는 거 알고있었어요?"
그는 의자를 당겨 내 앞으로 바짝 앉았다. 그가 내 앞으로 한 뼘더 가까워졌다.
한참을 울다 한 질문이 고작 그거냐는 듯이 그는 어이없는 실소를 터트리고,
"하,"
곧이어 나를 뚫어지게 응시한다.
그 순간에도 화장이 번졌는지가 신경쓰이는 내가 정말 싫다.
그 순간에도 그의 스킨향이 좋다고 느끼는 내가 정말 싫다.
"그런것도 모르면 검사 때려쳐야지."
그는 비아냥 거리며 다시 의자를 뒤로 밀어 일어나 내쪽으로 다가온다.
그에게서 풍기는 스킨향이 점점 더 진해져와 조금 어지러운 것도 잠시,
생각보다 훨씬 더 가까이 훅 들어오는 그의 얼굴에 놀란 나는 눈을 질끈 감아버린다.
"이렇게 티가 나는데."
모를리가 없잖아
바로 옆에서 속삭이는 그의 말은 추스렸던 내 마음을 또 다시 무너뜨리기 충분했고,
내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그의 여유로운 미소만이 무너진 내 맘속에 깊이 박혀왔다.
3.박성웅(박성웅,이민기편과 같은 배경)
여러모로 내가 불리한 상황이었고, 여러모로 내가 방심한 건 사실이었다.
이제야 제정신이 돌아온 나는 생각한다.
나의 '갑'은 오로지 양아버지였고, 내가 잘보여야 할 사람도 오로지 양아버지라는 것을.
이젠 그럴수가 없겠지만.
"민기랑 무슨 사이니?"
뭔가에 홀린 듯, 나는 그(이민기)에게 완전히 빠졌었다.
일탈이라면 일탈이었고, 사랑이라면 분명한 사랑이었다.
'갑'을 망각해버린 나는 이제 그 죗값을 받는 중이었고,
아마 양아버지는 그런 나를 배은망덕하게 생각하고 쉽게 용서하지 않을 것을 알고있었다.
"죄송해요. 하지만 이젠 아무사이도 아니에요."
그의 눈썹이 잠시 뒤틀려지는 모습이었다.
그가 쥔 주먹에도 힘이 들어가는 게 보였다.
"이젠?"
양아버지임을 부정하는 양아버지였기에, 도를 넘은 나에 대한 그의 집착이 무서웠다.
"정말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해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오직 앵무새처럼 잘못을 비는 일일뿐이었고,
그는 꼬여있던 다리를 풀며 무릎을 꿇고 있는 나와 눈을 맞춰왔다.
"그래 계속 빌어봐,"
그러나 또 다시 어리석은 나는 그의 거미줄에 잡혀버렸고
"턱도 없을 테니까."
이젠 영영 벗어나지 못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