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니가모르게 감아
차가웠던 겨울이 또 다시 봄이라는 가슴 설레는 선물을 남긴 채 지나갔고,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벚꽃은 다시 네 생각을 일깨운다.
눈부신 봄햇살에 잠시 눈을 감으니 점점 더 아득해져오는
봄날 , 벚꽃 그리고 너.
1.남주혁-동급생
너는 봄보다는 여름을 닮은 아이였다.
항상 배어있는 너의 향도 포근한 봄보다는 청량한 여름의 분위기를 닮아있었고,
여름같이 뜨겁게 너는 항상 내 얼굴을 달구는 아이였으니까.
나는 워낙 조용했던 아이라 너에게 쉽게 말을 걸진 못했지만,
집에 가는 방향이 같았던 우리는 매일 등하굣길을 같이 했었다.
-
그 날은 학교 행사로 평소보다 일찍 종례를 마쳤고,
내 마음은 몽글몽글 기대감으로 가득 차올랐다.
하교길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연분홍빛 벚꽃과
나와 같은 길을 걸어가는 너를 조금 더 선명히 볼 수 있었기에.
![[고르기] 봄이 되면 생각나는 첫사랑 고르기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file2/2017/03/06/d/8/6/d86d69850dc7ec70e7ff0f09eed11d3b.gif)
"우리 집가는 방향이 같은가봐"
매일 마주치네.
여느날 처럼 너는 내 앞에, 나는 네 뒤에서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중
문득 너는 뒤돌아보며 내게 처음 말을 걸어왔다.
그렇게, 얼마나 너는 뒤로 걸어가며 나를 쳐다봤는지 몰라.
나는 부끄러워 고개도 채 들지 못했으니까.
"아, 그런가봐.."
내 대답을 듣자마자 너는 옅은 미소를 띄운 채 다시 묵묵히 너의 길을 갔고,
파도처럼 바람에 흔들리는 벚꽃잎만이 정적이 흐르는 오후의 거리를 채웠다.
![[고르기] 봄이 되면 생각나는 첫사랑 고르기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file2/2017/03/06/4/b/0/4b005390cbaa5d5f67bb4df3de36f018.gif)
"내일은 같이 학교갈래?"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처럼, 따스하게 내리는 봄햇살처럼
그렇게 너는 나에게로 내려왔다.
2.임시완-회사 후배
툭치면 떨어져버리는 벚꽃잎처럼 그도 참 여린 사람이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더 잘해줘야했었는데-하고
약간의 후회가 남기도하는, 내가 많이 아끼던 사람.
"신입이지?"
첫 만남은 그가 첫 입사할 때였다.
그 때도 이렇게 추운듯 따스함이 조금씩 느껴지던 봄이었는데.
![[고르기] 봄이 되면 생각나는 첫사랑 고르기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file2/2017/03/06/4/c/d/4cd8a0d3e63bb0c6ee3c69978372b0e8.gif)
"선배님은 퇴근안하세요?"
"퇴근은 무슨 얼어죽을."
그 땐 나도 매일같이 야근을 했었고,
신입사원이었던 그는 더더욱 말할 것도 없었다.
그렇게 일하다보면, 결국 남는 것은 피곤에 찌든 나와 왠지모르게 나를 기다린 것만 같은 그였다.
"이제 시완씨도 그만 가요."
밤늦은 퇴근길에 마주하는 벚꽃은 아침에 보는 것과 사뭇 달랐지만,
가로등 조명에 비추며 내리는 꽃비는 참 예뻤다.
그렇게 가로등 몇개를 지났을까.
옆으로 익숙한 그림자가 드리운다.
![[고르기] 봄이 되면 생각나는 첫사랑 고르기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file2/2017/03/06/8/b/a/8ba86d444b06f38f781ced14f8a41d5c.gif)
"밤에 봐도 예쁜것 같아요.
선배도 벚꽃도"
간지러운 말을 순수하게 잘도 내뱉는 그와 함께 나는
그렇게 한참을 벚꽃 아래서 하얀 꽃비를 맞으며 걸었다.
3.이제훈-학과 선배
어쩌면 처음부터 우리는 운명이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내가 술에 취해 과동기들에게 선배에대한 마음을 고백하려했을 때,
그는 많이 취했다며 나를 부축해 밖으로 데리고 나와줬으니까.
살랑살랑 조금 쌀쌀하지만 설레이는 봄바람이 불어오는 거리엔
선배와, 나. 둘뿐이었고,
나는 취중진담으로 선배에게 고백을 해버리고 만거다.
선배를 많이 많이 좋아하고있다고.
![[고르기] 봄이 되면 생각나는 첫사랑 고르기 | 인스티즈](https://2.bp.blogspot.com/-zgQkNexhUlM/VDqhyZdv6wI/AAAAAAAAIE0/CLeqagusB0g/s1600/%EC%8D%B81.gif)
"나도."
분명 술에 많이 취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날 밤 나를 바라보던 선배의 눈빛과 짧은 대답은 뇌리에 박혀 잊혀지지않았다.
그와 헤어진지 일년이 채 지난 지금까지도.
벚꽃이 피어오를 쯤, 우리는 예쁜 사랑을 시작했고,
다시 벚꽃이 내리고, 완전히 질 때쯤
우리는 서툴렀던 사랑을 마무리지었다.
아련하게 짓누르는 그 때 그 감정과
환하게 웃던 그의 표정은 지금도 너무 눈부셔서
돌아오는 벚꽃을 기다리는 지금,
나는 조금 아프다.
"벚꽃 너무 예쁘다. 꽃이 안졌으면 좋겠어"
![[고르기] 봄이 되면 생각나는 첫사랑 고르기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file2/2017/03/06/e/d/d/edd18e9b2a929a04e66b68218760cc9b.gif)
"다음 봄에 같이 또 보면 되지."
1년전 지켜지지 못할 우리의 약속이
벚꽃처럼 다시 피어올랐다가 또 금방 눈녹듯 사라져버릴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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