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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y Starkll조회 140l


















뭐 하나 변할 수 없을 것만 같아서 무섭다는 네게 나도 그래 그렇게 밖에 말해주지 못한 게 아직도 마음에 걸려 | 인스티즈



계단이 구불구불한 경사를 타고 이어진 달동네 끝자락에는

찬란한 도시보다 더 많은 별이 떳다.


쉽게 넘어가는 하루가 없었다.

​가난은 그저 가난으로 끝나지 않고

현실에 쫓겨 사랑할 시간을 휘발시키고

​관계의 단절과

자존심도 부끄러움도 없길 강요했다.

​누군가는 꿈꾸지 않는 인생은 이미 죽은 생과 다름없으니

찬란한 꿈을 꾸라 말했지만​

꿈에는 돈이 들었다.​

그러함에도 너는

살아야만 한다고 말한다.​

​삶이 버둥거린다.






별이 뜨는 달동네     , 연홍




















뭐 하나 변할 수 없을 것만 같아서 무섭다는 네게 나도 그래 그렇게 밖에 말해주지 못한 게 아직도 마음에 걸려 | 인스티즈



빠쁘게 돌아가던 시간이 거짓말 같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시간은 흘렀고,

자신을 놓아버리 듯

내버려둔 일상에

염려하던 어떤 걱정들도

일어나지 않았다.

지친 마음은

자꾸만 잠을 청하고



무언가 해야만 한다며 목을 옥죄던 강박관념도

어딘지 모를 어디를 표류하는 듯하던 불안감도 

이젠 아무렴 어떨까 싶었다.

삶은 언제나

소리없이 무너진다.  



상실의 끝       , 연홍

















뭐 하나 변할 수 없을 것만 같아서 무섭다는 네게 나도 그래 그렇게 밖에 말해주지 못한 게 아직도 마음에 걸려 | 인스티즈


되지 못한 꿈을 너는 유리조각이라 했지.


가쁘게 흘러가는 하루에

잊고 살다가도 문득

자근히 통증이 밟혀서

아주 잊고 살지도 못하는,


햇살이 내리쬐는

꿈의 파편이

눈이 시리도록 예뻐서 

눈물이 나도 


현실이 버거워

다시  끌어안을 수는  없지만

온전히 버릴수도 없다고


세상 만연한 취기에

네가 울던 밤은 내게도

버거운 밤이었어.


연아, 왜 갖지 못한 것들은

그렇게 아름다운 걸까.

외면하지도 못하게. 


아주 놓을 수도 없도록 그렇게.



꿈의 파편     , 연홍






















뭐 하나 변할 수 없을 것만 같아서 무섭다는 네게 나도 그래 그렇게 밖에 말해주지 못한 게 아직도 마음에 걸려 | 인스티즈



꾸역꾸역 밀어 넣어도 속이 허했다.


습관처럼 손을 움직이다 

기어이 게워내고선 

​눈 안 가득 고인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

다시 음식을 집어 들었다. 

​버석거리는 생(生)은 풍파에 못 견뎌

차라리 스러지길 바랐으나

죽을 순 없으니 하루를 버텨야 했다.  

거듭된 마모에

닳아 없어졌을 거라 여겼던 마음은

​여태 남은 게 있었던지

항상 새롭게 무너져갔다.


목 끝까지 출렁이는 포만감에

​매슥거림을 참으며 음식을 삼켰다.

텅 빈 무언가가 채워지길 바랐으나

되려 금이 가는 듯했다. 


울고 싶었다. 죽고 싶었고, 

​모든 게 무너져 버렸으면 했고,

나만큼 모두들 불행했으면 싶었다.

살고 싶었다. 





폭식증       , 연홍













뭐 하나 변할 수 없을 것만 같아서 무섭다는 네게 나도 그래 그렇게 밖에 말해주지 못한 게 아직도 마음에 걸려 | 인스티즈



해안을 따라 이어진 둘레길을 정처 없이 걷다 고갤 들었을 때, 지평선 끝까지 펼쳐진 바다는 눈이 부실 정도로 선명했다.

시리도록 쨍한 파란색 위로 쏟아지듯 뿌려진 빛이 소란스럽게 반짝이고,

그 그려놓은 듯한 평온에 정확힌 뭔지도 모를 뭔가가 울컥 치밀어 올라 있는 대로 소릴 질렀다.


악을 쓰며 얼굴이 벌게지도록 소릴 지르자니 덩달아 눈물이 터져 나왔다.


대체 그 하잘것없는 풍경의 무엇이 위로였냐고 네가 묻는다 해도 마음을 펼쳐 보여줄 수 없듯이 콕 집어 이거야,라고

말해주긴 힘들겠지만 그건 그때의 일을 부끄러워하는 것도, 답을 회피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야.

말로, 정말 스스로도 정확히 어떤 부분의 무엇이 그리 와 닿은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었고, 그렇다고

평생을 봐온 그 바다가 평소와 다른 분위기였다거나 특별히 더 아름다웠던 것도 아니었으니까.


이를테면 그런 거였다. 굳이 얘기한다면 새삼 그게 왜? 싶을 정도로 사소한 것들.
네가 먹기 싫다며 남긴 우유를 내가 먹어주던 일이라던가 

좋아하는 영화를 함께 몇 번이고 돌려보던, 그런 일들. 늘어지게 자다 깬 주말의 늦은 아침.

방문 밖으로 들려오는 적당히 소릴 줄인 TV 소리나 티격 거리던 엄마와 아빠의 웃음소리.

오늘 아침 메뉴임이 분명한 음식 냄새 같은 것들.

별스러울 것 없는 일상의 어떤 부분들.
절망과 슬픔의 사이 어디쯤 끼어있을 때 삶을 지탱해 주는 것들은 대게 그런 사소함이었다.



네가 없는 낙원 中     , 연홍















뭐 하나 변할 수 없을 것만 같아서 무섭다는 네게 나도 그래 그렇게 밖에 말해주지 못한 게 아직도 마음에 걸려 | 인스티즈



그날은 너를 처음 본 날이었어.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던 성탄의 밤, 멋모르고 따라간 그곳에선

세명의 동방박사가 아기 예수의 탄생을 경배하기 위해 한창 길을 헤쳐 나가고 있었지.

사람들 틈에 끼여  앉아 열심히 셔터를 눌러대던 나를 너도 봤을런지는 모르겠다.


나는 종교를 가진 사람이 아니었고  반쯤은 강제로 그 자리에 앉아 있었던 터라 썩 즐겁지는 않았어.

온 세상이 떠들썩하고, 생전 처음 겪어보는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는 들뜬 기대감을 주기도 충분했지만

그리 즐겁지는 않았던 것 같아. 아마도 화기애애해 보이는 울타리 밖 멀거니 떨어져 있는 기분에 그랬을 거야.

나만 동떨어진 것 같아서 더 슬퍼지는 그런 거 있잖아.  

그곳에 섞여들지 못한 게 죄인 것만 같은 그런 기분.


연극이 끝난 후 너는 내게 피곤하냐며 물어봤지만 너도 썩 즐거워 보이진 않았어.

어린 동방박사들이 어색한 걸음으로 말을 나눌 때 그 뒤쪽으로 너는

부직포로 만든 나뭇가지를 들고 영혼 없는 표정으로 서 있었지.


그 모습이 퍽 우스워 말 한마디 해보지 못한 네게 정감이 가기도 했고,

나와 그곳 사이에 선을 그은  듯했던 울타리가 조금은 뭉그러진 듯 느껴지기도 했어.


우리가 어떻게 그리 진지한 대화까지 하게 됐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축복이  넘쳐흐르는 그날에 우리는 죽음과, 버팀에 대해  이야기했었지.


너는 왜 그렇게까지 아등바등 살아야만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어.

멍울진 삶과 행복에서 소외된 일상은 의욕 넘치게 해보자 싶다가도 발목을 잡아 버린다고.

자꾸 고꾸라지기만 하는 현실이 갑갑한데 뭐하나 변할 수 없을 것만 같아서 무섭다는 네게


나도 그래. 그렇게 밖에 말해주지 못한 게 아직도 마음에 걸려.


홍. 우린 이미 그때 그곳도 아니고,

녹음 진 그늘 아래 햇살이 부서지던 여름도 아니지만  

다시 시간이 흘러 허연 성애가 피는 크리스마스야.

   

너는 내일이면 또 어디선가 어울리지도 않는  나무거죽을  뒤집어쓰고

불투명한 표정을 짓고 있을까.


모든 이에게 관대하고 다정한

아기 예수가 네게 조금 더 다정하기를.


홍, 이왕이면 아프지 마 웃고 있으면 더 좋구.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크리스마스,홍      ,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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