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눈을 떠보니 나는 내가 살던 집이 아닌 다른 낯선 허름한 집에서 자고 있음
낯선 사람들이 내 가족이 돼있고 그들은 익숙하다는 듯이 낯선 이름으로 나를 부름
알고보니 이제껏 함께 살아온 엄마 아빠 형제자매 친구들은 모두 내 꿈속에 있던 존재들이고 현실에는 없는 사람들임
이 낯선 사람들은 나를 아껴주고 사랑해주지 않음 새로운 부모는 무능력한데다 가정 불화도 심하고
거실에는 온갖 쓰레기들과 술병이 굴러다니고 당장 먹을 물과 음식도 없을 만큼 찢어지게 가난하기까지 함
하루 아침에 나는 미래라고는 없는 집안에서 낯선 가족을 내 가족이라며 부양하게 생김
2
어느날 밤 나를 제외한 모든 시간이 멈춰버림
정확히는 나 혼자 시공간에 끼어버린 거임 멈춘 시간은 절대 다시 흐르지 않음
모든 인류가 제자리에 멈춰서 굳어있고 컴퓨터 화면이나 TV 채널, 인터넷 화면도 멈춰서 넘어가질 않음
음식은 상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음식을 익힐수도, 끓일수도, 식힐수도 없음
가스레인지나 장작 불도 피울 수 없음
수도꼭지를 틀어도 물은 나오지 않음 고인 물이나 흐르고 있는 물 정도만 홀쳐마실 수 있음
당연히 자원도 한정적이고 공기나 물을 포함한 자연도 한정적임
바람도 불지 않고 파도도 치지 않고 비도 내리지 않음
내 시간만 흐르고 있기 때문에 배고픔이나 갈증이나 신체적 변화, 정신적 변화는 나 혼자 고스란히 느낌
나를 제외하고 모든 세계가 고요함
3
정신을 차리고보니 나와 내 가족은 어느 하얗고 좁은 공간 안에 갇혀있음
각자 1인용 매트리스에 몸이 꽁꽁 묶여있고 그 옆에는 팔만 달린 로봇이 입에 쌀죽과 영문 모를 약물을 번갈아 떠넣어주고 있음
소변이나 대변은 몸안에 연결된 호스로 자연히 배출되고 있고
7-80년대 흑백 호러무비의 공포스러운 장면들이 눈앞에 있는 작은 스크린에서 반복적으로 재생되고 있음
뻣뻣한 고개를 왼쪽으로 움직였더니 창문이 있었는데
창밖은 광활한 우주임
4
눈떠보니 1944년 아우슈비츠 수용소 안
나는 죄수복을 입고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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