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내가 하고 있는 행동들이 잘 하고 있다까진 아니라도 그 행동들 후회하고 있다거나 고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원래도 부모님이 성적에만 집착하는 게 되게 심하셨어. 그냥 일상의 대화를 이어나가고 싶어도 결론을 수능으로 지어버리니까 지친거야. 근데 이번 수능에서 내가 이때까지 받아보지도 못한 말도 안되는 성적을 받았어. 원래 성적 못 나오는 걸로 막 주눅들고 이런 성격이 아니고 그냥 현실 받아들이고 마는 편이라 '아, 재수해야겠네.' 하고 있었는데 부모님은 배신감이 크셨겠지 뭐. 진짜 성적표 받고부터 온갖 막말 다 듣는데 그 순간에 진짜 '아 이러다 진짜 우울증이라도 걸릴 거 같다.' 이런 느낌 들고 내가 괜찮다니까 억지로 부모님이 내 멱살 잡고 벼랑 끝으로 사람을 내모는 느낌 들고.. 근데 그런식으로 하고싶은 말 다 하시고 나서는 두분 다 하시는 말씀이"웃으면서 지내", "그런식으로 니 감정 다 드러내고 있는 거 좋은 거 아니야" 이러시는데 아, 진짜 역겹더라고. 본인들 스트레스는 이제 다 풀었으니 나만 가만히 있으면 우리 집은 화목한 가정이 된다 이거지. 옛날엔 막말 들어도 며칠 꽁해있다가 억지로 풀고 털어내고 그랬는데 이젠 더 못해먹겠더라. 그래서 집에서 계속 표정 굳히고, 그냥 계속 집에 늦게 들어가고 그랬어. 집에 있기 싫으니까. 근데 계속 내가 그런식으로 나오니까 갈등이 더 깊어져서 이제 밤늦게 맨날 우리가 가족인게 맞냐는 소리 듣고. 엄마가 요새는 니 그 표정 보고있으면 죽고 싶다는 소리까지 하시는데 뭘 어쩌자는건지 내가 뭘 어떻게 해야 맞는건지 하나도 모르겠어. 그냥 겉으로 행복한 집안으로 보이고 싶은데 나를 방해자 취급한다는 생각이 계속 들고. 다 속 시원하게 털어놓을까 하는 생각도 안 들어. 내 말을 곧이곧대로 들어줄 생각은 없고 항상 말 한마디 하면 그거 하나하나에 코멘트를 달아가면서 따지고 드니까. 그리고 애초에 대화로 풀어나가는 게 관계의 개선을 원할 때 이루어지는 건데 내가 가족관계를 지속시키고 싶은 마음이 일단 안 들어. 의무감에 그래도 가족인데 하면서 버티기엔 감정의 골도 너무 깊고, 재수 끝나고나면 어떻게든 경제적으로 독립해서 벗어나고싶은 생각 뿐이야. 그래서 요즘 집들어가면 곧 터져버릴 시한폭탄같고 지뢰밭에 들어앉은 기분이고 진짜 미칠 거 같다. 스트레스받아. 덧붙이자면 집에 있기는 싫은데 그냥 이 시간 허비하는 것도 싫어서 그 시간에 부모님 몰래 전단지 아르바이트 하거든. 학교 마치고부터 밤 7-8시까지. 그리고 나서는 헬스장 가서 10시 넘어서 집에 들어가는데 핑곗거리가 없으니까 맨날 친구들이랑 노는 척을 해. 그러니까 부모님 눈에는 또 재수하겠다는 애가 맨날 나가 놀기나 하고 마음에 안 드는거지. 주말엔 일 안하는데 피곤해서 퍼져있으면 "니가 이때까지 열심히 일해서 그러고있는거면 또 모르겠는데 너무 심하다고 생각하지 않냐. 진짜 재수 하겠다고 마음먹었으면 지금부터 공부해도 시원찮을 판에." 이러시는데 거짓말로 놀러나간 척한 거니까 말할 거리도 없어서 맨날 입 다물고 있고 그래서 더 싸우고 그런것도 있고. 뭘 어떻게 해야 되는건지 그냥 한 개도 모르겠어. 그리고 사설인강이 거의 다음주 개강이라 이번주 금요일까지만 일하고 다음주부터 독재학원 등록해서 제대로 하려고 했는데 그거 말도 못 꺼냈고. 일단 잠자코 들어줄 생각이 없으니까 말 꺼내기가 싫어서.. 아 너무 주저리주저리다... 멘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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