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벌레를 정말정말 싫어해 미친 듯이 싫어해서 사계절 중 봄 여름 가을을 다 좋아하지 않을 정도! 밖이라면 벌레는 피해다니면 끝이니까 괜찮지만 집에 있을 때 집에 벌레가 나타나면 어쩔 수 없이 잡아야 하잖아? 그래서 웬만한 거 (모기, 작은 나방, 크지 않은 거미, 쌀벌레, 하루살이, 초파리 혹은 날파리...)는 아무렇지 않게 잡아서 처리하고 살고 있어 나름 살충이 가능한 사람이지만 내가 잡기 꺼려하는 벌레들이 있는데.. 바로 몸통이 좀 크고 통통한 류의 벌레!!!! 특히 파리!!!!! 그리고 바퀴벌레!!!!!! 하.... 정말.... 나는 벌레를 잡으면 휴지에 싸서 혹시나 안 죽었거나 다시 살아날까봐 확인사살로 아주 꽉꽉 쥐어짜듯 누르고 버리는데 파리나 바퀴는 좀 크니까ㅠㅠㅠㅠ 누르면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그 불쾌한 느낌이 나는 거다ㅠㅠㅠㅠㅠㅠㅠ 아무튼 그래서 매우..... 혐오하는 나에게 오늘 일이 생긴 거야 부모님이 출근하시느라 나가실 때 현관문을 열었던 그 사이에 파리 한 마리가 우리집에 무단침입을 했는지 거실에서 아주 쌩쌩 날아다니고 있었어 정말 싫었지만 어찌됐든 잡아야하니까 타이밍을 기다리는데 때마침 베란다 창문(문 사이즈의 큰 창문)에 붙어서 파리채로 툭 쳤거든? 근데 세게 친 게 아니라서 터진 게 아니라 그냥 아래로 떨어져서 그 창문 틀에 빠졌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뿌리는 약을 가져와서 허우적대고 있는 녀석에게 뿌렸지 근데 좀 큰 파리라 그런가 계속 움직여! 그래서 한 7-8번 정도 더 뿌렸고, 조금씩 움직임이 작아지더니 어느새 같은 자리에서 이리저리 뒹굴면서 발버둥만 치더라 나는 그렇게 계속 움직이고 있는 녀석을 바로 잡지 못하고 완전히 멈출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어 그래서 좀 지켜보고 있는데......... 아니 그 파리 몸 끝부분 있잖아 우리 몸으로 따지면 항문 쪽... 거기서 무슨 하얀 실 같은 게 나오는 거야 그래서 나는 머릿 속으로 파리도 죽기 전에 뭐를 낳는 건가 했다? 근데 계속 보다보니까 그 실 같은 게 무슨 산낙지마냥 완전 격하게 트위스트를 추고 있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 파리가 발버둥치는 거랑 아예 관계 없이 자발적인 꿈틀거림인거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소름이 막 돋고.... 머릿속에 아 설마 기생충...? 이라는 생각이 팍 들더라 더 놔뒀다가는 아예 다 빠져나올 기세길래 급하게 휴지 최대한 두껍게 겹쳐서 바로 파리를 잡았어.... 그리고 평소처럼 꽉꽉 누르고 휴지 좀 더 덧대서 발로도 꽉 눌러주고 버렸는데.. 진짜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징그럽고 소름 돋고 그 꿈틀거리는 게 아른거리고.... 요 근래 내가 본 가장 징그러운 거였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