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엄마 생신이셔서 내가 요리 해놓겠다니까 먹다 남은 고등어 조림 있다고 괜히 그거 못먹어서 버릴 일 생기면 안되고 자기 말대로는 엄마는 친구들이랑 약속있어서 밥 먹고 들어올 거니까 만들지 말라고 하길래 (우리 아빠 굉장히 강압적임.) 알겠다고 하고 말았는데 알고 보니까 엄마 일하느라 밥도 못먹고 옆에 있던 직장 친구들도 평소에는 엄청 친하다고 하던 사람들이 엄마 생일이라는데 밥 한번 먹자는 사람이 없었다고 자기도 나중에 옆집 사람들 생일 오면 안챙겨줄 거라면서 가게에서 너무 우울해서 나라도 부를까 말까 막 고민하고 울 뻔 했다는 거야.. 근데 나는 앞에 아빠가 말했던 거 때문에 케이크 하나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 케이크마저도 사러가는데 좀 케이크다운 케이크 사주고 싶어서 (아빠가 거따가 가성비 쓸데없이 따짐 단순히 검소하고 융통성 있는 거랑 다른 거임 우리 아빠가 따지는 가성비는. 진심 답답) 나름 가격도 괜찮은 것과 디자인도 예쁘장 한 걸로 엄마 취향 고려해서 이거로 하자고 하는데 계속 싫다면서 왜 케이크를 사냐고 나는 크림 있는 거나 위에 뭐 올려져있는 거 싫다고 카스테라 같은 거나 롤케이크 사서 대충 먹자는 거야 아니 내가 아빠 생일 축하하러 빵집 가는 거냐고. 엄마 생일인데. 그리고 생일 케이크를 진짜 외식하는 것처럼 맛있게 먹고 즐기려고 목숨 걸고 사는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축하 의미로 기분 내려고 사는 건데 왜 저렇게 우겨대고 화를 내던지 나 또 주눅 들었지만 케이크 사야 된다고 밀어 붙였거든. 지금 아빠 생일 아니고 엄마 생일이라고, 먹기 싫은 부분은 덜어내서 먹으라고 하면서. 차라리 나 혼자 사러 나왔으면 맘 편했을 거 같은데 또 자기가 같이 나가자고 하는 바람에. 에휴.. 그래서 결국은 케이크 샀고 계산하면서 직원이 폭죽 챙겨드릴까요 하길래 네 2개 주세요 했는데 그거 가지고 또 나 슬쩍 눈으로 째리면서 나오니까 폭죽은 얼마냐는 거임; 아니 폭죽은 무료로 주는 걸 뿐더러 폭죽이 설마 돈 내고 사는 거라고 해도 그거 좀 사겠다는게 그게 그렇게 아까움? 끽해봤자 몇백원 아님 천원 이천원 할 그 돈이 아까워서 그러고 있는 게 너무 웃긴 거임; 다른 것도 아니고 가족 밖에 없는 우리 엄마 생일 챙겨주기 위해서 사는 건데. 참고로 우리 엄마가 이런 거 사면 쓸데없다고 사지 말라고 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안챙겨주면 서운해하고 글썽하는 스타일임 마음도 여리고. 나도 그 마음 이해된단 말이야 생일에 친구들도 안챙겨줬다는데 가족마저 안챙겨주면 얼마나 서러워. 그래서 내가 아빠한테 폭죽은 공짜로 주는 거라고 알아서 달래고 집 와서 케이크 한 개 식탁에 달랑 있는 채로 엄마 퇴근하고 생일 축하한다고 안아주니까 엄마가 막 신나서 얼른 생파하자고 그러는데 아빠가 자기 컴퓨터로 글 보고 있다면서 (일도 아님. 그냥 자기 보고 싶은 뉴스 기사나 블로그 글 같은 거 취미 생활로 둘러보는 거.) 기다리래. 나는 초까지 다 꽂아놨고 엄마도 빨리 축하 받고 싶어서 막 기다리고 있는데 아빠가 또 화내면서 기다리라고 하니까 엄마도 주눅 들어서 알았다고 기다리고 있고.. 진짜 열받는 거임.. 그러고 한참 후에 간신히 내가 제발 좀 와서 엄마 생파 좀 하자고 해서 식탁 앞에 그제야 왔고 초에 불 붙였어. 근데 초에 불 붙이면서 신나서 엄마랑 나랑 박수 치니까 우리 집 강아지가 짖는 거야. (원래 우리 가족 생일일 때 초에 불 붙이고 노래 부르면서 박수 치면 우리집 강아지도 같이 짖거든. 그래서 우리 강아지 이제 또 노래 같이 시작한다~ 이러면서 엄마랑 나랑 웃고 있었어.) 근데 아빠는 또 고새를 못참아서 시끄럽다면서 애를 혼내러 가는 거야. 촛농에 불 뚝뚝 떨어지는데 또 애 혼내킨답시고 훈계질 하는 동안 시간 다 가고 내가 돌아오는 길에 전등 불 끄고 노래 부르자고 불 끄라니까 또 말 안듣고 식탁 앞에 돌아와서 말 다섯번 여섯번 다시 해줘야 돌아가서 불 끄고 같이 간신히 생파 노래 부르고 끝남. 우리 엄마 인생이 불쌍해죽겠음 이렇게 일상하나하나가 우리엄마한테는 내가 세상에 나오기 전에도 있었던 인생일 거고 내가 나고나서 봐온 그 순간순간들도 정말 너무 불쌍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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