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때 수능 볼 시절 쯤? 자습하러 주말에 학교 가는데 어떤 할머니가 와서 미안한데 제발 휴대폰 좀 빌려달라고 하시는 거야
처음에는 이런 적이 처음이라 인신매매? 사기? 별별 생각 다 들었다가 할머니가 너무 간절해보이셔서 알겠다고 했지
그러니까 할머니가 주머니에서 쪽지 꺼내 보여주시면서 이 번호로 전화 좀 해달래
그래서 알겠다 하고 적힌 번호 그대로 전화 걸어서 할머니 바꿔드렸는데
상대 편이 전화 받자마자 할머니가 말이 없다가 갑자기 펑펑 우시는 거야
옆에 있는데 너무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할머니가 한참? 우시다가 나 누구인데(이 부분을 잘 못 들었음ㅠ) 우리 집 너무 춥다 좀 데리러 와라
보일러는 고장난 지 오래고 집에 먹을 것도 하나도 없다
집에 쌀도 없어서 지금 이틀 째 굶고 있다
집이 너무 추워서 잠도 못잔다 좀 데리러 와라
말하시면서 계속 우시는 거야
통화 엿들으면 안 되는 거 아는데 옆에서 벙쪄있다가 상대편에서 전화 끊으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계속 통화하시더라고
진짜 거짓말 안 하고 한 시간? 가량을 울면서 너무 춥고 배고프다고 말씀 하시다가 상대편에서 알겠다고 간다고 했나봐
전화 끊고 휴대폰 건네주면서 너무 고맙다고 내 손 꼭 잡으시는데
뭔가 괜히 울컥하고 지금 내가 어느 가게 가서 뭐라도 사드려야 하나 싶어서 속으로 한참을 고민하는데
할머니가 고맙다, 고맙다 꼭 행복해라 꼭 행복해 이러면서 손 꼭 잡고 계시다가 가셨음
차마 초면에 음식 사드리겠다고 말할 용기가 안 나서 끝까지 말도 못 하고 할머니 뒷모습만 봤는데
그때가 진짜 한겨울? 이었거든? 근데 할머니가 삼선 슬리퍼 신고 계신 게 보여서
진짜 더 울컥하고 있다가 학교 가서 친구들 보자마자 펑펑 울었었음
그 이후로 학교 근처에서 그 할머니 뵌 적은 한 번도 없는데 건강히 잘 지내고 계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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