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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8년 전 (2018/1/01) 게시물이에요

게시된 카테고리 만화/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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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만애 새해 합작✲ | 인스티즈


글 4작품, 그림 9작품이며 순서는 랜덤입니다.

참여해주신 금손닝들 감사합니다.




✲익명만애 새해 합작✲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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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만애 새해 합작✲ | 인스티즈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시가데쿠]Count Down

* 오늘 날씨와 풍경을 보고 삭막한 커플이 보고 싶어서 쓰는 글

* 프로 히어로가 된 지 몇 년째의 어느 해, 질긴 악연의 최종장 정말 끝일까?

* 시가라키의 과거나, 작품의 미래나 모두 제 상상!


Count Down



새해까지 앞으로 D-2, 결전의 날까지 D-1


미도리야 이즈쿠는 이제는 얼마 남지 않은 최후의 결전의 날을 앞두고 불안하고 상기된 마음을 달랬다. 가만히 집에 있으면 온 몸이 덜덜 떨려서 차마 진정이 안 되었기 때문에 그는 싱숭생숭한 마음을 달래려 그가 사는 집 주변을 천천히 걸었다. 까만 밤하늘에 둥둥 떠 있는 별들을 가만히 세어보던 미도리야는 자신의 곁을 훅- 하고 지나쳐 가는 서늘한 밤바람을 느꼈다.


올마이트, 아니 원 포 올을 계승한 초대로부터 이어진 질기고 질긴 악연의 끝이 다가왔다. 올마이트가 완전히 끊지 못한 악연도 내일이 되면 어떤 방식으로든 끝을 맞이하겠지. 그것이 시가라키 토무라의 죽음이든, 자신의 죽음이든.


눈도 오지 않은 밤거리를 천천히 배회하며 미도리야는 그렇게 생각했다. 앙상히 뼈만 남아 가지 끝부분에 바싹 마른 나뭇잎 하나가 대롱대롱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것을 미도리야는 물끄러미 바라봤다. 저 나뭇가지와 꼭 닮은 사람들을, 미도리야는 떠올리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다. 한 사람은 죽는 그 순간까지도 평화의 상징으로, 그리고 미도리야 그에게는 훌륭한 스승으로 가버린 올마이트가 그랬고, 다른 한 사람은.


- 넘버원 히어로.”


미도리야는 훅-하고 코끝을 찌르는 위험한 향기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어린 시절, 그 어느 때처럼 갑자기 저를 찾아온 시가라키 토무라의 향기였다. 풀풀 풍기는 화약 냄새와 함께 섞여 있는 죽음의 향기는 그에게서 묻어나온 것이라기보다는 묻혀진것이었을 거고, 그렇기 때문에 미도리야는 시가라키와 맞설 때면 풍기는 그의 향기를 무척이나 싫어했다.


눈을 굴려 그의 주위를 둘러봐도 그와 함께 온 다른 빌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곳에 숨을 죽이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잔뜩 경계하는 미도리야가 같잖다는 듯 시가라키가 그를 비웃었다. 자신에게로 향하는 시선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애쓰며 미도리야가 입을 열었다.



시가라키 토무라.”



항상 그를 만나는 아비규환 속에서 분노로 얼룩덜룩 점철되어 외치던 그 이름을, 미도리야는 담담히 뇌까렸다. 잠시 침묵하던 시가라키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궁금한 것이 있어서 온 것뿐이야. 그렇게 경계하지 않아도 된다고?”




미도리야가 믿든, 믿지 못하든 전혀 상관없다는 얼굴로 시가라키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리고는 미도리야에게 모자와 선글라스 하나를 건네며 자신을 따라오라고 말했다. 그의 꿍꿍이가 무엇인지 가늠하려는 듯, 한 발자국 물러서는 그에게 시가라키가 위협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때처럼 협박이라도 해야 내 말을 따를 건가, ? 히어로?”


네 협박이 하루 이틀은 아니었잖아?”


아아, 그랬지.”



여상하게 대답하는 시가라키를 바라보며 미도리야는 결국 그가 건네는 선글라스와 모자를 받았다. 순순히 자신이 건네는 모자를 눌러쓰고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미도리야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는 듯 설핏 웃던 시가라키가 등을 돌려 어딘가로 걷기 시작했다. 그 뒷모습을 미도리야는 천천히 따라갔다.


시가라키와 미도리야는 한참을 그렇게 말없이 걷다가 허름한 술집 앞에 멈췄다. 그 때처럼 지나가는 사람을 인질로 앞세워 협박을 하겠다던 처음 태도와는 달리, 그는 주위에 사람이 지나가도 관심이 없어보였고 미도리야만 불안한 마음으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사태를 경계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도착한 술집 안은 텅- 비어 있었고 안에서 풍기는 먼지 냄새에 사람이 잘 오지 않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미도리야는 조심스럽게 선글라스를 벗었다.


진열대에 놓인 술병 중 하나를 집어든 시가라키는 친히 두 잔을 가져와 술을 따르고 한 잔을 미도리야 쪽으로 건넸다. 시가라키가 자리에 앉아 술을 마실 때까지 문 앞에 서서 지켜보고 있던 미도리야는 시가라키가 자신을 바라볼 때야 엉거주춤 바(bar)로 다가가 그와 거리를 벌리고 앉아 술잔을 집었다.


예전의 그들이라면 절대 상상도 할 수 없었을 만남. 미도리야는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시가라키가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가늠해보려고 했지만 사람의 마음을 읽는 개성이 아닌 이상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을 리 없을 거라 생각하며 미도리야는 술을 한 모금 마셨다.



결전의 날.”



시가라키 토무라가 툭- 하고 내뱉은 말에 미도리야는 그를 돌아보았다. 웅영고를 습격해 올마이트에게 부상을 입혔던 그 날, 바쿠고 카츠키를 납치하고, 올마이트와 올 포 원이 그 질긴 악연을 청산한 날. 그리고 그의 손에 올마이트가 살해되고, 그와 올마이트 그리고 올 포 원에 얽힌 악연의 연결고리가 풀리고 진실이 드러나게 된 날. 두 사람 사이에 얽힌 감정의 깊은 골만큼이나 무수히 많은 사건들을 떠올리며 미도리야는 시가라키가 내뱉었던 말을 입 안에 굴렸다.



그 이후에 벌어질 일들에 대해서 넘버원 히어로의 의견이 듣고 싶군.”



시가라키가 내뱉은 질문에 미도리야는 그를 한번 바라보다가 술잔을 빙빙 돌렸다. 말갛게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술잔을 응시하던 미도리야는 그러고 보니 그 이후를 한 번도 상상해보지 않았다는 것과 올마이트의 복수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맹목적으로 달려왔는가를 새삼 느끼게 되었다. 미도리야는 시가라키의 의도를 파악하려고 하다가 그냥 덤덤히 그 이후의 세상을 그리며 말했다.



히어로가 이긴다면, 빌런의 규모도 줄어들고 치솟는 범죄율도 떨어지겠지. 평화로울 거고, 더 이상 당신 같은 빌런이 사람들을 위협하는 일도 없을 거야.”



오버홀과 히어로들이 부딪혔던 그 때, 싸움에 참전하지 않고 명실상부 그 싸움에서 완전히 승리를 거머쥐었던 시가라키 토무라가 그 날 이후 세력을 불려 나가며 빌런의 중심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던 것을 떠올리며 미도리야는 그렇게 말했다. ‘시가라키 토무라라는 수장을 잃어버린 빌런들을 잡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 그리고 미도리야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시가라키에게 자신이 끔찍이도 싫어하는 미래를 그리며 말했다.


“...하지만 만약 네가 이긴다면, 전례 없는 사태에 사람들은 희망을 잃게 되겠지.”



그런 결과만큼은 미도리야도, 히어로의 어느 누구도 바라지 않는 것이기도 했다. 히어로의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곤경에 빠진 사람들을 빌런으로부터 구해낼 수 없게 된다면. 그렇게 생각하니 미도리야는 입맛이 써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흐음. 단순하군.”



시가라키의 비평에도 미도리야는 반응하지 않았다. 빈 잔이 튕겨내는 조명 빛을 응시하다 미도리야는 옆을 돌아봤다. 무언가를 생각하는 눈빛이나 기분이 좋은 듯 배어 있는 미소 따위를 바라보다가 미도리야는 문득 자신이 왜 시가라키와 나란히 앉아 술을 마셔야 하는가를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궁금한 것이 있다는 그의 말과는 달리 할 말도 없어 보이는 태도에 괜히 시간을 낭비했다 생각하며 돌아서려던 미도리야를, 어느새 시가라키가 다가와 팔을 붙잡았다.


하마터면 무방비로 당할 뻔했다고 자책하며 미도리야가 그를 돌아보자 시가라키는 전혀 공격 의사가 없다는 듯, 억울하다는 듯이 곧장 손을 떼고 흔들어 보이기까지 했다. 여전히 의중을 알 수 없는 태도에 미도리야의 낯이 찌푸려질 때, 시가라키가 말했다.



내가 왜 내 아버지에 얽힌 진실이나, 내가 철저히 이용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도 빌런을 그만두지 않았는지 생각해본 적 있나, 히어로?”



가히 원색적인 질문에 미도리야는 어두운 낯으로 그의 시선을 피했다. 올마이트의 선대였기 때문에 알아야 했던 악연의 연쇄 고리를 미도리야는 올마이트의 복수 뒤에 철저히 감추었지만 드문드문 그것이 고개를 내밀 때면 그는 그 비밀을 알아내고도 계속해서 빌런의 수장 자리를 맡고 있는 시가리키를 이해할 수 없기도 했고, 그의 유년시절을 동정하기도 했으며 올마이트의 죽음 이후로 밝혀진 진실에 그를 어떻게 상대해야할지 몰라 속이 시끄럽기도 했다.


차라리 몰랐다면 좋았을 것을. 그저 히어로 공통의 적으로서, 그에게는 무척이나 소중했던 스승을 살해한 사람으로서만 남았다면 이렇게 순순히 그를 따라오는 일도 없었을 거고 그 어느 순간 그를 체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들도 놓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시끄러운 속내를 시가라키는 어느 순간 눈치 채고 있었다. 그는 미도리야가 가지고 있는 망설임을 눈치 채 이용하기까지 했다. 그랬기 때문에 내내 미도리야를 괴롭혔던 질문을 아무렇지 않게 꺼내는 시가라키를 노려보는 것은 미도리야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는 미도리야의 반응을 보고 역시 속내를 알 수 없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



처음엔 그래. 아무렴 어때, 라는 마음이었지. 선생이 실은 나의 은인이 아니라 복수의 대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도 그저 증오의 대상이 하나 늘어났을 뿐 히어로와 손을 잡아야겠다는 마음은 손톱의 때만큼도 없었으니까. 나만큼 네 히어로들의 가식과 허영심을 알고 있는 사람은 없거든. 선생과는 별개로 난 이 초인사회를 무너뜨리고 싶기도 했고, 쓸 데 없는 히어로들이 판을 치는 세상을 그저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 일만큼 역겨운 일은 없지.”



신랄하게 악담을 내뱉는 시가라키의 말을 어두운 낯으로 담담히 듣던 미도리야가 입을 열려고 할 때 시가라키는 그의 말을 자르고 이어 말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의문이 생기지 뭐야? 히어로들이 그려내는 가짜 평화 속에서 멍청한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맹목적으로 생각하며 안도해하는지. 뉴스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빌런들의 습격이나, 길거리에만 나가도 공격당할 수 있는 위험은 생각도 못하고 넘버원 히어로를 평화의 상징이라 생각하는 멍청한 인간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싶더라고. 그 넘버원 히어로가 사실은 개인적인 감정으로 빌런의 수장도 체포하지 못하는 겁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궁금해졌어.”



시가라키는 그렇게 말하며 미도리야와의 사이를 더욱 좁혔다. 그리고 희고 긴 손가락이 미도리야의 목을 감싸 쥐었을 때, 미도리야는 다른 의미에서 숨이 막혀 움직일 수 없었다. 그저 가볍게 목을 쥐고 있어서 그 때처럼 숨이 막힌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를 바라보는 시가라키의 눈에서 일렁이는 진득한 감정과 그가 건드리는 역린이 그의 목을 졸랐다. 목을 가볍게 쥐고 있던 손가락이 미끄러져 미도리야의 두 어깨를 강하게 쥐었다.


서서히 가까워지는 눈동자를 미도리야는 긴장한 얼굴로 바라봤다. -하고 코를 찌르는 술 냄새와 시가라키의 향기가 그를 어지럽게 했다.



“...원하는 게 대체 뭐야, 시가라키 토무라.”



경직된 혀로 겨우 묻는 미도리야의 질문에 시가라키는 미소가 띤 얼굴로 침묵을 지키다가 그의 귀에 속삭였다.



언젠가 네가 뻗었던 그 손.”



올마이트의 죽음은 복수의 씨앗을 낳았지만 시가라키 토무라라는 한 사람에 대한 연민을 낳기도 했다. 그 상반되고 모순되는 감정을 두고 싸우며 그 언젠가 미도리야는 시가라키에게 더 이상 빌런을 그만두라며 손을 뻗었다. 잠시 한순간 목표를 잃고 방황하는 그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느꼈던 동정. 미도리야는 이제는 저 기억의 밑바닥에 숨겨두었던 그 때의 기억을 꺼내는 시가라키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매몰차게 그 손을 거부하던 것은 바로 그 자신이지 않은가. 게다가 이제 와서 빌런을 그만둔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네 선택이야. 이번에는,”



미도리야는 제게서 멀어지는 향기에 그제야 숨을 뱉어냈다. 그를 지나쳐 가는 시가라키가 문을 닫고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있었다.


내가 손을 뻗을 테니까.”




*




새해까지 앞으로 D-1, 결전의 날 D-day


미도리야는 부서진 잔해 속을 달렸다. 돌무더기에 깔려 있는 사람들을 구출하고, 피를 흘리거나 부상을 당한 사람들을 신속히 다른 히어로들에게 맡기며 그는 맹목적으로 한 사람을 뒤쫓았다. 자신을 놀리는 듯 드문드문 모습을 보이는 그의 뒤로는 진득한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그것이 그의 피 일까, 그가 묻힌 피 일까라는 의문이 내내 그를 괴롭혔다.


히어로의 피 인지, 빌런의 피 인지 바닥에 잔뜩 고여 있는 붉은 웅덩이를 몇 번이나 지나쳤는지 몰라 미도리야는 토기가 밀려오는 것을 꾹 참으며 새하얗게 질린 얼굴을 몇 번 손으로 쓸어 내렸다. 벌써 시가라키의 최측근들을 잡았다는 연락이 전해져 오고 있었고, 앞으로 시가라키만 무사히 체포하면 이 지긋지긋한 악몽 같은 악연에서 벗어나고 올마이트가 염원하고 그가 염원했던 올 포 원과의 악연도 지워질 것이다.


미도리야 이즈쿠는 그렇게 스스로를 달랬다.



찾았다.”



다 무너져 내려 앉은 건물 잔해에 등을 기대 앉아 있는 시가라키 토무라를 먼발치에서 발견한 미도리야는 곧장 그를 향해 달려갔다. 그에게 뛰어가는 내내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고 두 손은 땀으로 흥건했다. 긴장으로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닦지도 못하고 미도리야는 시가리키의 앞에 섰다. 흉흉한 손들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시가라키를 언제 봐도 익숙지 못하다 생각하며 미도리야가 그를 불렀다.



시가라키 토무라.”



빙그레 자신을 향해 웃는 시가라키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경계하며 미도리야는 자세를 취했다. 여차하면 선방을 날릴 생각을 하고 있던 미도리야는 시가라키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넘버원 히어로.”



둘 사이에 흐르는 무거운 공기와 함께 끈끈하게 달라붙는 시가라키의 시선이 미도리야의 숨을 막히게 했다. 미도리야는 떨리는 숨을 천천히 뱉어내며 시가라키의 페이스에 말리지 않도록 눈을 부릅떴다. 주머니에 손을 꽂고 후드에 달려있는 모자를 뒤집어 쓴 시가라키가 휘적휘적 걸어 다가와 미도리야와 세 발자국 거리를 벌리고 섰다.


끝이다, 그렇게 말하고 싶지만 어쩐지 불안한 마음이 물밀듯이 밀려와 꺼끌꺼끌한 목구멍은 아무런 말도 토해내지 못했다.



미도리야 이즈쿠.”



그의 입으로 뱉어지는 제 이름에 미도리야는 흠칫 몸을 떨었다. 그를 괴롭히는 망설임은 결전의 날까지도 그를 압박하고 몸을 죄었다. 시가라키는 마치 그의 마음을 아주 잘 알고 있다는 것처럼 웃었다. 그 웃음을 보기가 힘들어 미도리야는 외면했다.



어이, 미도리야.”



친한 척 구는 시가라키를 도통 이해할 수 없어 미도리야가 그를 노려보자, 그는 그저 웃기만 했다. 점점 거리를 좁히는 그는 개성을 써서 그를 공격하겠다는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아 미도리야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어제처럼 그와 거리를 좁히고 저를 바라보는 시가리키의 눈을 미도리야는 이번에 피하지 않았다. 등 뒤에 그의 공격을 받은 사람들의 고통에 찬 비명소리가 희미하게 들렸기 때문이었다.


시가라키는 미도리야라는 이름을 입에 굴리며 설핏 웃었다. 그리고 그의 팔을 가볍게 쥐어 당기며 말했다.



미도리야 이즈쿠, 내가 널 완전한 평화의 상징으로 만들어줄게.”


“...?”



미도리야는 시가라키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굳어있는 그의 팔을 매끄럽게 올라간 손가락이 미도리야의 뒷목을 누름과 동시에 시가라키의 거친 입술이 미도리야의 입에 가볍게 닿았다. 너무나 순식간에 지나간지라, 미도리야는 잠시 자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눈치 채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넋을 놓은 미도리야의 허리 뒤에 걸린 수갑을 스스로 제 손목에 차는 일련의 행동들을 믿기 힘든 얼굴로 바라보고 있는 미도리야에게 시가라키가 여상하게 말했다.



대신 평화의 상징으로서 그 올마이트도 할 수 없었던 일을 해봐.”


그게 무슨,”



시가라키는 수갑을 찬 제 두 손을 미도리야에게 뻗으며 말했다.



다른 이들에게 그랬듯 날 구원해보라는 거다, 넘버원 히어로. 이 썩어빠진 초인 사회를 혐오하고 감에 빠져 있는 날 바꿔봐.”



미도리야의 동그란 두 눈을 바라보며 시가라키가 웃었다.



그러고 보니 그 올마이트가 죽을 때 분명 그렇게 말했었지? 시가라키 토무라를 구해달라고.”



미도리야의 얼굴이 다른 의미에서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시가라키는 그 얼굴을 바라보며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때마침 도착한 다른 히어로들이 미도리야와 대치중인 것 같은 시가라키의 모습에 긴장해 있다가 그의 손에 수갑이 채워진 것을 보고 환호했다. 히어로 데쿠가 승리했다! 사람들의 환호성에 점점 낯이 거무죽죽 변해가는 미도리야 이즈쿠에게서 시가라키 토무라는 시선을 떼지 않았다.



이건 네 선택이야. 넌 거부하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말하는 시가라키는 순순히 자신에게 다가오는 히어로들에게 붙잡혔다. 시가라키의 진짜 속내를 미도리야 이즈쿠는 알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노골적인 그의 태도 때문에 미도리야는 눈치 채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다. 검찰차로 호송되는 그의 뒷모습을 넋을 놓고 바라보며 미도리야는 끝이라고 생각했던 악연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어졌음을 느꼈다.


올마이트의 복수와 평화를 지켜야한다는 일념 뒤에 철저히 감춰두었던 그를 향한 개인적인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파고드는 시가라키 토무라의 페이스에 완전히 말려들었음을 미도리야는 인정했다. 이 끝이 나지 않는 악연은 빌런 대 히어로가 아닌, 시가라키 토무라와 미도리야 이즈쿠라는 관계로 변질되었다.


미도리야는 제 입술을 가볍게 스치고 지나간 느낌을 상기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평화를 맞이하였지만 미도리야는 이 가벼운 평화와 혼란스러운 시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새해까지 꼬박 4 시간을 앞둔 날이었다.


[천공의 에스카플로네/반히토미]외로운 우리

혼자라는 생각을 한 후로

스치는 시간들이 아리도록 슬펐다


나는 엉엉 울었다

그리고 울면서도 네 걱정을 했다


향돌, 외로운 우리


❖❖


천공의 에스카플로네

The Vision Of Escaflowne


외로운 우리



"히토미, 새해 복 많이 받으렴."

"엄마도 새해 복 가득 받아요. 그리고 기왕 놀러 가신 거 잘 다녀오셔요."

"그래도 우리끼리만 오고. 혼자 두고 오니까 미안한걸."

"일부러 초밥이랑 소바도 사 왔는걸요. 혼자여도 잘 챙겨서 먹을게요."

"꼭 챙겨 먹어. 알지?"


, 너무 걱정하지 마요. 그 말을 끝으로 전화는 끊겼다.



아무도 없는 집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밖에선 지나가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걸음을 떼려던 찰나, 발끝에 봉투가 닿았다. 묵직했다. 바닥엔 걱정하실까 봐 마트에 들러 사 온 물건들로 가득했다. 장 보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울리던 벨 소리에 다급히 내려놓은 짐들은 흘러내린 것인지. 어느새 바닥에 나뒹굴며 뒤섞여 있었다. 서둘러 봉투 안에 있는 본 물건들을 정리해둬야 하는 걸 알면서도 쉬이 손댈 수가 없었다. 오도카니 서서 그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다. 고개를 들었다. 어두워진 바깥의 모습에 서둘러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뭐라도 먹어야 하는 데.."


문을 여니 어두운 방 안에서 홀로 밝게 빛나는 트리가 날 반긴다. 즐길 시간은 지나버렸지만 차마 내리지 못한 장식들로 꾸며진 트리는 무척이나 화려했다. 문득 저 모습이 마치 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처럼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조명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우리들의 여행은 끝이 났는데 왜 난 널 여전히 그리고 있는가. 대체 이건 언제쯤 멈출 수 있을까.


아무도 없이 혼자서 맞이하는 신년은 처음이야. 이런 날에 너와 함께였더라면 어땠을까. 네가 곁에 있었더라면 즐거웠겠지? 어째 시간이 흐를수록 상상들만 늘어간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할 나와 너의 이야기들이 커져만 갔다. '만약에, 그랬다면, 어땠을까.' 입에 달고 사는 단어들.. 결국, 이뤄지지 못할 꿈이라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입안이 쓰디썼다.


등을 돌려 불을 켰다. 환하게 빛나던 트리가 점점 빛을 잃어갔다. 그 모습을 뒤로한 채 창에 둘린 커튼들을 쳤다.


"춥네.. 뭐라도 먹자."


날이 추워지니 속도 허해져만 갔다. 코타츠 불을 켜고 봉투에서 초밥을 꺼내 부엌으로 향했다.


"아차차, 소바도 챙겨야지."


초밥을 옮길 그릇을 꺼내다 미처 꺼내지 못한 소바가 떠올랐다. 봉투에서 그릇을 꺼내 부엌의 전자레인지 안에 넣었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그릇을 바라봤다. 몸이 분주해지는 게 차라리 편하다. 너에 대한 생각을 잠시나마 멈출 수 있으니까. 그런데도 사실 눈을 감으면 지금도 떠오른다. 하늘에 달과 지구가 떠 있던 이상한 가이아의 모습이 날 반긴다. 여전히 난 수많은 사람의 무덤 앞에서 잠자는 용과 함께 네가 머물고 있을 그곳, 화네리아로 돌아가고 싶다.


✲익명만애 새해 합작✲ | 인스티즈



가이아. 그것은 하늘에 안기고 물에 사랑받고 땅에 길러진 아름다운 별.

아틀란티스의 마음으로 지구에서 태어난 별로.


띠링, 조리가 끝난 레인지에서 들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서둘러 음식들을 그릇에 담고, 텔레비전 앞 테이블로 옮겼다. 따뜻한 음식들을 바라보니 문득 즐거워졌다. 한 상 가득 차려진 초밥과 소바의 모습은 무척이나 뿌듯했다. 사진, 사진이라도 찍어서 기념해야겠어. 중얼거리며 품 안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신년인사로 가득한 라인들이 쏟아졌다. 모두 답장을 하고 나니 제야의 종 카운트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얼굴이 익숙한 연예인들이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반기고 있었다.


제야의 종을 기다리며 먹으면 되겠지. 멍하니 화면 안에 우글거리는 사람들을 쳐다봤다. 어느새 화면은 신사에서 한 해를 맞이하는 사람들을 비췄다. 저 안에 유카리와 아마노 선배도 있으려나. 어제 유카리가 보냈던 메세지가 떠올랐다.


- 히토미! 집에 잘 들어갔어? 우리는 신사에 가기로 했는데 히토미도 올래?


유카리가 보낸 라인 속 사진엔 오랜만에 보는 선배와 유카리의 얼굴이 담겨 있었다.


"좋겠네, 둘은."


어제 만난 유카리는 좋아 보였다. 어느덧 둘은 결혼 이야기가 오간다고 했다. 쑥스럽게 웃으며 말하는 그녀는 참 행복해 보였다.


"히토미, 히토미는 만나는 사람.."


두 사람의 앞날을 축복하는 내게 유카리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재빨리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요즘 나한테 물어보는 사람이 많네. 난 혼자가 편해, 유카리."


내 목에 걸린 로켓을 향한 그녀의 시선을 모른 척 넘겨버렸다. , 유카리. 그 소식 들었어? 아무렇지 않게 화제를 돌리려는 날 유카리는 안쓰럽게 바라봤다. 어렴풋이 가이아와 반의 존재를 아는 그녀와 선배는 이따금 날 저렇게 쳐다보곤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이가 들수록 정말 혼자서 살아갈 수 있을까는 고민은 커져만 갔다. 그런데도 반이 아닌 사람과는 만나고 싶지 않아서. 오랜 고민 끝에 자취를 시작하기로 했다. 부모님의 오랜 반대 끝에 얻은 결실이었다.


"히토미, 정말 혼자서도 괜찮겠니?"


이사짐들을 옮긴 날 내게 묻는 엄마를 바라보며 웃기만 했다. 차마 괜찮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엄마는 그런 날 꽉 안아주기만 했다.


, 넌 어때? 화네리아의 사람들은 너의 결혼을 바라고 있을까.


"당연히 그러겠지.. 반은 왕인걸."


어쩌면 이미 결혼했을지도 모르겠다. 씁쓸하게 웃었다. 내가 있는 이 환상의 달에선 가이아가 보이지 않았다. 차라리 지구가 가이아처럼 가이아의 모습이 보였다면 이렇게까진 외롭지 않을 텐데. 오늘따라 유난히 어두운 밤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가이아의 사람들은 나더러 환상의 달의 주민이라고 불렀지만, 내겐 가이아가 그랬다. 환상 속에서만 존재할 줄 알았던 별, 가이아. 하염없이 흔들리는 펜던트와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상황에서 나타난 눈 부신 빛. 빛의 기둥은 반과 지룡을 지구로 이끌었고 반과 날 만나게 했다.


"처음엔 진짜 뭐 이런 녀석이 다 있나 싶었는데."


서로에 대한 첫인상은 좋지 못했다. 그런 널 따라 가이아로 떠나게 된 나. 내 환상 속에서만 나타나던 이름 모를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덜컥 내 현실로 다가왔다. 그건 썩 유쾌한 경험은 아녔어.


"그런데도 여전히 생생하지.."


아마 난 평생 잊지 못할 거야.



지구로 돌아온 한 주는 무척이나 괴롭고 힘들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사람들을 만나고 수업을 듣고 살아가며 널 묻으려 했다. 집으로 가던 길에 점을 쳐달라는 후배의 말에 난 어떤 표정을 했던가.


"칸자키 선배, 점 잘 치시죠? 혹시 사랑 점 쳐주실래요?"

"그만뒀어, . 미안해."


별 일 아닌 것처럼 웃는 내게 후배들은 괜찮다며 손을 저었다. 열차가 오기 전 한 후배가 물었다.


"어라, 매일 하시던 팬던트 말고 다른 목걸이네요?"

", ."

"헤에, 잘 어울려요. 그거 로켓 목걸이죠?"


로켓 안에 뭐가 담겨 있느냐는 질문에 입을 떼려던 찰나, 열차가 도착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다행이었다.



❖❖



모든 건 그날 타로카드로 사랑의 행방을 물었을 때부터 시작됐다. 하늘에 달과 지구가 떠있는 이상한 세계 가이아, 그게 내가 도착한 별의 이름이었다. 머나먼 이별과 서펜트의 에이스, 처음엔 동경하던 선배의 유학 때문인 줄 알았다. 점괘의 진짜 의미를 알아챈 건 반과 함께 가이아에 도착한 후였다.


용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 우리들의 여행은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반은 화네리아의 왕자라 했다. 지룡을 물리쳐야만 왕위에 오를 수 있는 화네리아의 관습대로 용을 물리치다 찾아오게 된 반. 왕자가 왕이 되는 대관식을 치르던 날, 나라가 멸망할 거라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찬란하게 빛나던 왕국은 모든 게 불탔고 너의 앞날을 축복하던 사람들은 시체로 변해있었다.


"반님, 에스카플로네와 함께 도망쳐주십시오. 그리고 언젠가 화네리아의 재흥을.. 화네리아의 백성을.."


내 고향 환상의 달에 돌려보내 주겠다던 반의 스승인 발가스씨는 무척이나 강인한 사내였다. 마지막까지 반과 화네리아를 걱정하던 용맹한 무사. 검에 꿰뚫는 그의 마지막을 본 내 비전은 여전히 잊히지 않았다.


"소녀여, 목걸이를 이쪽으로."


난 기분 나쁜 방 안에서 흘려 들어오는 빛도 기억한다. 그날 밤, 다른 이의 탈을 쓴 살인자의 죽음을 예언한 날. 다우징, 펜던트로 보이지 않는 걸 마음으로 보는 힘을 처음으로 두렵게 여긴 날. 그리고 얼마나 무서운 힘인지 자각한 날.


"당신의 생명의 불은 머지않아 사라집니다. 그것은 지금부터 일어날 일."


난 그날, 내 손을 붙든 만인과 함께 죽음으로 향했어. 내가 본 비전은 늘 그랬듯이 현실이 되었고, 처음으로 네가 내게 배운 다우징을 성공한 날이기도 해. 넌 나와 함께 펜던트의 비전으로 보이지 않는 거인들을 물리쳤지.


, 전쟁을 앞둔 넌 에스카플로네의 곁에서 내게 말했잖아.


"히토미가 가르쳐준 다우징이라고 했던가? 그걸 해봤어."

"다우징?"

"말했잖아? 마음으로 생각하면 보이지 않는 것도 보인다고. 그래서 말이야. 에스카플로네를 그저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기로 했어. 그렇게 하면 저 녀석을 좀 더 잘 사용할 수 있어. 내가 저 녀석을 사용하는 게 아니야. 저 녀석이 나 자신이 돼서 싸우는 거야."

".."

"히토미, 이젠 너에게.."


, 너는 말하다 말고 도망쳤어. 네가 내게 전하려던 말은 과연 뭐였을까. 에스카플로네와 하나가 된 넌 흘러내리는 붉은 비로 향했어. 불길한 예감은 왜 틀리지 않는 걸까. 그리고 난 왜 널 붙잡지 못했던 걸까. 피투성이가 된 에스카플로네와 반. 에스카플로네의 아픔과 고통에 울부짖는 너의 절규가 종종 꿈에 나와 날 괴롭혀. 거기서의 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로 괴로워하는 네 모습을 보고만 있지. 당장에라도 숨이 끊어질 듯한 네 비명은 끝나질 않아.


"히토미, 반님들을 구해줘!"


아틀란티스의 유적에서 메루루의 부탁에 펜던트를 들고 널 위해서 기도하던 순간, 들려오는 목소리를 기억해.


"그만두세요. 마음의 힘을 써서는 안됩니다."


, 너의 어머니는 펜던트를 쥔 채 너의 귀환을 바라던 내게 단호히 말씀하셨어.


"당신의 마음은 불안이 원천. 그 마음이 불안을 현실로 불러들이고 있는 겁니다."


네 모든 불행은 나 때문이라고.


"반들을 괴롭게 하는 것도 당신입니다."


그래, 널 위해서라는 이유로 내가, 내가 널 괴롭히고 있던 거야.


"점입니다. 당신은 미래를 점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점에 의해 증폭된 당신의 불안한 마음이 많은 미래 중에서 슬픈 결말을 선택해버리는 겁니다. 그래요. 지금도 당신의 마음은 불안에 가득 차 있습니다."


시간이 흐른 지금 돌아보면 난 정말 널 불행하게 만든 환상의 달의 여자가 아니었을까. 어머님께서 날 싫어하실 만했어. 사랑스러운 아들을 아틀란티스의 망령에 홀리게 하는 여자. 하늘의 저편, 저주받은 땅에서 찾아온 이상한 여자. 사람들의 말처럼 널 사라진 아틀란티스의 저주에 끌어들이고 있었던 거야.


발가스씨의 죽음과 화네리아의 멸망, 그리고 하나 남은 형 폴켄씨의 죽음까지.

난 널 불행하게만 만든 사람이 아니었을까.


"히토미, 믿어주렴. 네가 좋아하는 사람을 믿어줘."


괴로워 하는 날 바라보며 할머니가 말씀하셨어. 널 믿어주라고.


"믿으렴. 불안한 마음이 나쁜 일을 부른다면 그 반대도 가능하지 않겠니? 히토미."


하지만 할머니,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죠? 반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무릎을 끌어안았다. 달아오른 이마를 무릎에 댄 채로 널 생각했다. 지금도 그때처럼 돌아가고 싶어서 어쩔 줄 모르겠어. , 널 생각나게 하는 카드를 떼놓고 다닐 수가 없어.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혼자서도 잘 살 수 있겠지. 그렇게 날 다독였는데 난 지금 괜찮지 않아. , 나는 네가 있는 가이아가 좋아졌어. 반이 있을 화네리아를 여전히 그리워해. 에스카플로네 없이 성장했을 너와 재건된 화네리아의 모습을 그려봤지만.. 성공하진 못했어. 넌 날 그리워하고 있을까. 나처럼 힘들진 않을까. 내가 이렇게 힘들어 하는 것처럼 너도 힘들어 했으면 좋겠어.


이 모순적인 마음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 너가 힘들었으면 싶으면서 힘들지 않았으면 싶어. 분명 넌 강인한 왕으로 자라 국민의 믿음에 걸맞은 자랑스러운 인물로 성장했겠지. 나는 그대로인데 넌 얼마나 달라졌을까. 그리고 어떻게 변했을까. , 정말 이러기 싫었어. 이런 생각하고 싶지 않았어. 그래서 난 네 곁에서 함께 변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싶었어. 하지만 난 이곳으로 돌아왔잖아.


"그러게, 왜 하필 나였을까."


그리고 왜 하필 너였을까.


너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함께하고 싶었어.

떨리는 손으로 목에 걸린 목걸이를 풀었다. 로켓 안에 잠들고 있던 용을 바라봤다.



✲익명만애 새해 합작✲ | 인스티즈


IL FUSCO


서펜트의 에이스, 반을 상징하는 용의 카드.


, 잘 있어.

반은 잘 지내?


네게 전하지 못했던 저 한마디가 왜 이렇게도 서러운지. 결국, 이렇게 울음을 토해내고야 만다.


"히토미, 좋아한다면 말하는 게 좋아. 후회할 테니까."


너와의 만남 전날, 유카리가 말하던 말이 이토록 내게 사무쳐서 돌아온다. 내 마음을 말할 걸 그랬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이렇게나 많아졌는데. 전하고 싶은 감정들이 그렇게나 많았는데 왜 난 그러지 못했을까.



"모두의 마음이 가이아를 만들어 가는 거야."


지구로 돌아가기 전, 넌 내게 가이아의 미래를 말했다. 그리고 에스카플로네에게서 에너지스트를 꺼냈다.


"에스카플로네는 잠들고 있는 게 좋아. 저 녀석에게 의지하지 않는 가이아가, 화네리아가 형님의 마음이야. , 그 세계가 보고 싶어."


폴켄씨가 널 위해 꿈꾸던 세계를 꿈꾸는 널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나도 반하고 보고 싶어. 안될까? , 이 가이아가 화네리아가 좋아."


반이 좋아졌다. 반의 화네리아가, 반이 사는 가이아가 좋아졌다.


"상관없어. 히토미가 그렇게 하고 싶다면. 하지만 우리는 언제라도 만날 수 있잖아? 마음이 통하고 있으면."


함께하고 싶다는 날 바라보며 넌 그렇게 말했다.


"이거, 갖고 있어. . , 잊지 않을 테니까! 할머니가 되더라도 절대로 잊지 않을 테니까."


너에게 펜던트를 전하며 담은 내 마음은 과연 전해졌을까.

, 잊지 않을 테니까. , 너도 날 잊지 말아줘.


", 아직 잊지 않았어. .. 너도 날 잊지 않았어?"


거짓말쟁이. 언제라도 만날 수 있어서 더 괴로운 걸.

남겨지는 것과 남기고 가는 것. 과연 어느 쪽이 더 괴로운 일일까.


반은 어떻게 생각해?



제야의 종이 들린다. 한번, 또 한 번.

텔레비전 안에서 떠들썩한 사람들과는 달리 내 주위는 이렇게나 조용했다. 차갑게 식어버린 소바가 날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부디 좋은 한 해를."


네 미래를 지켜보진 못하지만, 이 마음만은 전해지길 바라며 목걸이를 열었다.

여전히 사랑스러운 카드에 입 맞췄다. 보고 싶어, .


[창작자캐/리오레이]사랑하는 당신께

사랑하는 당신께

새해를 맞이하여 늦은 새벽에 지금은 곁에 있을 수 없는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에 당신에 대한 이야기를, 이 감정을 감히 적어봅니다. 저는 언제나 당신을 만난 것이 기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괴로운 기억도 모두 잊게 해준 사람이 당신이었기에, 제가 이렇게 숨을 쉴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덧없는 인생을 살아서 뭐하냐는 생각으로 세상을 마주했던 제가 이렇게 웃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당신의 모든 것을 사랑하게 된 이후로 그토록 싫어했던 이 세상마저도 사랑스럽게 느낄 수 있게 돼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당신께 있어서 저는 모든 것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현재의 제게 있어서는 당신이 모든 것입니다. 그 정도로 저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언젠가 제가 하고 싶었던 것에 대한 공부를 위해 떠나기 전 당신께 다시 만난다면 제 감정을 전하고 싶어요.라고 했었는데 다른 이도 아닌 제가 참지 못해서 이렇게 당신을 다시 마주하게 되기도 전에 말을 해버린다는 게, 역시 애절함도 사랑이라는 감정도 제게는 독이 아닐까 싶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해서 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던 제가 이럴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만 합니다. 당신이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고민하며 적었더니 벌써 아침이 다가오네요. 지금 제 눈앞에는 당신을 닮은 빛이 내리고 있습니다. 아아, 이렇게 아침을 맞이하게 되니 떠오르는 것이 있습니다. 제가 있는 곳에 피어난 아름다운 꽃도, 곱게 자리한 푸른 풀과 나무들도 당신의 반짝이는 보석과도 같던 그 눈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젠 조금씩 졸려오기 시작하네요. 꿈에서 만나고 싶은 당신께 이제 작별인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나중에 제가 돌아갔을 때는 웃으며 반겨주세요. 제 바람은 이걸로 끝입니다. 그리고 답장은 하지 말아주세요. 제 감정들에 대한 답은 얼굴을 마주한 채로 당신의 입으로 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당신을 사랑하는 츠키카게 레이가

늦은 시각 도착한 편지의 봉투에는 그 아이답게 곱게 적은 글씨가 적혀 있었고, 그 안에는 이런 내용의 편지가 들어있었다. 츠키카게 레이,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었다. 내가 기다리고 있는 이의 이름이었다. 공부하고 싶었던 것을 위해 잠시 떠난다고 한 이후로 그 아이의 부탁으로 이곳에서는 친형인 렌 씨 외에는 소식조차 들을 수 없던 그 아이는 편지를 보아하니 잘 지내는 것만 같았다. 떠난 뒤 처음으로 온 편지에 괜스레 그 아이의 생각에 잠겨서 혼자 그 아이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떠나던 날을 떠올렸다. 그 날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어제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 그 후로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그 아이의 미소가 그리웠다. 아아, 그 아이는 여전히 웃으며 지낼까. 새해니까 올해 한 번 정도는 만나러 올 수 있지 않을까 괜한 기대에 가슴이 뛰었지만, 그것마저도 잠시였다. 그 아이가 원하는 것 이뤄주고 싶었고, 그 아이가 하는 것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기다리는 것이 하루의 모든 것이 되고, 내 인생의 전부가 된다고 해도 그 아이만을 기다릴 수 있는데, 그런데도 이런 생각을 하게 되다니. 그 아이가 말한 것처럼 내게도 애절함이란 독인 것만 같다. 그래도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당장이라도 만나고 싶은 마음은 참을 수도 없이 커졌다. 겨우 억누르고 있던 감정을, 그 아이는 알고 있을까. 내가 이 편지를 받고 자신을 떠올리고 참았던 감정들을 참을 수 없게 된 것. 정말 부르고 싶었던, 그러나 참아야만 했던 그 이름을 나지막하게 불렀다.

".... 레이."

오랜 시간을 부를 수 없었던 그리운 이름이 빈방에 울려 퍼진다. 외로움은 참을 수 없이 커지는데, 곁에 없단 것이 슬퍼졌다. 아마, 그렇게 혼자 생각에 잠겨있다 잠이 들어버린 걸까, 아득히 먼 곳에서 누군가가 나를 깨우는 것만 같았다.

"리오, 일어나. 좋은 소식이 있어."

키리 형의 목소리였다. 일어나기 싫다며 투정을 부리자 지금 안 일어나면 언제 또 올지 모른다는 말에 일단 일어나서 씻은 후, 멍하니 선 나를 재촉하는 말들에 알겠다고 적당히 답한 뒤, 대충 집히는 옷을 입었다. 거울을 보니 그 아이가 가장 좋아했던 옷이었다. 깔끔한 검은색에 녹색으로 끝을 장식한 단정한 느낌의 옷을 보자 괜히 씁쓸해진 감정을 잊으려 지박령 씨에게 장난을 걸며 나를 기다리는 키리 형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나저나 무슨 일이야? 평소엔 새해라며 어디 끌고 가진 않잖아."

괜한 화풀이를 하자 형은 웃으며 뒤를 돌았다.

"말투가 좀 그렇다 리오? 레이오 형님이 알면 놀랄 거야 분명. , 상관없지. 아무튼, 리오. 이번엔 형한테 고마워하게 될걸?"

".... 무슨 일이길래 그래."

짐작조차 할 수 없다. 키리 형은 비밀이라며 다시 돌아선 뒤 내 손을 잡고 걸었고 중간중간 돌 때문에 위험하다며 나를 잡아당겼다. 한참을 걸었을까, 익숙한 집에 도착했다. 큰 가문의 집답게 화려한 그 아이의 집. 무슨 일인가 싶어 키리 형을 뚫어져라 봤지만, 그저 자신은 볼 일이 있으니 연못으로 가서 잠시만 기다리라는 말만 남기고 사라지는 형이 원망스러웠다. 겨우 참아낸 마음을 이렇게...라고 중얼거리며 연못으로 향하면서도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 걸까, 그토록 오려고 하지 않았던 곳에 새해가 되자마자 자다 일어나서 끌려오다니 같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추운 겨울의 연못은 외로워 보였다. 사람이 많은 집안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오지 않는 곳, 언제나 그 아이가 홀로 앉아 책을 읽는 것을 즐겼던 곳. 이곳은 그런 곳이었다. 가문의 사람들이 잘 오지 않았던 곳이라서일까, 사람들이 있었던 흔적이 거의 없었다. 얼마나 혼자 있었을까,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렸다. 그저 키리 형이겠구나 하는 마음에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해야 한다던 일 끝났어? 이제 집에 가면 되는 거지?"

옷을 털고 일어서려던 찰나,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끌어안았다. 그 아이가 좋아했던 달큼한 금목서의 향과 눈처럼 새하얀 피부, 끝이 붉게 물든 얇은 손 그리고 잘 차려입은 하오리의 끝자락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 있을 리가 없는 그 아이의 것들이었다. 상황파악이 안 돼서 멍하니 내 어깨를 감싼 손을 봤더니 그 아이는 조용히 웃었다.

"리오, 만나고 싶어서 왔는데 안 반겨주실 건가요?"

그토록 그리워했던 소년다움이 묻어나는 사랑스러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고개를 숙인 그 아이의 기다란 회색의 머리가 내 목에 닿았다. 속으로 이게 꿈이 아니길 빌며 서서히 고개를 돌렸고 꿈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듯이 나를 바라보는 그 아이의 그토록 그리워했던 호박색 눈과 마주쳤다. 나는 바로 몸을 돌려 그 아이를 끌어안았다.

"보고 싶었어, 레이."

레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네게 묻고 싶은 게 너무 많아."

"저도 그런걸요."

레이의 조금씩 떨려오는 목소리에 나까지 목이 메어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말없이 끌어안고 있었을까, 레이가 입을 열었다.

"잘 지내셨어요?"

레이가 항상 물었던 말인데 괜히 슬퍼져서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어땠어 레이? 잘 지냈어? 어디 아프진 않았고?"

이렇게까지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는데 내가 아닌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가슴이 뛰는 만큼, 벅차올랐다. 레이와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쉽게 웃지 않는 입술이 호선을 그렸다.

". 하나도 안 힘들고 안 아팠어요. 근데 조금 곤란한 건 있었어요."

"뭔데?"

레이는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돌렸고 나는 그 행동을 이해할 수 없어서 빤히 그를 쳐다봤다.

"리오가 보고 싶었어요. 그게 너무 곤란했어요. 이렇게 있다가 또 가게 되면 더 곤란해지겠지만, 참을 수가 없었어요."

추위 때문일까, 새하얀 두 뺨이 조금 붉게 물들었다. 푹 숙인 고개를 들어 올릴 생각조차 하지 않는 듯, 한참을 그렇게 앉아 내 눈치를 조금씩 보던 레이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있죠, 내일 돌아가면."

". 돌아가면?"

"언제 또 돌아올지 몰라요. 다시 몇 년이 걸릴 수도 있고, 더 짧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어요. 무엇이든 잘한다고 해서 빨리 끝낼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나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레이도 말없이 연못을 보고 있었다. 뭘 걱정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저 기다려달란 말을 하려는 걸까. 무엇이든 웃으며 답할 수는 없을 것만 같았지만.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저를 기다려 줄래요? , 물론 안 기다리셔도 돼요. 다른 이를 사랑해도 괜찮아요. 제가 아니어도 사람은 많으니까."

조금씩 줄어드는 목소리가, 내리깐 눈이 왠지 애처롭게 느껴졌다. 무릎을 끌어안은 새하얀 손을 잡았다. 화들짝 놀란 레이는 나를 빤히 바라봤다.

"새해 첫날부터 그런 생각 하면 못 써 레이. 그리고 나, 언제까지라도 기다릴 수 있어. 널 좋아하니까."

레이는 알겠다며 내게 기대서 연못을 바라봤다. 그렇게 처연하게 보이던 얼굴이 그 잠깐 사이에 기쁜 듯이 살며시 올라간 입꼬리가 보였다. 그 모습마저도 사랑스럽게 느껴져 살며시 손을 뻗어 추위에 차가워진 손을 잡았다. 갑자기 잡힌 손에 고개를 든 레이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소리 없이 웃었다. 뭐가 그렇게 좋은 걸까.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좋았다.

"있죠, 리오."

"?"

"좋아해요."

얼굴에 열이 오른다. 날씨는 추운데, 얼굴이 뜨겁다.

"레이. 이렇게 갑자기 말하면...."

"부끄럽죠?"

".... 안다면 하지 말아줘."

"싫어요?"

사람을 부끄럽게 만들어놓고 당당한 태도에 웃음이 나왔다.

"너 진짜 뻔뻔한 거 알아?"

"당연히 알죠."

얄미울 발언을 하면서도 방긋 웃는 레이가 밉지 않아서, 오히려 사랑스러움에 부끄러워서 괜히 시선을 피했다. 예전이었다면 이러지 않았을 텐데. 레이는 그런 내 반응을 즐기는 듯 나를 빤히 바라봤다.

"부끄럽다니까...."

"그런 모습마저도 귀여워요."

그렇게 웃던 레이는 무언가 생각난 듯 잠시 뜸을 들이다 다시 입을 열었다.

"아 맞아. 편지의 끝, 기억하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 답은 생각해보셨어요?"

"모르겠어. 지금은..."

괜히 미안한 마음에 레이의 눈치를 봤다. 본인은 괜찮은 눈치였지만 마음은 무거웠다.

", 빨리 답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니까요."

레이는 그저 웃었다. 어째서일까, 이런 내 반응이 속상하지 않은 것일까.

", 언제 또 올지 몰라요."

"알아..."

"그때까진 생각해두셔야 해요?"

난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어서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이 분위기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곤란한 마음에 괜히 고개를 돌려 신경도 쓰지 않고 있던 주변을 보니 벌써 시간이 꽤 지난 듯 어두워져 있었다. 겨울이니까 어떻게 할 수가 없었지만 그런 시간마저도 괜히 원망스러웠다.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헤어지기 싫다는 생각과 함께 문득 든 생각이 하나 있어서, 그걸 말할까 말까 잠시 고민했다. 네가 좋아할까. 그게 가장 문제였다.

"있지, 레이."

"?"

무심코 부르긴 했는데 다시 고민하게 된다. 어쩌면 좋을까,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후회하고 싶진 않았다.

"나 방금 생각한 건데"

". 말해보세요."

말을 하려니까 어째선지 입이 떨어지지 않아서 잠시 침묵이 있었다. 괜히 말한 것만 같았다. 사람이 이렇게 변덕스러워도 되는 걸까. 그래도 일단은 불렀으니까 생각한 것들을 말하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해서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편지.... 방금 말 안 하고 있을 때 있잖아. 잠깐이지만 생각해봤거든."

"."

조용한 밤에 내리는 빛이 주위를 비췄다. 연못에 비친 달처럼 내 마음도 일렁였다. 자꾸만 뜸을 들이게 돼서, 괜히 앞에 있는 돌만 조금씩 발로 찰 뿐이었다.

", 처음 만났을 때부터 계속 같았던 것 같아."

"그런가요?"

또 시무룩한 목소리. 오랜만에 만났는데 계속 실망감만 주는 것 같아서 괜히 다급하게 그게 아니라 부정하려 그의 손을 잡았다.

", 그러니까 말이야. 나 예전부터 널 좋아했던 것 같아."

고개를 돌린 레이는 그제야 환하게 웃었다. 갑자기 그게 뭐냐며 웃는 거였지만, 무척이나 사랑스러워서 나도 모르게 마주 보며 웃어버렸다.

"리오."

"?"

"고마워요."

그 말에 나는 고개를 숙였다. , 이게 좋아한다는 감정이구나, 수많은 감정의 의미를 이제야 알 것만 같아서. 보내기 싫은 게, 곁에 있고 싶은 게 그런 감정이라는 걸 방금 알게된 게 아쉬웠다. 더 빨리 내 마음이 이렇단 걸 알았다면 사랑을 속삭이며 매일 함께했을까. 그런 생각들에 빠져있을 때, 레이가 입을 열었다.

"이제 갈 시간 되지 않았나요? 어두운데. 데려다줄까요?"

"키리 형이 같이 왔는데...."

"두고 가요."

"그러면 못 써."

괜히 장난을 치는 레이의 모습에 웃으며 살며시 그의 볼을 감싼 뒤, 차가워진 볼에 입을 맞췄다.

"그럼 나 오늘 여기서 자고 갈래."

"새해라도 그건 안 돼요. 밤에는 이 근처가 제일 위험한 거 아시잖아요. 나중에 봐요. 나중에. 최대한 빨리 끝내고 내년 안으로 돌아올 테니까."

장난스럽게 웃으며 등을 떠미는 레이 때문에 일어설 수밖에 없었지만 나도 모르게 웃음부터 나왔다. 내가 졌다며 알겠다 한 뒤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지만 어째선지 차가운 밤공기도 싫지 않았다. 모든 것이 기쁘게 느껴졌고, 보내기 싫은 마음도 뒤로할 수 있을 만큼 빨리 돌아오겠다는 말 때문에 그저 기다려졌다. 늦은 밤, 그렇게 매일 적었던 일기의 새로운 장이 펼쳐지기 시작했고 그렇게 이것이 새해의 시작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일이 일어난 어느 새해의 밤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토도이즈]첫 사랑

* 비밀 연애를 하는 토도이즈를 보고 싶었다...!

* 둘 다 첫 연애라서 어쩔 줄 모르는 풋풋한 첫 사랑 커플을 보고 싶었다ㅠㅠㅠ




첫 사랑



토도로키 쇼토는 일생일대의 고민에 빠져 있었다. 우연히 누나와 함께 보게 된 프로그램 내용이 토도로키에게 엄청난 깨달음과 함께 충격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남자친구가 스킨십도 할 줄 모르는 재미없는 성격이면 전 좀, 싫을 것 같아요.”


맞아요, 남자는 박력이죠!”



스킨십이라니, 전혀 생각도 못 해봤는데. 같은 반 친구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몰래 연애하고 있기도 했지만 두 사람 다 그런 쪽으로는 시도조차 해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스킨십이라. 그런데 보통 어떤 스킨십을 하는 거지? 친절하게도 프로그램은 요즘 한창 유행하는 스킨십의 순위까지 알려주었다. 5위부터 1위까지, 토도로키의 상식에서는 왜 저런 걸 좋아할까, 생각이 들었지만 어쩌면 미도리야는 좋아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이왕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 쇼토?”



조심스럽게 부르는 목소리도 전혀 듣지 못할 만큼 TV에 푹 빠져있는 동생의 모습을 토도로키 후유미는 의문스럽게 쳐다봤다.




*




미도리야 이즈쿠는 친구들 몰래 토도로키를 바라보며 그가 했던 이상한 행동들을 떠올렸다. 체육복으로 갈아입는 시간에도 그렇고 같이 밥을 먹으러 갈 때도 그렇고. 무언가 원하는 것이 있다는 표정으로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눈이 마주치면 황급히 피해버리곤 한다. 뭘까. 혹시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는 걸까.



, 그렇지. 얘들아! 며칠 후면 이제 새해고, 같이 새해참배 하러 가지 않을래?”



종례가 끝나고 하나, 둘씩 교실 밖으로 나가려는 아이들을 키리시마가 붙잡았다. 벌써 새해구나. 키리시마의 말에 아이들은 저마다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은 생각인데?”


나도, 나도 갈래!”


, 재밌겠다.”


가서 내년에는 제발 무탈하게 보낼 수 있게 해달라고 빌어야겠다.”



미도리야는 매년마다 엄마하고 둘이서 새해참배를 했었지만, 이번만큼은 친구들과 보낼 수 있다는 것에 무척 기뻐하며 자연스럽게 토도로키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아 보이는 표정에 미도리야는 조금 당황했다. 혹시 가족끼리 참배하러 가기로 약속한 건가? 그럴 지도 몰라. 불안한 표정으로 미도리야는 아이들과 토도로키를 바라보았다.



좋아, 그럼 31일 전날 밤 11시에 신사 앞에서 모이기로 하자.”


좋아!”


다들, 약속시간에 늦지 않도록 주의해!”



벌써 구체적으로 약속까지 정해버린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 나가자 미도리야는 아이들이 모두 나간 것을 확인하고 토도로키에게 다가갔다. 무언가 고민에 빠져 있는 얼굴에 미도리야는 역시, 라고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그를 불렀다.



토도로키 군?”


, 미도리야.”


, 혹시 그 날 다른 약속 있는 거야?”


“...아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그리고 이내 입을 다무는 토도로키를 보며 미도리야는 조금씩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끝끝내 자신에게 털어놓지 않는 그에게 서운함을 느끼면서도 어쩌면 말하고 싶지 않은 고민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더 이상 캐묻지 않기로 결심했다.




*




토도로키의 이상행동은 31일까지 계속되었고, 이쯤 되니 미도리야 이즈쿠는 불안함을 떨칠 수가 없었다. 곁에 다가오려다가 눈이 마주치면 황급히 시선을 피해버리는 것이나, 조금만 옷깃이 닿는 데도 소스라치게 놀라며 피해버리는 것이나. 그렇다고 이런 부분을 털어놓을 마땅한 사람도 없어서 미도리야는 홀로 고민하다 결국 어떤 결론에 도달하고야 말았다.


날 싫어하게 된 거 아니야?


조금만 가까이에 가도 피하는 행동이 미도리야의 눈에는 자신을 싫어해서 피하는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고 미도리야의 오해는 아이들과 신사 앞에 모일 때까지도 계속되었다. 우연히 길에서 만난 척 미리 토도로키와 만나서 가기로 약속했었던 미도리야는 함께 못 갈 것 같다는 토도로키의 문자를 보고 크게 실망했다.


어쩌면 오늘 헤어지자고 하는 거 아니야?


가슴 깊은 곳에서 피어오르는 불안함이 결국 기정사실화 되는 것 같은 착잡함에 미도리야는 어두운 낯으로 아이들 무리에 합류했다.



미도리야, 어디 아파?”


? , 아니! 그냥 좀 피곤해서.”


시간이 시간이니 피곤할 만도 하겠군. 힘들면 먼저 들어 가보는 게 어떤가, 미도리야 군?”



오챠코와 이이다의 걱정에 미도리야는 고개를 저었다. 토도로키와는 별개로 반 친구들과 가는 새해 참배를 미도리야는 무척 기대했었으니까. 두 사람에게 괜한 걱정을 하게 해줄 수 없다 생각하며 미도리야는 싱긋 웃었다. 괜찮아 보이는 미도리야의 얼굴에 두 사람은 안도해하며 등을 돌렸고 두 사람을 따라 걷던 미도리야는 아이들 무리에서 토도로키의 얼굴이 보이지 않자 다시 울상이 되었다.




*




토도로키는 스킨십이 이렇게 어려운 것이었나, 새삼 자각하고 있었다. 미도리야와 단 둘이 있을 때 은근슬쩍 손을 잡아볼까 시도해보려고 해도, 상처로 엉망이 된 손을 보면 불현 듯 그 상처에 일조했던 체육대회 때의 자신이 떠올라 차마 손을 잡을 수 없었고, 그러면서도 자신의 증오스러운 힘을 자신의 힘이라고 깨우쳐주던 기억이 떠올라서 가슴이 간지럽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둘 다 첫 연애에 첫 사랑이라 참으로 미숙했다. 서로의 마음을 고백하며 연인이 되었을 때에도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을 빼면 크게 달라진 점이 없었고, 오고가는 스킨십도 없어 비밀 연애가 무색할 정도로 남들이 볼 때는 친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사이처럼 보일 것이다.


토도로키는 아무리 비밀연애라고 하더라도 친구와는 다른 이상의 것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계속 미도리야의 주변을 맴돌았지만 어쩐지 자각을 하고 나니, 쑥스러운 기분에 매번 시도로 그쳐야했다. 그러던 와중에 반 아이들과 함께 새해참배라니. 토도로키는 단 둘이서 보내려고 했던 계획이 틀어지고 만 것이 불만스러웠다.


그러나 반 아이들과 함께 새해참배를 보내는 것을 기대하는 미도리야를 바라보니 어쩌면 잘 된 일인 것도 같았다. 몰래 단 둘이서 빠져 나가 신사 주위를 거닐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구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미도리야에게 줄 새해 선물을 산 후 토도로키는 아이들이 모여 있을 신사로 향했다. 미도리야를 만나기 전에 선물을 사서 줄까도 생각했었지만, 선물을 들고 나타난 미도리야에게 쏟아질 관심을 생각하니 뒤늦게 합류해서 나중에 미도리야에게 몰래 주는 것이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신사에 도착한 토도로키는 제일 먼저 미도리야를 찾았다. 아이들 틈에서 즐거워 보이는 미도리야의 얼굴을 보며 토도로키의 입가에도 옅은 미소가 번졌다. 늦어서 미안하다는 인사를 하며 다가온 토도로키를 아이들은 반갑게 맞아주었지만 미도리야는 어째서인지 그를 외면하는 듯 땅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얼굴이 썩 좋아보이진 않아 보여 토도로키가 그에게 다가가려던 찰나, 이이다가 그에게 무언가를 건넸다.



토도로키 군, 너도 하나 뽑아보는 게 어떤가?”


아아.”



이이다가 건네는 통에서 토도로키는 대충 하나를 뽑아 15라고 적혀있는 번호를 확인했다. 이이다와 함께 직원에게서 운세가 적힌 종이를 받은 토도로키는 어서 펼쳐보라는 이이다의 말에 쪽지를 열어보려다가 문득 미도리야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당황했다.



미도리야는...”


? 아까까지 저기 있었는데.”



이이다도 미도리야의 행방을 모르는 것 같아 토도로키는 쪽지를 주머니에 쑤셔 넣고 급한 일이 있다는 인사를 남긴 채 미도리야를 찾아 다녔다. 그렇게 넓은 곳도 아니건만 새해참배를 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이는 통에 미도리야를 쉽게 찾을 수 없었다. 미도리야에게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아 혹시 빌런이라도 만난 게 아닐까,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토도로키가 걱정으로 목이 타들어 갈 때쯤, 사람들 무리에서 빠져 나와 숲으로 걸어가는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오늘 본 미도리야의 옷차림과 똑같은 뒷모습을 홀린 듯 쫓아간 토도로키는 연못 위 다리에서 멍한 얼굴로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는 미도리야의 모습에 안도감이 물밀 듯이 번져왔다.



미도리야!”


, 토도로키 군?”



어딘가 화나 보이는 토도로키의 얼굴에 멍하게 있던 미도리야가 그를 돌아보며 당황한 얼굴을 지었다. 토도로키가 성큼성큼 다가오자 미도리야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이내 외쳤다.



, 그만!”


“...”


오지 마.”



명백한 거부에 토도로키는 조금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오지 말라니, 그 자리에 우뚝 멈춰선 토도로키를 내려다보며 미도리야는 어두운 얼굴로 담담히 말했다.



, 혹시 헤어지자거나 그런 말 하려는 거면...”


미도리야?”


저기, 토도로키 군. 나는, 아직 너랑 헤어지고 싶지 않고...”



토도로키는 어째서 미도리야가 저런 고민을 하고 있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무언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 미도리야를 달래주려 한 걸음 다가가려고 하자 또 자신을 거부하는 듯 고개를 푹 수그리는 그의 모습에 토도로키는 그대로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저렇게까지 오해가 심한 것을 보면 자신이 무언가 잘못한 것 같긴 한데, 괜한 이유로 마음 고생했을 미도리야가 안쓰럽고 미안하기도 했지만 어쩐지 절절하게 아직은 헤어지고 싶지 않다는 말을 줄줄 내뱉는 그가 귀엽기도 했다.



그래도 네가 헤어지고 싶다면 나, 조금 노력 할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미도리야, 우리가 헤어질 일은 없어.”


“...?”



그제야 고개를 드는 미도리야를 보며 토도로키는 조심스럽게 그에게 다가갔다. 주머니에 넣어둔 선물을 꺼내 미도리야에게 건네며 말했다.



내가 먼저 너에게 헤어지자고 하거나, 네가 싫어질 일은 없을 거야. 절대로.”


, 정말...?”


그리고 이거.”



미도리야는 붉어진 눈으로 토도로키가 건네는 선물을 바라보았다. 새해선물이라고 건네는 선물을 열어본 미도리야는 그 안에 담겨 있는 커플 팔찌를 보고 굳었다.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을 짓는 미도리야를 보며 설핏 웃던 토도로키는 팔찌 하나를 건네 미도리야의 팔에 직접 팔찌를 끼워주었다. 그리고 조금 망설이다가 어색하게 미도리야의 손에 깍지를 끼어 단단히 잡았다.


토도로키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넋을 놓던 미도리야는 그가 자신의 손을 잡자 이제는 완전히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푹 수그렸다. 잔뜩 빨개진 얼굴을 숨기고 싶은 듯 다른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는 미도리야가 불만스러웠던 토도로키는 그의 얼굴을 가리는 다른 손도 잡아 내렸다.


일단 손을 잡긴 했지만 그 이상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던 토도로키는 어째서 그동안 자신을 피해 다녔냐는 미도리야의 물음에 그간 자신의 이상한 행동이 미도리야에게 오해를 불러 일으켰음을 눈치 채고 입을 열었다.



아무도 없을 때 이렇게 손을 잡고 싶었지만, 어떻게 손을 잡으면 좋을지 모르기도 했고 스킨십을 의식하니 어쩐지 얼굴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미안하다, 미도리야. 괜한 오해를 하게 해서.”


, 아니야. 토도로키 군. 나도 괜한 오해해서 미안해.”



정중하게 사과하는 토도로키에게 괜히 민망한 기분이 들었던 미도리야가 고개를 젓자 토도로키는 설핏 웃었다. 토도로키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미도리야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토도로키에게 미도리야가 사과했다.



갑자기 웃어서 미안해, 토도로키 군. 그게, 오늘 신사에서 내년 운세로 대길을 뽑았는데 참 운세가 안 맞다 생각했었거든. 그런데 결국 그 운세가 맞았구나, 싶어서.”



미도리야의 운세 이야기에 토도로키는 문득 자신이 뽑았던 운세 결과가 궁금했다. 주머니에 아무렇게 넣어 조금 구겨진 종이를 꺼낸 토도로키는 고민하다가 미도리야에게 건넸다.



미도리야, 네가 확인해줘.”


, ?”


어쩌면 대흉일지 몰라.”



토도로키의 말에 웃음을 터뜨린 미도리야가 종이를 받았다. 토도로키는 이번 주 내내 도통 일이 풀리지 않은 것을 떠올리며 종이 뒷면을 노려보다가 이내 뒤쪽에서 날아오르는 커다란 불꽃소리에 깜짝 놀랐다. 새해를 알리는 희미한 카운트다운 소리가 끝이 나자마자 밤하늘을 수놓는 커다란 불꽃을 넋을 놓고 바라보던 토도로키는 제 손을 잡는 따뜻한 감촉이 느껴져 옆을 바라봤다.



대길이야, 토도로키 군.”



활짝 웃는 미도리야의 얼굴이 불꽃 아래에서 너무나 눈부시게 보여 토도로키는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내년에도 잘 부탁해.”



선물 안에 남아있던 다른 한 쌍의 팔찌를 꺼내 토도로키의 팔에 걸어주며 미도리야가 말했다. 토도로키는 자신의 팔찌와 그의 팔찌를 비교하며 그에게 무척 잘 어울린다는 감상을 중얼거리는 미도리야를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그의 뺨을 붙잡고 입을 맞췄다.


갑작스러운 키스에 당황하던 미도리야는 이내 눈을 감고 토도로키의 허리를 살짝 안았다. 두 사람의 첫 키스는 무척이나 미숙하고 어색했지만 서로를 향한 사랑을 키워주는 데에는 충분한 것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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닝겐1
글 4작품 글 9작품 오타났오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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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닝겐
알려줘서 감사해요!!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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닝겐2
와아!!!!!! 합작 너무너무 좋다ㅠㅠㅠㅠㅠㅠㅠ 참여한 분들 모두 수고 많으셨어요ㅠㅠㅠㅠㅠ 너무 좋다 두고두고 봐야지 총대닝도 수고 많았어! 모두 해피 뉴이어! 새해 복 많이 받아!!!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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닝겐3
흐억 사쿠라가 있다니 예뽀 다른 그림들도 너무 예쁘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글도 이제 천천히 다 봐야지 참여한 닝들 수고 많았고 쓰닝도 수고 많았어! 새해복 많이 받아♡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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닝겐4
나를 제외한 제출자 닝들 다들 수고 많았어❤❤❤ 총대닝도 잘 해줘서 너무 고맙고!!!!❤❤❤ 닝이 있어서 정말로 다행이었고 친절하게 대해줘서 고마웠고!!!!! 금손닝들 작품 시간 나자마자 읽겠습니다... 지금은 일단 스크랩!!!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아!!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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닝겐5
아...익만에 님들 넘 많이 계셔 ㅠㅠㅠㅠㅠ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ㅠㅠㅇ사랑합니다..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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닝겐6
금손닝들 최고야ㅠ사랑해ㅜㅠㅠㅠㅠㅠ❤❤❤❤❤❤❤❤❤❤❤❤❤❤❤❤❤새해부터 금빛으로 반짝반짝하다(*✪▽✪)b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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닝겐7
와앙 합작 열어주신 총대닝 수고해써요 ㅜㅜㅜㅜㅜ 모두 해피햅피 2018년 새해복많이받아요!!! 그럼이제 금손님들 작품보러 총총..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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닝겐8
헉 닝들 다 고생 많았어❤❤❤❤❤ 와 근데 길가메쉬x세이버 ㅠㅠㅠㅠㅠㅠ 익만에서 별로 안 보이길래 파는 사람 없나 하고 아쉬웠었는데 그려준 닝 고마워... 너무 잘 그렸다ㅠㅠㅠㅠㅠ 다른 닝들도 너무너무 잘 그렸어!!!!!!!!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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닝겐9
총대닝 진짜 고생했아영ㅜㅜ 힝 새해 복 마니 받으새용~~!~!~!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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닝겐10
와 합작 다들 수고했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익만 2018년에도 대박나자 ㅠㅠㅠㅠ총대수고했어!!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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닝겐11
금손닝들 수고해써??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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닝겐12
헉ㄱ...헉 합작!!!!! 익만 역시 금손들밖에 없어88ㅁ88 그림들 넘 예쁘고 글도 하나하나 읽어봐야지.. 편집도 넘 예쁘고 잘 어울린다 총대닝 수고했어!!! 1월1일이라 의미가 더 큰거같아ㅠㅠㅠㅠㅠㅠ 다들 수고했어!!!❤❤❤✨✨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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닝겐13
총대닝 진짜 수고많았어요!!! 편집 너무 옙쁩니다 퓨ㅠㅜㅠㅜㅠㅜ
참가한 닝들도 너무 수고 많았구요 ㅠ그림들은 하나 같이 너무 귀엽구 사랑스럽기 그지없네요ㅠㅠㅠㅜㅠㅜㅠㅜㅠㅠ
으아아 아침해를 기다리며 글을 하나하나 읽어볼까합니다 ㅠㅠㅠㅜ헤헤 설렌다
다들 새해 복 많이 받고 좋은 일만 한가득하길 바라요!!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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닝겐14
다들 너무 금손이야ㅠㅠㅠㅠㅠㅠㅠ수고했고 새해 복 많이 받아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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닝겐15
합작 다들 수고하셨어요~♥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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