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워낙 우울한 환경에서 자라와서 이게 우울증인지도 몰랐어 그냥 사람 사는 게 다 이렇나 보다 왜냐하면 티비나 그런 곳에서든 뭐든 사람은 저마다 상처가 있다 하니까 이겨내면 된다니까 이정도도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힘듬이라 생각했거든 전혀 불안해하지 않아도 될 날에도 지극히 평범한 혹은 오히려 행복해야할 날에도 항상 죽고 싶었고 내일이 오는 게 두려웠고 울었고 명치가 갑갑했어 밤마다 나를 의심했어 잠 못 이루는 건 일상이구 그게 진짜 당연한 건 줄 알았어 내가 남들보다 이겨내는 힘이 좀 약한가보다 하고 다들 티 안 내고 사는 거구나... 그냥 드라마에서만 봐도 주인공은 항상 힘들거든 불운한 가정환경이고 나도 내가 당연하다 생각했는데 머리도 좀 크고 요즘 세상이 정신병에 대해 많이 거론도 하면서 나도 어쩌면 그건가 싶기도 하고 어느날 진짜 이러다 까딱하다 죽겠다 싶길래 정신과 갔더니 빨리 치료하재 그래서 약 꾸준히 먹고 상담치료 하면서 정말... 신세계를 경험했어 이게 정상적인 사람의 삶이구나 불면증에 시달리지 않고 밤에 아무 생각없이 잠에 들 수도 있구나 새사람을 대면하는 게 불안하지 않을 수도 있구나 하루를 평범하게 넘길 수도 있구나 걱정하지 않아도 되구나 아침을 아무렇지 않게 맞이할 수 있구나 하고 몇년동안 꾸준히 다니면서 지금은 생활 자체는 정상적인 사고관으로 잘 지내는데 아무래도 어릴 때부터 그렇게 우울하게 자라온 버릇이 있다 보니까 지금 이렇게 평화로운 것도 암묵적으로 깔린 두려움이 있어 이렇게 평화로워도 되나 싶은 걱정.. 아직 덜 낫긴 해서 그런데 차라리 이렇게 나를 평생 의심하고 살 바에 죽는 게 낫겠다 싶기도 하고 그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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