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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6485
이 글은 7년 전 (2019/4/24) 게시물이에요

게시된 카테고리 BL웹툰/웹소설

남자는 잠시 침묵하다 말했다.
‘일레이.’
 


“어느 게 성이고 어느 게 이름이야.”
정태의는 부루퉁하게 물어보았다. 여태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의문이 불쑥 치고 올라왔다. 리그로우는 미묘하게 웃으며 정태의를 바라보다가 잠시 사이를 두고서 대답했다.
“리그로우가 성.”
“그렇군. ……어느 걸로 불리는 게 좋아.”
“네가 편한 대로.”
“그래. 그런데 어느 쪽이든 별로 부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 일레이 리그로우.”



-1권




“미안, 미안. 며칠 얌전히 처박혀 있었더니 나도 모르게 그만 이렇게 됐나 보군. 뭐 상관없지, 가볍게 즐기는 것도. 가만. 가만히. 쉬…….”





그러는 동안 배 위를 쓰다듬던 일레이의 손은 조금 더 아래로 내려갔다. 바지 위에서 사타구니를 느리게 문질렀다. 정태의가 눈을 부릅뜨고 성질을 부리는 것도 못 본 척하며, 일레이는 앞을 끈질기게 눌렀다.
"여기에 숨기진 않았을 테지, 담배는.······ 아하. 점점 단단해지는걸. 여기일지도 모르겠어."










"왜 그렇게 하얗게 굳었어. 안는 맛도 없어 뵈는 몸에는 굳이 박을 생각 없다니까, 예전과 같이 노는 것뿐이야. 그때 너도 좋았잖아. ……그래. 그렇게 세우고 있으면서 뭘 그래. 이리 와. ……아니, 내가 가지."




-2권


그러나 그때, 손목을 턱 잡는 손길이 가로막았다. 조금전까지 힘겨운 듯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폈다 하던 그 손이 손목을 쥐는 감각이 의외로 대단해, 정태의는 움칫하고 말았다. 고개를 돌리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수 없는 까만 눈이 가만히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쩌면 조금 곤란한 듯도, 실수했다 싶은 듯도 한 눈길 같기도 하다.
"……."
뭐라고 말을 하려는지 살짝 벌어졌던 입술은 마땅한 말이 생각나지 않는지 잠시 멈추어 있다가 다시 닫혔다.저 일레이 리그로우에게서는 본 적이 없었던 의외로운모습에 정태의는 일순 불쾌감도 잊어버렸다. 저 인간 같지 않는 놈이 설마 인간 같은 생각이라도 하는 건가.
정태의는 시선을 떨어뜨려 자신의 손목을 쥐고 있는 커다란 손을 바라보았다. 힘이 없는 듯 보였는데 의외로떨쳐내기 힘든 손이었다. 정태의가 그 손을 뚫어져라 노려보다가 그 시선을 그대로 일레이에게 옮기자 여전히 곤란한 듯한 얼굴을 하고 있던 그는 소리 없이 한숨을 쉬며 손을 놓았다.
"내가 말을 잘못했다. 실수했어. ……가지 마. 지금 바로 저 미음을 먹지 않으면 난 죽을 것 같다고."
"……그래서?"
"……. 미안해. 태이."









정태의가 느리게 손을 거두고 일어서려고 다리에 힘을주려는 찰나, 일레이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 그러자 사흘 고열에 시달린 지치고 힘없는 모습이 그 창백한 얼굴 위를 덮어, 조금 움찔하고 말았다.
"……. 좀 앉아 볼래?"







"꼬맹이랑 네가 새롱거리면서 노닥거리고 있는데, 그것참 즐거워 보이더란 말이야. 별로 맛있어 보이진 않는데 그 꼬맹이가 네 다리 사이에서 어찌나 좋아하면서 허리를 흔들어대는지, 얼마나 맛있길래 그런지 한 번 빼앗아 먹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던 참이란 말이지."
"뭐……."
"일어났는데 눈 앞에 네가 보이는데, 안 따먹을 재간이있어야지. 어디 한 번 맛이나 보자 싶은 마음이 생기는건 어쩔 수 없잖아?"
"……미."
정태의는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어디서 개꿈을 꾸고 와서 그 화풀이를 자신에게 하는지 몰랐다. 이런 미이 그래도 죽을까 봐 마음 졸였던 스스로가 바보 같다.
"그런데 말이지, 곤란하게도……."
문득 일레이가 난처한 얼굴을 했다.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혀를 찬 그는 지그시 정태의를 내려다본다.
"지금 한 번 침을 발라보고 나니, 별로 좋지 않은 예감이 든단 말이야. ……아주 끝내주게 맛있을 것 같은."


--3


"꼴좋다, 일레이 리그로우. 사람과 가볍게 몸을 섞고, 때로는 완력으로 자신의 욕심을 채우고, 감정 따위는 코웃음으로 날려버리는 그런 삶을 살아오면서, 네 몸의욕구는 채우지도 못한 채 남의 욕구에 이용만 당하는 이런 상황을 네놈은 한 번도 겪어본 적 없겠지. ―울화가 치밀어 죽겠지? 그래도 이 자식아, 넌 아프진 않잖아. 난 그때 진짜로 죽는 줄 알았다고."





"그래. 나도 후환이 두렵긴 한데, 그런 만큼 아주 잘 잠적하려고. 자랑은 아니지만 내가, 도망치는 데에는 좀 일가견이 있거든. 아, 그래, 잊을 뻔했다."
정태의는 일레이에게 성큼 다가갔다. 그리고 빙긋 웃더니, 손바닥으로 그의 뺨을 인정사정 없이 냅다 갈겼다. 처얼썩, 살갗이 찢어지는 게 아닌가 싶도록 엄청난 소리가 손바닥과 뺨 사이에서 터져나왔다.
"내가 그날, 진짜 이가 갈려서 죽는 줄 알았거든. 그러고도 그 다음날 태연하게 얼굴 내미는 네놈이랑 같이 있는 게 얼마나 끔찍하게 싫었는지 알아? 다시는 보지말자, ."







"난 어쩌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너를 좋아했었는지도 모르겠거든. 그러니까 말야, 이 정도는 이해해 줘.원래 마음에 들었던 사람한테 상처를 입으면 더 화가 나고 마음 아픈 법이잖아. ……그럼 안녕, 일레이. 그 동안ㅡ화도 많이 났지만ㅡ즐거웠다."




"잡혀있는 인질 중에 태이가 섞여 있다고 알려주세요."









"안 나오면 숲에 불질러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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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죽기 싫으면 어서 나와. 하나…ㅡ, 둘…ㅡ, ……. ……셋."










이건 꿈이다.
…ㅡ봐, 꿈이 맞다니까.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조심스러운 손길이 살그머니 이마에 닿아 머리를 쓰다듬을 리 없었다.
이런 꿈은 좋지 않다. 예전에도 가끔 이렇게 이상하게 생생해서 꼭 현실 같지만 결코 현실에선 벌어질 리가 없는 꿈을 꿀 때가 있었다.
이런 꿈은 꿀 때는 기묘하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이런 꿈은 꾸고 나면 우습지도 않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안 좋았다.
정태의는 그 손길을 피하려 몸을 뒤척였다. 머리 위에잠시 머물러 있던 그 손이 떨어져나갔다.





"……그럼 너는."
정태의는 입을 연 다음 말을 잠시 끊었다. 물어보지 않는 게 나을까, 잠시 망설임이 머문다.
너는, 나의 어떤 점에 가장 화를 내고 있는 거지.
그걸 알게 되면 후회라도 할 건가? 그렇지 않다. 그의분노는 온전히 그의 것이었고, 자신이 그를 분노하게 만든 모든 행위의 원인이 된 자신의 분노는 온전히 자신의 것이었다.
문득 가슴이 싸하게 식었다.
일레이와 정태의는 분노를 주고받았다.
몇 달, 거의 반 년에 가까운 시간을 함께 지내면서 그들이 주고받아 결과로 남은 것은 분노밖에 없었던가. 그가 분노의 싹을 심고, 자신이 분노의 싹을 틔우고.
"……. 나는, 그렇지만은 않았어."
정태의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렇지만은 않았다. 자신이 그와 지내면서 느꼈던 것은 그런 부정적인 감정만은 아니었다. 처음에도, 그리고 지금도, 정태의는 그에게 화가 났던 기억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었지만 그 기억을 가진 것과 부정적인 감정이 지속되는 것을 별개의 문제였다. 친구라도, 싫어하려면 얼마든지 싫어할 수 있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싫은 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 싫은 점에 베어 아파하고 화낸 적도 많다. 그 기억들은 고스란히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 기억들을 계속 가지고 있는 것과, 그 당시의 아파하고 화났던 감정이 계속 지속되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솔직히 말이지, 저렇게 말은 했지만 난 널 만나면 죽여놓을 작정이었어. 산 채로 사지를 하나씩 잘라 볼까, 아니면 눈알과 혀부터 먼저 뽑아놓을까, 별별 생각을 다했거든. 아주 엄청나게화가 나더란 말이야."
"……."
"그러다가 드디어 너를 봤지. 저 산장에서. 아무리 거리가 있어도 한눈에 알아보겠더군."
일레이는 문득 웃었다. 그 웃음에 섬뜩한 무언가가 서린다.
"그 순간 죽이는 건 보류하자고 결심했어. 죽이는 거야언제든 할 수 있거든. 하지만 그렇다고 또 딱히 다른 방법을 생각했냐 하면 그건 아닌데, 이걸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정태의는 일레이를 노려보았다. 그는 어느새 정태의의바로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문득 그는 입을 다물었다. 표정도 씻은 듯 사라졌다. 인형처럼 무표정하고, 소름이 끼치는 시선을 지그시 떨어뜨렸다. 그 시선을 마주하면서 정태의는 가슴속이 서늘해졌다.
갑자기 일레이는 손을 들었다. 그리고 양손으로 정태의의 두 뺨을 감쌌다. 바싹 댄 얼굴은 맞닿을 만치 가까웠다. 일레이의 눈이 마치 유리 같다. ㅡ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새카맣고 비치지 않는,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는 유리다.
그 유리가 일순 번득인 것 같았다.
"내가 미친 것 같거든."
나직한 속삭임이 흘러나왔다. 입술 위에 닿는 그 숨결에 정태의는 숨을 삼켰다.
"내가 미친 것 같단 말야. 도무지 영문 모를 짓을 계속하고 있거든. 왜 이럴까, 응?"








"내가 생각해도 내 정신 상태는 지금 좀 이상하거든. 평소의 내가 아니야.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는모르겠단 말이야……. 일단 그 원인이 너라는 건 확실하거든."
"그래서, 일단 뭐든 인식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났어. 뭐든 좋아. 하나를 인식하고 나면 그것이 옳은지 아닌지를 알 수 있을거고, 부차적으로 가지를 뻗어나가 옳은 답을 찾을 수 있겠지."
"왜 그런 얼굴을 하고 있어. 넌 걱정할 것 없어. 네가 내거라고 인식하는 건, 네가 아니라 나라니까."
















일레이는 울다지쳐 늘어져버린 정태의의 목이며 귀,뺨,얼굴, 입술이 닿는 곳마다 샅샅이 핥아올리며 입을 맞추었다. 마치 한군데라도 닿지 않는 곳이 있어선 안 된다는 듯이, 집요하게.
"잘 기억해, 태이. 오늘부터이제부터는 매일, 너는 내 거다."
상냥하고 달콤한 속삭임이 보드랍게 뺨을 핥아올렸다.







"전 전화 안 했다니까요. 제가 무슨 몽유병도 아니고……."
거기까지 말했던 정태의는 점차 말을 흐렸다. 뭔가 머리에 살짝 걸리는 게 있었다.
ㅡ제발 저놈 좀 데려가주세요.

4




"틀렸어. 그게 아니야.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건, 그 반대였어야 했다는 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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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놈과 하는 걸 네게 보여주는 게 아니라 너와 하는 걸 그 놈에게 보여줬더라면."
"…ㅡ!"
허리 아래의 살갗이 드러나면서 침대 시트며 이불이피부를 직접 스쳤다. 그러나 그 서늘하고 버석한 감촉보다도 더욱 서늘하게, 그의 낮은 속삼임이 귓속을 파고 들었다.
"그랬더라면 지금은 좀더 편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지."










"태이. 손."
그가 짤막하게 말했다. 정태의는 아련한 정신으로 멍하니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저도 모르게 일레이의 팔을 붙들고 있었다. 자신의 사타구니에서 그의 손을 떼어내려고 그의 팔뚝을 붙든 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스스로의 손을, 정태의는 그제야 인식했다. 얼른 그 손을 놓았다.
"자, 놨어. 놨다고. 그러니까 너도 좀 놓……."
"목에 둘러."
"뭐?"
"내 목. 부둥켜안으라고. 네 팔로."












"……. 그 꼬맹이가 그렇게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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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점이 그렇게 좋아."
그가 재차 묻는다. 정태의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떤 점이 좋을까. 생각해 봤다. 사슴처럼 커다란 눈망울이 좋고, 상냥하게 웃는 앵두 같은 입술이 좋다.수줍어 보이는 표정도, '태이 형' 하고 부르는 목소리도 좋았다. 그렇게 귀여운 아이가 또 있을까. 애지중지한다는 링 어쩌고 어르신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가는 바였다.
하지만.
정태의는 계속 딸꾹질을 하면서 물끄러미 일레이의등을 내려다보았다. 어차피 얘기해봤자 이해도 납득도 안 할 거면서 그런 건 왜 물어.
정태의는 속으로 부루퉁하게 생각했다. 일레이는 잠시 침묵했지만 굳이 정태의에게서 대답을 들으려는건 아닌 듯했다.
"정태의. 너는 내 거다. 알겠지. 너는 내 거야."












"……태이."
평소보다 조금 더 낮아진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정태의는 그 소리가 들리지도 않은 듯 꼼짝도 하지않았다.
"태이. …ㅡ태이!"
다시 두어 번, 희미하게 초조한 빛을 띤 목소리가 이름을 불렀다. 정태의는 가만히 시선을 들었다. 눈이 마주쳤다. 일레이가 몹시 기묘한 얼굴을 하고서정태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처음보는 얼굴이었다. 저게 대체 어떤 표정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은 정태의 역시 마찬가지였는지도 모르겠다. 일레이는 문득 얼굴을 일그러뜨리더니 혀를찼다. 그리고 정태의의 머리를 누르던 손을 풀고 거칠게 정태의를 밀어내어버렸다. 하마터면 침대 위에서 나동그라져 바닥에 떨어질 뻔했지만, 일레이가 얼른 팔을 잡아 끌어당겼다.





생각해 보면 정태의는 대단히 혜택받은 환경에서 자라났다. 정태의 자신도 알고 있었다.
그것은, 처음에는 깨닫지 못했다.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집이었다. 지나치게 비범한 형이 있다는 걸 제외하면 별 특이할 것도 없었다. 그래서, 으레 다들 그러겠거니 하고 지냈다.
사람이 나고 자라면서 부모에게, 형제에게, 비뚤어지지 않은 올바른 형태의 애정을 충분히 받고 자란다는 것이 얼마나 귀중하고 혜택받은 일인가를 그가 깨달은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어제는, ……."
"어제는, ……. 내가 잘못했다. 미안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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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놈, 설마, 아무래도, 아마, 날……."
"……그럼 안 되는데 말예요……."
"어떡하죠……."






"시체가 된다 해도 네 몫은 없어. 저 놈이 시체가 되었더라면 머리카락 한 올까지 남기지 않고 다 삼켜버릴지언정 네 놈에게는 안 줘. 땅에도 안 묻어."








"……어."
"사람이 자고 있는데 멋대로 입을 맞춰놓고 뭐가 어, 야."
그 무심하고 평연한 목소리는, 그러나, 여느 때보다미묘하게 낮아져 있었다. 그 말만 하고 그는 다시 뚫어져라 정태의를 바라본다. 정태의는 고개를 약간 기울였다.
"그렇지……?"
"뭐?"
"지금 내가 너한테 입 맞췄지, 응?"






"한 번 더 말해 봐, 태이."
귓가에서 속삭이는 목소리는 무척 상냥하게 들렸다.정신없이 울고 소리치다 보니 머리가 어떻게 된 모양이었다. 이 목소리가 다정하게 들리다니.
"좋아한다고, 한 번 더. ……한 번 더 말해 줘."
그러나 다시 들려온 목소리도 여전히 상냥한 목소리다.
문득 정태의는 몽롱한 머리로 아아, 하고 생각했다.
이 남자는 정말이지 단단히 비틀려 있었다. 머릿속이 엉망으로 꼬여 있다 못해, 아예 사고회로가 손쓸수 없도록 뒤엉켜 있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밖에는 못 나오는 거다.
정태의는 그의 목을 끌어안고 있던 팔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잠긴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너, 나 좋아하지."
"뭐?"
"좋아한다고."









그러나 그 목소리는 정태의의 귓속 깊이 파고들었다. 어느 경우에도 높아지거나 격앙되지 않는, 한결같이 조용하고 담담한 그 목소리를 정태의는 알고 있었다.
그 목소리만큼이나 조용하고 가뿐한 저 서슴없는 발걸음도, 정태의는 알고 있었다.
누가 부르기라도 하지 않으면 돌아보지 않고 앞만 향하는 저 반듯한 등도 정태의는 알고 있었다.










그것은 그리운 꿈이었다. 혹은 안타까운 꿈이었다.
그는 오도카니 홀로 사 있었다. 주위에는 아무것도없었다. 안개가 잔뜩 낀 것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발밑조차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거라곤 오로지 자기 자신뿐.
얼마나 오랫동안 그렇게 홀로 있었는지 모르겠다.어쩌면 찰나인 듯싶었고, 어쩌면 영원인 듯싶었다.
인형처럼 망연히 홀로 서 있다가 그는 어느 순간 기억해냈다. 그는 줄곧 홀로 있었던 건 아니었다. 자신의 옆에는 누군가 있었다. 기억도 못하고 의식도못할 만큼 자연스럽게, 오래 전부터, 거기에는 누군가 있었다.
그는 옆을 돌아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자신도 모르는 새, 어느새 잃어버렸던 것이다.
그건 누구였을까. 어디로 갔을까. 언제부터 홀로 있었을까.
그는 궁리했다.
원래는 혼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나자 갑자기 사무치게 외로워졌다.
상실감은 상실한 순간 다가오는 것이 아니다. 그 상실감을 실감한 순간에야 다가왔다. 상실하는 때와그 상실을 실감하는 때에는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그는 그제야 깨달았다.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누군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자신의 옆에 있었을 그사람을 다시 찾고 싶었다.
그래서 궁리한 끝에, 그는 간신히 또 하나의 사실을기억해냈다. 자신에게는 그 사람을 찾을 단서가 있었다.
물끄러미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 손에는 여태까지는 보지 못했던 빨간 실이 묶여 있었다. 그 실 끝은어디론가 멀리멀리 뻗어나가, 그 끄트머리가 보이지 않았다.
그리로 가면. 실이 이어진 그 끝을 찾아가면.
그는 걸어나섰다.
실을 따라가기는 쉬웠다. 구불구불 구부러져 있기도 했고 복잡하게 얽혀 꼬여 있기도 했지만 그 실은가야할 곳으로 그를 인도하고 있었다.
이윽고 저 너머에 사람 그림자가 보였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는 걸음을 서둘렀다. 그리고드디어, 그 사람 앞까지 나아갔다.
그러나 그는 거기에서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실이 끊겨 있었다. 그 사람의 발치에서. 분명히 원래는 하나로 이어져 있던 실인데 끊겨 있다.
저걸 묶어야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그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그가 거기에 다다르기 전, 누군가가 그 실 끝을 잡아올렸다. 그리고 그 실을 자신의 손가락에 감아버렸다.
그는 멈춰섰다. 어, 어, 그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중얼거리는 사이에, 원래 거기에 서 있던 사람은 한 발짝 물러섰다. 그 사람은 웃은 것 같았다. 상냥하고 따뜻한 웃음이었다. 그런데 조금은 씁쓸해 보였다. 더럭, 마음이 아팠다.
한 발짝, 한 발짝, 뒷걸음질쳐 조금씩 멀어져 가던그 사람은 어느 순간 돌아섰다. 그리고 느리지만 망설이지 않는 걸음으로 걸어나섰다.
그 사람의 실은 다른 사람의 손에 묶일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 사람과는 그렇게 이어지지 못하게 될거다. 기억도 나지 않을 만치 오래 전부터 의식조차못 하면서도 늘 같이 있었는데.
실을 풀어내어 다시 그 사람과 묶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새로이 나란히 걸어갈 사람은 옆에선 사람이다. 하지만 그 상실감만은 계속 거기에 남아 있었다. 아쉽고 그립게.











"좀 많이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 형."
그러자 그는 설핏 웃었다. 담담한 얼굴 위로 상냥하게 떠오르는 그 웃음은, 틀림없는 정재의의 웃음이었다. 정태의의 형, 몇 달만에야 겨우 보게 된 그가,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생일 축하한다, 태의."



-5







"UNHRDO의 지하에 있는 거 봤어. 형이 마지막으로 만든 거라던데. 아름답더라."
"그건 너야."
정태의는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고개를 젖혀, 거꾸로 보이는 정재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정재의는담담하게 말했다.
"삼촌이 이름은 말해주지 않았어? 그건 Tay야. 완성되지 않았지만, 그 설계식은 얼마든지 변형시켜서 다른 것들을 만들어낼 수 있지. 내가 가장 공들여서 만들었어. 마지막으로."










"태의야."
그 서늘한 나무바닥만큼 기분 좋게 닿는 목소리. 잠든 건 아니었지만 그 목소리를 다시 한 번 들었으면좋겠다 싶어 대답하지 않았다. 그 목소리가 다시 한번 이름을 부른다. 정태의는 대답대신 눈을 떴다.
"밖에 나가고 싶어?"









그는 이 관계를 그렇게 여기고있었다.그것은 그가 정태의를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하는것과는 다른 문제였다. 정태의는 그가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지는 않았다. 아마도 자신이 그를 사랑하는 만큼 그도 자신을 사랑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그는 이 관계를 무겁고 힘들다고 여기고있었다.
정태의는 그와 어떤 식으로 연관되든, 상황을 무겁게 여기기는 할지언정 그 관계를 무겁다고 여기지는 않을 터였다.
"젠장……. 이게 뭐야. 화나잖아. 형이 잘라버린 그 빨간실인지 뭔지, 도로 이어, 도로 이어. 왜 멋대로 가위질을 하고 집에서 뛰쳐나가고 그래. 그 덕분에지금 이렇게 갇힌 신세잖아."
정태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자, 기묘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정재의가 보였다. 그는 잠시 눈을 깜빡이면서 정태의를 빤히 바라보다가, 손을 들어 손바닥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별로……잘리지도 않은 것 같아. 그런 걸로 잘릴 리가 없지."
"자른 건 인연이 아니라 형의 마음이었을 테니까 그렇지."
정태의는 부루퉁하게 말했다. 무뚝뚝하게 정재의의손을 잡아 끌어당기는 그를, 정재의는 다시 기묘한얼굴로 쳐다본다.
"손 이리 줘 봐. 다시 묶자. 가만 있자, 새끼손가락이었나?"
"응? 어……근데 다시 못 묶어."
손을 잡힌 채 정재의는 엉거주춤하게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여전히 어딘가 기묘한 얼굴을 하고 계속정태의를 바라본다. 정태의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야 못 묶겠지. 보이지도 않는 끈을 어떻게 묶어.하지만 가위질을 해서 자를 수 있었다면 묶을 수도있겠지. 묶어보자고."
"그게 아니라……. ……. 아니 뭐, 상관 없나……."













문득 그의 목소리가, 표정이, 손길이, 감촉이, 바로 옆에 있는 듯이 떠올랐다.
ㅡ알겠지. 너는 내 거다.
그 나직하고 열기가 어렸던 목소리가.
ㅡ잘 기억해, 태이. 오늘부터…이제부터는 매일, 너는 내 거다.
그 델 듯이 뜨거운 숨결이, 손길이, 체온이, 온몸에들러붙는다.













"야. 나 혹시 너 좋아하는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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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레이, 너, ……너 혹시 나 좋아하냐."







"나갈까, 태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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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나가고 싶지만 나 때문에 이곳에 머무르리라 생각한다면, 나 역시 원하는 바가 아닐지라도 너를위해 여기에서 나가고 싶어."










일레이.
일레이 리그로우.
그 남자가 거기 있었다.
똑바로 정태의를 보면서 다가온다.
어깨 위에 걸머졌던 경박격포가 번거로운지, 이제는 필요가 없다는 듯이 아무렇게나 내던졌다. 포신이 마침 그 옆에 있던 작은 연못에 내리꽂혔다. 첨벙! ㅡ요란한 물보라가 피어오르며 돌을 반들하게 깎아만든 연못의 한 귀퉁이가 산산히 부서져 나갔다.
정태의는 그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소름이 끼쳤다. 그것은 감정을떠난 본능이었다. 저 압도적인 남자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닥쳐들고 있었다.
정태의는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못한 채,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눈을 크게 뜨고 만다.
그가 웃고 있었다.
일레이 리그로우는 정태의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웃고 있었다. 여느 때와 같은 그 희미하고 서늘한 웃음이 아니었다. 저 웃음은, 그래, 마치 커다랗게 웃음을 터뜨리기 직전과 같은, 그런 웃음이다.
기쁜 듯이. 믿어지지는 않지만, 반가운 듯이.
그는 가느스름하게 굽어진 눈으로 정태의를 직시하고 있었다.












"형. 나는……."
정태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정재의의 얼굴을 구석구석 살피듯이, 혹은 처음 보는 듯이 바라보며, 그는 이 애처로운 사람에게 속삭였다.
"나는 언제나 이 위치야. 바뀌지 않아."
말없는 시선이 다가온다.
정태의는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말해야 할까. 아니, 자신은 어떤 생각을 하는 걸까. 말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생각 속을 더듬어야 했다. 평소에는의식 위로 떠올리지 않는 생각들을. 그리고 그 가운데, 그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을 찾아낸다.
"형이 나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처럼, 나는 형을 생각할걸."








"나는 일레이의 약점이 되기 위해서 돌아가는 거야."










남자는 빙긋이 웃더니 허리를 구부렸다. 정태의의 이마에 콩가 닿을 정도로 허리를 구부린 그는 정태의의 귓가에 입을 가까이했다.
두어 번 달싹이던 입이, 즐거운 듯이 속삭였다.
"잡았다, 태이."












"정태의. …ㅡ너, 나 좋아하지."
"그때, 네가 전화했을 때."
"네가 그랬잖아. 날 좋아한다고."
"그래서 나는 생각했지. 그때 분명하게 생각했어. 이건 내 거다."
"……."
"그리고 전화를 끊기 직전에 네가 나더러, 널 좋아하냐고 물었을 때."
.
.
.
.
.
.
.
.
.
.
.
"그렇더라도 역시……내 거지."
그 낮고 조용한 말과 함께 귓가에서 뺨으로 뭔가 닿는 감촉이 느껴졌다. 눈을 감고 있어도 이게 무슨 감촉인지 알 수 있을 만큼 낯익은 감촉이다.
뭐야, 그 논리는……, 아득하게 흐려지는 머리로 정태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 흐려지는 머리 끝에, 문득 허리를 꽈악 끌어안은 세차고 억센 팔이 느껴졌다.
"내 거다. 태이."










"그래, 네 거 해라, 네 거 해."
정태의의 말에 일레이는 웃었다.
그 순간 정태의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 웃음이다. 그 웃음과 몹시 닮았다. 라만의 별저에서 처음 눈이 마주쳤을 때.
기쁜 듯이, 그저 순수하게 기쁜 빛을 띠고 다가오던 그때의 웃음과 닮았다.
정태의는 저도 모르게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 낯선 표정이, 지금 일레이의 얼굴에 걸려 있었다.
심장이 지끈, 울렸다.
몇 번이나 생각했던 얼굴이다. 몇 번이나 생각했던표정이었다. 자신을 본 순간 저렇게 기쁘게 웃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정태의는 문득 손끝이 떨렸다. 어쩌면 손끝이 저린것도 같았다. 그래서 손을 마주쥐고 가만히 손가락을 주물렀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저 표정이 마음에 들었다. 저 얼굴을 보기 위해서라면 그런 말쯤은 얼마든지 해 줄 수 있었다.
"그래, 너 다 해……."










"원래 내 꿈은 다정하고 상냥한 사람 만나서 잘 먹고 잘 사는 건데, ……에휴."
그러나 정태의는 한 가지를 간과했다.
눈앞에 있는 이 남자가 몹시 귀가 좋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일레이는 문득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하아, 하고 중얼거렸다. 그러나 별반 크게 신경 쓰지는 않는 듯 픽 웃는다.
"온 세상 다정한 놈 다 죽여놓을까."
정태의는 입을 다물었다. 싸늘하니 소름이 돋은 팔을 슥슥 문지른다. 이 남자가 말하면 도무지 농담으로 들리지 않았다. 하긴 농담이 진짜로 농담이고, 진담이 진짜로 진담이었던 경우가 그렇게 많은 것 같지도 않다.
"다정한 놈을 어떻게 골라내려고."
정태의는 쓰게 입맛을 다시며 물었다.
다정하다는 기준은 너무도 애매모호하다. 그 기준은 이 세상에 살아가는 사람 수만큼 많이 있었다. 어쩌면 이 세상 어딘가에는 눈앞의 이 괴물 같은 남자도 다정하다고 할 사람이 있을지도 몰랐다.
일레이는 눈썹을 치켜올렸지만 이내 대수롭잖게 말했다.
"네가 알려줄 테지."
"내가?"
"네가 만나서 잘 먹고 잘 살려고 덤비는 상대라면 다정하고 상냥한 인간이겠지."
"……. 다정한 사람을 가르는 기준이 나냐."


















"그래, 그리고 또 하나 더 말해두지."
"아직도 남았냐……."
도대체 나는 무슨 말들을 한 거야. 나는 기억도 안 나는데 이놈은 기억력도 참, 대단히 비상하다.
정태의는 더 이상 나올 말이 뭐가 있으랴 싶어 일레이를 올려다보았다. 말해보라는 듯 슬쩍 고갯짓하자, 일레이는 침대에 걸터앉았다.
정태의가 앉아 있는 옆에 앉아, 그의 위에 엎드리기라도 할 듯 한쪽 팔로 정태의의 너머를 짚었다. 팔 안에 갇힌 위협적인 형국에서, 정태의는 설핏 눈살을 찌푸렸다. 더 남은 말이 뭐라고.
"달아날 생각은 아예 하지 마라."
조용한 목소리가, 바로 앞에서 울렸다. 정태의는 말없이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그런 말을 얼핏 했던 것도 같다. 분명히 아까, 하루라도 빨리 달아나는 게 자신의 인생 설계를 위해 좋겠다는 생각도 잠깐 했었다.
달아날 생각은 아예 하지 말라고 하는 일레이의 목소리는 담담하고 조용했다. 다소는 의외롭게도, 거칠게 화를 내거나 협박을 하듯이 으르는 빛은 없었다. 마치 밥 먹으라는 말이라도 되는 것처럼 평연하게, 그렇게 말했다.
"세 번째는 안 돼."
그가 말을 잇는다. 정태의는 가만히 그의 말을 듣기만 했다.
목소리와 마찬가지로 평연한 얼굴로 일레이는 잠시 정태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 안에서 뭔가 찾아내기라도 할 듯 구석구석 바라보던 그는 다시 입을 연다.
"이번에도 나는, 너를 정말로 죽일 생각이었으니까.죽여서 삼켜버려서 다시는 달아날 수 없게 만들어버리려고, 반 넘게 진심으로 생각했었어."
"……."
정태의는 시선을 떨어뜨렸다. 저렇게 말을 하면서도, 일레이라는 남자는 그런 생각에 대해 후회를 하거나 미안해하는 빛은 전혀 없었다. 그는 정말로, 언제든 내키면 태연한 얼굴로 그렇게 할 수 있었다.
살짝, 심장이 떨린다.
정말로 괜찮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마음이 한숨을 쉰다.
"그러니까 세 번째는 안 돼. 세 번째에는 나는 정말로 너를 죽이게 될 거다. 그러니까 그러지 마. ……부탁이니까."!-- } SE3-TEX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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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1
천천히 읽어봐야겠다 잘 읽을게!!!♡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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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2
첨부 사진지금 패션 3권 곱씹으며 읽는중인데ㅠㅜㅜㅠ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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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3
첨부 사진일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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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4
일태이ㅠㅠㅜㅜㅜ 행복해야대ㅠㅜㅜㅜ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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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5
ㅋㅋㅋㅋㅋ모러 정말 너무 잘했어!! 모러 최고야~~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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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6
나는 일레이가 태의한테 좋아한다고 말해보라고 할때가 진짜 최고로 좋았어ㅠㅠㅠㅠㅠ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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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7
으아아아ㅏ!! 너무좋아ㅠㅠ일태최고야..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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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8
꿀레이다 꿀레이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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