닝이 떠난 후, 아카아시는 매일 같이 그녀의 무덤 앞을 찾아갔다.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는 닝을 그리워하며 한참을 서성이다 잠이 든 적도 있었다. 아츠무는 그런 아카아시의 모습이 못마땅하였다.
닝이 죽은 줄도 모르고서, 계속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마지막 모습을 밀어내려 애썼다. 그녀가 남기고 간 서신을 거들떠 보지도 않으며 나랏일에 집중하려 하였지만, 손에 그 어떤 일도 잡히지 않는 그였다.
천천히 자리에서 눈을 뜬 아카아시는 몸을 일으켜 평소보다 느긋하게 나갈 채비를 하였다. 근무복이 아닌, 단정한 의복을 갖추어 입고 바로 닝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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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란것을 믿으십니까?”
달빛을 한참이나 바라보던 네가 눈을 떼지 않은 채 내게 물어왔다. 운명같은것, 그것이 너와 나를 이리 만들어 놓은 것이라면 그저 부정하고 싶었다. 그런 것은 없다고. 언젠가 내가 너를 데려와 나의 여인으로 삼고 지키겠노라고. 그러고 싶다고. 입술 앞까지 올라온 말들을 애써 누르며 너를 바라봤다.
“저는 믿어요, 운명이란 걸”
고개를 돌려 날 바라보는 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으나, 눈만은 솔직하게 네 마음을 담고있었다.
“전하와 저는 아마..이 생에선 좋은 인연이 아닐 운명이 었나봅니다.”
그리 말하는 너의 속은 얼마나 짓뭉개지고 뭉그러져있었을까.
“다음생엔 평범한 집의 여식으로 태어나, 저를 사랑해주는 사내와 한평생 살고 싶습니다.”
그리 말하고 너는 다시 달을 바라봤다. 조선의 왕이 태양, 그의 비는 달. 그럼 나는 달과 멀어질수도, 더 가까이 다가갈 수도 없는 별같은 존재인 것일까. 달빛에 비친 너의 얼굴을 보다 또 한 번 차오르는 은혜한다는 그 말을 집어 삼키며 내 심장에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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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있느냐? 매정하게 그리 혼자 가버린지도 일년은 넘은 듯 하구나. 나는 잘 못지낸다. 어찌하면 좋겠느냐...”
닝의 무덤 앞에 앉아 한참을 혼잣말로 중얼거리던 아카아시가 이만 가보겠다는 말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미 해가 저물어 있어 하늘은 곧 어두워질 것 같았다.
“..다시 너를 만나러 갈 것이다.”
아카아시는 천천히 발걸음을 떼고 궁으로 향하였다.
(후에 정주행 하실 분들을 위해! 댓글에서 쓰니가 틀어 달라 할 때 트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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