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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4년 전 (2019/12/11) 게시물이에요

나는 너가 이 학교를 자퇴했다고 들은 것이 너에 대한 마지막 소식인데

너가 이 글을 볼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에서야 비로소 드라이브에 있던 네 사진들을 다 지우게 된 마당에

네가 궁금해져 이렇게 글을 남겨본다. 혹시라도 이글의 주인공이 너라고 생각되면 그냥 그랬구나 하고 넘겨줘


우리가 언제 헤어졌더라. 이제 그것조차 까먹을 정도로 나는 이제 너를 완전히 잊어버렸나보다

고등학교 3학년때 너랑 같은 반이 됬고 너가 나를 좋아했고 나도 네가 좋았고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첫사랑이 된 거 같아.

너는 공부를 잘 하지는 못했는데 너가 관심있는 쥬얼리 분야에서는 참 잘 알고 있더라고

너를 통해서 학력이 다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된 거 같기도 해


또 우리가 무슨 얘기를 했더라

참 신기하다

몇 년전 까지만 해도 나는 내 친구들에게 입만 열면 네 얘길 했었고

나와 헤어진 뒤에 어떻게 사는지 늘 궁금해 했었고

집에 돌아가서는 아직도 내가 너를 잊지 못했음에 괴로워하며 울곤 했었는데

이제는 정말 생각이 하나도 나질 않는다.


아 그래도 드문드문 너와 관련된 좋은 기억들이 생각나

내 생일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안개꽃과 함께 갖고싶었던 지브리 캐릭터 손가락 인형을 선물해 준 것

크리스마스날 조명으로 둘러쌓인 조형물들이 가득한 허브랜드에 놀러갔던 것

청계천으로 등불 보러간날 둘다 핸드폰 배터리가 없어서 사진찍는 시늉을 하면서 놀았던 것

19살때 천진난만하고 사랑스럽던 우리가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너는 정말 잘 알꺼야

지금은 아니지만 그때의 너는 나에게 참 많이 의지가 됬잖아

너는 내가 어렸을 때 당했던 성적인 상처를 제일 먼저 알아채 준 사람이었고

나를 오래 보고싶다며 막차를 놓치는 바람에 우리 집 앞 교회에 있던 계단에서 노숙을 했었고

나보다 늘 자신이 부족한 거 같다며 보잘 것 없는 나를 늘 띄어주던 사람이었잖아


나도 그런 너를 어쩌면 우리 부모님 보다 훨씬 좋아했었고

너를 위해서 뭐든지 해줄 수 있을 것 같았고

빨리 너에게 시집 가서 너라는 사람에게 속하고 싶었어


그렇게 순수하고 따뜻하게 사랑했었는데

네가 나와 헤어진지 일주일도 안되서 네 대학동기와 사귀는 것을 알게 됬을 때

그 동기가 나와 사귀고 있을 때 서로 연애상담을 해주는 좋은 친구일 뿐이라고 말했던 사람 이라는 것을 알게 됬을 때

너는 이제 더이상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니었구나 라고 생각했거든


나는 정말 네가 나 말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

그래서 너와의 이별을 나는 정말정말 감당하기 힘들었어


지금 생각해보면 네가 나에게 준 사랑에 비해 내가 너무 널 많이 좋아했던 것 같기도 해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널 많이 좋아하지 않는 거였는데

19살 내가 본 너는 순수했고 예쁘게 보였고 내가 그리던 이상형이었어 너를 그냥 좋아할 수 밖에 없었어 그냥 너가 좋았거든


다들 쓰레기라고 욕하는 너를 헤어진 뒤 한참이 지난 후에도 욕하지 못했어

이런 말 하면 아직도 내 친구들은 나보고 바보라고 하는데

너가 나와 헤어져서 그 사람과 행복할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헤어져 줄 수 있다고 말하고 다녔어

그리고 정말 그렇게 생각했어 나는 정말정말 너를 좋아했었거든


너와 헤어진 뒤 한참을 누군가 좋아하지 못했다가 올해에 내가 널 좋아했던 것처럼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을 만났어

되게 잘생겼고 인기도 많고

미안하지만 너랑 다르게 엄청 똑똑하고 숨 쉬듯이 배려를 해주는 사람이야


너와 연애를 할 때는 내가 널 가르쳐야 하는 상황이 참 많았는데

나는 이사람을 통해서 매번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있어


내가 네가 아닌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 줄이야

난 이게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긴 하네


그 사람이 너와 찍은 사진을 다 지워달래

그 사람이 너한테 받은 선물을 다 버려달래


몇 년동안 너를 정리 하지 못했는데 그 사람이 너를 지울 수 있게 도와줬어

너때문에 받은 상처를 자기가 보듬어 주겠대

나는 이제 너가아닌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어


너는 이미 몇년 전에 나를 정리하고 다른 사람을 만났지만

나는 이제서야 너를 정리 할 수 있게 됬다


혼자서는 도저히 정리 할 수 없었던 나를 이해 해줄 수 있지?

예전에는 훗날 있을 네 결혼식도 가보고 싶고 그랬는데

이제는 정말 너가 궁금하지 않다.

네가 어떤 사람을 만나는 지

행복하게 잘 사는 지도 궁금하지 않고

친구들이 너를 욕할 때 너를 감싸주고 싶지도 않아


나를 놓친 걸 후회하길 바라지도 않아

살면서 한 번쯤은 나라는 사람이 있었다는 걸 떠올려주길 바라지도 않아

네가 잘 지내길 바라지도 않고


그냥 너를 잊고싶어.


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줄이야 정말 신기하다.

그만 쓸게. 이렇게 글 쓰는 것도 이제 다 부질없는 행동이잖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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