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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6년 전 (2019/12/26) 게시물이에요
아빠에게.

아빠 안녕. 나 아빠 딸이야.
오랜만에 편지를 쓰는 거 같다.
아주 어릴 때... 나 초등학교 중학교 때 학교에서 쓰라고 해서 쓰고, 지금이 처음인 것 같아.
나는 어느 순간부터 아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았어.
근데 왜 이렇게 말을 꺼내기 어려운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연말이기도 하고... 해서 편지를 써 봐.

나, 사실은 아빠를 아주 많이 미워했어.
아빠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많아.
나 되게 못됐지. 근데 그만큼 아빠가 미웠어.
매일 술 먹는 아빠, 아픈 엄마. 나는 아직 어린데 일찍 철 들기 바라는 사람들.
그 모든 것들이 너무 힘들었어. 그래서 항상 아빠가 술을 끊기를 바랬는데... 잘 안되더라고.

굳이 지금에서야 편지를 쓰는 이유는
그냥... 아빠가 술기운이 없을때 내 얘기를 하고 싶었어.

어제 떡볶이를 먹으러 갔는데, 초등학교 중학교 되어 보이는 애랑
아빠랑 단 둘이서 떡볶이를 먹으러 왔더라고.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기면 되는데, 그게 왜 그렇게 부러웠는지 모르겠어.

나는 아직도 아빠가 필요한 거 같아. 나는 아직도 화목한 가정이 필요해 아빠.
내가 부럽다고 하니, 누군가는 너가 그런 가정을 꾸려 아이를 행복하게 해주면 된다고 하지만
나는 아직 애인가봐. 아직도 아빠가, 엄마가, 화목한 가정이 필요해.
싸우지 않는 부모님과 함께 맛있는 것도 먹고 싶고
친구들한테 아빠 자랑도 해보고 싶고, 연말에 케이크도 먹어 보고 싶고...
그 평범한게 왜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

아빠 병원 가던 날, 아주 오랜만에 집에 갔었잖아.
들어갈까 말까 고민 참 많이 했어.
너무 오랜만에 보는 아빠가 많이 망가져있을 걸 알았으니까. 그걸 확인하기 무섭더라.
그래도 눈 딱 감고 들어갔는데, 아빠가 나를 못 알아보더라고.
아주 잠깐이었는데도, 그 순간이 너무 잔혹했어.
대체 술이 뭐길래... 나까지도 못 알아보나.

근데 알아보자마자 아빠가 뭐라고 했는 줄 알아?
우리 딸 오랜만에 왔으니까 치킨이랑 고기 사와야겠대.
그렇게 취한 와중에도, 나 먹을 건 먹이고 싶었나봐.
내가 뭘 좋아하는줄도 모르고, 그냥 고기니까... 좋은 거 먹인다는 생각으로.
아빠가 할 수 있는건 치킨 사오고, 방 치워주고... 그런 거 밖에 없었나봐.
그렇게 취한 와중에도 계속 그 말만 하더라. 
그게 너무 마음이 아파서, 화장실 가서 엄청 울었어.
아빤 모르겠지... 

그냥... 아빠가 사랑에 참 서투른 사람인게 느껴져서 너무 슬프더라고.
아빠도 어릴 때 사랑 못받고 자라서 주는 방법을 몰라서 그런건데... 그치?
나는 여지껏 아빠가 나를 많이 사랑한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살았었나봐.
근데, 아빠 나 많이 사랑하잖아. 정말 많이... 내가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나도 다 알고 있어.

가끔은 아빠 바짓가랑이를 물어잡고 제발 술 좀 끊으면 안되냐고 애원하고 싶었어.
내가 뭐든 할테니, 제발 술 좀 끊어달라고.
내가 이렇게 빌테니까, 제발 한번만 끊고 우리 행복하게 살자고...
근데 이제는 그마저도 못하겠다. 더 어릴 때 그렇게라도 해 볼걸.

아빠. 그냥, 나는 우리가 좀 더 행복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아빠도, 나도, 엄마도. 우리 행복할 수 있잖아.
항상 화목하진 않더라도, 가끔은 싸우더라도. 어쨌든 행복한 가족. 그런 거.. 우리도 할 수 있잖아.
세 식구가 같이 얼굴 보면서 밥 먹고, 웃고, 일상을 공유하고...

아빠가 거기서 치료 받고 나오면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자주해. 어렵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그런 막연한 생각에 빠져.

나의 힘들었던 유난시절을 모조리 아빠의 술 탓으로 돌리는 건 아니지만,
나는 아빠가 언젠가는. 단 몇개월 만이라도 술을 끊고 지냈으면 좋겠어.

그거 많이 어려운 걸까?

아빠, 늦었지만 메리크리스마스.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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