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아이를 가지지 않기로 했다.
나에게 아이는 마치 그랜드 피아노와 같은 것이다.
평생 들어본 적 없는 아주 고귀한 소리가 날 것이다.
그 소리를 한 번 들어보면 특유의 아름다움에 매혹될 것이다.
너무 매혹된 나머지 그 소리를 알기 이전의 내가 가엾다는 착각까지 할게 될지 모른다.
당연히, 그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책임감 있는 어른,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그걸 놓을 충분한 공간이 있는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집 안에 거대한 그랜드 피아노를 들이기 전에 그것을 놓을 각이 나오는지를 먼저 판단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부족해도 어떻게든 욱여놓고 살면 살아질 것도 알고 있다.
물론 살 수는 있을 것이다.
집이 아니라 피아노 보관소 같은 느낌으로 살면 될 것이다.
그랜드 피아노가 거실 대부분을 차지하게 될테고 패브릭 소파와 소파스툴, 원목 거실장과 몬스테라 화분은 둘 엄두도 못 낼 것이다.
거실을 통해 부엌으로 가려면 한가운데로 가로지르지 못하고 발뒤꿈치를 들고 피아노의 뒷면과 벽 사이로 겨우 지나가거나, 기어서 피아노 밑을 통과해야 할 것이다.
우리 부부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여태까지 단한번도 충분하다거나 여유롭다는 기분으로 살아본 적없는 삶이었다.
삼십대 중반, 이제서야 비로소 누리게 된 것들을 남은 인생에서도 계속 안정적으로 누리며 살고 싶었다.
장류진, 『일의 기쁨과 슬픔 』 - ‘도움의 손길’
내가 아이를 낳지 않고 싶은 이유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글이야
공감하는 익인이들이 분명 있을 것 같아서 썼어!
읽어줘서 고마워! 행복한 하루 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