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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3년 전 (2020/12/17) 게시물이에요
아내가 내 아이 대신 죽었다. 아이가 할머니를 보고 싶다고 해서 금요일 밤에 아이랑 아내 둘이 혼자 계시는 할머니도 뵐 겸 자고 온다고 했었다.  

다음 정거장에서 내릴 차례여서 아내와 아이는 서 있었는데 막차 시간대에 버스가 속력을 내고 있었고 무단횡단을 하려던 사람을 피하려다가 가드레일을 박고 사고가 났었다. 이중추돌이 일어났고 버스 옆이 형편없이 찌그러져 뭉개졌었다. 사고가 나던 찰나 아내는 아이를 안고 버스 벽에 처박혔다. 깨진 유리창이 아내의 몸에 박혀있었다고 한다. 응급차에 실려갔고 아이는 다행히 타박상을 입은 걸로 끝났고 아내는 수술실에서 오랜 시간 수술을 했는데 중환자실에 몇 일 있다가 끝내 숨을 거두었다. 

 

울음은 나질 않았다. 나는 아빠니까. 가끔씩 아내가 생각났지만 아빠니까. 아이를 지켜야 하니까.  

 

침대 위에 아이와 누으면 방 천장에 야광별 스티커가 보였는데 아내가 붙여놓은 것이었다. 의자에 서서 천장에 스티커를 붙이고 내려와서 아이처럼 불을 껐다 키면서 히죽 웃으며 예쁘지 하며 웃던 아내가 생각이 났다. 아이에게서 등을 돌렸다. 잠시 몸을 떨었는데 아이가 등을 매만지다가 물었다. 아빠, 울어?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늦게 회사를 마치고 아이를 데리러 유치원에 왔다. 아이는 불퉁한 표정으로 봐왔다. 미안, 아빠가 빨리 오려고 했는데 일이 늦게 끝났어. 아빠 미워. 너 과자 좋아하지? 과자 사러 갈까? ...정말? 아이는 눈을 빛내며 바라봤다. 응, 가자. 과자를 잔뜩 고르고 집에 왔다. 아이가 입 주위에 과자 부스러기를 다 묻히고 먹다가 문득 생각이 난 듯 물어왔다. 다른 아이들은 유치원에서 엄마가 데리러 온대, 아빠 나는 엄마 어디있어? 하고 물어왔다. 아이의 컵에 포도주스를 따라주다가 멈칫해서 포도주스를 조금 흘렸다. 흰 식탁보에 흘린 포도주스는 금새 물을 먹어 지워지지 않았다. 담담한 척 말을 했다. 엄마 보고 싶어? 응, 나는 엄마 어디 있어? 나도 볼래. 아빠 맨날 나한테만 엄마 안 보여주잖아. 맨날 엄마 보러간다고 해놓고 나는 할머니한테 두고 아빠만 보러가잖아. 나도 볼래. 나도 엄마 보고 싶어. 아이가 보챘다. 나도 니네 엄마 보고 싶어. 목구멍이 시큼거렸다. 아내가 생각이 났다. 아내는 소년 시절에서부터 남자가 되던 날까지 내 옆에 있었던 사람이다. 아내가 보고 싶었다. 아이는 이제 다리를 부여잡고 조르기 시작했다. 엄마 나도 볼래 왜 아빠만 봐 나도 볼래 나도 보게 해줘. 엄마 데려와 빨리. 아빠만 보고. 나도 보고싶어. 아빠 왜 엄마 숨겨둬. 나는 아이를 보며 따끔하게 아파오는 가슴을 숨기며 말했다. 엄마 이제 못 온대. 아빠가 숨겨두는 게 아니라 엄마가, 엄마가 못 온대. 와앙 울음을 터뜨리며 아이가 새된 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엄마 데려와 엄마 왜 못 와 다른 애들은 다 엄마가 데리러 오는데 나만 안 와 맨날 맨날 기다려도 안 와 아빠가 열 밤 자면 온다고 했잖아 엄마 데려와, 엄마 데려와. 나도 울고 싶었다. 아이가 흔드는 통에 취한 듯 속이 울렁거렸다. 가슴께가 바늘에 찔리듯 아팠다. 아내가 보고 싶다. 아침에 일어날 때 마다 아내 곁으로 가고 싶었다. 내 사랑이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보고 싶었다고 속삭여주었으면 싶었다. 나도 아내가 보고 싶었다. 그 감정만으로 아이 앞에서 미친 척 악에 받쳐 입에 거품을 물며 쓰러질 듯 소리쳤다. 니가 살려내지도 못하잖아. 아이가 우는 것 처럼 바닥에 앉아 와앙 울음을 터뜨렸다. 나도. 나도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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